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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팬대] 마법과 기술의 장 (2/2)(최종 수정본)

ㅇㅇ(1.227) 2020.07.21 14:03:11
조회 192 추천 12 댓글 3
														

이전화


겨울의 태양은 차갑고도 부드러운 빛을 흘리고 있었다. 창공을 무리 지어 다니는 흰 구름 떼는 복잡한 심상을 포근하게 해주었다. 나는 조용히 미소를 지웠다. 가식적인 표정이나마 제대로 유지했다면 다행이다. 홍마관을 돌아보며 조소를 머금을까 생각하다 그만두었다. 그녀 또한 불쌍한 마법사다. 대마법사의 위명 아래 감춰진 고지식함. 대신 나는 나 자신을 위해 한숨을 쉬었다. 결국 아직 답을 찾진 못한 것이다. 사실 파츄리의 의견도 일리가 없진 않았다. 마법이 자연과 조화를 이루었으며, 영구적인 가능성을 지니었다는 말도 틀리진 않았다.


하지만 문제는 기술 역시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기술이 보급형 마법이라는 파츄리의 말은 그 의도와는 다르게 진실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었다. 여러 가지 조건, 예컨대 문자의 해독이라던가, 여유 자금과 시간, 그리고 천재성이 결부되었을 때야 도달할 수 있는 마법과는 달리, 기술은 만인에게 평등하게 다가갈 수 있었다. 그리고 만인의 노력으로 기술은 명맥이 끊기지 않고 발전해 나가리라. 지금은 성냥불일지 몰라도, 훗날 인공태양을 완성한 그들을 보며 우리는 마법의 우월성을 주장할 수 있을까? 자원의 고갈마저 모종의 방법으로 극복할 그들을 생각하면 경외감과 더불어 안타까움이 남는다. 마법이 그 먼 미래를 같이 걸어갈 수 있을지에 대해.


그 뒤로도 나는 몇몇 마법사들을 방문하였다. 히지리 뱌쿠렌이 제시한 마법과 기술의 공존론은 이론도 근거도 이상적이었지만, 아무런 실천 방안을 마련해주진 못했다. 마법과 기술의 합작을 위해선 양 쪽 모두에 지식을 가진 인물이 필요한데, 그런 인물을 어떻게 구할 것이며, 또 육성을 위한 투자는 어떻게 받을 것인가? 야타데라 나루미가 의견을 낸, 보다 효율적이면서도 배우기 쉬운 신 마법 체계의 창조론 역시 비슷한 뜬구름 잡는 소리였을 뿐이었다. 결국 나는 허탈한 마음을 애써 억누른 채, 내 불타버린 집으로 날아갔다. 내 근본적인 고민도, 오전의 의뢰도 해결하지 못한 채.


벌써 어둠이 내려앉은 숲의 풍경은 을씨년스럽기 짝이 없었다. 하지만 내 집을 찾느라 그리 헤매지는 않았다. 일대가 불타버린 나무들로 그득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중앙에는 1층의 형태 정도만이 남아있는 내 집이 있었다. 그나마 골격은 무사하다는 게 다행이었다. 그렇다고 언제 무너질지 모를 반파된 집 아래서 잠을 청한다는 것도 썩 마음에 들지 않았다. 미뤄뒀던 우울감과 피로감이 쏟아졌다. 하품을 쩍쩍 하며 그 자리에 쭈그려 앉았다. 역시 당분간은 하쿠레이 신사에서 지내는 것이 좋을 것이다. 아마 잔소리 좀 듣겠지마는 그래도 편히 잘 수나 있다는 것에 감사해야 할 것이다. 아마 그런 생각에 빠져 있다 보니, 뒤에서 얼쩡거리던 녀석을 눈치채지 못한 것 같았다.


“이봐, 꽤나 곤란해 보이는데.”


솔직히 얘기하자면 코 깨질 뻔 했다. 니토리 녀석은 제 딴엔 가볍게 민다고 밀었겠지만, 기력이 축 빠져있던 나에겐 가공할 만한 위력으로 다가왔다. 제대로 손을 짚지도 못하고 안면으로 엎어진 나에게 니토리가 당황한 듯이 다가왔다.


