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마이너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나폴리탄] 나 지금 너에게 가고 있어

하나즈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5.08 05:11:48
조회 1851 추천 16 댓글 1
														






너와의 봄은 참 아름다웠어



일이 끝나고 집으로 가던 길

문이 잠긴 역 계단에 홀로 앉아 있던 너를 처음 본 날, 난 첫 눈에 사랑에 빠졌어

용기 내어 너에게 말을 걸었고, 너는 내게 수줍게 미소지었지

그게 우리의 첫 만남이었어

우리는 빠르게 친해졌고, 곧 연인이 되었어

함께 나들이도 다니고, 맛있는 것도 먹었지

돌이켜 보면 모두 아름다운 추억이었지만

하지만 그 무엇보다도

내 옆에 있는 네 미소가 너무나 아름다웠어







너와의 여름은 참 재미있었어



우린 처음으로 함께 여행을 떠났었지

기차를 타고 한적한 바닷가 마을의 작은 오두막집으로 말이야

밤늦은 시간에 너와 단둘이 모래사장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었지

너는 그 고운 손으로 모래를 한 움큼 쥐었다 떨어뜨리며

나를 보고 환하게 웃어줬어



하지만 나는 알 수 있었어

너의 눈망울 깊은 곳에 비친 두려움을

너의 아름다운 미소 뒤편의 불안을 말이야







너와의 가을은 참 이상했었어



너는 어느 순간 말수가 없어졌어

뭔가에 쫓기기라도 하는 듯

하루 종일 불안해하고, 걱정했어

내가 일하러 나갈 때면, 너는 내 손을 꼭 붙잡고 한참 동안이나 나를 막아세웠지

나는 그런 네가 너무 걱정되어 너와 있는 시간을 늘리기로 했어

이직을 각오하고 회사엔 사직서를 냈지

이쯤 되니 너도 내 진심을 알아준 것 같아 기뻤어

어느 날, 너는 내게 조심스럽게 말을 건넸어

나를 진심으로 사랑하냐고

나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네게 대답했지

“당연하지.” 라고 말야.

난 그 때 내가 한 말을 후회하지 않아

다시 돌아가도 네게 몇 번이고 말해줄거야

“진심으로 너를 사랑해” 라고







너와의 겨울은 참 슬펐었어



첫눈이 오던 날, 너는 내게 말했어

너와 보낸 매 순간이 꿈만 같았다고

하지만 이제 곧 떠나야 한다고

아빠가 나를 찾아버렸다고


혹시 내가 사라지더라도


절대 나를 찾으려 하지 말라고

나는 네게 말했어

아버지가 오시면 나도 인사를 드리고 싶다고

너와의 관계를 정식으로 말씀드리고 허락받고 싶다고 말이야

너는 슬픈 눈빛으로 고개를 저었어

그러곤 대답 대신 나를 꼭 안아주었지

그날 밤, 너는 내 품에 안겨 말했어

“미안해” 라고

내가 이유를 물어도 너는 계속 내게 사과를 반복할 뿐이었어



12월 31일, 네가 사라졌어.

아침에 눈을 떠 보니 너는 이미 사라진 후였지.

침대 옆 너의 자리에는 네가 쓴 손편지 한 장이 놓여있었어

이제 그만 모두 잊고 행복하게 살라고


그동안 고마웠다고 말이야






그 날 달이 지구에 찾아왔어

아빠가 날 데리러 왔어

너는 한 줄기 빛이 되어 떠나갔지

난 이제 떠나야 해

달에서 온 공주는 순백의 은빛 계단을 타고

어쩔 수 없이 아빠의 손에 이끌려

나를 두고 사라져 버렸어

너를 두고 떠나가야 해

멍한 표정으로 TV 생중계를 보던 나는

절대 나를 찾으러 오지 마

네게 잘 가라는 인사도 하지 못하고

제발 부탁이야. 나를 잊고 너의 삶을 살아

그렇게 너를 떠나보내고 말았어

그렇지 않으면 너는... 아마...










너와의 봄은 참 아름다웠어




나는 그 봄을 아직 기억해


그 날 이후로, 난 너를 만나기 위해 평생을 바쳤어


사령선에 올라탈 자격을 얻기 위해 말이야


그리고 지금, 너에게 닿기까지 한 걸음을 남겨둔 내가 여기에 있어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난 한 순간도 너를 잊은 적 없어





조금만 기다려줘.

제발... 안돼...


나, 지금, 너에게 가고 있어.

널 사랑해. 그러니까 오지 말란 말이야...















