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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1화 감평좀 해주세요앱에서 작성

ㅇㅇ(1.211) 2025.06.05 13:26:30
조회 398 추천 0 댓글 17
														





가난한 주인공이 음악으로 성공한다는 음악물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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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딸은 탯줄에 흙이 묻은 채 태어났다.
아무리 노력해도 결코 씻겨질 것 같지 않는 흙이.

꽤 오랫동안 자부해왔다.
가난과의 싸움에서 내가 승리했다고.
패배하지 않고 살아남아 있으니, 내가 이긴거라고.


딸아이의 눈을 보는 순간 깨달았다.
가난은 전염병이라는 것을.

내가 죽지 않고 버티니, 다른 타겟으로 옮겨 가는 구나.
그렇게 이 작고 연약한 존재를 천천히 좀먹겠구나.
아주 고약하고 못된 놈이구나.

하지만, 이 몹쓸 놈이 몰랐던 것이 있다.
내 이름은 채윤서(蔡筠書).

대나무와 풀이 모두 이름에 들어간다.
잡초처럼 밟아도 밟아도 다시 일어나며, 한 번 자라기 시작하면 끝없이 자라난다.

즉.
2회전 시작이란 거다.

***



“그러니까, 한자 뜻은 그렇게 풀이하는게 아니라니까.”

시끄러운 회식 속에서 볼멘소리가 뚫고 날아온다.

“세상에 한자 부수에 의미를 부여하는 사람이 어딨냐고.”

회사의 여장군, 이 과장의 말이었다.
급한 성격 답게 자신이 직접 가위와 집게를 들고 불판 위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오고가는 말을 놓치지 않는 것이 평소 꼼꼼한면이 회식자리에서도 드러났다.


“저는 멋있어서 좋은데요?”

막내가 나를 옹호하고 나섰다.
어디에 줄을 서야할지 몰라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칭찬 공수표를 날리더니, 이 때다 싶었나 보다.

“야. 아무리 좋은 노래도 계속 들으면 질리는 법이야.”

그렇게 말하면서도, 이 과장은 막 자른 고기 한 뭉치를 내 자리 쪽으로 옮겼다.
미처 다 먹지 못한 고기가 성처럼 높아졌다.

행동이 크고 내뱉는 말이 거칠지만, 이 과장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
그녀가 누구보다 세심하다는 걸 사람들은 알고 큰누나처럼 따른다.


“과장님, 저도 등심 말고 꽃갈비 좀 주세요.”

내 앞에 쌓인 수북한 고기를 보며 막내가 투정을 부렸다.


“씁. 주는 대로 먹어. 네놈이 가장의 무게를 알긴 해?”

“그러고 보니 저, 선배랑 회식하는거 처음이에요. 웬일이에요?”

그렇게 나에게 주제를 던지며, 막내는 빠르게 내 쪽에 있던 갈비를 집어간다.
녀석도 허투루 사회생활을 한건 아닌가 보다.


“서하가 친구 집에 갔거든.”

내 쪽에 있는 갈비를 녀석에게 옮겨주며 대답했다.

올 해 딸이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나와는 다르게 순식간에 친구들을 사귀더니, 오늘 파자마 파티를 한단다.

허둥지둥 가방을 싸던 나를 서하가 나무랐다.
고작 하룻밤이니 자신이 없는 동안 얌전히 있으란다.
그러면서 가방에서 비상용 손전등을 빼냈다.

참나.
나는 아직도 서하가 응급 해열제까지 빼놓고 간 것이 못마땅했다.


“그 쪽 집에 줄 선물은 제대로 골라 보냈어?”

이 과장이 무심하게 한 마디 툭 던졌다.

“고민하다가 조각 케잌 몇 개 골랐어요.”

그녀는 잠시 고민하다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미묘하게 합격인가 보다.


“그런 인사치례라도 가볍게 생각하지마. 너에 대한 평가는 곧 아이에 대한 평가가 돼.”

이 과장은 여전히 지나가는 말투로 무심하게 말했다.

“그렇다고 처음부터 가치 높은 선물도 안 좋아. 상대를 기대하게 만들어 버리거든.”

“명심할게요.”