“어, 어이. 괜찮아?”


“괜찮아 보이냐? 자식아?”


역시 분노는 탁월한 피로 회복제였다. 나는 곧장 몸을 비틀곤 다리를 들어올려 니토리의 목을 조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캇파는 캇파였다. 그녀는 몇 번 컥컥거리고는 내 몸통을 통째로 들어올려 뒤로 엎어쳤고, 나는 어설프게 낙법을 취하다가 팔이 아작나는 느낌을 받았다. 아슬아슬하게 충격을 완화한 나는 연이은 반격에 들어갔다. 몸을 잽싸게 회전시켜 니토리의 견갑골을 고정시킨 후, 암바를 걸어 악 소리가 나게 만들었다.


“그만! 항복, 항복!”


나는 승리의 쾌감을 느끼며 힘을 천천히 풀었다. 그러자 방금 전까지의 우울한 기분이 싹 돌아오는 심정이었다. 니토리는 쓴웃음을 지으며 내게 투덜거렸다.


“쳇, 팔 빠지는 줄 알았잖아.”


“그러게 왜 멀쩡히 앉아 있는 사람을 밀고 난리야.”


나는 죽을상을 지은 채 내뱉었다. 내 울먹거리는 반응에 니토리는 머쓱한 표정으로 어깨를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네 집, 딱 봐도 불탄 것 같은데. 대체 어떻게 된 거야?”


나는 간략하게 사정을 설명했다. 한심한 눈으로 날 바라보는 니토리를 한 번 더 패줄까 하다, 그만두기로 했다.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나는 뻔뻔한 미소를 살짝 띤 채 니토리에게 말을 걸었다.


“혹시……”


“안 돼, 고쳐줄 생각 없어, 돌아가.”


이쯤 되면 내 얼굴에 생각이 다 드러나는 게 아닌가 의심스러울 정도다. 나는 에라 모르겠다 싶은 심정으로 눈 바닥에 드러누웠다. 이젠 정말로 끝장이다. 의뢰에 대한 답도 구하지 못했다. 몇 푼 안되는 배상금으로는 새 집은 커녕 몇 달 식비조차 못 채울 것이다. 신사에도 언제까지고 머물 수 없을 터, 남은 건 마을 부근에서 구걸을 하며 끼니를 때우는 것이다. 하지만 그래서야 지인들에게 체면이 서지 않는다. 이제 다 포기하고 아버지 밑으로 기어들어가는 수 밖에 없나…… 하지만 그 즉시 마법과는 평생 작별하게 될 것이다. 내가 멍하니 이런저런 우울한 생각을 하고 있자니, 니토리가 문득 생각난 듯이 말을 걸어왔다.


“저기, 조언이 될 만한 소린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네 얘기를 듣고 생각난 건데 말이야.”


나는 울상을 띤 채 고개를 돌렸다. 어느새 눈물이 고인 안구 때문에 시야가 희미하게 보였다.


“과학 기술의 발전에 있어 가장 투자받기 힘든 분야가 무엇인지 알아?”


“……갑자기 무슨 소리야.”


“기초 과학이지. 그 사회의 어떤 분야와도 직접적으로 연관되지 못하므로.”


나는 이런 뜬금없는 얘기를 꺼내는 니토리의 심중을 이해할 수 없었다. 다시 말해, 무슨 개소린가 싶었다. 하지만 어쩐지 지금의 나에게는 더없이 중요한 얘기처럼 들려졌다. 그래서 나는 경청했다.


“그리고 과학 기술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 역시 기초 과학이지.”


머릿속에서 불이 확 켜지는 느낌이었다. 나는 고개를 번쩍 들어올렸다.


“이건 내가 기술자이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하는 걸지도 모르겠지만…… 기술이나 마법이나 크게 다를 건 없어. 오히려 추구하고자 하는 바는 같지.”


실로 그러하다. 마법이고 기술이고 인류의 편의를 위해 개발된 것이 아닌가? 내가 계속 느껴왔던 심리적 장벽 역시 그것이었다. 대체 마법의 고유한 영역이란 게 무엇일까? 기술과 마법의 목적이 같다면 선천적으로는 존재하지 않는 부분일 터였다. 그렇다면 후천적인 마법의 요소 중 독자적인 부분이 있는 것일까? 그 역시 떠오르지 않았다. 응용되는 마법들은 전부 실용에 목적을 두고 변형된 것이기에.


