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기 전에 한번 읽었으면 좋을 듯한 팬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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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 대학의 우사미 렌코는 마에리베리 한, 또는 메리로 불리는 여대생의 이야기에 눈살을 찌뿌린다.
"뭔 말이야?"
"뭔 말이냐니?"
"말이 어쩌구 생각이 저쩌구 하는거, 말은 말일 뿐이야."
"뭐라고?"
순간 메리의 언성이 확 높아진다.
"언어는 의사소통의 용도라는 것만으로 충분해. 거기에다 소스를 듬뿍 칠 필요는 없다고. 그 중에서 제일 심한 게 뭔지 알아? 문학이야."
언어는 의사소통의 용도라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그것은 렌코가 언어에 대해 굳게 믿는 신념이자 중고등학생 시절 바닥을 치던 문학 성적에 대한 그럴듯한 변명거리다.
"문학?! 렌코 너 정말..."
메리는 안타깝다듯 한숨을 쉬고 렌코는 그 한숨소리가 못마땅하다는 표정을 힘껏 지어보인다."
"그런 소스가 있어서 언어가 지금까지 남은거라고."
"알았어."
렌코의 빠른 수긍에 메리는 의아한 미소를 슬쩍 지어보인다.
"셰익스피어까지."
"뭐?"
"알았어, 헤밍웨이, 조지 오웰이랑 조앤 롤링까지 해줄께. 나머진 다 쓰잘데기 없는거야. 알았어? 군인이 쓰는 소설도, 개구리신 신봉자의 소설도, 전부 쓰잘데기 없는거야!"
문학은 쓰레기라는 렌코의 주장에 메리는 절망의 마른세수로 제 얼굴을 비벼댄다.
"난 언어의 아름다움을 알지 못하는 네가 너무 가여워."
"메리, 자꾸 그러니까 시공의 폭풍을 권하는 사람같아."
"시공의 뭐?"
"있어 그런거, 아무튼 난 베베 꼬인게 싫어. 입에서 내뱉은 말이 현실과 다르고, 말은 뭐... 무슨..."
"저도 비슷한 현상을 경험해요."
"엄맛!"
낮선 목소리에 렌코는 펄쩍 뛰어올라 약 2초 정도 활공한다.
렌코의 엉덩이가 다시 제자리로 떨어질 때 쯤 메리는 렌코의 등 뒤에 위치해있으며, 제 앞에 서 있는 자를 올려다본다.
무릎을 덮고 그 밑을 더 길게 늘어뜨린 담갈색 롱코트에 그와 비슷한 색의 챙 넓은 페도라를 쓴 여자의 차람새가, 목소리가 여자 목소리였으니, 그 차림새가 연신 나이트를, 그러니까 녜트(нет)를 외쳐댈듯한 스파이의 모습이다.
메리는 이 곰팡내 나는 스파이에게 북대서양 조약국의 뜨거운 맛을 보여줄까 고민하지만, 애국자 놀음을 한다고 여자의 레인코트 속에 곤히 잠든 마카로프 소형권총을 깨우는 꼴을 보고 싶지는 않는다.
"아까부터 이야기를 듣고 있었어요. 제비꽃, 렌코, 연근, 셰... 뭐 그런거."
"그렇군요!"
의자로 추락한 엉덩이에 전류처럼 흐르는 아린 고통에 렌코는 퍼뜩 놀라 목소리 높여 대답한다.
필요 이상으로 씩씩한 대답에 여자는 놀라 렌코처럼 튀어 오르려다 어께만 들썩이는 것으로 만족한다.
"아하, 언어철학에 대해 아시는 분이군요."
"제 능력이죠, 언급한 대상이 반대로 뒤바뀌는 것."
"그렇군요.... 뭐? 뭐라고요? 능력? 반전?"
"네? 네. 아니, 아니, 그러니까, 제 말은, 아니요, 선 그저..."
렌코가 하였던 것처럼 여자는 목청 높여 앞에서 내뱉었던던 말의 위로 선을 찍찍 그으며 지우려 노력하지만, 메리와 렌코는 여자의 말 속에 숨은 불가항력적 무언가에 사로잡혀 그녀의 입 밖으로 낸 것을 역전시키는 정도의 능력에 신기해하며 감탄한다.
“역전하는 능력요?”
여자는 자신의 실수를 깨당고는 메리가 한 것 처럼 손으로 제 눈가를 비벼대며 가리며 괴로워한다.
"어디서 오셨어요?"
