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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번역] CROSS ROAD 제11장

물붕이 2021.11.09 23:3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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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자의 능력 부족으로 인해 사투리는 모두 표준어로 번역하였습니다.


제11장. 변화


"어라? 코토리 씨, 뭐 하는 거에요?"

"뭘 하는거냐니, 보고 있는 대로라구? 이번 주는 할로윈 사양으로 할거야"


10월의 마지막 주. 강의가 끝난 길로 'Little Cage'를 방문했더니 코토리 씨와 하나요 씨가 가게 안을 열심히 꾸미고 있었다. 오렌지색 호박을 사용한 램프를 테이블에 올려 놓거나, 유령이나 박쥐를 본딴 스티커 같은 것을 창문에 붙여 놓거나 하며 가게의 분위기를 확 바꿔놓고 있다.


"할로윈 파티 기대되네요"

"그러게~. 전세 내는건 개점 파티 이후 처음이니까~"


희귀한 청바지 차림으로 코토리 씨는 접사다리를 들고 나와 천장에 장식을 매달고 있다. 왠지 보고만 있어도 위태로워 도와주기로 했다. 가을용 원피스나 스커트도 샀지만, 좀처럼 차례가 오지 않는다. 자전거 통학이 되고 나서는 청바지만 입고 있고, 토요일과 일요일은 점심때까지 자고 나서 저지로 청소나 빨래를 하는 일이 많다. 뭐, 그런 이유로 오늘도 청바지니까, 가볍게 접사다리에 오를 수 있다.


"요우쨩 대단해~. 의지할 수 있는 오빠 같아"

"이런 건 아버지한테 배운 거에요"

"청소나 빨래, 바느질 같은 건?"

"그건 아버지를 위해서 배웠어요"


대답하고 나니 엄청 파더콘 같다는 생각을 했다. 고향의 카난쨩에게는 자주 바보 취급을 받지만, 그런 카난쨩도 할아버지에게 생활 방식의 모든 것(?)을 배운 것 같으니 비슷한 것이다. 반대로, 모녀 가정에서 자란 코토리 씨는 이런 걸 전혀 하지 못하는거 같고, 무척이나 힘을 빌려주고 싶어진다.


그 날 밤.


주문이 마감된 11시에 손님이 없어서 가게 문을 닫았다. 좋아하는 칵테일을 직접 만들고 코토리 씨와 에리 씨와 카운터에서 이야기하고 있었다. 내용은 할로윈 파티의 진행에 대한 것이 메인이었다. 어떤 드링크를 많이 발주해야할까 라든가, 어떤 타이밍에 요리를 내야 할까 라든가.


"맞다, 우리도 분장 할거야~"

"분장인가요!? 분장할건가요!?"

"왜 그리 호들갑이야"


에리 씨가 어이없다는 듯이 웃는다. 분장이라든가 코스프레라든가, 아무튼 평소와 다른 모습을 하는 것은 무척 좋아한다. 특히 직업용이라든가 평상시에는 몸에 걸치지 않는 것이라면 더욱 좋다.


"아버지 것과 같은 선장 옷을 만들 정도로 코스프레를 좋아한다구요!"

"좋~아. 보고 싶으니까, 요우쨩은 그거로 결정~"

"아니, 본가에 있는데요"

"가져오면 되잖아"


평일에는 대학을 가야 한다며 거절하자, 금요일에 아르바이트를 빠지고 막차로 귀성해서, 토요일 첫차로 돌아와 파티의 준비를 돕는다는 엄청난 명령을 내렸다. 뭐, 체력적으로 무리인건 아니니까 괜찮긴 해도, 상당한 완성도라서 혼자서 붕 떠버린다면 그건 그거대로 부끄럽다.


"몇 명 정도 오나요?"

"단골 손님들이랑, 그 친구들이랑, 전부 하면 30명 정도려나"


18시 ~ 21시의 3시간. 자리가 부족하니까 기본은 입식. 회비는 인당 4000엔에 음료 무제한. 여자에게는 케이크가 추가된다. 요리는 토요일 아침부터 다 같이 준비할 예정이라던가. 학교 축제의 모의 가게 같아서 기대된다고 했더니 모의가 아니라 '가게'라고 에리 씨에게 한 소리를 들었다. 이렇게 마시면서 이야기하다보면 동아리 부실 같아서, 매상이라든가 이익이라고 하는 현실을 가끔 잊어버린다.


"그러고보니, 여자친구는 불렀어?"

"엣? 여자친구? 리코쨩 말인가요? 부르진 않았는데요"


에리 씨에게 기습당한다. 리코쨩이 묵고 간 날 밤 이후로 또다시 연락은 두절되어 있었다. '아르바이트 피곤하다'라든가 '오늘 아침은 서늘하네'라든가, 가벼운 메일을 할 수 없어서, 그렇다고 해서 센세이셔널한 사건이 그렇게 쉽게 일어날리도 없다. 치카쨩이 상대라면 '더워~' 라든가 '졸려~' 라든가 '동아리 활동 끝났으니까 슬슬 돌아갈게~' 라든가, 적당히 보낼 수 있지만 말이지.


"좋아. 내가 돌아갈 때까지 초대해. 이건 명령이야"

"알겠어요. 근데 자고 있을지도"

"변명은 됐어"

"1주일 전이면 이미 늦었을지도 몰――알겠어요. 초대할테니까"


에리 씨가 눈살을 심하게 찌푸렸기 때문에 포기하고 초대하기로 했다. 스마트폰을 꺼내 머리를 감싸 쥐자 에리 씨가 '빨리 해' 라고 재촉해서 평범하고 이리저리 꼬지 않은 메시지를 새겨 넣었다.


'이번 주 토요일에 가게에서 할로윈 파티 하는데, 올래?'


금세 읽음 표시가 떴다. 깨어 있다는 것은 알았다. 잠 시 뒤에 답장이 왔다.


'일정 없긴 한데, 오는 사람들은 누구야? 회비는? 분장 같은거 해?'


에리 씨가 뒤에서 들여다보더니 '우미 같아'라고 중얼거렸다. 그리고 '솔직히 대답해'라고 지시를 받아, 회비라든가 '분장 장려'에 더해 마키 씨나 노조미 씨도 온다는 것을 전했다.


