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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팬대] 그 섬에 토끼가 내려 앉았다모바일에서 작성

사나에양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7.26 23: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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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기쁜 날.

일 년 가까이. 학업과 아르바이트를 병행해서 쓴 결과물인. 석사논문이.

별문제 없이, 단번에 통과되었다.

내 석사논문의 제목은 <고려사와 오동도의 토끼설화>.

이 논문을 발표할 때. 교수님의 반응은 “역시 저 학생…”이었다.

20년 넘게 수많은 학생들의 논문을 지도했던 지도교수님께서는, 그 많고 많은 고려사의 주제 중. 토끼. 그것도 오동의 토끼 설화를 주제로 다룬 석사논문은 평생 처음 보았다고.

다른 학생들은 거창하게 고려 전기의 지방토착세력이나, 고려 중기의 부병제나 모병제 등을 주제로 석사학위를 받으며 박사코스를 밟기 마련인데.

희한하게도 기록이 몇 줄 될까 말까한 오동도의 토끼 설화 기록으로 석사학위를 제출했던 사람은 세상에 나 밖에 없었기 때문.

내 석사논문을 살펴본 동기들은 나중에, 박사학위를 받으면. 여수시의 초청을 받지 않겠냐는 가벼운 농담을 던졌다.

그만큼 내가 오동도의 토끼 설화에 집착했기 때문이었다.

큰 기쁨으로 조촐하게 동기들과 파티를 즐긴 뒤.

그대로 침대에 뻗어 정신없이 잠들었다.

그리고 아침에 가까스로 눈을 떴을 때, 지도교수님의 문자가 와 있었다.

처음. 문자알림을 들었을 때는 아무런 감흥이 없었다. 그저 축하문자려니 했다.

그러나 문자를 보는 순간 나는 취기에서 즉시 깨어나 무릎을 꿇게 되었다.

오늘.

전라남도 여수의 택지 개발 공사 중. 고려시대 청자가 발굴되었는데, 특이하게도 있을 수가 없는 동물의 뼈가 담겨져 있는 채로 출토되었다는 것이다.

흥미롭게도 청자 바닥에 “兎”가 새겨져있었다는 것이다.

교수님께서는 내 석사논문의 주제가 고려시대의 오동도의 토끼 설화였던 만큼, 문자를 보내신 것 같았다.

“혹시, 설마…”

이마에는 식은땀이 흘렸다.

즉시 취기에서 깨어나, 정신을 가다듬고 지도교수님께 연락을 드렸다.

연락을 드리니, 교수님께서는 여수 택지에서 발굴된 청자는 모두 11점으로 비교적 온전한 상태로 출토가 되었는데, 그 중에서 죽순 형태를 뛰고 있는 청자 주전자 내부에서 잘게 잘라진 토끼 뼈가 발견되었다고 말씀하셨다.

청자에는 기적적으로 술이 약간 남아 있어, 고려시대 주류 문화에 보탬도 되고. 알코올 성분 덕분에 뼈가 보존된 것이라.

오동도 토끼 설화의 실체에 한층 접근하기 수월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나를 격려하셨다.

우리 사학과에는 고려시대 주류(酒類) 문화로 학위를 따신 교수님이 계시는데, 그 교수님께서 현장에서 직접 발굴에 참여하셨다고 한다.

아마 모래쯤이면. 그분께서 유물을 수습하여 학교 박물관 연구실에 도착할 것 같으니, 흥미가 있으면 살펴보라는 말씀도 덫 붙이셨다.

참으로 기쁜 소식이다!

내 연구 주제를 확증할 수 있는 유물이 발견되었다.

기쁜 소식을 듣고 안도감에 들었다.

하지만, 불현 듯. 썩 내키지 않는 기억도 떠오르게 되었다.

그렇게 한참을 눈을 감아 묵상하듯. 깊은 생각에 빠지게 되었다.

황당하겠지만. 전생에 관한 것이다.

『고려사』에도 기록되어 있듯. 여수 사람들의 민담 중에, 해안가에 모두. 세 마리의 토끼가 살았었다는 내용이 있다.

그런데 그 토끼 세 마리는 평범한 녀석들이 아니었다.

인간처럼 생각하고 말을 할 줄 아는. 그야말로 요괴와 같은 기이한 존재였다.

그리고 믿기지 않겠지만. 나는 여수 민담의 토끼 중 하나였다.

어느 날. 세 마리의 토끼는 요괴가 되면 영생을 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까치에게 들었다.

까치는 그 토끼들에게 오동도의 해수에 몸을 뒹굴고, 단물에 뒹굴고. 그 뒤에 억새밭에 뒹굴면 요괴가 될 수 있다는 정보를 들려주었다.

하지만 도중에 실패하면, 인간의 몸으로써 환생하게 되지만. 연약한 인간의 몸이기에. 영원히 죽음과 탄생이라는 수레바퀴와 같은 속박에서 벗어나기 힘들다는 것이다.

토끼들은 이 소식을 듣고 기쁘면서도, 한편으로는 걱정이 들었다.

왜냐하면 그 당시 오동도의 토끼가 약재로 효능이 좋다고 여겨졌기에. 어찌어찌 도달한다고 해도 억새밭에 도달하기 전에 사냥꾼의 손에 죽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다른 선택의 길은 없었다.

너무나도 인간처럼 똑똑했던 세 토끼는 자신들의 수명이 얼마 남지 않았던 것을 직감했다. 그리고 깨달았다. 이 방법 밖에 없다는 것을…

토끼 세 마리는 거북이의 도움을 받아 무사히 오동도에 도착했다.

