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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장. 편부모
"그럼, 요우쨩! 월요일에 또 봐!"
"응, 아르바이트 힘내"
"요우쨩도 아르바이트 힘내! 다음에 한 잔 하러 갈테니까!"
"응! 기다리고 있을게!"
4교시 강의가 끝난다. 'Little Cage'라는 거처가 생긴 이후로 나는 더 이상 정보의 파도에 휩쓸리지 않는다. 사람의 바다에 빠지는 일도 없어졌다. 마이페이스로 살아가는 중에 5명의 단짝이 생겼다. 똑같이 음식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아이, 똑같이 시골 마을에서 와서 하숙하고 있는 아이, 똑같이 스포츠를 하고 있는 아이, 비슷한 라인업으로 강의를 듣고 있는 아이.
어떤 딱 좋은 공통점을 찾아내 필요한 상대만을 선택할 수 있게 되었다. 아마 그것이 자연스러운 인간 관계가 생기는 방식일 것이다. 누군가 굉장한 사람이 끌어당겨서 그러모은 인간 관계는 그 목적을 달성한 후 역시 어딘가에서 무리라든가 파탄 같은 것이 생길지도 모른다.
우리들 역시 마찬가지다. 'Aqours'에는 9명의 여자아이가 참가하고 있었지만 그로부터 2년이 지나서 자주 연락을 하는 건 애초부터 절친이었던 치카쨩 정도고, 요약하자면 스쿨 아이돌을 시작하기 전과 같은 상태로 돌아가 버렸다. 그리고, 한 명 더 사이 좋은 소꿉 친구가 있긴 하지만 그 녀석은 전파가 닿지 않는 곳에 있는 경우가 많아서 직접 얼굴을 마주할 때까지 내버려 두기로 했다.
그리고 한 명 더, 연락을 하고 싶지만 할 수 없는 사람이 근처 동네에 있다.
………
"찌는듯이 더워졌네~"
"도쿄는 고향보다 더 덥네요. 반사가 심하다고 해야하나, 통풍이 잘 안된다 해야하나"
"그 참신한 로고 캡, 에리쨩이 보면 짜증낼지도 모른다구?"
"어째서인가요? 중 1때부터 썼었는데요?"
아직 밝은 오후 5시 반. 대학에서 자전거를 타고 날듯이 하숙집에 땀투성이로 돌아와, 얼른 샤워를 하고 'Little Cage'로 찾아 온다. 가게 뒤에 자전거를 두고 단단히 자물쇠를 건다. 오늘도 에리 씨는 일이 끝나고 오기 때문에 코토리 씨와 둘이서 개점 준비에 들어간다. 이렇게 둘이서 일하고 있는 시간이 정말 좋아서, 코토리 씨는 '혼자서도 괜찮아'라고 말하지만 무심코 얼굴을 내밀고 만다.
"요우쨩, 우리 가게를 마음에 들어하는 건 좋지만"
"뭔가요?"
"지금의 페이스로 일하면, 간단히 부모 부양에서 벗어나니까"
"네? 그게 무슨 말이에요?"
코토리 씨가 웃으며 설명해 주었다. 수입이 백여만엔을 넘기게 되면 제대로 자립하고 있는 사람으로 취급되어 아버지의 부양 가족에서 빠지게 되는 것 같다. 그렇게 되면 본가의 세금 부담이 커진다고 한다. 1월~12월의 기간 동안 백여만엔이라고 하니까 4월부터 일하고 있는 나는 월에 10만을 일해도 괜찮을 것이다.
괜찮을 테지만, 6월의 아르바이트비는 18만 정도였어서 겁을 먹었다.
"망년회 시즌에 활동 한계를 맞으면 에리쨩한테 호되게 당할거라구?"
"그, 그렇게 말씀하셔도. 그럼, 적당히 깎아주세요"
곤란해서 그리 대답하자, 코토리 씨는 장난감 총을 맞은 비둘기 같은 얼굴이 되었다. 아무리 그래도 그건 사람이 너무 좋은거라면서 웃었다. 그래도, 마음이 편하니까 여기에 와 있는 부분이 커서 시급은 좀 더 낮아도 된다고 말했다.
"그럼, 급료의 일부를 하나요 씨처럼 현물로 지급해도 괜찮아요"
"정말, 요우쨩, 오히려 제멋대로라구?"