"네? 나, 달의 도시에서요."
여자는 재빨리 제 손으로 입을 틀어막는다.
"아니, 전 달에서 온 게 아니라 그, 어디냐, 그, 그, 카자흐스탄? 플로리다? 플로리다가 좋겠네, 네! 플로리다! 플로리다 비슷한 곳에서 태어났어요, 거기는, 그, 동네죠, 달동네, 그래서 달에서 왔다는 거죠! 그렇죠? 그럼요!"
여자는 속으로 생각한다.
'위험했지만, 꽤 잘 지어냈는데?'
이런 종류의 소설로 속여먹은 토끼들이 얼마나 많은가?
여자는 서로의 얼굴을 멍청하게 쳐다보는 두 유기체를 속여 넘기기에는 딱인 거짓말이라고 스스로 자위한다.
"달에 도시가?"
토끼한테는 먹혀도 교토 대학의 우사미 렌코와 마에리베리 한, 또는 메리로 불리는 여대생에겐 씨알도 안 먹히나보다.
여자의 얼굴은 즉시 빨갛게 달궈지면서 격하게 그건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메리와 렌코는 달에 도시가 존재한다는 강한 사실에 고개를 끄덕인다.
달, 하늘에 뜬 둥근 달!
월면의 도시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들으며 화려한 네온 표지판 근처를 얼씬거리는 모습을 상상하던 도중 메리가 중얼거린다.
"달에 사람이 살다니, 아님 외계인인가...?"
"글세, 외계인 보다는 독일인이 아닐까? 저 분의 부모님이 한 1910년에 태어나시고."
"렌코, 그건 음모론이잖아. 게다가 그건 꽤 위험한 발언이고."
8천만 독일인과 1945년 쯤 독일에서 아르헨티나로 떠난 할아버지를 겨냥
한 듯한 렌코의 질문에 메리가 다그친다.
"달이면 바다도 있겠네요. 고요의 바다. 거기에 해수욕장 같은 거 있어요? 한번 가보고 싶었는데."
킥킥대는 렌코의 표정에 여자의 당황의 붉은색 얼굴이 싸악 식으며 말한다.
"거기엔 재미 볼 일 전혀 없어. 전혀."
여자의 말에 메리와 렌코는 어색한 미소를 지어보이며 조용히 잔에 담긴 차를 홀짝인다.
세 사람의 사이는 급격하게 어색해진다.
원래부터 세 사람의 사이는 어색했지만, 달 이야기를 꺼내면서 나름 친해졌다고 생각했는데 완전히 어색해진다.
“...그녀는 여름 같지. 조지아 주의 7월 달처럼. 그 사랑은 소네트 같지. 성냥불에 타오르는 책처럼...”
락밴드 스모키 조 & 솔티 피트의 젊은이의 뜨거운 사랑 노래로 완전히 얼어붙은 세 사람의 관계를 녹이기 위해 노력하는 중이다.
모닥불, 여름 같은 노랫가사와 쓰잘데기 없을 정도로 긴 코트 덕분에 여자는 머리에 쓰고 있던 모자를 벗어 후끈해진 몸을 식히기 위해 부채질을 하더니 조심스레 입을 연다.
“저기...”
“네?”
메리와 렌코는 백색증을 가진듯한 여자의 은발을 신기하게 바라보다 여자의 물음에 놀라 대답한다.
“그.. 아까전에...”
“아뇨, 제가 대신해서 사과드리죠. 못된 아기!”
“뭐?! 네가 했던 말이였잖아 렌코!”
“아뇨 아뇨, 전혀 그럴 필요 없고요.”
“못된 것! 못된 것!”
렌코는 메리에게 꿀밤 먹일 듯이 주먹을 들이댄다.
“그냥.. 그냥 아까 이야기를 들었는데... 그 뭐더냐... 세잌스...”
“윌리엄 셰익스피어요?”
“네. 아니, 아니. 그러니까, 제 말은, 아니요의 반대요.”
여자는 뭔가 놀란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본다.
메리와 렌코, 접수대에서 멍청히 서 있는 멀대 종업원 모두 멀쩡하다.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노래와 가사가, 대체로 안정적인 소리가 귀 속으로 들어온다.
모든 게 멀쩡하다고 판단이 든 여자는 편안한 한숨을 내쉰다.
“아무튼, 그분의 이름을 어디서... 들어본 적이 없어서 말이죠.”
