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서울미디어뉴스] 전서현 기자 =육아 스트레스와 알코올 의존의 경계는 어디일까. 네 아이를 키우는 한 어머니의 사연이 방송을 통해 공개되며, 가정 안에서 누적되는 돌봄 부담의 현실이 다시 한번 수면 위로 떠올랐다.
최근 방송된 이호선상담소에는 결혼 16년 차 부부가 출연해, 아내의 음주 습관을 둘러싼 갈등을 털어놨다. 남편은 "술이 특별한 날의 일이 아니라 일상이 됐다"며, 저녁 시간이 자연스럽게 긴 술자리로 이어지는 생활 패턴에 지쳐 있다고 고백했다. 가족 외식 자리에서도 술이 빠지지 않아 대화보다 기다림이 길어졌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아내는 자신의 음주가 단순한 취향이나 일탈이 아니라고 말했다. 하루 중 아이가 아닌 '어른'과 마주 앉아 말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시간이 저녁뿐이며, 술을 마셔야 말이 이어진다고 느낀다는 것이다. 그는 아이들을 먼저 재운 뒤 남편과 마주하는 시간이 "하루의 숨구멍"처럼 느껴졌다고 털어놨다.
문제는 이 생활이 수년간 반복되며 가족 전체의 분위기를 좌우하게 됐다는 점이다. 남편은 "아내의 컨디션에 따라 집안 공기가 달라지고, 아이들까지 눈치를 본다"고 말했다. 반면 아내는 다음 날 육아와 일상이 정상적으로 유지됐기 때문에 스스로 심각성을 체감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상담을 맡은 이호선은 이 사례를 단순한 습관 문제가 아닌 '기능적 음주'로 해석했다. 술이 들어가야 집안 분위기가 부드러워지고 대화가 늘어난다면, 이미 술이 가정 안에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가족 모두가 술을 마신다고 인식하면, 그 자체로 문제 신호"라고 짚었다.
사연의 중심에는 장기간 누적된 육아 부담과 경력 단절에 대한 불안이 자리하고 있었다. 아내는 첫째부터 셋째까지는 일과 육아를 병행했지만, 넷째 이후 상황이 급변했다고 말했다. 아이들의 생활 리듬을 다시 처음부터 만들어야 한다는 압박 속에서 자신이 점점 사라지는 느낌을 받았고, 그 공백을 술로 메우기 시작했다는 고백이었다.
이호선은 검사 결과를 토대로 "아내의 스트레스 수치는 극단적으로 높은 반면, 남편은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났다"며 부부 간 체감 온도의 차이를 지적했다. 이어 "우울증으로 단정할 수는 없지만, 분명한 우울감과 탈진 상태"라며 지금이 가장 위험한 시기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그는 아이들에게 미칠 장기적 영향을 강조했다. "아이들이 엄마가 술을 마셔야 부드러워진다고 학습할 수 있다"는 말은 출연진에게도 적잖은 충격을 안겼다. 알코올이 정서적 소통의 매개가 되는 환경은 아이들의 감정 구조와 미래의 음주 인식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해결책은 단기 처방이 아닌 구조 조정에 가깝다. 이호선은 "엄마가 혼자 모든 육아를 떠안는 방식은 지속 불가능하다"며, 외부 활동과 일의 회복, 가사와 돌봄의 명확한 분담을 강조했다. 무엇보다도 "가장 먼저 술을 멈추는 선택이 필요하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이날 방송은 한 개인의 음주 문제가 아니라, 돌봄이 특정 사람에게 집중될 때 어떤 방식으로 균열이 생기는지를 보여줬다. 육아와 노동, 정서적 고립이 겹쳐질 때 가정은 가장 조용한 방식으로 무너질 수 있다는 점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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