"그렇지만 정말로, 지금도 전혀 '일'을 하고 있다는 의식이 없으니까"
"그렇지만 말야~, 직장에 있으면서 뭔가 하고 있는데, 돈을 주지 않을수가 없어~"
코토리 씨는 고용주의 얼굴을 하고 기가 막혀했다. 거의 주 5일에, 개점의 일손을 돕는 것부터 가장 마지막까지 일하고 22시 이후에는 심야 수당까지 붙어, 그건 확실히 대학생의 올바른 생활은 아닐 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이쪽도 체력만큼은 바보같이 있으니까, 제대로 1교시 강의도 나가고 있고 오히려 친구에게 노트를 빌려줄 정도로 진지하게 듣고 있다.
"그럼, 처음이랑 마지막엔 있고 싶으니까, 평일의 도중에 빠질까나. 봐요, 평일은 한가한 시간대가 꽤 있고, 하나요 씨도 있고, 피크 시간대를 제외하면 4명이나 필요하진 않잖아요?"
"도중에만 빠져서 어딜 가려구? 정말. 괜찮긴 한데, 제대로 쉬어야 한다구?"
코토리 씨는 볼을 부풀렸지만, '안 돼"라고는 하지 않았다. 처음과 마지막. 지금 이러고 있는 시간. 그리고 하나요 씨도 에리 씨도 돌아가버린 시간. 코토리 씨와 둘만의 시간을 양보할 수 없었다.
………
일요일. 나는 차 안에 있었다.
4월생인 나는 고3 여름방학에 면허를 따서 오늘은 렌터카를 운전하고 있다——는 것이 아니라, 면허는 확실히 따긴 했지만 오늘은 코토리 씨의 차에 타고 있었다. 베이지색의 경차는 그녀의 자가용으로 차 내에는 옅은 스위트계의 냄새가 감돌고 있다. 평온한 얼굴을 한 인형이라든가, 니트 커버를 씌운 문고본이라든가, 퀼팅 티슈 박스도 놓여져 있어서 마치 코토리 씨의 개인 방에 초대된 것 같아 가슴이 뛴다.
이런 전개에는 물론 이유가 있다. 바닷가 마을에서 온 데다가 수영을 했던 나는 땀이 나는 계절만 되면 몸이 근질근질 해진다. 어디 수영할 수 있는 곳은 없나요? 라고 물었더니 코토리 씨가 자주 이용하고 있는 체육관의 수영장에 데려다 주기로 했다. 단돈 500엔으로 트레이닝 머신까지 자유롭게 쓸 수 있다니 꿈 같은 이야기라 완전히 기분이 좋았었는데——.
"코토리 씨? 지금, 일시정지였는데요?"
"응?"
"아, 아니에요. 뒤돌아 보진 말고"
"잠깐 기다려봐. 큰 길로 나서니까 집중력을 세 배로 높일게"
어제의 아르바이트 중, 그 이야기를 했더니 에리 씨가 이렇게 말했다. '코토리의 차에 탈 거라면 본가 앞으로 지금까지의 인생에 감사하는 편지를 보내두는 편이 좋아'라고. 무슨 이야기인지 몰랐던 말의 의미를 조금씩 알게 되어, 눈치챈 때에는 여러가지 의미로 이미 늦었다.
"으음... 어디선가 오른쪽으로 돌았었는데"
"왜 네비게이션을 뚫어지게 보고 있는거에요? 자주 가는 곳 맞죠?"
"앗, 여기다"
"네? 지금 왜 와이퍼를 작동시킨건지 설명해줄 수 있나요?"
뭘까. 차라는게 이렇게나 무서운 탈것이었던가. 사람이 조종하고 있다는 공포는 안전 기준을 충족한 절규 머신에 비할 만한 것이 아니었고, 오히려 면허 같은 걸 갖고 있었기 때문에 더욱 불안해 견딜 수 없었다.
"조오오오아! 턴~ 라이트!"
"으아아아악"
"응? 왜그래?"
"왜 그 타이밍에 '갈 수 있다'고 생각한 건가요!?"
"됐는데?"
"직진 차량의 운전자가 세계의 끝에 도착한 것 같은 얼굴을 했었는데요!"
운전할 때 '인지・판단・조작' 이라고 배웠지만, 코토리 씨는 인지가 느린데다가 지식이 부족하고, 판단이 느린데다가 꽤나 잘못되어 있고, 조작은 직진 요-소로밖에 제대로 할 수가 없어서. 어떻게 이 스킬로 면허를 취득했는지를 전혀 모르겠는 카오스가 되어 있다.