'요우쨩한테는 요 전에, 폐를 끼쳤으니까, 딱히 상관없지만'


빚이 있다. 그러니까 참가한다. 그런 건 싫다 해야할까 마음이 불편해진다. 파티니까 즐기고 싶은 사람만 참가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무리하지 않아도 괜찮아'라고 보내려 했더니, 등 뒤에서 에리 씨가 어깨를 때린다. 놀라서 뒤돌아보니 혀를 차면서 타박한다.


"뭘 모르네. 무언갈 하기 위해서도, 하지 않기 위해서도, 이유라는게 있는거야. 그런 타입은. 요우쨩이 '무리하지 않아도 괜찮아' 같은 말을 하면, 기다렸다는 듯이 '그럼, 가지 않을게'라고 말할 거라구? 왔으면 좋겠지? 만나고 싶은거지?"


끄덕였더니, '그럼 여기선 강하게 가도록 해'라며 툭 하고 등을 떠었다. 에리 씨가 말했기 때문에 '밀어 붙이자'라고 판단한 자신도, 대부분 혼자서 길을 개척하는 타입이 아니란 생각을 했다.


'그럼, 오는걸로 알고 기다리고 있을게!'


힘찬 느낌의 메시지를 보내자, '알았어'라고 짧은 답장이 오고 우리들의 대화는 끝났다. 스쿨 아이돌 시절에 나눴던 라인을 다시 떠올려봐도, 리코쨩에게는 연락 정도밖에 하지 않았다. '거북'하다고 확실히 말했을 정도니까, 리코쨩이 대화를 시작한 적도 없다.


"맺어주는데 손이 많이 가는 커플이네"

"그렇네. 맺어지면 요우쨩 펄럭펄럭 넘어가는 방석이 되어버리겠네"

"딱히 맺어지려고 부르는건 아니니까요"

"알고 있어. 보고 싶으니까 부르는거지?"

"그렇네. 보고 싶어서 어쩔 줄 모르겠고 그리우니까 말이지"


에리 씨와 코토리 씨가 둘이서 웃는다. 나와 리코쨩을 맺어주려고 하기 전에, 자신들이 맺어질 방법을 진지하게 생각해보는게 어떨까요?라고 반격하고 싶어진다. 하지만, 내가 나타나기 몇년이나 전부터 진지하게 생각해 왔기에 지금 이러고 있는거니까, 그런 말은 농담으로라도 입 밖에 낼 수 없었다.


막차가 가까워져 에리 씨가 가방을 든다. '먼저 갈게!'라고, 평소처럼 종을 울리며 문 밖으로 나간다. 코토리 씨의 세레모니는, 하지만, 시작하지 않고 가게의 마무리 작업에 들어간다. 김렛을 만들지 않은 채 소파에서 PC를 켠 코토리 씨에게 쓸데없는 참견임을 알면서 물어보았다.


"코토리 씨, 오늘은 셰이커 흔들지 않나요?"

"엣? 아, 응"


코토리 씨는 살짝 고개를 들고, 본 적 없는 편안한 표정으로 웃었다. 상냥하달까 부드럽달까, 그런 것과는 다른 안정된 미소였다. 에리 씨와의 사이에 무언가 있었다는 것을 확신했고, 그건 틀림없이 희소식일 테니까 깊게 물어봐도 좋을 것 같았다.


"좋은 일이 있었나요?"

"수요일에 있지, 에리쨩 생일 축하로 둘이 한잔 하러 가서 말야"


에리 씨의 생일은 수요일은 아니었지만, 코토리 씨가 자유로운 날이 수요일밖에 없어서 어쩔 수 없었다. 참고로, 에리 씨의 생일에는 나도 와인을 선물했다. 코토리 씨에게 '부담없이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좋아"라고 충고를 들었기에 살짝 비싼 레드 와인을 선물했다. 그건 그렇다 치고, 코토리 씨는 이야기를 계속한다. 아마도, 아직 아무도 들은 적 없을 이야기를.


"슬슬 생각해봐야만 하겠네, 라고 에리쨩이 말을 꺼냈어"

"무엇을, 말인가요?"


코토리 씨는 그 때를 떠올리는 듯이 눈을 감았다. 봄의 소식을 노래하듯이 계속했다.


"10년이나 마키쨩을 동경하고 있는 리코쨩에게 요우쨩이 진심으로 대시하려는 것을 보고 있자니,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현재 상태에 응석부리고 있는 자신이 조금 싫어졌다고. 에리쨩은 그런 식으로 말했어"

"저를 보고, 말인가요?"


"응. 에리쨩, 허세가 좀 있으니까 요우쨩에게는 멋진 말만 하고 있지만, 그래도, 입에 발린 말만 하는 스스로에게 꽤 싫증이 난거 같아. 그래서 있지, 6년 전의 일, 노조미쨩을 상처입힌 일, 행복했던 고등학교 시절의 일, 그것을 되찾을 수 없다는 것. 제대로 청산해야겠다고 생각한 것 같아"

"어떻게, 말인가요?"


그건 모르겠어. 코토리 씨는 대답하고, 하지만, 의심할 여지 없이 맑은 얼굴로 웃었다. 그런 말을 에리쨩이 꺼내는 것은 처음이니까. 그런 말을 이어가면서, 무척이나 기쁜 듯 했다.


"에리쨩은 말야, 엄청나게 고민하고, 누구보다도 고민을 많이 하고, 고민하는 동안은 좀처럼 움직이려 하지 않는 사람이야. 그래도, 입 밖에 낸 이상은 하는 사람이니까, 해내는 사람이니까"


이야기의 에필로그가 드디어 시작되어, 아직 결말은 전혀 보이지 않지만, 하지만, 배드엔드는 아니야. 코토리 씨는 그렇게 말하고 싶은 듯 했다. 더 이상 쓸쓸해 하지 않아도 되겠구나. 더 이상 김렛을 혼자서 마시지 않아도 되겠구나. 나는 2% 정도 아쉽다 생각했지만, 98%는 그걸 축복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두 사람의 이야기에 중요한 조연이 된 것이 놀라웠다. 그래서, 두 사람을 위해서도, 나는 리코쨩에 대한 첫사랑의 결실을 맺어야만 하겠다고 생각했다. 엄청난 압박이었지만, 그건 행복한 중압이었다.