추천 비추천

16

고정닉 2

0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말머리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 설문 모태 솔로도 구제해 줄 것 같은 연애 고수 스타는? 운영자 25/07/21 - -
- AD 지금 뜨는 신상 먹거리! 운영자 25/07/21 - -
14803 공지 나폴리탄 괴담 갤러리 이용 수칙 (25.1.28) [20] 흰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4.03.29 74371 326
14216 공지 나폴리탄 괴담 갤러리 명작선 (25.7.14) [28] 흰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4.03.17 490043 319
30011 공지 [ 나폴리탄 괴담 마이너 갤러리 백과사전 ] [26] winter567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5.02.28 9180 49
20489 공지 FAQ [25] 흰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4.08.04 5455 86
38304 공지 신문고 winter567(218.232) 25.07.21 133 10
38466 나폴리 생존 수칙을 적어주세요, 당신이 적은 수칙은 다음 사람에게 힘이 됩니다! [3] ㅇㅇ(182.210) 06:07 28 0
38464 나폴리 지옥은 낯설지만 생각보다 견딜만하다. ㅇㅇ(175.193) 05:24 40 1
38463 잡담 가짜광기도 잘 받아주는 gpt ㅇㅇ(116.124) 04:15 38 0
38462 잡담 gpt에게 쓸데없는 거 물어보기 2 ㅇㅇ(116.124) 02:10 52 1
38461 잡담 gpt에게 쓸데없는 거 물어보기 [1] ㅇㅇ(116.124) 02:02 91 0
38460 잡담 귀신 헬리콥터 [5] 122018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1:29 139 1
38459 찾아줘 그 오두막에서 하룻밤 자는 규칙괴담 아는사람? [4] ㅇㅇ(118.36) 01:01 134 0
38458 찾아줘 괴담 찾아주실분 [6] ㅇㅇ(119.201) 00:56 66 0
38457 나폴리 재난은 내 방 옷장에서 시작된다. [9] 김낙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0:32 308 13
38456 잡담 오늘은 무슨 일이 있었니? [1]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0:28 52 2
38454 잡담 모 대학교 에브리타임에 게시된 신입생 안내문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0:06 159 3
38453 잡담 아 소재는 있는데 어떻게 써야할지 모르겠다 [1] dhodlfowjdakf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0:06 52 1
38452 잡담 지켜보는눈빨리써줘제발써줘 [1] ㅇㅇ(118.235) 07.23 96 0
38451 잡담 괴이 대응 지침 ㅇ ㅇ(61.74) 07.23 45 1
38449 잡담 이제보니 내 글 명작선에 있었네 [2] 해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23 121 1
38448 규칙괴 규칙서가 만들어지는 법 - 인주 시립병원 탈출 지침.txt [6] Nevermore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23 241 14
38447 사례괴 선택에 책임을 질 준비가 되셨습니까? [3] 드럼통형거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23 238 4
38446 찾아줘 이 괴담좀 찾아주세요 [2] ㅇㅇㅇ(218.236) 07.23 80 1
38445 나폴리 처음써봄 [6] ㅇㅇ(59.5) 07.23 247 3
38444 잡담 180° = R [8] ephemera.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23 281 5
38443 잡담 물질을 관통할수 있는 녀석을 잡아서 연구하면 노벨상 네개는 거뜬하데 [1] ㅇ ㅇ(61.74) 07.23 108 2
38442 잡담 괴담 잘 쓰는 팁 같은 거 없나 [3] ㅇㅇ(1.235) 07.23 122 0
38441 잡담 나찰 [2] .(222.116) 07.23 59 0
38440 잡담 콜라를 마시지 마. [10]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23 270 6
38439 규칙괴 본 제품을 구매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4] #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23 472 5
38438 연재 강원도 괴담 사례 - 여행 1일차_3 [11] Quren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23 317 21
38437 규칙괴 성철아, 새로 오신분 인수인계좀 하고 와라 -1 [3] ㅇㅇ(58.127) 07.23 399 17
38436 잡담 아이를 잃어버렸다. 낲붕이(118.235) 07.23 138 7
38435 기타괴 아판타시아에서 벗어나는 방법 - 상상하세요! [4] dhodlfowjdakf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23 130 3
38434 나폴리 러스트 벨 [7] Lakehole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23 98 3
38433 연재 영겁록(永劫錄)서장(序章)전조(戰兆)이문(裏文)3 [4] 영겁성견문록쓰는놈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23 102 2
38432 규칙괴 헌정 개정안 [1] 냥꾼의시대는온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23 118 2
38431 나폴리 뭔가를 빼먹은 기분이 들었다. [10] Kassian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23 1128 36
38430 나폴리 만두 [1] ㅇㅇ(110.46) 07.23 64 1
38429 기타괴 만약 내가 가지 않았다면 아빠는 죽었을까? ㅇㅇ(118.235) 07.23 103 3
38428 기타괴 상인시청 시장실 방문수칙 [2] 케요네즈치킨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23 112 3
38427 찾아줘 커뮤형식글좀 찾아줘 ㅇㅇ(14.37) 07.23 83 0
38426 기타괴 열 꼬마 인디언 ㅇㅇ(39.7) 07.23 73 3
38425 잡담 노트북이 나한테 말거는데 [5] ㅇㅇ(58.239) 07.23 204 3
38424 잡담 괴이는 우리보다 더 높은 곳에 있다 [7] Nevermore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23 616 25
38423 잡담 왜 자꾸 글 짤리냐 [3] 드럼통형거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23 129 1
38422 잡담 괴담에서 아이들에게 해를끼치지 않는 괴이들은 [4] 아미쿠스뱃살포식자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23 265 3
38421 연재 강원도 괴담 사례 - 여행 1일차_2 [11] Quren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23 508 24
38420 나폴리 127광년 너머에서 [2] 페르기우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23 146 8
38417 찾아줘 이거 좀 찾아주삼ㅠㅠ [2] ㅇㅇ(118.235) 07.23 159 0
38416 잡담 거의 1.5년만에 들어왔는데 왜 이렇게 잘 쓴 글이 많지 [1] ㅇㅇ(115.136) 07.23 232 3
38415 기타괴 내 이름은 강일협 ㅇㅇ(119.198) 07.23 76 2
38414 나폴리 먹지 마 [1] ㅇㅇ(211.235) 07.23 117 3
38413 규칙괴 지하실 탈출법 [굳이 엘리베이터를 타신분들] [2] 케요네즈치킨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23 286 4
38412 찾아줘 예전에 재밌게 본 나폴리탄 괴담인데 [4] ㅇㄷㄷㅇㄴ(120.50) 07.23 241 0
뉴스 방시혁도 웃었다! 의정부고 졸업사진, LA 화제의 투샷 100% 재현 디시트렌드 07.22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