"요우쨩, 왼쪽 괜찮아? 안보이는데 괜찮아?"
"오른쪽이 아슬아슬 하다니까요. 설명하기 귀찮으니까 바꿔도 될까요?"
"오오~, 요우쨩, 멋있어! 콘택트!"
"콘택트는 상관 없는거죠?"
마지막에는 체육관의 주차장에 내가 주차하는 처지가 되어, 네비게이션 기준으로 20분 걸리는 거리가 두 배 이상 걸렸다. 정말로 면허가 있는지를 확인했더니, 코토리 씨는 당연한 얼굴로 '골드 면허*'를 보여 주었다. 자동차는 의외로 사고가 나지 않는 탈것이구나 하고, 아직 초보 운전자인 나였지만 조금 안심했다.
* 운전면허를 처음 취득한 날 혹은 마지막 교통사고로 부터 5년 동안(최소 만 23세 이상) 그 어떤 교통법규 위반도 없이 무사고를 달성한 경우 발급되는 면허
수속을 하고 생각보다 훨씬 깨끗한 라커룸에서 수영복으로 갈아입는다. 오랜만에 입는 푸른 경기용 수영복이 기분을 고양시킬 정도였기 때문에, 봄철 스트레스의 원인은 물에 들어가지 않았기 때문임을 확신했다. 이렇게 스마트폰 따위를 손에서 놓고 수영복 한 벌만을 가지게 되면 정보의 홍수에 빠지지 않아도 된다.
"요우쨩, 등도 어깨도 근육질이네~"
"이래뵈도 고등학교 때 근육이 많이 빠졌는걸요?"
근육질과 정 반대인 코토리 씨와 실내 수영장으로 향한다. 코토리 씨는 이상적인 여자아이의 몸매를 하고 있어서 정말 부럽다. 제대로 굴곡이 있고, 손발은 유연하고 부드러워 보이고, 불규칙한 생활인데 피부도 반짝반짝 빛나고. 아까 탈의실에 있던 사람 중에서 단연코 가장 미인이라고 할 수 있었다, 라니, 얼굴은 관계 없잖아.
수영장으로 이어진 문을 연다. 놀랍게도 '50m' 수영장이라 단번에 흥분해 버렸다. 노인 등으로 가득할거라고 생각했지만 텅 비어있어서 두근두근한다. 어린 아이처럼 달려서 뛰어들고 싶은 욕구를 억누르면서 흰색 캡을 쓰고 고글을 머리에 올린다.
자, 헤엄치자! 하며 뺨을 쳤을 때, 그렇지만, 큰 소리로 누군가 말을 걸었다.
"어라!? 코토리쨩!?"
둘이서 돌아보았다. 오렌지색 머리카락을 어깨까지 기른 여자아이, 그래, 아직 '여자아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의 사람이 과장되게 손을 흔들고 이쪽으로 달려오다가 감시원에게 주의를 받고 있다. 그러더니 경보 같은 총총 걸음으로 우리 앞까지 와, 온 얼굴에 웃음을 피웠다.
"호노카쨩! 오랜만이야~!"
코토리 씨가 손을 흔들며 반가워한다. 호노카쨩. 코사카・호노카. 그 'μ's'의 시작점. 스쿨 아이돌계의 전설을 만든 사람. 그런 거창한 직함이 존재했다는 것을 잊어버릴 정도로, 그저 밝고 사근사근하며 에너지 넘치는 여자아이가, 조금 전까지 수영한 듯 젖은 검은색 경기용 수영복 차림으로 눈 앞에 서 있다. 치카쨩처럼 긍정적인 힘이 느껴진다.
"우리 가게에서 아르바이트하고 있는 와타나베 씨야. "요우쨩"이라고 부르고 있어"
"처음 뵙겠습니다. 와타나베 요우입니다. 요일의 '曜'라고 씁니다"
"요우쨩이네! 호노카야! 잘 부탁해!"
금세 소개 받는다. 치카쨩이 동경하는 사람들에게 알려진다. '특권'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부족한 느낌이 든다. 호노카 씨는 좋은 의미로 '보통'의 건강한 언니라, 오히려 노조미 씨나 마키 씨 쪽이 '특별'하단 인상을 받아 당황스럽다고 할까, '전설로부터의 세월'이란 것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요우쨩, 고등학교때까지 수영부였으니까, 수영장을 정말 좋아한대"
"오옷? 그럼, 호노카랑 승부해볼까!?"