“애당초 부탁 자체가 잘못된 게 아닌가 싶어. 마법만의 고유한 영역이라니.”


“그렇다면? 마법의 고유한 영역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얘기인가?”


“기술과 마법이 동일선상에 있다는 가정 하에서, 그렇다고 생각해. 가장 기본적인 기술조차도 무언가와 연관되어 있기 마련이고, 그렇다면 마법 역시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는 하나의 유기적인 요소야.”


“그럼 마법은 역시 기술에 밀릴 수 밖에 없는 건가?”


내 말에 니토리는 침묵했다. 그러고는 한참 뒤 입을 열었다.


“만약, 만약이지만, 마법의 본질이 기술과 동일하다는 것을, 그리고 그 본질을 위해서는 시간과 자본이 필요하다는 것을 설득시킬 수 있다면.”


“그럴 수 있다면?”


나는 그녀의 답을 애타게 기다렸다. 그 순간은 영원의 집합체였다. 나는 침묵에 동조했고, 그 침묵이 새벽의 암흑이기를 바랬다. 니토리가 내게 딛는 발 마디마디가 내 눈과 귀에 새겨졌다. 그녀가 내 몸을 일으켜 세웠을 때, 나는 알 수 없는 부양감을 느꼈다. 그리고 그녀가 무겁게 입을 열었다.


“네가 결정할 차례야.”


그게 무슨 말일까. 내가, 결정을? 무엇을 결정하란 말인가. 문득 지독한 피로가 몰려왔다. 내 앞에 서 있는 그녀가 한 폭의 추상화 같았다. 의식이 침전되며 나는 가볍게 눈을 감았다. 하지만 잠에 빠져들진 않았다. 대신 오늘 있었던 일들이 주마등처럼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생각해보면 앨리스의 답안도, 파츄리의 주장도 모두 마법을 하나의 가능성으로서 취급하고 있었다. 절대적인 무언가가 아닌, 그저 존재하는 하나의 – 그렇기에 더욱 갈구할 수 밖에 없는 – 개념. 마법의 환상이 눈을 시리게 한다. 나는 그것을 뛰어넘기로 했다. 마법은 가능성이 아니다. 존재하는 무엇이다. 우리는 사랑을 부르고, 우정을 논한다. 마법은 그것들에 어울리는 단어였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그래서는 안된다. 환상향에 뿌리깊게 박혀 있는 마법을 나는 마법 그 자체로서 대할 것이다. 뱌쿠렌의, 나루미의 말은 그것을 시사하고 있었다. 창조될 수 있는 마법, 결합될 수 있는 마법. 하지만 그녀들은 가능성을 제시하진 못했다. 나는 불가능한 것을 추구하진 않을 것이다. 대신 일말의 가능성이라도 있다면 그것을 존재하는 것으로 만들 것이다. 나는 깨달았다. 마법은 유용성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유용성은 마법의 부산물일 뿐이었다. 그럼 마법은 무엇을 위해?


나는 눈을 떴다. 차가운 공기가 폐 속까지 차오르는 것이 느껴졌다. 앙상한 나무들 사이로 백색의 가루가 흩날렸다. 그 가운데, 나는 눈을 마주보았다.


나는 결단을 내렸다.


---------


“아버지.”


나는 몇 년 만에 처음으로 그 단어를 입 밖으로 꺼내보았다. 혀가 어색하게나마 움직여 주어 다행이었다. 나를 무덤덤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아버지를 보고 있자 내가 다 이상해질 지경이었다. 나는 이어 결론을 말했다.