메리는 여자의 그 반대로 해석하라는 여자의 몸짓과 그녀의 능력에 고개를 끄덕인다.
“아하, 문학에 관심 있으세요?”
여자는 고개 끄덕임으로 대신 답한다.
초여름의 해빛을 받은 장미같은 사랑대신, 써마이트처럼 뜨거운 사랑을 더 좋아할 친구에게 실망했던 메리는 수줍은 문학 입문자의 등장에 표정이 밝아진다.
“문학에 관심이 없어도 아는 이름이지만, 문학을 사랑하시는 분이라면 사랑하는 작가가 바로 셰익스피어죠. 로미오와 줄리엣! 햄릿!”
“음, 음.”
여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두 눈을 지긋이 감으며 끄덕인다.
셰익스피어 4대 비극 한 권을, 돌고래 출판사, 정가 13000엔.
지상의 노획품이라며 박물관에 전시되었다가 왕립박물관에 기증된 것을 여자가 빌려다 읽었던 기억이 떠오르는데, 되게 베베 꼬인 표현들로 가득한 소설이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모두가 셰익스피어를 좋아하죠. 400년이 지났는데도 그는 아직까지 사랑받고 있잖아요.”
“400? 꽤 오래됬네.”
메리의 문학 이야기에 심드렁한 표정을 지었던 렌코는 어느세 표정을 풀고는 메리와 속으로 ‘겨우 400년?’하고 생각하는 여자의 사이의 공간으로 비집어 들어온다.
“어라? 이과소녀 렌코도 관심이 가나 봐?”
“그게... 솔직히 생각해 봐, 지금는 과학이 모든 걸 지배하는 세상이야. 이런 세상의 사람들에게 괴테의 글이나 도스토예프키의 글은 오늘의 감수성을 전율시키지도 감동시키지도 못할거야.”
“...그거 올바른 인용 맞아?”
“아무튼, 현대에서 문학이 적용하는 힘은 적다는거지.”
“그래? 그럼 렌코에게 하나 물어볼까? 서두르다가 영어로 뭐라고 하지?”
“응? 응, 응, 'Hurry',”
“그럼 힌트는?”
“‘Hint'.”
“외로운.”
“’Lonely'.”
“그 단어들, 셰익스피어가 만들었다는거 알아?”
“뭐... 뭐? 정말? 그런거였어?”
렌코는 처음 알았다는 멍청한 표정으로 두 눈 뚱그렇게 뜨고는 눈썹을 칫겨세운다.
“셰익스피어의 극 대본이 어떻게 400년 까지 남았겠어? 특유의 표현 때문이지. 예를 들어보자, 오셀로에서 이아고는 질투는 초록색의 눈을 가지고 있다고, ‘green-eyed monster’라고 표현했지. 거기서 유래되어 초록색은 질투의 색이 된거야.”
어디 다리를 지키는 파수꾼이 왜 질투쟁이인지 알 것만 같은 짧은 이야기였다.
“어... 와... 신기한데? 초록색이 질투랑 관련되었다는 이야기는 들어보긴 했는데...”
메리와 렌코의 이야기를 듣던 여자는 초록색 이야기에 꽤 흥미를 보이며 친구들에게 써먹을 생각에 미소를 지으며 미소 짓는다.
물론 자기가 생각해낸 표현이라고 할 거고.
“어때? 문학에 관심이 가?”
“조금만 더 해주면 그럴거 같아.”
“그럼 누가 좋을까? 렌코가 인정했다는 어니스트 헤밍웨이?”
렌코와 여자는 크리스마스 밤 할머니의 이야기를 기대하는 아이처럼 메리에게 바짝 다가온다.
방금 카페로 들어온 두 손님도 메리에게 관심을 가지고는 다가온다.
둘 중, 눈에 확 띄는 분홍 머리칼에 가죽 점퍼와 아랫단 접어 올린 청바지 차림의 어디 디트로이드 쪽에서 활동하는 듯한 깡패녀와 그 뒤로 하얀 드레스 셔츠와 파란 니트 조끼, 동글이 안경을 쓴 금발의 헛똑똑이 찌질이 여대생이 쭐레쭐레 따라온다.
메리와 렌코는 가까운 세계사 박물관에 가볼까 생각한다.
미국의 역사관의 7950년대 코너의 마네킹들이 벌거벗은 체로 서 있는 모습을 보기 위해서 말이다.
아니면 진심으로 패션 감각이 50년대에 마비되었다던가.
“여기서 뭐 하시는 거에요?”