………


10월, 마지막 토요일.


진짜로 본가에 코스튬을 가지러 가게 된 나는, 아침 5시에 일어나 아버지가 누마즈역까지 바래다 주었고, 6시 반 즈음에 '고다마*'를 타고 차 안에서 아침을 먹고, 7시 반에는 도쿄역에 돌아와 있었다. 무리한 스케쥴을 받으면 힘이 넘친다든가, 역시 체육계라고 생각한다.


* 신칸센의 한 종류


하숙집에 들렀다가 'Little Cage'로 향해 9시부터 4명이서 요리를 만들고 있다. 여하튼 30인분의 요리를 7종 + 여자 한정 케이크까지 만들어야 했기에 느긋하게 있을 여유는 없었다. 코토리 씨와 에리 씨는 아침 일찍부터 물건을 사러 갔던 것 같다. 하나요 씨도 내가 도착했을 때는 앞치마 차림으로 준비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해도, 4명이 한번에 들어갈 정도로 가게의 주방은 넓지 않아서, 코토리 씨는 자기 방의 주방에서 준비를 하고 있다. 방에 돌아가기 전, 레시피를 건네주면서 즐거운 듯이 메뉴에 대해 이야기했다.


"새우 아보카도, 연어 마리네, 소시지 감자 버터 볶음, 시저 샐러드, 하나요쨩의 라이스 고로케, 호박 파이랑 3종류의 파스타"

"그렇게나 만들면 코토리 씨 주방에서 나올 수가 없지 않나요?"

"요리는 2시간이면 다 낼테니까, 남은 1시간 참가할게~"


코토리 씨는 들뜬 모습으로 웃고 있었다. 아마, 자기가 즐거워하는 광경을 떠올리는 것보다 모두가 즐거워하는 모습을 상상하는 쪽이 행복한 것일거라 생각한다. 그리고 아마, 생각에 잠기기 쉬운 에리 씨에게는 코토리 씨의 밝고 상냥한 상상이 필수적인거라고 생각한다.


오후 4시.


"해피 할로윈! 트릭 앤 트리트먼트!"

"그만해 그런거!"


문의 종이 울리고, 파티의 총괄을 맡고 있는 노조미 씨와 회계를 맡고 있는 마키 씨가 들어온다. 택시로 온 것인지 두 사람 모두 분장을 한 채 가게로 들어왔다. 학창시절 내내 신사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던 노조미 씨는 주홍색 하카마를 입은 무녀 차림이었고, 의학부인 마키 씨는 하얀 옷의 여의사가 아니라 물색의 간호복으로.


"어서오세요"

"오옷, 요우쨩, 본격적이네. 오늘은 렌즈구나"

"네. 선장님은 안경을 쓴단 느낌이 없어서"


노조미 씨가 내 의상을 보고 감탄한다. 중학교 때 한 달에 걸쳐 만든 선장 의상은 그 때 좀 크게 만들어버린 탓인지 지금은 딱 맞았다. 하얀 재킷에 금색 단추가 빛난다. 하지만, 코토리 씨와 다른 분들의 의상을 보니, 조금 붕 뜨려나?하는 걱정은 말 그대로 기우였다.


"에리치, 뭐야 그게!? 후지코쨩(ふーじこちゃん)!?"

"저기, 방금 완전 짜증났으니까 퇴장시켜도 돼?"

"총괄을 퇴장시키면 안되지"


코토리 씨는 귀여운 미니 스커트 차림의 여경 코스튬을, 에리 씨는 괴도를 이미지해 에나멜 같은 검은색의 바디 수트를 입고 있다. 코토리 씨는 이미지 그대로 사랑스럽고 에리 씨는 이미지 그대로 요염해서, 둘이 충분히 압도하고 있으니까 내 선장옷도 전혀 위화감이 없었다.


"하나요!? 하나요지!?"

"연민의 눈으로 보지 마!"

"그렇게 간호복을 입은 마키랑 이야기하고 있으니까 소아과에 온 것 같네"

"어떤 반응을 보여야 하는거야!?"


말하는 김에 얘기하자면, 하나요 씨는 물색 원아복에 노란색 모자를 쓰고 있다. 튤립 모양의 명찰에는 '코이즈미(こいずみ)'라고 펜으로 쓰여 있다. 이건 에리 씨가 강제적으로 입힌 것으로, 하나요 씨의 선택이 아니라는 것은 덧붙여 두고 싶다.


각자의 의상으로 분위기가 고조되고 나서, 노조미 씨는 코토리 씨와 요리나 기획의 협의를, 마키 씨는 테이블을 준비해 접수 준비를 시작한다. 파티의 직전이라는 느낌으로 즐겁고, 모두가 끌어안고 있는 연애적인 다툼 같은 건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 같단 생각이 든다.


오후 5시를 넘은 시각.


파티 시작은 6시부터지만 슬슬 가게를 열기로 했다. '오늘 전세!'라고 쓴 새 모양의 판을 내걸기 위해 딸랑딸랑 종을 울리며 문을 열었다. 10월이 끝날 무렵이라 주변은 벌써 저녁을 맞이하고 있었다. 바람을 쐬곤 조금 춥다고 생각했다.


"우햐!"


그 때, 문을 열자마자 바로 오른쪽 벽에 새까만 옷을 입은 사람이 서 있어 비명을 지르고 만다. 내 목소리를 듣고 깜짝 놀랐는지 새까맣게 보였던 상대도 흠칫 하며 두 걸음 정도 뒷걸음질쳤다. 3초 정도 조용히 대치하고 난 뒤, 그 사람이 마녀 복장을 한 리코쨩이란걸 겨우 알아차릴 수 있었다.


검정색 고깔모자에는 오렌지색 줄이 하나 그어져 있다. 민소매인 검정 원피스 자락은 넓게 펼쳐져 있고, 끝부분에는 레이스가 달려 있다. 얇은 검정 타이츠에 검은 구두. 그게 우윳빛 얼굴과 와인색 머리카락에 딱 어울려서, 놀란 뒤의 첫 인상은 '너무너무 귀엽다'라는 한 마디로 끝나버렸고, 그래서 오히려 감상을 가볍게 말할 수 없었다.