서하가 커가면서 앞으로 훨씬 자주 있을 것이다.
이번처럼 간접적으로나 직접적으로 다른 학부모들과 교류해야 할 일들이.
이런 조언 하나하나가 소중했다.

“나도 알아 더럽고 치사하다는거. 하지만 어쩌겠어. 그러니 한 잔 받아.”

“죄송해요 과장님. 오늘도 술은 힘들거 같네요.”


그녀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대리 일?”

“아니요. 도매시장에서 과일 배달이요.”


내 대답을 들은 그녀가 기가 차다는 표정을 지었다.

“회식 끝나고 투잡 뛰러 가는 놈은 너 밖에 없을 거다. 징하다 정말.”


막내가 뭐가 좋은지 싱글생글 웃으며 내 잔에 음료수를 따랐다.
다른 테이블에서 고성소리가 들렸다.
어떤 밴드가 더 위대한지 배틀이 붙은 모양이었다.
오프스프링과 그린데이로 시작된 논쟁은 점점 다른 테이블을 향해 퍼져 나갔다.

메탈리카, U2, 오아시스, 퀸, 레드 제플린, 너바나 등등.
어느새 논리는 사라지고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밴드를 외치는 시간이 되어버렸다.



“여자친구는?”

잔소리가 마무리됐다 싶어 안심하고 있었다.
밴드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있는데, 내가 가장 거북해하는 주제를 이 과장이 꺼내들었다.


“관심 없어요, 그런거. 여유도 없고요.”

“사람들은 뭐 여유가 있어서 연애하는 줄 아냐? 사람은 사람이 필요해. 네놈도, 서하도.”

“과장님. 저는 -”

“내 딸은 이제 10살이야. 아이 친구들 중 절반은 초경을 시작했어.”


그러면서 그녀는 단숨에 술잔을 비웠다.

“화장. 속옷. 이성문제. 네 놈이 아무리 노력해도 절대 채워줄 수 없는 영역이 있다고.”


그녀가 다음으로 할 말을 듣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마지막 주 주말에 일정 비워놔. 서하랑 같이 나와도 돼. 무작정 싫다고만 하지 말고, 경험해보고 판단해.”

아니나 다를까 또 그 이야기였다.
그녀는 몇 년째 나에게 연애를 종용하고 있었다.
아무리 거절해도 몇 번이고 나한테 누군가를 소개시켜주려 시도했다.

이 과장 성격상 무언가 하기로 마음 먹으면 끝까지 밀어붙인다.
이럴 때는 강하게 끊어 내야 막을 수 있다.

“과장님. 이제 막 초등학교에 입학해서 서하도 저도 정신이 없어요.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해요. 게다가..., 집 문제 때문에 시간 내기도 힘들고요.”

낼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카드를 꺼내들었다.
그녀는 못마땅한 표정으로 무언가 말을 하려다, 이내 입을 닫았다.
그리고는 타겟을 옮겨 막내가 저지른 실수들에 대한 잔소리를 늘어놓기 시작했다.

***

이 과장은 밖으로 나와 카우치를 뒤적였다.
술만 들어가면 이 모양이다. 끊은 담배를 찾게 된다.
끊은건 아닌가? 라는 생각이 스쳤으나, 음주 시에만 피는 것이니 반은 끊은걸로 치기로 했다.

시원한 밤 공기가 스쳤다.
불판 앞에 오래 있었던 탓에 훨씬 큰 해방감이 느껴졌다.

아무리 카우치를 헤집어도 라이터가 보이지 않던 차, 막내놈이 따라나와 말을 걸었다.

“과장님. 여기 라이터요.”

“뭐야? 좀 전에 다녀온 것 같더니.”

“과장님 혼자 쓸쓸할거 같아 따라 나왔죠.”

그렇게 말하며 녀석은 칭찬을 기다리는 강아지 같은 꼴을 했다.
그 모습이 어이없어 그녀는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나와버렸다.

약삭빠른 놈은 아니다.
그저 인터넷에서 사회생활을 배우고선, 처세술의 달인을 흉내 내는 애송이일 뿐이다.
그래서 이 과장 자신도, 다른 사람들도 막내를 귀엽게 볼 뿐이었다. 본인들도 거쳐온 과정이기에.

“2차는 어디냐?”