"그렇기에 마법과 기술의 융합은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인류 발전을 위해 필요할 뿐만 아니라, 현재의 혼란한 상황을 정리하는 것에도 도움이 됩니다. 마법사들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인간과 마법사, 그리고 캇파의 유대를 공고히 하며, 일방적인 인간 마을의 기술 발달로 인한 요괴들의 견제 역시 무마할 수 있습니다. 부디 심사숙고하시여 바른 판단을 내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내 부탁을 들은 아버지는 한참을 가만히 있었다. 다리가 저려왔지만 섣불리 움직일 수 없었기에, 등에 식은땀이 맺히는 것을 느끼며 영겁 같은 시간을 기다렸다. 마침내 아버지가 입을 열었을 때, 나는 심장이 장기 속을 헤집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딸아.”


나는 저도 모르게 나올 뻔한 한숨을 억눌렀다. 경위야 어찌되었든 아버지는 날 아직 딸로 여겨주고 있었다. 그 점에 한 번 놀랐고, 나 자신이 그에 안도했다는 것에 두 번 놀랐다. 혈육의 정은 다 끊어냈다고 생각했었는데. 아버지의 말은 천천히 이어졌다.


“네 제안은 허무맹랑하기 짝이 없구나. 본디 두 계통이었던 기술과 마법은, 설령 네 말대로 본질이 같다한들 그 작용은 실히 다르다. 유구한 시간 동안 그 두 가지가 제대로 결부되지 못했다는 것 역시 이를 증명한다. 그리고 네 생각만큼 이상적인 발전이 이루어질지도 의문이다. 지속적이면서도 실용적인 성과를 내지 못한다면 그에 대한 투자 역시 끊기길 마련이고, 이는 연쇄적인 악순환일 뿐이다.”


반박할 말이 없었다. 마법과 기술을 조합한 새로운 경지를 일궈낸다는, 그러기 위해 자본을 투자해 달라는 내 주장은 내가 생각하기에도 무리가 따랐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섭섭해지는 마음은 주체할 수 없었다. 역시 아버지와 나 사이에는 좁힐 수 없는 간극이 있었다.


“요구되는 시간, 자금, 인력 등을 고려해 보았을 때, 내 생전에 볼 수 있는 이득은 아무것도 없을뿐더러, 훗날에라도 그것이 성공한다는 보장은 전무하다.”


참으로 그러하다. 이 마을의 유지라고는 하지만, 인생의 황혼기에 접어든 아버지께서 무엇 때문에 그동안 쌓아온 공적들을 허물면서까지 새로운, 그것도 불확실성이 높은 사업에 투자하겠는가. 심지어 그 사업의 발안자는 자신이 버린 자식이거늘. 역시 무리인 제안이었다. 나는 인사를 하고 일어날 준비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침을 삼켰다. 내 동작은 그대로 굳어버렸다. 정적이 흘렀다. 아버지는 그 침묵을 즐기시는 듯, 조용히 허공을 바라보고 계셨다. 그리고 입가에 미소를 띠시며 부드럽게 말하셨다.


“네가 주장하는 것처럼 마법이 단지 하나의 도구로서 존재하는 것이 아닌, 사람들이 서로를 보듬고 존중하며, 세계에 대한 사랑을 퍼뜨리기 위한 것이라면. 그리고 그것이 실현되는 방식이 특정 계층의 전유물이 아닌, 인류 전체를 위한 발판이 되는 것이라면.”


나는 내가 본 것을 믿을 수 없었다. 근 몇 년간 본 적이 없는 아버지의 미소였다. 아버지는 모든 것을 내려놓은 듯, 하지만 그것은 자신의 염원을 이루었기에 나오는, 해탈한 듯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나는 갑자기 울고 싶어졌다, 몹시도.


“그런 것이라면 나도 투자하겠다.”


무언가 말을 하고 싶었다. 하지만 도무지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 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무수한 생각들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아버지께서 마법을 인정하시게 된 것일까? 아니면 세월의 무게에 둥글어지신 걸까? 그도 아니라면 정말 내 의견에 설득되셨기 때문에? 내 직감은 어느 쪽도 아니라고 말하고 있었다. 혼란 속에 내가 꺼낸 것은 결국 짤막한 말 한마디였다.


“감사… 합니다.”