“에? 아... 그게...”
“사구메씨, 환상향이라면 몰라도 이런 곳에 홀로 내려오는 건 위험한 일이고...”
호전적인 언성으로 말하던 깡패녀는 레인코트의 여자 곁에 머물고 있는 두 여대생에게 눈길을 주더니 눈밑의 근육이 굳어버린다.
메리와 렌코는 자신을 내려다보는 깡패녀의 얼굴에 묻은 희미한 당혹감에 뭔지 모를 친숙함을 느끼며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왜? 뭔데? 뭔... 아! 너희들이구나! 안녕!”
깡패녀 뒤에 위치해 있던 와타츠키노 토요히메가 둘의 인사 덕에 메리와 렌코는 이들이 누구인지 떠올릴만한 영상이 떠오른다.
인공위성, 결투, 그리고... 근사한 식사.
깡패녀 와타츠키노 요리히메도 이 둘의 인사가 반갑지만, 잠시 타임 선언을 하고 등을 돌린 체 제 언니를 부른다.
“미쳤어?”
“뭐? 너 은근 말 놓는다? 아무리 그래도 난 네 언니이고...”
“우린 지금 잠입중이라고.”
“잡입? 아, 그랬지. 우린 잡입중이지.”
“뭐?! 이제 안 거야?”
“알았어. 이제부터 캐릭터 잡는다. 으흠, 흠. 흠. 좋아! 우린 라이브로 간다!”
파이팅 넘치는 기합과 함께 메리와 렌코에게 돌아온 와타츠키 자매중 토요히메가 손을 내밀어 메리에게 악수를 권한다.
“에든버러라고하지. 초면이지만 반갑네.”
“우리 전에도 만났으면서 초면이라니요... 밥도 같이 먹었고... 에든버러씨.”
토요히메는 잠시 타임 선언을 하고 다시 등을 돌려 제 동생을 부른다.
“눈치 챈 거 같은데?”
“당연하지! 그렇게 사방팔방 광고를 해댔는데!”
“그래도 한 50%만 눈치 챈 거 같은데 그대로 얼버무리면 속아 넘어 갈 거 같아.”
“음, 그건 그런거 같아.”
요리히메는 고개를 끄덕임과 함께 또 다시 메리와 렌코에게 돌아온다.
“음... 그러니까, 제 동무가 결례를 범했던 거 같군요.”
“그렇죠, 이 동무가 결례를 많이 범하죠. 자, 얼른 가세 이 친구야.”
요리히메와 토요히메는 각자의 오른손으로 사구메의 어께를 흔들며 그만에게 일어날 것을 권한다.
“지금 가기는 좀 그런데...”
그말에 사구메는 즉시 자리에서 일어난다.
떠나기전, 사구메는 메리와 렌코에게 속삭인다.
“재밌는 이야기였어요.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애완동물로 삼아드릴께요.”
사구메는 요리히메와 토요히메와 함께 카페를 나온다.
방금 전의 사구메가 하였던 말의 뜻을 해석하려 노력하던 메리와 렌코는 코트 뒤로 무언가 볼록히 튀어나온 사구메의 등짝과 요리히메와 토요히메의 판판한 둥짝을 한참동안 바라본다.
“저 사람들, 그 사람들 맞지?”
“응.. 그렇네.”
"..."
"..."
“계속 해 줄 거야?”
“뭘?”
“헤밍웨이 이야기.”
“그을세, 네가 직접 한 번 읽어보는 거 어때? 일기 쉬운 소설인데.”
“이과소녀인 나보고 문학소녀가 되라고?”
“왜, 윈스턴도 빅 브라더를 사랑하게 되었다잖아.”
“어... 그런거야?”
렌코는 머리를 글적이며 박물관은 됬고 도서관을 가볼까 하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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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팬대에 주어진 문장과 그 문장에 대한 저의 견해와 그 중간에 생긴 갈등 등을 모티브로 쓴 작품입니다.
2주 넘게 팬픽을 쓰다 너무 제 팬픽 같아서 갈아엎고 1주 동안 급하게 땜빵하다 마무리 했네요.
덕분에 밑에 깔아주는 그런 팬픽이 될 거 같네요.
물론 누군가는 그런 역할을 해야 될테니 뭐...
아무튼 이 팬픽의 영감을 준 개최자와 개인적으로 난해해했던 문장을 해석해준 모 갤러와 늘 물조절에 실패했던 커피 여섯 잔에게 감사를 표하는 바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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