인사도 적당히, 호노카 씨는 하얀 캡을 손끝으로 돌리며 웃었다. 코토리 씨와 동갑이니까 사회인일텐데, 1인칭은 아이처럼 '호노카'이며 마치 신환회에서 만난 선배들처럼 가볍게 분위기에 올라타 말을 건다. 갑자기 이쪽 판에 올라선 '승부하자'라든가, 말하기 쉽지 않은데 전혀 주눅들지 않는다.
"좋아요. 핸디캡 드릴게요"
"필요없다구! 호노카도 아주 예전에 수영부였는걸!"
"그럼, 없는걸로. 왕복 100m 대결로 할까요?"
"100이면 금방 끝나니까 200으로 하자 200!"
어라? 라고 생각하면서 캡을 쓰고 수영장으로 들어갔다. 뛰어들면 안 될 것 같아서 벽을 차며 스타트하는 규칙으로 했다. 고글을 낀다. 오랜만의 수영장에 몸이 신바람이 나서 기뻐하고 있다. 그건 그렇고 '200m'라니, 공백을 생각하면 거리는 짧게 하고 싶어 할거라고 생각하지만 말이지. 신기해하는 사이에 코토리 씨가 스타트대에 앉아 '준비~'라고, 느슨하고 기운 빠지는 듯이 신호를 하기 시작했다.
"좋-아, 파이토다요!"
호노카 씨가 수영장에 울려 퍼지는 목소리로 외쳤다. 파이토다요. 치카쨩이 정말로 듣고 싶어 하던 호노카 씨의 캐치 프레이즈. 그걸 라이브로 들었던 것은 확실히 '특권이네'라고 생각했다.
"출발~~~~!"
코토리 씨의 목소리에 웃음을 터뜨릴 뻔 하면서 벽을 찼다. 응. 중학교 시절, 나는 하이 다이빙을 주로 해 왔지만 수영 경기 쪽도 꽤나 자신감이 있었고, 중 3때의 베스트 타임은 현에서도 위에서 3명 안에 들어 있었다. 그러니까, 웬만해서는 질 리가 없을 것이다.
얼마나 접전으로 끌고 갈까를 계산하던 나는, 하지만, 옆 코스의 호노카 씨가 눈 깜빡할 사이에 앞으로 간 것을 보고 깜짝 놀람과 동시에 오랜만에 투쟁 본능이란 놈이 눈을 떴다. 자질구레한 것을 일일히 생각하는 능력까지 전부 수영하는 쪽으로 돌려 타임슬립을 한 듯 중학교 때로 돌아갔다.
그래. 지칠 때까지 수영을 하던 시절에는 끙끙 고민하던 일 따위 한 번도 없었다.
첫번째 턴을 했을 때, 호노카 씨는 아직 한참 앞에 있었다. 어쨌든 턴을 하는 것을 제대로 눈으로 봤을 정도니까, 문자 그대로 상당히 물이 열려 있었다. 호노카 씨의 퀵턴은 충분한 경험을 쌓은 스위머의 것이었다. 회전하는 손에도, 물장구에도, 거의 쓸데없는 움직임이 없었다. '아주 옛날'이라고 말했지만, 그 호노카 씨니까 진지하게 몰두하고 있던 게 분명하다. 그렇기 때문에 놀이긴 해도 절대로 지고 싶지 않았다.
"힘내라 힘내라~"
물의 저편에서 코토리 씨의 적당한 응원이 들려왔다. 호노카 씨의 두 번째 턴을 또다시 볼 수 있게 되어버렸다. 아직 3초 정도의 차이는 있다. 눈대중으로 5m가 안되는 차이일까. 적어도 100m로 승부했다면 압승하기는 커녕 부끄러운 수준으로 완패했을 것이다.
턴 하고 쫒아간다. 겨우 폼의 깔끔함이 돌아와 물 속에서 몸이 불타올랐다. 수험공부 때는 운동을 게을리 했고 최근은 자전거를 타는 정도로밖에 움직이지 않아서 나도 체력은 꽤 떨어져 있었다. 하지만 스쿨 아이돌 같은 걸 한 덕에 근성만큼은 아직 남아 있다. 가벼운 준비운동밖에 하지 않았지만 최대한의 스피드로 스크류처럼 물을 찬다.