하지만 도착한 순간. 어느새 숨어있던 사냥꾼들의 습격이 시작되었다.

세 토끼들은 살기 위해 서로 흩어졌다.

한 사냥꾼이 활시위를 당기자, ‘휘익’ 하는 바람소리가 들리더니 동물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세 토끼는 분명 자신의 동료가 쓰려지는 소리임을 직감했지만.

동료의 죽음에 신경 쓸 틈이 없었다.

그 중에서 한 토끼는 처음 바닷물에 뒹굴고. 다음 작게 고여 있던 빗물. 즉 단물에 물을 던졌다. 그리고 이제 억새밭으로 뛰어가면 되겠다고 생각한 찰나.

한 사내가 이를 놓치지 않고. 활시위를 당겨서. 그 토끼의 등을 쏘았다.

그러자 토끼는 맥없이 억새밭 앞에서 허망하게 죽음을 맞이했다.

그 토끼는 힘없이 눈이 감길 때. 억새밭으로 뛰어가는 자신의 동료를 발견했다.

그 토끼는 ‘너라도 살아…’라는 작을 말을 내뱉은 뒤로 눈을 감았다.

그렇게 그 토끼는 까치가 말하였던 것처럼. 도중에 실패하였으므로 인간처럼 살고 싶다는 꿈은 일시적으로 이루었지만. 사실 그것은 영원한 탈락이었다.

그 뒤로 계속하여 인간으로 태어나. 병이나 전란. 사고 등으로 끊임없이 죽어야 하고. 속하여 새로운 인연을 만났다가, 헤어지기를 반복한지 천년이 흘렀다.

나는 동료들을 애써 잊어왔다.

인간 사회에 적응하는 것도 너무 벅찼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나라도 살면 되었다는. 안일한 생각 때문이기도 했다.

그렇지만 마음 한편에는 죄책감은 평생 떠나지 않았다.

어느새. 시대는 흘러. 기술이 무척 발전하여, 시대는 현대 사회에 진입하고, 학생이라면 누구나 전문적으로 고려사에 대해 연구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을 때.

비로소 동료의 행방을 찾는 것을 시작하게 되었다.

그렇게 사학과에 입학한 뒤.
계속하여 고려시대의 오동도 설화 연구에 집착했던 것이다.

어쩌면. 사료 한 줄. 유물 한 점에 오동도 토끼의 흔적이 있지 않을까?

나는 무모하게 남은 두 동료를 찾아다녔던 것이다.

그로부터 며칠 후. 동기의 도움으로 유물을 열람할 수 있었다.

더불어. 그녀는 목간 한 점을 나에게 소개해주었다.

“이거. 네가 정말 좋아할 것 같은 소식이야.”

“뭔데?”

“이제 내일 언론에 공개될 유물인데. 이 목간에 오동도의 토끼로 제조한 술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는 거지. 아마 지방 유지에게 헌납된 술이 아닐까 해.”

“정말? 그… 그럼. 토끼 뼈는 두 마리야?”

“아니. 자세한 결과가 나와 봐야 하겠지만. 턱뼈가 하나인 걸로 봐서는 한 마리겠지. 그런데 왜 두 마리냐? 희한하네. 역시 이토록 집착하는 걸 보니. 네 남친은 토끼가 분명해…”

심장이 두근거렸다. 나는 정신을 미어잡고, 밖으로 나와 구석에서 사냥꾼의 손에 무참히 죽어간 동료를 생각하며 눈물을 흘렸다.

결국… 결국 죽고 만 것이다. 그렇게 나의 동료는 고위층의 향락을 위한 술이 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어찌 보면 희망이 있는 일이다.

왜냐하면 한 마리의 토끼는 살아있을 수 있으니까.

초저녁,

희미한 보름달이 희미하게 나를 비추었다.

토끼들은 초저녁의 보름달을 좋아했다. 왜인지는 모르지만…

저 너머 달에는 자신들의 동료가 있다는 헛소문을 듣고. 날마다 달을 쳐다보며. 달의 토끼들처럼 영생을 갈구했었다.

나는 눈물을 닦고. 조용한 목소리로 아무도 듣지 못하게 말했다.

“너라도 살아…”

자그마한 희망.

억새밭으로 뛰어간 녀석은 살기를 바라는 희망이었다.

다소 무책임하지만,
그 녀석은 살았을 거야! 같은 희망.



“테위! 지금 뭐 하는 거야? 하염없이 보름달이나 쳐다보지 말고. 경단 만드는 거 좀 도와라!”

“역시 일중독 노예. 달 토끼. 으으… 초저녁의 보름달도 즐기지 못하게 하넹.”

“그야, 스승님께서 부탁하신 일이니까. 그런데 넌 왜 초저녁의 보름달을 좋아하지?”

“당연히 내 동료들은 초저녁의 보름달을 좋아했으니까! 아마 그 녀석은 살았겠지? 살아있다면 왜 환상들이하지 않았지? 의문투성이야…”

“동료? 환상들이? 넌 원래 여기서부터 산다고 하지 않았니?”

“흥… 사실 뻥이다. 우사. 초저녁 보름달은 개뿔이고. 난 놀 거야.”

그러고 달려가는 요괴 토끼 한 마리…

이나바 테위는 달려가며, 초저녁 보름달을 쳐다보더니 자그만하게 웃으며 말했다.

“너라도 살아. 설마 동료 팔아먹는 파렴치한 녀석이 죽어있겠어? 우사…”



p.s
pc 업로드가 이상하게 되서. 급하게 폰으로 업로드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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