"리코쨩, 6시부터, 인데?"

"알고 있는걸. 한창 놀고 있는 사람들 사이에 들어가는게 싫었을 뿐"


쌀쌀하다는 것을 떠올려서 불러들였다. '어서오세요'라고 코토리 씨와 에리 씨가 한목소리로 말했다. 모두가 제대로 분장을 하고 있는 것에 안심한 것인지 리코쨩의 표정에서 경계심이 많이 사라졌다.


"와~! 귀여워~~!"


코토리 씨가 기쁜 듯이 웃었고, 아마도 그 반응이야말로 정답이었던거라 생각한다. 리코쨩은 쑥스러워하더니 긴 지갑을 꺼내 회계를 맡고 있는 마키 씨에게 참가비를 건넸다. 마키 씨는 '야하잖아'라며 마녀 모습을 한 리코쨩을 놀리고, 리코쨩은 '평범한데요'라며 입을 삐죽거렸다. 그리고 나서 리코쨩은 어디에 있어야 좋을지 모르는 표정으로 뭔가 판단할 수 있을 것 같은 나에게 시선으로 의지해왔다.


"추웠지. 탈의실이 있으니까 와서 갈아입어도 좋았을 텐데"

"먼저 말해주지. 역의 화장실에서 갈아입었다구?"


갑자기 불쾌한 기색을 내비쳐서 선장 모습으로 풀이 죽는다. '눈치가 빠르네'같은 말을 자주 듣지만, 리코쨩에 대해서는 전혀 실력을 발휘할 수 없다. 코토리 씨가 사이에 끼어들어 일단 카운터에 앉게 한다. 아직 시작하진 않았지만, 에리 씨가 음료 무제한인 메뉴를 건네며 안내한다.


"아직 시간 있으니까 한 잔 정도 마셔도 괜찮아. 요우쨩이 만들테니까"

"요우쨩이?"


리코쨩이 이쪽을 보고, 갑자기 언급된 나는 놀란다. 리코쨩이 손에 들고 있는 메뉴의 일부에 에리 씨는 흰 손가락 끝으로 원을 그려 표시했다. 여기랑, 여기랑, 이 부근. 그런 식으로 안내했다. 아마 셰이커를 쓰지 않아도 되는 스탠더드 칵테일일 것이다. 하지만, 잘 생각해보니 리코쨩이 와인 이외의 음료를 마시는 것을 본 적이 없어서 오늘도 화이트 와인이 좋으려나 하고 생각했다.


"하우스 와인도 무제한으ㄹ――아팟!"


신경써서 말했더니, 에리 씨에게 갑자기 등을 얻어맞는다. 뒤돌아보니 숙취의 아침때와 같은 얼굴을 하고 있기에, 포기하고 리코쨩이 칵테일을 선택하도록 한다. 나와 리코쨩을 억지로라도 맺어주려 하는 무서운 인력이 가게 안에 가득 차 있는 것 같다.


"요우쨩 추천으로 해줘"


리코쨩은 한 손으로 턱을 괴곤 미소지었다. 어째서 웃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무거나'라고 듣는 건 우유부단한 나에게 별로 좋은 대답이 아니었다. 그래서 망설였다. 망설이다가 시선을 홀에 있는 에리 씨에게 향했다. 그랬더니, 아름다운 눈썹이 여덟 팔자로 찌푸려졌다. '됐으니까 빨리 결정해'라고 압력을 받은 기분이 들어 선반에 늘어선 술 중 캄파리를 집어들었다.


"캄파리 오렌지로 할게"


텀블러를 세우고 얼음을 세 개 넣었다. 메이저 컵에 신중하게 캄파리를 따랐다. 딱 맞는 양을 확인하고, 천천히 텀블러에 흘려 넣었다. 그리고 계량컵을 사용해 종이 팩에 담긴 100% 오렌지 쥬스를 캄파리의 3배가 되도록 조용히 텀블러에 흘려 넣었다. 마지막에 오렌지 큐라소를 조금만 더하려 했는데, 어디 있는지를 몰라서 에리 씨를 살짝 보니 양손으로 ×를 만들고 있었기에 포기하고, 스푼으로 신중하게 3번 저어 컷 오렌지로 잔의 테두리를 장식했다.


완성한 캄파리 오렌지의 술말이 '첫사랑'이라는 것은 비밀로 하고 리코쨩 앞에 살짝 올려 놓았다. 에리 씨가 불쑥 다가와 리코쨩 옆에 섰다. 능글맞게 웃으며 말을 걸었다. 설마 '술말'을 이야기할 생각은 아닌거겠죠?라고 살짝 쫄면서 푸른 눈을 살폈다.


"오늘 밤, 전 세계에서 만들어지는 것 중 가장 시간을 많이 쓴 캄파리 오렌지입니다"


리코쨩이 쿡쿡 하고 웃고, 나는 부끄러워서 도망치고 싶어졌다. 리코쨩이 입을 대고 '맛있어'라며 좋아했기 때문에 일단은 도망치지 않기로 했다. 그러는 사이에 손님이 속속 들어왔다. 남자들은 분장한 채로 왔지만, 여자들은 순서대로 탈의실에서 갈아입고 있다.


코토리 씨나 에리 씨의 학창시절 절친. 그 연인이나 친구. 마치 대학에 입학할 무렵의 신입생 환영 파티처럼 속속 모여들지만, 한번도 본 적 없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아마 반년이나 아르바이트한 것 때문이 아니라, 접객하면서 나누었던 조금씩의 대화 속에서 기억한 것이라 생각한다. 스스로가 정말로 소중히 한다면, 사람과 사람의 관계는 올바르게 그 마음에 응해준다는 것을 알았다.


"카요칭!? 살아있던 거다냐!?"

"지난주에 만났었잖아!?"

"카요칭, 그 의상 어울려!"

"전혀 기쁘지 않으니까!"