150m의 턴을 1초 정도의 차까지 좁혔을 때, 겨우 승산이 보이기 시작했다. 호노카 씨의 스피드가 알 수 있을 정도로 떨어져 있어서 마지막 25m 즈음에서 유유히 앞질렀다. 마지막은 전력을 다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떨어져 있어서, 응, 결과만을 보면 예상대로 낙승으로 끝났다. 근데 말이지.
내가 고글을 벗자마자 호노카 씨가 따라잡아 결승점을 통과했다.
"우와아아아아, 호노카 완전 지쳤다! 역시 아줌마가 된거야!?"
"호노카쨩 너무 뛰었다구~"
똑같이 고글을 벗은 호노카 씨는 눈을 크게 뜨고 진심으로 분한 듯 했다. 코토리 씨는 그런 절친을 가리키며 폭소하고 있었다. 호노카 씨가 이쪽을 보고 손을 뻗어와서 꽈악하고 악수를 나누었다. 나는 아직 동요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손을 잡은 채 물어보았다.
"저기, 저, 현에서도 베스트 3에 들 정도였다구요?"
"호노카쨩은 있지, 중학교 때 개인혼영 200m에서 도대회 3위였다구"
코토리 씨가 쿡쿡하고 전말을 밝혔다. 에헤헤. 호노카 씨가 장난스럽게 웃는다.
"도쿄에서 3위라니, 그런 건 먼저 말해주세요!"
"그러니까 5년분의 '노화'를 생각해서 200으로 했는걸"
100에서 질 생각 따위 조금도 없다고 말하고 싶은 듯 했다. 내 판에 올라온 듯이 가장하고선 약삭빠르게 자신의 판으로 끌어들이고 있었다. 그리고 세세한 이야기를 할 필요 없이, 나는 호노카 씨를 단번에 좋아하게 되었다. 결국, '운동 바보'를 가장 빠르게 오픈 시키는 것은 '진검 승부'임에 틀림 없고, 호노카 씨는 그걸 금방 간파했던 것이다.
풀 사이드에 올라가 호노카 씨의 등을 보았다. 잘 만들어진 등은 마주보고 있을 때보다도 한참 크게 보여서, 이 등으로 코토리 씨를 포함한 8명을 이끌고 왔다는 것을 납득했다. 이런 사람에게 '스쿨 아이돌 하지 않을래!?"라고 손을 이끌렸다면, 아마 '할게요!'라고 즉답해 버렸겠지.
"좋-아! 오늘은 코토리쨩의 가게에 가볼까!?"
"엣? 바쁘지 않아?"
지금 정해버렸으니까 갈거야. 호노카 씨는 미소지은 채 약속하고, 이미 꽤나 긴 시간 수영했던 것 같아서 그대로 실내 수영장을 뒤로 했다. 온지 얼마 되지 않은 우리는 호노카 씨의 해바라기 같은 존재감의 여운이 사라질 무렵, 간신히 헤엄치러 왔다는 것을 생각해 냈다.
"요우쨩 멋있네. 완~전 다시봤어"
다시 수영장에 들어갔을 때, 코토리 씨가 감탄해 줘서, 꽤나 기뻤다.
………
그날 밤.
오랜만에 수영해서 졸음이 쏟아지던 7시 즈음, 딸랑딸랑 문의 종이 울렸다. 주방 옆에 있던 나였지만, 코토리 씨가 '호노카쨩이려나?'라고 말해서 현관 쪽으로 발을 돌렸다. 손님은 정말로 호노카 씨였고, 하지만, 보더 폴로 셔츠에 하얀 치노팬츠 차림의 떡 벌어진 남자와 함께였다.
근처에 있던 하나요 씨가 '어서 오세요'라며 다가온다.
"오옷!? 하나요쨩이다! 제대로 살아있었네!?"
"나름대로 씩씩하게 살아있으니까!"
하나요 씨가 주방 근처의 2인용 테이블로 둘을 안내한다. 카운터의 에리 씨가 '오랜만이네'라고 말을 건다. 호노카 씨는 '바빴어서. 미안해'라고 가볍게 인사한다. 가게의 분위기가 한 순간에 밝아진 것 같다. 역시 여기 있는 멤버에게 있어서 호노카 씨는 지금도 태양이구나 하고 생각한다.
"앗, 요우쨩! 그 모습 어울려!"