“저는 잘 모르는데, 퇴직하신 분이 개업한 호프집이라고 하더라고요.”

“뭐야, 노래방이 아니야?”

이 과장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어.... 과장님 노래방 좋아하셨나요? 처음 알았네요.”

“그게 아니라, 오랜만에 채윤서 그놈 노래 좀 들어볼까 기대했더만.”

말을 하자 마자 이 과장은 괜한 이야기를 했다 싶어 후회했다.


“어? 채 선배 노래를 들어본적 있어요? 아! 선배가 전세사기 당했을 때?”

놀라기 보다는 의아했다.
절대 자신의 이야기를 하지 않는 채윤서 그놈의 일을 막내가 알고 있다는 것에.


“그.... 사실은 제 자취방에 채 선배가 한동안 머물렀었거든요.”


그랬던 거군.
이 과장은 한숨 대신 연기를 내뱉었다.

작년이었다.
디테일한 수법은 모르지만 집 하나에 여러 사람이 계약한, 결국은 다중 계약 사기였다.

밤 중에 받아든 전화 너머에서 녀석은 사극 드라마에서나 나올 대사를 했다.

‘과장님. 도와주세요. 은혜는 죽을 때 까지 갚겠습니다.’

부랴부랴 차를 몰고 도착한 곳은 맥도날드.
바퀴가 빠져 기울어진 캐리어 하나. 그리고 아동용 가방 하나. 그들의 짐 전부였다.

이 과장 자신의 집에 서하가 머물고 채윤서 그놈은 막내 자취방에 들어갔었던 모양이다. 남편이 대항권인지 뭔지에 대해 설명했으나, 귀에 들어오지는 않았다.


“자세한 설명을 못 들어서 잘 모르는데, 금액이 그렇게 컸나요?”

막내가 답지 않게 매우 조심스럽게 물었다.

“뭐가 궁굼한건데?”

날카로워진 이 과장의 목소리에 막내가 변명하듯 황급히 말들을 쏟아냈다.

“그게 아니라, 우리 회사 연봉이 적은 편은 아니잖아요? 그렇게 매일 대리운전이나 야간배달을 나가야 할 정도로 채 선배 피해액이 컸나 싶어서요.”

평소라면 적당히 대꾸하고 대화 주제를 바꿨을 이 과장이었다.
타인의 이야기를 해서 득이 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특히 회사 사람들과는.

하지만 취기 때문일까, 오랜만에 피워 몽롱한 담배 때문일까.
아니면 속은 뭉개져 썩어갈텐데, 항상 싱글싱글 웃고다니는 채윤서 그 놈의 면상 때문일까.
이 과장의 입에서 결코 나오지 않을 말이 나왔다.

“전세 사기 당하기 훨씬 전부터 빚이 있었어. 네가 상상도 못할 정도의 빚이.”

채윤서의 첫 인상이 떠올랐다.
이제 막 들어온 인턴주제에 겸업 허가 서류를 들고 부장실로 들어가는 모습을 기가차서 바라봤었다.

아니나 다를까 호통소리가 들리는가 싶더니 이내 잠잠해졌다. 그리고 의기양양한 표정과 함께 채윤서 그놈이 걸어나왔다. 손에는 날인 찍힌 겸직 허가서와 부장이 작성한 보충 사유서가 들려 있었다.

“연봉 전부를 털어넣어도 이자도 못 갚아.”


막내가 머릿속에서 빠르게 계산하는 소리가 들렸다.

“어..., 그럼 개인 파산이나 회생을....”

“똑똑한 놈이야. 안 하는 데엔 사정이 있겠지.”

“전혀 몰랐어요. 항상 밝게 웃고 계셔서.”


그래, 그 미소가 문제다.

그런 아이들이 있다.
넘어져도 울지 않는 아이.
무릎이 까져 피가 철철 흐르는데도 싱글싱글 웃는다. 자신의 아픔보다 상대의 안심이 우선인 것이다.
그걸 보고 있노라면, 속상함과 걱정이 되려 화로 변한다.



“그런 생각 해본 적 없냐? 저렇게 답답하게 살아서 어떡하냐는 생각. 질릴만큼 봐 왔다고. 세상이 얼마나 더럽고 치사한지를. 한 인간이 어떻게 무너지고 패배하는지 너무 잘 안단 말야.”