고양이 귀에 고양이 꼬리를 단 호시조라 린 씨라든가, 궁도복과 하카마로 가볍게 절을 하고 들어온 소노다 우미 씨라든가, 두 사람의 고등학교 시절 '맹우'들도 모여든다. 이런 광경을 보고 있으면 부러워져서 우리들도 '인연'을 형상화한 장소 같은 것이 갖고 싶어진다. 치카쨩의 여관에 묵고 매년 연회를 한다든가, 엄청나게 마셔버릴거 같지만 좋은 아이디어일지도 모른다.


"우미쨩! 시호~슈~슈~셰~? 공부하느라 바쁜데 고마워~!"

"전혀 할 말이 없는데요. 저야말로 미안해요. 거의 얼굴을 보지도 못하고"

"변호사가 되면 여러가지 상담좀 해줘~!"

"상관 없긴 하지만, 변호사라는 것은 의지하지 않는 편이 좋다구요"


메이드 복이라든가, 적당히 꾸미고 온 사람의 작업복이라든가, 공들여서 메이크까지 하고 온 사람의 좀비 분장이라든가, 다양한 의상의 사람들로 가게 안이 붐벼서 왠지 즐거워진다. 어쩐지 '점원'이라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모임의 중심에서 균형을 잡는 것 보다, 뒤쪽에서 착실한 편이 역시 성격에 맞는 것 같으니까.


오후 6시를 조금 지난 시각. 오르되브르를 테이블에 모두 서빙했다. 퍼스트 드링크는 맥주나 우롱차, 혹은 글라스 와인이었고, 나는 카운터에 있는 리코쨩의 잔에 화이트 와인을 따랐다. 30명 정도의 손님들은 소파에 걸터 앉거나 서서 이야기하거나 하며 절친한 사이끼리 제각각 대화를 하고 있다.


그리고, 슬슬 파티 시작을 선언하려 할 때. 딸랑딸랑딸랑! 하고 활기찬 소리가 나고 'Trick or Treat!'이라고 오렌지색의 커다란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파란색 보디수트에 빨간색 셔츠, 그리고 콧수염까지 제대로 마리오 분장을 한 남편에게 공주가 안겨 있었고, 호노카 씨가 피치 공주의 드레스 차림으로 나타났다. 호노카 씨가 마지막이라는 것은 아마, 코토리 씨와 미리 협의된 내용대로일 것이다.


파티 회장을 큰 박수가 가득 메웠다. 호노카 씨의 등장으로 모두의 열기가 단숨에 올라왔고, 카운터의 에리 씨로부터 버킷 릴레이처럼 몇 사람의 패스를 거쳐, 두 사람에게 글라스 맥주가 건네졌다. 모두의 손에 음료가 있는 것을 확인하고, 총괄인 노조미 씨가 선창을 했다.


"그럼, 해피 할로윈! 건배!"


전설이라 불리는 활약으로부터 꽤나 지났는데도, 모두 제각각의 인생을 살고 있는데도, 마치 라이브 전처럼 그녀들의 호흡은 딱 맞고 있다. 어쩌면, 자연히 함께 있을 수 있던 당시보다도 따로따로 떨어지게 되었단 의식이 높은 만큼, 유대감은 오히려 강해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게 그 'μ's' 구나. 정말로 뿔뿔히 흩어져가고 있는 자신들과는 그 결속의 견고함이 전혀 다르다. 아니. 감탄하면 안 돼. 우리들도 이래야만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중심이었던 '2학년'이 훨씬 더 돈독해져야만 한다.


"건배!!!"


무심코 '건배!'라고 외쳐버려서 리코쨩이 쿡쿡 하고 웃었다. 진짜로 위험하다. 마녀 코스를 한 리코쨩이 장난 아니게 귀여운 것과 리코쨩에게 친한 말상대가 없어서 걱정인 것, 양쪽의 마음이 뒤섞여서 오늘 밤은 제대로 일할 수 없을 것 같다.


………


"요우쨩, 맥주 한잔만 더~"

"요소로! 노조미 씨, 맥주만 마시네요!"


경례! 포즈로 주문을 받아 생맥주를 잔에 따라나간다. 내 일은 맥주 따르기, 와인 따르기, 하이볼 만들기, 잔 씻기의 4가지였다. 코토리 씨와 하나요 씨는 불을 쓰는 요리를 하염없이 만들고 있다. 에리 씨는 하염없이 칵테일을 만들고 있다. 여하튼 파티이기 때문에 접객다운 접객은 필요 없어서 우리 4명 모두가 뒤쪽에서 착실히 하고 있다. 응. 그러니까.


손님들은 잔이 빌 때마다 카운터로 오는데, 모두 제각기 친구나 동료들과 같이 와서 그런지 카운터의 리코쨩에게 굳이 말을 걸려 하는 사람은 없었다. 내가 말동무가 되어 주고 싶었지만,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았고 계속해 모두가 술을 더 받으러 왔기 때문에 전혀 손을 뗄 수가 없었다.


"소시지 감자 버터 볶음이에요~!"


코토리 씨는 따뜻한 요리를 큰 접시에 담아 테이블에 늘어놓는다. 단번에 모두가 먹을 만큼의 음식을 만들 수는 없기 때문에 시간을 비우지 않도록 다음 요리를 만들어야만 한다. 덕분에 하나요 씨는 주방에서 얼굴을 내밀지도 못한다. 에리 씨는 새까만 괴도 모습으로 계속해서 칵테일을 만들고 있다. 여자의 비율이 높았기 때문에 오히려 칵테일 주문 쪽이 많을 정도였다.


그래서, 아무도 리코쨩을 상대해줄 수 없었고, 그런 리코쨩을 초대한 것은 다른 누구도 아닌 나였기에 점점 침착함을 잃어가면서 맥주를 너무 많이 따라 오른손에 털어내거나 하게 되었다.


'듣기 좋은 말만 해'

'겉으로만 사이 좋은 듯이'

'남들 같아 보이고 싶을 뿐'

'가면 인간'


만취했을 때의 리코쨩이 한 말이 머릿속을 빙빙 돌고 있다. 그건 틀림없이, 그 시점에서의 리코쨩이 나에 대해 생각하고 있던 숨길 수 없는 본심이었다. 그리고 지금, 나는 리코쨩을 초대해 놓고도 방치하고 있다. 리코쨩은 분명 틀림없이 이렇게 생각할거다.