"수영장에서 신경 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일단 대답을 했다. 대답은 했지만, 같이 있는 남자가 신경쓰여서 어쩔 수가 없다. 그렇지만 에리 씨도 코토리 씨도 하나요 씨도, 그 사람의 존재가 '당연'한 것처럼 무시하고 있어서 아무도 설명해주지 않고 있었고. 손님의 프라이버시에 발을 내딛는 것은 실례지만, 호노카 씨는 일반적인 손님이 아니니까 괜찮으려나.
"저, 호노카 씨, 남자친구 분이신가요?"
시원하게 쳐낸 짧은 머리. 키는 보통이지만 럭비나 미식축구라도 한 듯한 체격. 하지만, 눈빛이나 입가는 온화한 분위기에, 제대로 단련한 듯한 곰돌이 푸 같은 느낌. 밝고 순진한 호노카 씨와 잘 어울린다고 태평하게 잘난듯이 생각했더니, 호노카 씨는 커다란 눈을 생긋 뜨면서 '음.... 전 남친이려나'라고, 태연한 얼굴로 그렇게 말했다.
"엣? '전 남친'인데, 술을 마시러 올 정도로 사이가 좋나요?"
"요우쨩은, 코토리쨩이랑 비슷한건가 하고 생각했지만, 성실한 부분은 우미쨩이네"
아직 웃고 있는 호노카 씨의 말을 이해하기도 전에 둘은 먼저 테이블에 앉아버렸다. 하나요 씨가 놓여있던 '물수건'을 같은 타이밍에 펼쳤다. 그 때가 되어서야 겨우 눈치챘다. 호노카 씨와 그 '전 남친'이 왼손의 약지에 같은 반지를 끼고 있는 것을.
"에엣!? 호노카 씨, 결혼한 건가요!?"
혼자 놀라 버려서, 코토리 씨와 다른 분들은 뒤에서 웃고 있었다. 스태프 중에서 나만 모르는 것은 당연하고, 아직 20대 초반인데도 결혼했다는 것은 의외였다. 그 'μ's'의 절대적인 에이스였던 호노카 씨는 멤버 누구보다도 빠르게 '흔한' 행복을 누리고 있었다. 그렇게 생각하자니, 왜인지 치카쨩도 20살 정도에 간단히 결혼해버릴 것 같아 두근두근 거렸다.
"호노카는 올해 3월에 결혼했어. 멋진 결혼식이었지"
주문을 기다리지 않고 에리 씨는 병에 담긴 논알콜 맥주와 맥주잔의 맥주를 날라온다. 호노카 씨 쪽에 맥주잔을, '남편분' 쪽에 논알콜 맥주와 잔을 둔다. 코토리 씨는 직접 찾아가 요리 주문을 받고 있다. 마치 아이돌이 온 것처럼 활기차 있다.
호노카 씨의 열렬한 팬이었던 치카쨩에게 줄 간단한 선물로 뭔가 하나쯤 'μ's'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졌지만, 분명 내가 들은 시점에 현실감 없는 '전설'에 지나지 않아 치카쨩에게 들려줄 때에는 실감이 나지 않는 '옛날 이야기'로밖에 전해지지 않을 것이다.
그녀들이 만들어 낸 위대한 전설과, 우리들이 만들어 낸 작은 이야기, 거기에 접점은 아무것도 없다. 하지만, 그녀들은 내 눈앞에 이렇게 존재하고 있고 각자의 지금을 제대로 살아가고 있다. 사람이 성실히 살아가고 있으니까 사랑도 하고, 대립도 하고, 결혼도 한다. 즉, 그런 것이다.
………
가게 문을 닫은 후, 내일은 월요일이니까 코토리 씨와 둘 뿐이었다. 코토리 씨는 스마트폰에 저장되어 있는 사진을 보여 주었다. 호노카 씨의 결혼식 때 사진이었다. 순백의 드레스를 입은 호노카 씨와 턱시도를 차려 입은 남편분이 채플의 뜰에서 팔짱을 끼고 있는 사진이었다. 외부인이었던 나에게 있어서 그건 식장의 팜플렛 사진처럼 현실감이 없었다.
호노카 씨는 작은 회사에서 사무직을 하고 있고, 남편분은 빵집에서 일하고 있어. 언젠가는 자신들의 가게를 열려고 생각하고 있어. 두 사람의 현재를 간단하게 소개한 뒤, 코토리 씨는 카운터에서 셰이커를 흔든다. 오늘 밤은 내 몫까지 만들어주기로 해서 초록빛과 노란빛이 절묘하게 섞인 아름다운 호수가 눈 앞에 펼쳐진다.