뭐라 대꾸할 말을 찾지 못하는 막내를 향해 이 과장은 계속 말을 이었다.

“짜증난다고. 아프면 그냥 잠시 누워 있어도 되잖아. 왜 자꾸 꾸역꾸역 일어나는건데. 보는 사람이 아슬아슬하다고 정말. 그리고 일어 났으면, 제대로 한방 먹여주기라도 하던가.”


“과장님은 그...,참 따뜻한 분이시네요.”

“정직하고 성실한 사람이 이기는걸 보고싶은게 나 혼자 뿐인거 같다.”

힘없이 말한 이 과장이 뒷 문장을 속으로 삼켰다.

‘요컨대 말이야. 나는 채윤서 그 새끼까 성공하는 꼴을 반드시 봐야겠다는거야.’


취해서 한 이야기니 잊으라는 말과 함께 돌아서 들어가려는데, 막내가 움직이지 않았다. 뭐하는 건가 싶어 바라보니 진지한 얼굴로 생각에 빠져 있었다. 그러더니 불쑥 내뱉었다.

“해보죠. 저도 도울게요.”

“뭐?”

“채 선배가 이기는도록 해보자고요.”

“뭐라는거야?”

“제가 촉이 정말 좋거든요. 왜 진부한 이야기 있잖아요. 살면서 반드시 기회가 찾아온다는 이야기. 조만간 채 선배에게 그 기회가 올거같은 느낌이 들어요.”

장난이 아니였다. 막내는 심각하게 말하고 있었다.

“그런데..., 뭐랄까. 채 선배 성격상 그 기회를 전부 활용 못 할 것 같단 말이죠. 그러니 옆에서 우리가 돕자구요.”

그러면서 막내는 불쑥 손을 내밀었다.
그 기세가 너무 당당해, 이 과장은 얼떨결에 막내가 내민 손을 맞잡았다.

“그럼 동맹 체결이네요.”

그렇게 말하며 활짝 웃었다.
지금껏 막내놈이 지은 웃음 중에 가장 근사한 것이였다.


“무슨 자신감이야? 뭐 아는거라도 있어?”

“그냥 느낌이에요, 느낌. 하지만 조만간이에요. 정말 조만간.”

마치 자신한테 되뇌이듯 말하는 말투였다.




“그나저나 채 선배가 노래를 그렇게 잘한다고요?”

“그건 노래라고 할 수 없어.”

“네?”


서하를 맡고 얼마간 시간이 지나, 새로 머물 곳을 구하자 녀석이 답례로 밥을 사주겠다 했다.
그 때 녀석이 취한 모습을 처음으로 봤다.

이번에는 제대로 먹혀 들었다느니, 카운터가 제대로 들어왔다던가, 다음 라운드는 자신이 이길 거라는 등. 알 수 없는 소리를 해댔다.
그리고 으레 그 ‘풀 초와 대나무 죽이 모두 들어간 이름’ 이야기를 끝없이 반복했다.

취한 녀석을 그대로 집에 데려갈 수 없어 택한 곳이 노래방이었다. 토끼 밥이니 죽순이니, 마음껏 소리치고 풀어내기를.



녀석은 마이크를 마치 깨지기 쉬운 소중한 물건 마냥 다뤘다.
두 손으로 꼭 감싸않은 자세가 애틋하기까지 했다.
고른 곡은 [청춘].

청승맞음에 콧방귀를 뀌고 있는데, 녀석이 첫 마디를 노래했다.
순간 숨을 쉴 수 없었다.

절로 시선이 녀석에게 향했다.
취해서 구질구질해진 사내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눈이 하도 투명해, 인간의 눈처럼 보이지 않았다.

전율을 토해내는 숨을 기다려주지 않고 반주는 계속됐다.
한 음절. 한 음절.

이 과장은 주먹을 움켜쥐었다.
벌어진 입 옆으로 저도 모르게 흘린 눈물이 타고 지나갔다.

채윤서의 모습을, 이 과장 자신이 느끼는 감정을.
어떤 단어로도 표현할 수 없었다.

그저.
그건 노래가 아니였다.
이런걸 노래라고 말하지 않는다.


그건 절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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