'요우쨩은 가게 사람이 "친구를 불러"라고 해서 나를 불렀어. 모두가 왁자지껄한 분위기 속에 들어가는 것이 능숙하지 않은 것을 알고 있는 주제에, 자신의 체면을 지키기 위해 초대했어. 그리고 바쁘다고 하며 방치했어. 나중에 사과하고 결산만 맞춰두면 된다고 생각하고 있어'


그건 애써 세운 플래그가 뿌리채 날아가는 것과 같았다. 고등학교 시절의 리코쨩은 나에게 거북하단 의식을 갖고 있었다. 어쩌면 '싫어'했던 것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간신히 내가 아르바이트 하는 곳의 파티에 올 정도까지 이르게 된 것이다. 플래그가 꺾여져 버린다면, 그 노력이 물거품이 된다 해야할까, 조금씩 다가오고 있는 리코쨩을 상처입혀 버리고, 심지어는 내 첫사랑을 응원해주고 있는 모두마저 실망시켜 버린다.


그런건 안돼! 절대 안돼!


"에리 씨"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에리 씨는 엄청나게 바빴지만, 얼굴만으로 이쪽을 보았다. 냉정한 그녀가 눈을 크게 뜰 정도로 나는 초조한 표정을 하고 있던 거겠지. 내가 시선을 그대로 리코쨩에게로 옮겼을 때, 모든걸 이해했단 표정으로 부리나케 주방으로 발을 옮겼다. 금세 코토리 씨가 얼굴을 내밀고 손짓으로 불렀다. 에리 씨와 교대해 주방에 들어가자, 말 그대로 주방은 전쟁터였고 하나요 씨는 '도와줘ー' 라고 외치고 있었다.


"코토리 씨! 저기, 리코쨩이랑 같이 있어도 될까요?"


그건 아르바이트를 한창 하고 있는 학생이 할 대사는 아니었고, 하물며 앞의 리스크를 냉정하게 계산할 수 있는 와타나베 요우로서는 있을 수 없는 대사였다. 바쁜 파티에서 접객을 한창 하고 있는 중에 '손님'쪽이 되고 싶어 한다든가, 일본의 음식점에서 일하는 아르바이트가 내뱉은 대사 중에서도 워스트 5에 꼽을만하다고 생각했다. 아무리 코토리 씨라도 화낼거라고 생각하며, 그래도,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포기하는 것만은 용서받지 못할 거라고도 생각했다.


고개를 숙이고, 그리고 혼날 것을 두려워하는 얼굴로 고개를 들었더니, 코토리 씨는 미니스커트의 여경 차림으로 환하게 웃고 있었다. 주방에 있다고는 해도 제대로 경관의 모자까지 쓰고 있었다. 그리고, 뭐가 그렇게 유쾌한 것인지 모를 정도로 웃고 있었다. 그리고는 단 한마디, '물론~'이라고 허락해 주었다.


감사합니다!라고 인사하고 카운터로 향했다. 에리 씨에게 시선으로 감사를 전하고 리코쨩의 옆에 앉았다. 리코쨩은 스마트폰을 보고 있었고, 살짝 엿보니 파티가 시작하고 1시간도 지나지 않았는데 시간표 앱을 보고 있었고, 그러니까, 아무튼 엄청나게 위험한 시점이었다.


"요우쨩, 일은?"

"이제 그만해도 된다고 허락받고 왔어. 모처럼 리코쨩이 와줬는데 미안하니까"

"그럼 말야, 내가 돌아가면, 요우쨩이 좋아하는 '조화'가 지켜지는거 아니야?"

"미안. 그런게 아니라"


코토리 씨와 여러 사람들이 지탱해준 플래그를 스스로 밟아 넘어뜨릴뻔 했다. '모처럼'이라든가 '미안'이라든가, 어떻게 들리는지만을 신경쓰는 듯한, 배려가 아예 빠져버린 대사를 내뱉고 말았다. 왜 이런걸까. 진지하게 사람과 마주하지 않았던 내 사전에는 아무래도 사교용 겉치레 인삿말만 나열되어 있는 것 같다. 이러면, 이래선 안된다. 이런 자세로 누군가와 사랑을 하겠다니, 말이 안된다.


"리코쨩이랑 이야기하고 싶으니까"


바로 그 때, 홀에 점장인 코토리 씨가 나왔다. 마이크를 잡고 이런 말을 했다.


'죄송합니다~. 지금부터 맥주랑 와인이랑 하이볼은 셀프서비스로 부탁드려요~. 하이볼은 싱글로 부탁합니다~'


셀프라니, 홈파티냐! 라고 자신이 벌인 일임에도 태클을 걸고 싶어진다. 모두의 기분이 나빠져서, 그게 내 탓이라는것이 금세 발견되어 모두에게 폐를 끼칠까 무서워졌다. 하지만, 홀은 술렁거리기는 커녕 고조된 채 그대로였고, 무녀 모습을 한 총괄 노조미 씨가 '그럼, 내가 드링크 할까나~'라며 깡충깡충 경쾌한 걸음으로 카운터 안에 들어갔다.


맞아들인 에리 씨는 손을 멈추지 않은 채 노조미 씨에게 설명했다.


"''각'은 그쪽. 소다는 발 밑에 있는 냉장고, 와인은 레드도 화이트도 그쪽이야. 이상"


노조미 씨는 평소와 같은 초연한 태도로 내가 하고 있던 일을 전부 떠맡았다. 내 쪽을 보고 뭔가 되게 서투른 윙크를 딱 한번 했다. 에리 씨와 노조미 씨가 카운터에 나란히 섰다. 'μ's' 매니아였던 선배가 본다면 '리얼 노조에리에요!'라고 외쳤을지도 모르지만, 일을 놔두고 앉아 있는 나에게는 감사의 마음만이 샘솟고 있었다.


그리고. 그리고.


그리고. 무엇보다, 지금의 대사에 책임을 져야만 한다.


"화이트 와인 부탁해요!"