김렛의 술말은 '긴 이별'. 내일 밤에는 다시 만날 수 있을텐데. 아무리 내가 함께 있어도 코토리 씨가 만드는 칵테일은 변하지 않는다. 그것을 생각하면 쓸쓸하고, 그 쓸쓸함은 열등감으로 변해간다. 에리 씨를 질투하는 건 싫은데 대신할 수 없는 자기혐오에 이름을 붙일 수가 없다.
"아직 23살이니까 초조할 건 없지만 저런 식으로 점점 앞으로 달려 나가는 호노카쨩을 보고 있자면 자신이 '낙오되고 있다'고 생각하는 일이 자주 있어. 저렇게 결혼해서 언젠가 가정을 꾸리고, 그런 걸 지향하는게 아마 옳을텐데 그럴 마음이 생기질 않으니까"
카운터에 나란히 앉은 것은 처음일지도 모른다. 코토리 씨는 긴 대사로 말을 시작했다. 나 역시도 그런 것을 생각해 본 적은 없다. 말하고 싶었지만, 5살이나 위인 사람에게 경솔히 이야기할 수는 없었다.
"어머니는 내가 어릴 때 이혼해서 아버지의 얼굴은 기억나지 않아. 그래서일까, '부부'라는게 전혀 이미지가 떠오르지 않아서. 타인과 타인의 결합 같은 건 간단히 부서지는거라고 생각해. 그래서 있지, 소중한 인연을 발견하면, '어떻게 해서든지 부서지지 않기를'이라고 생각해버려서. 그래도, 인간 관계라는건 '부서지지 않기를'이란 생각을 하는 것만으론 언제까지고 강해지지 않는 거겠지"
코토리 씨는 김렛을 마시곤 한숨을 내쉬었다.
코토리 씨가 에리 씨에게 제대로 마음을 전하지 않는 것은 나쁘게 말하면 '겁쟁이'이기 때문이긴 하지만, 그래도, 그건 동시에 '모두에게 상냥하다'는 것이다. 노조미 씨에게 미련이 많이 남은 에리 씨에게 억지 고백을 하고, 에리 씨가 고통스러워져 떨어지고, 모두의 거처인 이 가게가 산산조각이 난다면. 그런 전개를 상상해버리면 그런 '제멋대로인' 짓 같은 걸 할 수 있을리가 없다.
내가 고등학교 시절에 리코쨩에게 아무것도 이야기 하지 못했던 것 역시, 치카쨩과 3명이서 만든, 'Aqours'의 모두와 만든 소중한 추억을 더럽히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그걸 '겁쟁이'라고 말한다면 부정은 할 수 없었다. 그러니까, 코토리 씨의 기분을 전부라고는 할 수 없긴 해도 7할 정도는 이해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제 부모님도 이혼했어요"
공유나 공감 같은게 아니라 알아줬으면 해서, 치카쨩에게도 이야기 하지 않았던 것을 이야기하기로 했다. 물론, 고향의 전통 여관의 딸인 치카쨩만은 다른 루트로 들어서 알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최소한 내 입으로 누군가에게 말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제 아버지는 고향의 페리 선장을 하고 있어서 딸인 제가 잘난듯이 말할만한 것은 아니지만, 멋있고 상냥하고 재밌었어요. 그러니까 여자들에게도 인기가 많아서. 고향에서는 '캡틴'이란 식으로 불렸고, 40살이 넘었는데도 말도 안되게 인기가 많았었나봐요"
우치우라에서는 어릴 때부터 '아빠 닮았네'라는 말을 들어왔다. 그 이야기는, 지금 생각해보면 칭찬이 아니었던 걸지도 모른다. 아버지에게는 뜬금없는 이야기가 잔뜩 있었다. 작은 마을이었으니까 소문이 퍼지는 일도 많았다. 그러니까, 어쩌면 '남자를 울리는 여자가 될 것 같네'라는, 놀림을 받고 있던 걸지도 모른다.
