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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팬대]기다리는 총탄1(열람용)

장기짝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7.26 23: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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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파이 IP가 막혀서 일단 블로그 링크 올렸는데 그래도 다시 글로 올려둠니다



옛날에 썼던 팬픽 '장기짝의 꿈'(https://blog.naver.com/tenguspy/220423476429) 다음 이야기..로 생각하긴 했지만 아마 몰라도 알 수 있을 걸요 아마



그냥 급하게 총 들고 달려가는 두 백랑 텐구 병사 쓰고 싶다는 생각이 이런 괜히 긴 글을 --;




1. 요괴의 산


드문드문 하얀 눈이 덮인 벌판에서 솜덩이 하나가 빼꼼 움직였다. 바로 옆에 있어도 대부분은 미처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조심스럽고 미약한 움직임이었다. 하지만 이누바시리 모미지의 눈에는 그것만으로 충분했다. 그녀는 그 솜덩이가 작은 토끼라는 것도 이미 눈치챘고, 그 토끼가 곧 움직이리라는 것도 예상하고 있었다. 그녀에게 남은 일은 그저 기다리는 것뿐이었다. 천리안을 가지고 있는 그녀였지만, 몇십 리 밖의 토끼를 찾아내는 것보다는 그 토끼가 움직이길 기다리는 게 그녀에게 훨씬 더 익숙하고 쉬운 일이었다. 그녀가 맡은 모든 일들, 보초를 서고 사냥을 하고 때로는 행사에서 경비를 서는 일까지, 그 모든 게 결국은 기다리고 또 기다리는 일이었다.


자신에게 닥친 위험을 눈치채지 못한 토끼는 두 귀를 쫑긋 세운 채 깡총깡총 뛰기 시작했다. 그 토끼가 움직이면서 따라 모미지의 시선과 그녀가 겨누는 총구도 천천히 이동했다. 하지만 결코 토끼의 뒤를 따라서가 아니었다. 그녀의 시선도 총구도 토끼가 이동하는 방향에서 미리 그 토끼를 기다리고 있었디. 결국 모미지에겐 총을 쏘는 것마저도 표적이 총알의 궤적에 오기까지 기다리는 일이었다. 그리고 그녀가 기다리던 바로 그 지점에 토끼가 도착했을 때 그녀는 주저하지 않고 방아쇠를 당겼다. 총성만큼이나 묵직한 개머리판의 무게가 그녀의 어깨를 두드렸다. 모미지는 총신을 거치한 팔안꿈치를 풀지 않고 그대로 기다렸다. 기다렸다는 표현이 적절하지 않을 정도로 짧은 시간 뒤, 총탄은 간발의 차이로 토끼 바로 앞의 눈밭에 꽂혀 자그마한 흙기둥을 만들었다. 토끼는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이해 못했지만 본능적으로 반대 방향으로 몸을 틀어 줄행랑을 쳤다. 모미지는 토끼가 그렇게 자신이 원하던 방향으로 몸을 트는 것을 보고나서야 자세를 풀고 오른손으로 노리쇠를 당겨 탄피를 배출했다.


“이야, 언제 봐도 잘 쏘네.”


모미지의 등 뒤에서 가벼운 감탄이 들려왔다. 그 목소리의 주인공은 열기가 아직도 빠져나가지 않은 금속 탄피를 장갑낀 손으로 주워들고, 모미지가 노리던 토끼 옆에 대보았다. 원체 작은 토끼였지만 거리도 거리였던 지라, 그 토끼는 탄피는 커녕 탄피 밑바닥의 자그마한 턱에도 미처 가려지지 않았다. 모미지는 상대방의 칭찬인지 조롱인지 모를 말에 별반 감정 없이 간단하게 대꾸했다.


“맞추지도 못했는데 뭘.”


“그러게. 토끼 씨에겐 운수가 좋은 날이지. 기다리던 여우 씨만 불쌍하게 됐네.”


상대방은 그렇게 말하면서 모미지에게 자신이 주운 탄피를 건냈다. 모미지는 그 탄피를 허리띠의 자그마한 주머니 중 하나에 집어넣으면서 원래 토끼가 이동하려던 방향으로 다시 시선을 돌렸다. 모미지가 지켜보던 구릉 한 구석에서, 지금까지 숨죽이며 토끼를 기다리던 여우는 입맛만 다시면서 등을 돌렸다. 운수 나쁘게 사냥을 훼방맞은 여우는 미련 없이 다른 사냥감을 찾으러 모미지의 반대편 언덕으로 향했다. 그 여우의 가벼운 발걸음도 모미지만큼이나 기다림이 익숙해 보였다. 모미지도 미련 없이 시선을 돌리며 탄피를 건낸 텐구에게 가볍게 한마디를 던졌다.