노조미 씨가 화이트 와인을 따라주었다. 조금은 억지로 건배를 제안했다. 마녀 코스를 한 리코쨩과 선장님 모습으로 잔을 맞대었다. 지금 같은 코스프레 파티라든가, 축제라든가, 연중 행사라든가, 일상에서 멀어지는 것 자체를 목적으로 하는 이벤트는 좋아하지만, 자연스럽게 흘러가야 하는 시간을 일그러뜨려 부자연스럽게 해 버리는 전개를 만드는 것은 굉장히 서툴렀다.


간단히 말하자면, 방금 전의 발언은 와타나베 요우의 캐릭터를 생각해보면 분명히 이해할 수 없는 발언이다. 그래서, 그 점을 나무랄까 두려워했지만, 표정만은 진지한 얼굴을 유지하면서 리코쨩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랬더니 리코쨩은 고깔모자 밑에서 쿡쿡하고 웃기 시작했다. 치켜 올라간 눈을 느슨하게 하고 입에 손을 댄 채 웃고 있었다. 우치우라에 있을 때에도 본 적 없는 웃음이었다. 애초에 치카쨩이 없는 장면에서 리코쨩이 제대로 웃는 것을 본 적이 있던가. 리코쨩을 오랫동안 바라봐 왔으면서도 그렇게 생각해버릴 정도로, 그녀의 웃는 얼굴은 내 인상에 남아 있지 않았다.


"무슨, 일이야?"

"무슨 일이냐니. 요우쨩이야말로, 무슨 일이야?"


초조해져서 화이트 와인을 단숨에 마셨다. 조금 정도는 술의 힘을 빌리지 않으면 여러가지가 무리일 것 같았다. 나는 주역에 어울리지 않는다. 주역인 사람이 아무 문제 없이 일할 수 있도록 서포트 하는 것이 고작. 사랑을 한다면 짝사랑이 좋다. 주역의 어느쪽인가를 동경한 채 무대 양 끝으로 퇴장하는 그런 조연이 좋다.


"어, 그니까, 리코쨩이랑 이야기하고 싶어서"


안되겠다. 너무나도 동요하고 있다. 다이빙 시합 직전에도 긴장은 거의 하지 않았는데, 리코쨩의 옆에 앉아 지금부터 어떠한 형태로든 마음을 전해야만 한다고 생각했더니 목소리마저 나오지 않는다. 어쩌면 리코쨩은 메두사고 나는 의식을 잃은 채 돌이 되어버린 것일지도 모른다.


"그럼, 뭔가 요우쨩이 얘기해봐"


중학교 시절에 남녀 불문하고 10번 정도 고백을 받았지만, 나에게 마음을 전하던 아이들은 이렇게 숨도 쉬지 못할 정도로 긴장하고 있던 것일까? 그렇다고 한다면, 곤란한 듯한 얼굴로 '친구로 괜찮지'라며 선뜻 내뱉어왔던 와타나베 요우라는 녀석은, 상당한 수준으로 흉악한 인간이었다. 그런 흉악범에게 어울리는 벌로 파티가 한창일 때 고백을 한다는 것은 꽤나 타당한 벌처럼 보였다.


"마녀 의상, 엄청 어울리네. 어디서 산거야?"

"나한테는 마녀가 어울린단거야?"

"그게, 아니고. 아냐. 미안해"

"후훗, 농담이야. 울상 짓지 마. 돈키호테*에서 샀어"


* 이것 저것 파는 일종의 잡화점/편의점


너무 조급해서 술이 넘어가 버린다. 이번에는 하이볼을 주문했다. 취기에 의지해 고백이라니 형편없이 촌스럽지만, '멀쩡한' 상태로 하는건 절대로 무리일 것 같았다. 마치 물 대신 콘크리트가 차있는 수영장에 다이빙하는 것 같았고, 그 비유의 의미조차 제대로 알 수 없었다.


흘끗 얼굴을 들었더니, 에리 씨는 모르는 체 하는 얼굴로 셰이커를 흔들고 있다. 노조미 씨는 생맥주를 마시면서 하이볼을 만들고 있다. 싱글로 만들어야 할텐데, 어떻게 봐도 '각'의 양이 손가락 세 개 분량은 된다.


"요우쨩 의상은 직접 만든거야?"

"응. 중학교 때 만들었어. 아버지랑 같은 의상으로 하고 싶어서"

"좋겠다. 우리 어머니는 수공예라든가 바느질 같은거 잘 못하거든"

"어머니한테 배운게 아니구, 옷 만들기는 내가 공부해서 배운 거니까"


가족 이야기가 주제가 되어, 무심코 부모님이 이혼한 이야기를 하게 될지도 모른다. 즐거운 파티에서 그런 어두운 이야기를 해버리는 자신이 너무 한심해서, 하이볼을 꿀꺽꿀꺽 마시고 머리를 감싸안아 버린다. 와타나베 요우라는 녀석은 커뮤니케이션이 특기라 모두의 중심에 있던 인기인이 아니었던거야? 두꺼운 바훔쿠헨의 한 가운데에 앉아있던 것 뿐이야? 연결되어 있던 것은 '모두'들 쪽이었고, 실제로 그녀석들과 와타나베 요우라는 녀석은 연결되지 않았던거야?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라는 이름의 마스크가 서서히 갈라져 가는 기분이었다.


"그러고보니 치카쨩네 호텔, 눈이 왔다나봐"

"응응, 치카쨩이 사진 보내줬어. 보드 배워야겠다고 의욕 만땅이더라. 같이 하자고 말은 했는데, 홋카이도는 간단히 갈 수 없겠지. 비행기만 해도 몇만은 써야 하구. 그래도, 치카쨩 서핑 잘 못하니까 보드도 잘 못할거 같아"

"후훗. 요우쨩은 말야, 치카쨩에 대한 것만은 잘 이야기하네. 고등학교 때부터"

"그래? 그런가? 뭐, 자매? 같은거니까"


치카쨩의 이야기가 되자 갑자기 마음이 놓인다. 그것조차 리코쨩에게 간파당하고 있다. 착각하지 않도록, '가족'같은 것이라고 강조해본다. 리코쨩에게 메일을 보내는 것만으로도 그렇게 쫄아 있었기에, 1 대 1로 대화한다든가, 방심하면 갑자기 지뢰를 밟아버릴 것 같았다. 그렇다고 느긋하게 상황을 살필 여유 같은 건 없었다. 기뻐해야 할 시간을, 모두가 준비해준 귀중한 시간을, 분위기를 고조시켜 고백하기는 커녕 점점 '무난하게 끝났으면 하는 시간'으로 생각하게 된다.