"아버지, 제가 생기고 나서 결혼했어요"
요즘은 속도위반 결혼 같은게 드물진 않다. 그렇지만, 아직도 맞선으로 결혼하는 일이 가끔 있던 고향에서는 속도위반 결혼 같은건 모두가 달아오르는 유쾌한 소재일 수밖에 없었다. '그 와타나베가 빨리도 독신 생활을 포기했다고!'라면서. 물론 나는 들은 적이 없지만, 그런 이야기가 된 것이라 해도 이상하지는 않다.
"아버지는 옛날부터 투박했지만 어머니는 신경질적이었어요. 고향의 사람들은 소문 같은걸 정말 좋아해서 아마 아버지와 관련된 여자 관계의 소문도 흘러 나왔을 거라고 생각해요. 어머니는 우치우라 마을에서 살아가는 것을 점점 싫어하게 된 것 같았고, 마지막에는 너무 우울해져서"
내가 10살일 때, 둘은 이혼하고 어머니는 우치우라를 떠나 본가로 돌아갔다. 아버지를 따르던 나는 마을에 남겨지게 되었다. 남자가 해야할 만한(?) 일은 뭐든지 할 수 있으면서, 집안일은 전혀 할 수 없는 아버지를 위해 요리는 물론 청소・빨래・바느질・다림질이나 마을의 반상회 일손 도움까지 무엇이든지 했다.
그런 주부의 일을 해내면서 하이 다이빙에서는 전국 수준의 성적을 내기도 해 고향에서는 치트같은 존재가 되었다. '아빠랑 닮았네' 덕분에 젊을 적의 아버지와 아마 비슷하게 인기가 많았다. 여자아이 답지 않았던 덕분에 소위 '그림의 떡'이라고 생각되지 않았던 것도 몹시 인기가 많았던 이유일지도 모른다.
"중학교 시절에는 엄청나게 고백받았지만 남자를 상대하는 건 아버지만으로도 충분했어서. 게다가 가족이 아버지 뿐이었으니까 여자아이다운 점이 전혀 몸에 배지 않아서. 보다시피 복장은 여자아이답지 않고, 화장 같은 것도 전혀 모르고, 긴장을 늦추면 남자같은 말투가 되어버리고, 제 방에 있게 되면 양반다리로 앉게 되어버리고"
거기까지 이야기하자 코토리 씨가 쿡쿡하고 웃었다.
남자아이와의 연애라든가 전혀 상상할 수 없었고, 여자아이는 치카쨩만이 계속 곁에 있어주어서, 그럼, 치카쨩을 '좋아하는'건가? 라고 생각하다보니 그게 아니라는 걸 눈치채버려서.
"역시, 요 전에 마키쨩이 데려왔던 아이가, 요우쨩이 좋아하는 사람인거구나?"
"네, 뭐, 아니, 네"
'가정 환경'과 '재능'이 성격을 비틀어버린 결과, 나는 사쿠라우치 리코를 좋아하게 되었다. 그렇지만, 리코쨩은 나와 대화하는 것 조차도 아무래도 싫어하는 것 같고 도쿄에 와서는 새빨간 타인처럼 취급하고 있다. 그러니까 뭐, 내 연애에 초점을 맞춘 이야기는 지금으로선 좌절하고 있다.
"앗, 벌써 1시네요. 죄송해요. 제 이야기만 잔뜩 해서"
코토리 씨는 아직 영업일보도 매상의 계산도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잠자는 시간이 점점 늦어지는 것을 걱정해 체력만큼은 남아도는 나는 슬슬 끌어올려야겠다고 생각했다. 코토리 씨와 자신의 비어버린 칵테일 잔을 씻으려고 했다. 그 때, 부드러운 손이 포개져서 움직임을 멈췄다.
기세로 손을 잡았더니, 코토리 씨가 바라보았다.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세계에 대해 너무나도 상냥한 이 사람에게, 그녀를 둘러싸고 있는 세계의 누구보다도 솔직하고 상냥한 사람이고 싶다고 진지하게 생각했다.
"코토리 씨?"
"요우쨩. '이야기 하고 도망'치는건 안돼"
자신이 앉아있던 의자를 움직였다. 코토리 씨의 의자와 틈이 없어졌다. 나란히 걸터앉아 몸을 기울여 코토리 씨의 가냘픈 어깨에 기대었다. 올리브유, 소스, 허브, 마늘 같이 주방에서 사용한 식재료의 냄새에 섞여 맨살에 바른 향수가 희미하게 코에 닿았다. 연상의 여성과 깊게 접할 기회가 없던 나에게 있어 그것은 처음으로 느껴보는 편안한 달콤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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