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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팬대] 장마 (2/6)

초록목도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7.25 23:4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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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판대에는 신문들이 켜켜이 쌓여 있었다. k는 펼쳐놓은 카드들을 패 하나로 뭉치는 것처럼 두 손으로 신문들을 모아 포갰다. 나는 셋이서 신문을 볼 수 있게 옆에 있던 독서대를 끌어왔다.

 

혹여나 말하는 건데, 신문들이 그렇게 신뢰할 만한 건 아니에요.”

 

k가 신문을 가져오면서 말했다.

 

제 친구가 그러던데, 신문이 사실과는 다르게 말하는 것을 많이 봐왔대요. 돈이나 뭐 권력자들 비위에 맞추려고. 제 친구는 기억력이 엄청 좋으니까 아마 맞을 거에요. 저랑 소꿉놀이했던 것도 다 기억을 해내니까요.”

 

마을에 도는 신문이 한 종류밖에 없는 것을 보니 말 되네. 그래도 뭐 설마 모든 내용을 속이지는 않겠지.”

 

메리가 신문을 넘기며 말했다.

 

그러고 보니 걔네 집도 잘 사는 편이기는 한데, 다행히 범인이 불을 지르지는 않았어요. 부자라서 불을 지르는 건 아닌가 봐요.”

 

k는 잠시 친구 생각을 하는 것 같았다. 그동안 신문을 훑어보았지만 사건 일주일 전까지는 정말이지 아무런 일도 없었다. 마을 아이가 기르던 강아지 한 마리가 오전에 사라졌다가 오후에 돌아온 일이 특집일 정도였다.

 

사흘 전에는 꽤 굵직한 일이 있었는데.”

 

메리는 벌써 나흘 전 신문을 다 읽고 사흘 전 신문을 들고 있었다. 약효가 벌써 떨어졌는지 다시 기침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점쟁이라 불리는 요괴가 서점에서 발견되어 반체제 죄로 제거되었다. 다들 이 일을 본보기로 삼아라. 서점이라고 하면 여기 아냐?”

 

k는 당황한 것 같았다. 메리는 다시 신문으로 눈길을 돌렸다.

 

불온사상을 가졌다고 하기는 했지만 그렇게 단번에 없애버릴 줄은 상상도 못 했어요. 근처에 있던 저에게도 다른 사람에게도 아무 해를 안 입힌 걸 보면 그렇게 나쁜 사람은 아닌 것 같았단 말이에요. 어쩌면 점쟁이의 원한이 집들을 불태운 걸지도 몰라요. 아무튼, 그 이후로는 좀 더 조심하고 있어요.”

 

나는 k에게 여기도 그렇게 살 만한 동네는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k는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가끔은 별의별 소리에 놀라요. 누가 지켜보고 있을까 봐. 두 분은 워낙 이곳과는 다른 분들 같아 보이니 안심하고 솔직하게 말하는 건데, 여기 있는 책 중 몇몇은 엄격히 말해서 여기 있으면 안 되는 종류의 것들이거든요. 손님들에게는 절대 못 보여주죠.”

 

나는 나중에 한 권 빌릴 수 있겠냐고 물어보았다.

 

안될 거야 없죠. 그런데 어디에 사세요? 너무 멀리 사신다면 오갈 때 불편할 텐데.”

 

나는 k를 쳐다보았다. 그때 메리가 말했다.

 

잠시만. 이 기사들 이어서 읽어보았어?”

 

 

 

***

 

요괴 자매 중 둘째는 실종되었고 맏이는 전소한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되었다는데, 이 내용 좀 이상하지 않아?”

 

, 그 둘. 둘 중에 언니가 그나마 마을에 자주 오는 편이었어요. 올 때면 꽃집에 들렀는데, 많이는 못 왔었죠. 사람들이 재수 옴 붙는다고 시선이 안 좋았거든요. 하지만 죽었다니, 무서운 일이야. 신문에 원체 작게 쓰여 있어서 알지도 못했네. 근데 어떤 점이 이상한가요?”

 

k가 돋보기를 끌어올리며 말했다.

 

불이 이 기사가 쓰이고 이틀 뒤에 났잖아. 둘 중에 언니가 마을에서 도난 사건의 범인이 마을 유지라고 주장하다 쫓겨났다고. 그 기사문 옆의 사진도 한번 봐봐. 사진 속 군중 중에서 멀찍이 뒤에 서 있는 한 명이 언니랑 닮아 보이지 않아?”

 

사진 속에서 언니는 아무 모자도 쓰고 있지 않았지만, 동생은 매듭을 지어 묶은 띠를 두른 모자를 쓰고 있었다. 낯익어 보이는 모자였다.

 

, 그러고 보니 요괴 자매 중에 언니는 남이 하는 생각을 읽을 줄 알아서, 그래서 평판이 나쁜 거에요. 마을 현자들도 위험하니 가까이하지 말라고 주의를 시켰어요.”

 

동생은?”

 

아무도 몰라요.”