"화장실 좀 갔다 올게"


리코쨩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한심한 요우는 혼자가 된 것에 안심하고 있었다. 그리고 곧, 안심한 자신을 때려눕히고 싶어졌다. 너무나 한심하고 너무나 분하고 너무나 칠칠치 못해서 울 것 같았다. 하이볼을 단숨에 들이켰다. 시선을 들자, 에리 씨는 카운터의 구석에서 반납된 잔을 닦고 있었다. 러시아인의 피가 섞인 하얀 빛의 얼굴은, 오늘은 주역이 아니야 라는 표정으로 달처럼 잔잔히 미소짓고 있었다.


안된다. 이대로는 안된다.


자신을 타이르면서 입술을 깨물었다. 리코쨩에게 마음을 전하려 하는 나를 보고 에리 씨는 대학 시절에 멈춰버린 시간을 움직이려 하고 있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코토리 씨에게 있어서, 김렛으로 쓸쓸함을 다 마시지 않아도 되는 시간이 시작되려 하고 있다. 그 계기가 되어야 할 내가 제자리걸음을 해버리고, '역시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는 편이 평화로워'라는, 그런 식으로 두 사람이 생각하게 해 버린다니.


그런 건 절대로 허락할 수 없다. 절대로, 절대로.


"요우쨩"


가슴 속에서 두 발을 구르고 있는데, 갑자기 말을 걸어왔다. 부드러운 목소리가 나는 쪽을 향했다. 코토리 씨가 서 있었다. 요리의 일손이 한가해진 건지, 누군가가 부른건지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카운터에서 필사적으로 스스로를 몰아세우고 있는 나에게 말을 걸어 왔다. 코토리 씨. 대답했다. 한없이 의문형에 가까운 억양으로 대답했다. 코토리 씨가 긴 속눈썹을 내리깔고 웃었다.


"위스키도 짝사랑도, 숙성시킬수록 차분하고 깊은 맛이 돼"

"코토리 씨?"


정신이 확 들어 빈 하이볼 잔을 움켜쥐었다. 코토리 씨의 말은 자기 자신이 아닌 나를 향해 있었다. 그래서 음미하듯이 마음 속으로 되뇌었다. 그래. 긴 시간 짝사랑을 하고 있으면 마음이 그대로 빈티지한 것이 되어 버린다. 짝사랑하고 있는 상태에 편안한 아늑함을 찾아내 버린다. 그렇게 되어 버린다면, 더 이상 나 혼자서는 닫힌 상자를 열 수 없게 되어 버린다.


"그러니까, 안되는거야"


이미 나의 짝사랑은 2년을 넘어 숙성되고 있는 중이었다. 리코쨩을 짝사랑하고 있다는 상태가 스스로에게 있어 당연한 것이 되어가고 있었다.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안타까움을 생각할 때마다 혈이 눌리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그것은 분명 코토리 씨 자신이 계속해 품어왔던 감각과 같았다.


지금, 그래선 '안된'다고, 코토리 씨는 분명히 말했다. 안돼. 안된다고. 줄곧 짝사랑인 채, 그런 자신을 위로하면서 살아간다니. 설령 언젠가 다른 누군가와 맺어지더라도, 오래된 짝사랑을 통에 담아 마음 속 어딘가에 숨겨둔다니. 그래선 절대로 안되니까.


"오래 기다렸지"


리코쨩이 돌아왔을 때, 코토리 씨는 주방에 모습을 숨기고 있었다. 코토리 씨의 격려는 연상인 언니의 전략으로서는 치사하다고 생각하고, 그래서 눈을 내리깔고 있었던 것이었겠지만, 짝사랑을 몇년이고 몇년이고 마음속에서 숙성시켜서, 이제, 언제 어떻게 열어야 하는지도 모르게 되어 버렸으니까, 그러니까.


"리코쨩, 둘이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데"


위화감이 있는 목소리를 내버린 나는 오늘 밤 일관적으로 볼품 없었다. 하지만, 어차피 촌스럽다면 한 번으로 전부 끝내는 편이 좋을지도 모른다고, 그렇게 생각해서 태도를 바꾸어 대담하게 나가기 시작했다. 그것보다도 중요한 것은 '마실 때'가 됐다고 한 내 짝사랑을 통에서 잔으로 옮겨담는 일이었다. 그러니까, 파티의 도중이긴 했지만 단 둘이 되기 위해 빠져 나가기로 했다.


"괜찮긴 한데, 어쩐 일이야?"


리코쨩의 시선이 가게 안 이곳저곳을 방황했다. 도중인데 빠져나가도 괜찮을까 하고 불안한 듯 했다. 괜찮아. 끄덕이고, 종종걸음으로 탈의실에 가서 좀 전에 산 모즈 코트를 가져 왔다. 선장 의상인 채로 카키색의 모즈 코트를 마녀 모습의 리코쨩에게 걸쳐 주었다. 잠깐 밖에서 이야기하고 싶어. 반복하자, 리코쨩은 내가 진지했기에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잠깐 나갔다 올게요"


일어서면서 카운터의 에리 씨에게 말을 걸었다. 에리 씨는 푸른 눈으로 슬쩍 내 얼굴을 보고, 세상의 모든 것을 이뤄 만족했을 때의 상냥한 표정을 지었다. '본 보야지'라며 젠체하는 프랑스어로 배웅해 주었기에 나는 경례 포즈로 '메르시'라 대답했다. 그러고는 리코쨩을 이끌듯이 딸랑딸랑 하고 문의 종을 울리며 포근한 파티에서 인적이 남아있는 포장도로로 내려섰다.



다음 글 / CROSS ROAD 최종장: https://gall.dcinside.com/mini/llss/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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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0 개그 시오리코 (히죽히죽) 유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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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2.30 358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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