나는 뒷걸음질치며 조심스레 방을 나왔다. 문을 닫자 갑자기 몸에 힘이 풀렸다. 나는 휘청휘청 걸어가다가 마당에 이르러 주저앉았다. 시야가 흐려지기 시작했다. 뜨거워지는 눈시울을 의식하며, 나는 눈물을 훔쳤다. 나는 더 이상 부정하지 않기로 했다. 사실 처음부터 알고 있었던 일이다. 아버지가 나를 버렸던 것이 아니었다. 내가 아버지를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것뿐이다. 아버지에게 있어 나는 언제나 아픈 손가락이었다.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앨리스가 다가와 나를 차분히 토닥였다.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랬기에 나는 나 자신을 뒤집어 깔 수 있었다.


“내가…… 내가 돌아갈 곳이 없었던 게 아니야.”


나는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한 번 터진 입은 그대로 내 감정의 분출구가 되어주었다. 나는 앨리스의 가슴팍에 얼굴을 파묻은 채 계속 말했다.


“내 본가는 내 마법이 지탄받는 장소가 아니었어. 내가 이제야 깨달았던 것처럼, 아버지께 말씀드린 것처럼, 서로가 마주 바라보아야 할 곳이었어. 아버지는…… 아버지는 내가 가출을 했을 때부터 이 순간을 기다려 온 거야. 걸음마를 시작하는 아기를 기다리듯.”


내 목소리의 헐떡임은 점점 거세졌다. 나는 눈물을 줄줄 흘리며 말했다.


“지금에서야…… 원점이야.”


“그 또한 마법이 행사되는 이치이지. 절벽을 단숨에 오를 수 없는 것처럼. 바다를 가로지를 수 없는 것처럼. 모든 마법사들은 돌아돌아 진리에 도달하기 마련이야.”


앨리스는 내 어깨를 부여잡고 날 일으켰다. 그리곤 말했다.


“잘했어, 마리사. 네 진리를 찾아냈구나.”


“나, 본가로, 돌아갈래.”


앨리스는 빙그레 웃었다. 나는 어쩐지 어린애가 된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그런 나를 쓰다듬으며 앨리스는 말했다.


“그럼 배상금은 안 줘도 되는 거지?”


나는 내 오랜 악우를 미친 놈 쳐다보듯 바라보았다. 마법사 중에는 정신병자가 많다지만, 그리고 그 리스트엔 나 또한 등재되어 있겠지만, 솔직히 감동이 바사삭 부서지는 느낌이었다. 나는 눈물을 소매로 닦아내고는 코맹맹이 소리로 말했다.


“미쳤냐?”


나와 앨리스는 한참을 마주보았다. 그리곤 웃음을 터뜨렸다. 둘 다 킬킬거리며 걸어나갔다. 부러 떠들썩하게 웃어제꼈다. 지나가던 인요들은 우리를 이상한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개중에는 관자놀이 근처에서 고유한 전통의 손짓을 해보이는 자들도 있었다. 하지만 상관없었다. 우리는 남의 시선을 신경쓰지 않는 마법사였다. 나 역시 이제서야 마법사가 된 것이었다. 진작 아버지와의 거리를 그렇게 맞췄어야 했다. 아버지를 붙들고 놓지 못했던 것은 나 자신이었다.


“여어, 설득한 모양이네.”


“조마조마 했더니만, 용케도 성공한 모양이군.”


니토리와 케이네가 우리를 알아보고 다가왔다. 나는 비명에 가까운 환호를 지르며 니토리를 안아올렸다.


“잠, 잠깐, 너무 화끈하잖아. 윽, 허리 쪽이……”


니토리가 난색을 표했다. 하지만 터져나오는 기쁨을 주체할 수는 없었다. 나는 답을 찾아냈다. 마법이 가지는 가치를. 마법과 기술이 공존하기 위한 방안을. 앞으로 그 답을 실현시키기 위해 겪어야 할 고통이 더 많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적어도 이 순간을 즐기기로 마음먹었다.


앨리스는 조용히 미소를 지었다.


니토리는 허리를 부여잡으며 쓰러졌다.


케이네는 황급히 들것을 가지러 달려갔다.


나는 요란한 소리에 집 밖으로 걸어나오시던 아버지를 끌어안았다.


태양은 온광으로 웃음짓고 있었다.


---------


드디어 퇴고도 마쳤습니다.

여러모로 부족한 작품이지만 관심을 기울여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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