“남의 사냥 지켜보는 게 취미야? 악취미네.”


“반종일을 기다렸다가 일부러 빗맞추는 것도 어지간히 악취미인 거 알지? 빗맞춘 것도 아니지. 원래 그 앞에 쏘려고 했으니까.”


모미지에게 탄피를 건낸, 얼굴에 주근깨가 박힌 백랑텐구가 그렇게 답하며 킥킥 웃었다. 모미지는 총을 멘 오른 어깨를 으쓱하는 걸로 답변을 대신했다. 모미지에게 그렇게 실없는 농담을 건내는 백랑 텐구는 그녀의 단짝이었다. 물론 모미지가 그 사실은 인정한 적은 없었지만, 어쨌거나 비슷한 일을 수행하는 백랑 텐구 중에서 모미지와 함께 어울리는 유일한 친구라는 점에선 분명 단짝이었다. 다른 백랑 텐구들은 과묵하고 남들에게 속도 제대로 안 내비치는 모미지와 도통 어울리지 못했지만, 그녀만은 반대였다. 그녀는 어떤 점이 그리 마음에 드는지, 아니면 단순히 근무가 겹쳐서인지는 몰라도 모미지를 졸졸 따라다니며 어울렸다. 그런 것 치곤 남들에게 입은 무거워서 모미지와 있었던 일에 대해서는 도통 말을 하지 않았다. 모미지가 상대에게 모질게 대하지 않을 이유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해서, 그렇게 둘은 단짝 아닌 단짝이 되어버렸다.


“어차피 그 토끼는 너무 작았어. 여우도 차라리 더 큰 놈에 힘을 쓰는 게 나았을 걸.”


“다른 계절이었다면 모를까, 겨울에는 그렇게 쉽게 말 못하지. 짐승들은 안 그래도 먹을 것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인데. 안 그래도 산기슭에도 불청객이 찾아와서 그쪽 짐승들도 어수선한데 말이지.”


단짝의 지적에 모미지는 마지못해 수긍하면서 산기슭 방향으로 시선을 내렸다. 눈이 듬성듬성 덮인 산기슭의 동굴 입구에서 누추한 행색의 인간이 주변을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모미지와 단짝은 안 그래도 높은 요괴의 산 중턱에서 그를 내려다보고 있었으니 그 인간이 제아무리 주변을 두리번거려봐야 백랑텐구 둘이 자신을 지켜보고 있다는 걸 알아챌 도리가 없었다.


“별로 인간 마을에 돌아갈 눈치는 아닌 것 같은데. 왜 저기서 저러지?”


그런 모미지의 의문이 재밌는지 단짝은 낄낄 웃었다.


“여전히 바깥 일엔 관심이 없네. 눈이 너무 좋아서 더 그런가? 저 인간은 제일 먼저 발견했으면서.”


“그야 우리 일은 경비를 서는 거니까. 어지간히 재밌는 사정이라도 있나보지? 마을로 완전히 돌아갈 생각도 없고, 찾아오는 인간도 없고. 왜 하필 산기슭이람?”


“고지식하긴. 결국 궁금하긴 마찬가지면서. 신문만 봐도 알 수 있는데 보나마나 안 읽었겠지. 인심 좋은 내가 알려주지. 저 사람, 도둑인데 최근에 마을에서 들켜서 여기로 도망쳤다나 봐.”


단짝은 마치 그 인간이 듣기라도 할 것마냥 목소리를 낮추고는 주위 눈치를 보며 속삭였다. 산기슭에 있는 사람이 여기서 들을 수 있을 리도 없건만. 모미지는 그런 장난스러운 행동거지에 웃긴 했지만 또 그 설명에 납득하긴 했다. 인간마을에서는 텐구와의 알력 다툼이라도 생길까봐 산기슭 근처에는 어지간해서는 어슬렁거리지도 않았다. 간혹 가다가 나무꾼이나 사냥꾼이 잠깐 자기 일만 보고 금방 돌아가는 정도였다. 텐구 입장에서도 산으로 올라오지만 않으면 산기슭 근처에서 어슬렁거리는 정도는 굳이 신경쓰지 않았다. 행여나 산기슭에서까지 너무 텃세를 부리다가는 다른 인간과 요괴들에게 괜한 눈총을 사서 다른 다툼으로까지 이어지곤 했다. 그런 사정이 있어선지, 인간들 중에 인간마을에서 자리잡지 못하는 사람들이 산기슭을 임시 피신처로 삼기도 했다는 이야기를 모미지도 들어본 적이 있었다.