 

잠시만. 생각을 읽는 것이 그렇게 나쁜 건 아닐 텐데. 가령 목마르다고 생각했을 때 그걸 알아채고 네게 물을 줄 수도 있지 않겠어? 생각나는 문제라면 사생활 침해 정도가 있을 텐데,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위험하다고 배척하기엔 무리가 있지 않나 싶다. 사람을 죽인 것도 아닌데. 그건 그렇고, 기사 속 도난 사건에 대해 기억나는 것 있어?”

 

, 그때 종이를 사러 시내에 갔을 때 보기는 했는데, 가게 주인은 손님이 현찰을 훔쳤다고 주장했고 손님은 말도 안 된다고 했죠. 그래서 판결을 내리려고 한 명이 왔는데, 언니 쪽이 갑자기 손을 들어서 그 사람을 가리킨 거에요. 당연히 그 사람은 화를 부득부득 냈고 언니 쪽은 군중 속으로 슬며시 사라지더라고요.”

 

범인은 잡혔어?”

 

아뇨, 그냥 흐지부지되었어요. 그렇지만 온 사람이 바짓주머니가 묵직해 보이기는 했죠.”

 

내 생각에는 이미 신문만으로도 범인이 누구인지는 충분히 알아낼 수가 있어.”

 

메리가 휴지를 몇 장 꺼내 입가를 닦고 말했다. 휴지가 붉어졌다.

 

?”

 

범인은 자매 중에 동생이야. 그리고 언니 쪽은 생각을 읽는 능력이 없어. 그 능력을 가진 건 동생 쪽이야.”

 

 

 

***

 

언니가 아니라 동생이 생각을 읽을 줄 안다고요? 어떻게요?”

 

k가 놀라 되물었다.

 

아무도 동생 쪽에 대해 정확하게 모르잖아. 그걸 보니까 확신이 들었지.”

 

메리는 자세를 고쳐앉았다.

 

양동이에 담긴 물에 먹물을 푼다 생각해 봐. 먹물은 먹물 농도가 높은 곳에서 낮은 곳, 즉 물로 퍼지겠지. 생각을 읽는 과정이 그것과 비슷한 방식대로 일어난다 생각하면 아무 생각이 없는 사람이 남의 생각을 받아들이게 되겠지. 그 때문에 둘 중에 한 명이 반드시 마음을 읽을 수 있다면 그건 어떤 생각조차 하는지 알 수 없는 동생 쪽인 거야.”

 

혹시 그 둘이 그냥 평범한 요괴였다면요?”

 

k가 되물었다.

 

그렇다면 위험하다 규정하고 집까지 불태운 이유를 설명할 수가 없어.”

 

어쩌면 사고로 불이 난 것일 수도 있잖아요.”

 

, 요괴가 사는 집에 불이 나면 어떻게 될 것 같아? 그 요괴는 불에 타 죽을까?”

 

그런 경우는 거의 없을 거예요. 요괴는 신체가 강하니까.”

 

그러니까 말야. 신문을 보니까 현자라고 일컫는 자들은 요괴던데, 만약에 사람보다 약했다면 이 마을 지도층이 죄다 요괴일 리도 없었겠지. 그러니까 그 말은 결국 언니 쪽은 살해당한 후 그걸 감추기 위해 불을 질렀단 거야. 그럼 왜 죽였나, 그건 최후통첩이 통하지 않아서였겠지. 지금까지는 조용히 있었지만 마을에서 소란을 피우니, 높은 분들한테는 아니꼬웠던 거야. 자기편으로 쓰거나, 아니면 제거하거나. 사건 이틀 후에 그걸 제안하러 갔지만 거절당했나 보지.”

 

듣고 보니 그럴 수도 있겠네요. 그러면 이제 이 사실을 알릴 건가요?”

 

아니.”

 

? 어째서요?”

 

아까 말했잖아. 신문만 읽고서도 추리해 낼 수 있는 내용이라고. 이건 범인을 찾지 못한 게 아니라 잡지 못한 거야. 어쩌면 통금과 더불어 마을에 대한 영향력을 늘리려고 이 사건을 구실로 삼았는지도 모르지. 그리고 별로 말해주고 싶지도 않아. 난 편을 들라면 동생 편을 들어줄 것 같거든.”

 

메리는 기침을 몇 번 더 했다.

 

, 그렇군요.”

 

밭은기침이 계속되었다. 빗소리에 기침 소리만 계속 이어졌다. 순간 의자가 끌리는 소리에 문득 바닥을 내려다보았다. 바닥에 튄 피가 의자에 끌린 자국이 보였다. 감기를 앓을 때 나오는 기침으로는 저 정도로 피가 나올 수 없었다. k는 놀라 일어났다. 나는 메리를 보았다. 얼굴이 창백했다. 지금 당장 병원에 데려가야 했다.

 

제가 의사를 불러올까요? 범인을 찾았다고 알리면 통금을 어긴 것을 잠시 눈감아줄지도 몰라요.”

 

k가 다급히 말했다. 나는 범인이 누군지는 말하지 않는 방법은 없겠냐고 물었다.

 

의사를 부르지는 마.”

 

메리는 손을 내저었다. 팔에는 힘이 없었다.

 

맞아. 어차피 여기서 끝날 텐데.”

 

메리의 목소리라고 생각하기에는 지나치게 목소리가 차가웠다. 무엇보다도 밖에서 들린 목소리였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폭음과 함께 서점의 지붕이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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