“잠깐, 그럼 더 골치 아픈 거 아냐? 다른 인간들이 찾으러 안 오면 계속 저기서 죽치고 살게 내버려두기라도 할 셈이야?”


“어라, 그게 신경 쓰이는 거야?”


“당연히 신경 쓰이지. 감시 구역인데.”


단짝은 모미지의 그런 반응에 묘하게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그 웃음을 본 모미지는 자신이 무언가 실수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잘 됐네. 안 그래도 그 일 때문에 찾아왔어. 모미지, 네가 필요하단다. 지금 당장.”


“내가? 대체 누가?”


“출세에도 바깥 일에도 관심이 없는 너한테 누가 더 일을 맡기려고 할 것 같은데?”


단짝이 역으로 던진 질문에 모미지는 바로 얼굴을 찌푸리고 말았다. 사실 모미지도 자신에게 일을 시킨 게 누군지 몰라서 물은 게 아니었다. 오히려 자신의 의심이 틀렸기를 바라며 물은 것이었다.


“젠장, 아야 씨군. 어쩐지 신문 이야기를 하더라니.”


“바깥에서 손님도 올 거니까. 늦지 말라더라.”


“바깥에서? 지금?”


모미지는 그 말을 듣자마자 산의 입구로 눈을 돌렸다. 저멀리 산의 초입에서 붉은 머리카락의 여성 한 명이 산으로 걸어 올라오고 있었다. 그 옷이나 행동거지로 보아 요괴가 아닌 인간이었다. 그녀가 걷고 있는 길은 요괴의 산 안으로 통하는 길이어서 백랑 텐구들이 언제나 엄중하게 감시하는 길이었다. 인간이나 다른 요괴들이었다면 그 길에 오르기도 전에 진작에 백랑 텐구들의 제지를 받아 쫓겨나야 정상이었다. 그 붉은 머리 여성이 그렇게 태연히 올라오는 건, 누군가가 그 길로 올라올 걸 허락해줬다는 의미였다.


“젠장, 이번엔 대체 뭔 일을 꾸미는 건데?”


모미지의 한탄 섞인 외침에 단짝은 어깨만 으쓱였다. 그 대답은 모미지에게는 별로 위안이 되지 않았다.





 단짝과 모미지가 호출된 임시 초소에서는 어느새 산을 올라온 붉은 머리의 여성과 샤메이마루 아야가 앉은 채로 기다리고 있었다. 샤메이마루 아야는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다리가 훤히 드러나는 짧은 치마와 활동하기 편한 옷을 입고 있었지만, 붉은 머리의 여성은 인간답게 옷을 몇 겹씩 꽉 껴입고 입으로는 차가운 입김을 내뿜고 있었다.



“코토히메 씨, 그리고 이 친구가 제가 말한 그 친구. 이누바시리 모미지랍니다.”


샤메이마루 아야는 방긋 웃으면서 붉은 머리카락의 여성에게 단짝과 모미지를 차례대로 소개했다. 아야가 먼저 소개한 바에 따르면 그 붉은 머리카락의 여성은 인간마을의 경찰이라고 했다. 모미지는 인간 마을의 경찰이 요괴의 산까지 찾아올 일이 대체 뭐가 있을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녀가 아는 바에 따르면 경찰들은 철저하게 인간들끼리의 일만 다뤘다. 요괴와 얽힐 일이라면 따로 무녀가 찾아올 터였다. 하지만 모미지는 입을 열지 않고 기다렸다. 이렇게 불려오면 그녀가 해야할 일은 차례가 오기 전까지는 그저 기다리는 것뿐이었다.


“마침 총을 가져왔군. 잠깐 보여줄 수 있나?”


 코토히메는 모미지가 개머리판을 바닥에 둔 채로 세워놓은 소총에 관심을 보였다. 모미지는 용건도 밝히지 않고 대뜸 총에 관심을 보이는 게 당황스럽기는 했지만, 아야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자 코토히메에게 자신의 소총을 건넸다. 어차피 지금 이 임시 초소에 들어오기 전에 약식은 비워둬서 위험할 것도 없었다. 총을 건네받은 코토히메는 천장을 향해 총을 겨눠보며 중얼거렸다.


“생각만큼 무겁지는 않군. 요괴가 쓰는 거라 들지도 못할까 싶었는데. 인간 마을에서 쓰는 것과 같나?”


모미지는 코토히메의 질문에 답할 수 없었다. 그녀는 인간 마을에서 어떤 총을 쓰는지도 몰랐으니까. 모미지 대신 답한 건 그 사이에 있던 아야였다.


“거의 비슷하죠. 인간 마을에서도 워낙 다양한 총을 쓰니까. 장전 방식이나 쓰는 탄환이 다르거나, 이것보다 훨씬 구식도 있고 드물지만 신식도 있죠.”


“그럼 이 총으로 쏴도...”


“텐구가 쏜건지 인간이 쏜건지, 알 수 없죠. 누가 인간 마을에서 텐구가 총을 쐈다고 생각하겠어요?”


대화를 잠자코 듣고 있던 모미지는 눈살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코토히메와 아야는 마치 텐구가 인간 마을에서 총을 쏠 것처럼 말하고 있었다. 모미지는 지금 이 자리에서 무슨 이야기가 더 나올지 어렴풋이 짐작이 가기 시작했다.


“총을 쏘는 건 상관 없어. 쏴서 맞춰야지.”


“그건 걱정할 것 없답니다. 전쟁 중에 총은 많이 다뤄봤거든요. 지금도 틈틈히 연습하고 있고요. 그렇죠?”


아야의 질문에 모미지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내색하지 않았지만 아야가 총을 쓰는 일을 마치 남의 일처럼 말하는 게 얄밉기 그지없었다. 전쟁 중에 총을 많이 다루기로는 모미지 뿐만 아니라 아야도 마찬가지였을 텐데.


“요괴들도 총을 쏘며 싸우나? 내가 생각하던 것과는 많이 다르군. 훨씬 요망스러운 방식으로 싸울 줄 알았는데.”


총을 쓰는 싸움만큼 요망스러운 것도 없답니다. 인간들의 싸움만큼이나 비겁하고 끔찍하긴 마찬가지인 것 같고요. 모미지는 그렇게 쏘아붙이고 싶었다. 코토히메는 그런 모미지의 속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총을 다시 건네며 물었다.


“밤에는? 어두운 데서도 맞출 수 있나?”


“낮만큼 멀리서는 어렵겠지만, 눈만 어둠에 익숙해지면 상관 없습니다.”


적은 밤낮을 안 가리지만 무기는 밤낮 같은 것만 쓰니까요. 모미지는 속으로만 그렇게 덧붙였다. 코토히메는 그 대답에 만족했는지 어쩐지 표정으로 전혀 드러내지 않고 아야에게 고개를 간단히 끄덕였다.


“그렇담 가능할 것 같긴 하군.”


“제가 말씀드린 대로죠?”


단짝과 모미지는 그 둘의 대화에 끼지 못하고 서로 난처한 시선만 교환했다. 자신들을 빼놓고 이야기가 진행되는 것은 상관 없었다. 자신들 같은 일개 병사들에게 그런 일은 흔하디 흔했으니까. 오히려 무슨 일을 꾸미는지 그 대화로 어렴풋이 짐작이 가서 더 곤란했다. 자신들이 지금까지 해왔던 일반적인 경비나 순찰이 아닌 게 분명했다. 게다가 인간 마을까지 얽혀있고.


“코토히메 씨, 그럼 둘에게 제대로 설명해도 괜찮겠죠? 제가 할까요?”


“이 둘, 믿어도 되겠지?”


“그럼요. 백랑 텐구들의 입은 무겁답니다. 특히나 이 둘은요.”


아야는 모미지와 단짝으로 시선을 돌리지 않고 즉답했다. 모미지로선 그걸 무한한 신뢰라고 봐야할지 그녀만의 허세라고 봐야할지 알 수가 없었다. 코토히메는 큰 결심을 하듯이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럼 내가 설명하지. 이미 대충 눈치는 챈 것 같지만 말야. 내가 부탁하고 싶은 일은 이렇다. 밤중에 인간 마을에서 누군가를 쏴주면 좋겠어. 물론 텐구가 아니라 인간이 총을 쏜 것처럼.”


코토히메의 의뢰는 모미지와 단짝이 대화만으로 유추한 그대로였다. 오히려 그래서 모미지와 단짝은 궁금한 점만 더 많아졌다. 결국 충분히 기다렸다고 생각한 모미지가 처음으로 질문했다.


“대체 누굴 쏴달라는 거죠? 인간 마을에 요괴라도 숨어 들어왔나요?”


코토히메는 그 질문에 아야를 살짝 째려보며 답했다.


“아니. 그러면 지금 이 녀석부터 쏴달라 해야겠지. 요괴는 상관 없어. 내가 부탁하고 싶은 건 인간이야.”


“마을 사람이면 당신이 지켜야 할 사람 아닌가요?”


“이제 더는 아냐. 사실 내가 잡아야 할 사람이지.”


“그럼...”


모미지는 그렇게 말하고는 초소 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벽에 가로막혀 보이지는 않았지만, 인간 마을의 도둑이 숨어있는 계곡의 동굴 방향이었다. 모미지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눈치챈 코토히메는 고개를 끄덕였다.


“텐구들 사이에서도 이미 유명한가 보지? 그래. 산기슭으로 도망친 그 도둑을 쏴줬으면 해.”


하지만 그 대답도 모미지에게는 답보다는 의문만 더 많이 심어줄 뿐이었다.




“이야기가 조금 복잡한데. 일단 마을의 위험아들부터 시작하지. 마을에는 경찰도 있지만 혈기 넘치는 청년들이 만든 자경단도 있어. 젊은 패기로 마을을 지키겠다고 나선 녀석들이지.”


코토히메의 목소리는 담담했지만 무심코 눈매를 찌푸리는 모습에서 모미지는 그녀가 그들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절절히 느낄 수 있었다.


“그냥 혈기만 넘치면 좋을 텐데, 바깥 세상에서 어느 새부턴가 총이 꽤 많이 흘러들어오더란 말이지. 지금까지 날붙이나 활 같은 무기는 사냥꾼이 아니면 함부로 들고다니지 못하게 정해놨는데, 하필 총은 그런 규칙이 없었더란 말이야. 애초에 총이란 게 없을 때 만들어진 규칙이 지금까지 이어져온 거니 그럴 수밖에. 이 녀석들이 그런데 이걸 눈치채고 총을 들고 설치기 시작했어. 인간들 사이의 일은 나 같은 경찰들 소관이고, 그런 일에 총은 절대 못 쓰게 할 수는 있었지. 그러니까 그 놈들은 요괴한테 총을 쓰겠다고 설치는 거야.”


“확실히, 총을 메고 다니는 청년들이 많아서 인간 마을의 새로운 유행인가 싶었죠. 총만 있으면 요괴 따윈 무섭지 않다면서 동네방네 떠들고.”


옆에서 맞장구치는 아야의 말에 코토히메는 코웃음을 쳤다. 코웃음을 친 이유가 입만 산 자경단원들 때문인지, 아니면 그런 자경단원들이 있는 인간 마을을 태연히 드나드는 아야 때문인지는 모미지로서는 알 수가 없었다


“총을 들고 다니면서 설치기는 하지만 정작 제대로 연습도 안하지. 애초에 할 만한 공간도 마을 안엔 그다지 없고. 혹여나 누가 다치기라도 할까 경찰쪽에서 그건 간신히 막고 있고. 하지만 총까지 빼앗지는 못했어. 어쨌거나 요괴를 상대로 준비한다는 명목까진 경찰이 어쩔 수 없으니까. 경찰은 어디까지나 인간 사이의 일만 담당하니까.”


코토히메는 약간 변명하듯이 말했지만 모미지는 그녀의 기분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다. 더없이 간단해 보이는 경비 업무조차 구역 경계나 인력 배치 때문에 서로 다른 구역끼리 협조가 안 되는 일이 빈번했다. 인간 마을의 경찰들도 자기 관할의 일이라면 몰라도 그 밖의 일에 대해서는 어찌 할 능력도 의지도 없을 법했다.


“그래도 다행히 그런 멍청이들에게 정체를 들키거나 대놓고 마을 안에서 일을 저지르는 멍청한 요괴들은 없었어. 안타깝게도 요괴들이 인간 마을 안에 없는 것도 아니긴 하지만.”


코토히메는 아야를 슬쩍 보면서 뼈가 있는 말을 했지만, 정작 아야는 싱글방글 웃기만 했다. 하지만 모미지는 그 자경단이 산기슭의 도둑을 쏘는 일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이해가 가질 않아 난처한 표정만 지어보였다. 결국 단짝 쪽에서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질문했다.


“그게 산기슭의 도둑을 쏘는 일과 무슨 관계가 있단 거죠?”


코토히메는 골치 아픈 표정을 지으며 답했다.


“그 도둑 때문에, 멍청이들이 마을 안에서 총질을 시작했단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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