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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팬대]넋두리

TF141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7.26 23:58:58
조회 163 추천 3 댓글 0

나는 고풍스러운 느낌이 나는 것을 좋아한다. 고풍스러운것, 옛날 느낌이 물씬한 것. 바깥세상에서오래되고 문드러져서 모두에게 잊혀진 것. 내 집은 그런 것들로 가득하다. 옛것이라면 널린 이 환상향이란 공간에서 질리지도 않냐 묻는 이들도 종종 있다. 솔직히 말하자면 전혀 질리지 않는다. 질릴 이유가 없는 것이다.


오래된 물건들은 저마다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 어떤 방법으로던 이곳에 흘러들어온 많은 것들이 여러 사람들의 손을 이미 거쳤고, 그들 모두가 저마다의 사연이 그 물건에 깃들어 있다. 물론 나는 그들에 대하여 아무것도 모르지만, 환상향에 들어오기 전까지 많은 이들이 주었을 오만 감정과 마음이 깃들어 그 물건을 좀 더 입체적으로 풍부하게 만들어준다고 믿는다.


내 방 왼쪽벽에는 도자기들만 전시해 놓은 진열장이 있다. 그 종류들도 가지각색이다. 민무늬의 백자도 있고 산수화를 담은 분청사기며... 물론 가장 좋아하는 것은 은은한 비취색의 청자이다. 남들 사이에서 튀지도 않지만 조용히 묻혀있지도 않을 그런 자신만의 색, 금방 살아 움직일 것 같은 동물들과 곧 개화할 것만 같은 꽃봉오리들의 조화, 규칙적인 무늬와 불규칙적인 균열이 어울리는인공적인 빛마저 포근히 비치게 만드는는 순수한 부드러움의 표면. 언제부터 청자를 좋아하게 되었냐고 묻는다면 나는 그것을 처음 보았을때부터라고 당당하게 말하겠다. 다들 첫눈에 반한다, 그런 말을 하던데 나는 청자에 첫눈에 반했나보다.


가끔 집에 들리는 친구가 언젠가 물어본 적이 있다. 방안을 둘러보면서 하던 그의 말이, 도대체 이런 것들은 어디서 구하냐고. 그가 별로 그런것에 관심없다는 것 정도야 친구로써 알고 있었고, 아마 무심코 그런 상황에 나올 지극히 형식적인 영탄적 어조라는 것은 눈치챘다. 그래도 나는 대답해주었다, 향림당이라고.


향림당은 온갖 알수없는 신비한 것들의 창고이다. 만약 맨날 보는 것들이 지겹다면 한번 향림당에 찾아가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마는, 대개 그런 것들은 가격들이 하나같이 터무니 없다. 가끔 마법사 한명이 요상한 물건을 들고 와서 그곳 주인장과 물물교환 형식으로 사가기도 하더라, 다만 역시 그 물건에 매겨질 값어치 또한 엄청난 것임이 틀림없다. 근데 마을사람들에게 그만큼의 돈이 어디서 나겠는가, 아니 있기야 하겠지. 다만 용도도 모르는 무엇인가에 그런 비싼 돈을 들여야 될지, 그게 문제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생전 처음보는 것이라면 뭐가 되든 환장하는 자들에게 그런거 상관없는거 같긴 하다만.


필자야 향림당에 가서 뭣하겠는가, '도자기 같은 것들 뭐 들어온거 없습니까,' 물으면, 주인장이 잠시만 따라와보라고 하더만 어떤 방에 데려가지. 그 방에는 순서없이 마구잡이로 널려있는 잡기들이 산을 이루고 있다. 마음에 드는거 집으면 주인장이 대충 가격을 제시하는데, 그 가격이 10000엔을 넘긴 적이 없다. 꽤 값나가는 것 아니냐 해도, 다른 물건들이 그것의 수배, 십수배 하는거 보면 여러모로 싸긴 싸다. 시장가격이 이모양으로 책정되는 것은 역시 때를 많이 탄 물건들보다 비교적 새것이라는 느낌 물씬 풍기는 물건들이 훨씬 인기있는 탓이다.


그렇게 업어온 물건들 중에는 알고보니 바깥세계에서 귀하게 다뤄지던 것들도 있다. 또 이건 어떻게 아느냐, 영나암에서 빌린 책들이 말해준다. 가져온 물건들에 얽혀있는 이야기들을 찾아보는 것도 나름의 재미인데, 개중에는 나라에서 보물로 호칭할 정도의 것도 드물게 있다. 어쩌다가 그런 물건이 보잘것없는 환샹향으로 굴러들어온 것일까. 결계의 틈새인가, 아니면 서서히 사람들에게서 잊혀져버린 비운의 재물일까.


얼마전에 향림당에서 특이한 청자 하나를 가져왔는데, 주전자이면서 죽순모양이었다. 죽순이라, 난 어릴 때 죽순이 금새 자라는 줄 알았다. 아버지 손을 잡고 마을 뒷산에 놀러가면 항상 어딘가에 죽순들이 나있었다. 신기하게도 그 죽순들은 다음날이면 어딘가로 사라지고 없었다. 그 대신 그자리에는 어린 나의 키만큼 뻗어있는 대나무들이 있을 뿐이었다. 하루만에 자란다니, 사람은 왜 금방 어른이 되지 못하는 거죠―좋은 부모님에게서 자란 순수하고 어리석은 한 소년의 푸념이었다. 나중에 알게 되었다. 죽순은 땅속에서 몇년이고 있다가 세상 밖으로 나온다고, 어엿한 대나무로 충분히 자랄 수 있게 될 때까지 보호받을 수 있도록 어머니대지가 그들을 품고 있다고.


아이들 생각은 다 똑같은지 내 아이도 언젠가 그렇게 말하더라, 자기는 어른이 되냐고, 자기도 어서 빨리 아빠같이 크고 싶다더라. 그날 사랑스러운 아들을 업고서 죽림 앞까지 데려갔다, 그리고 말해주었다.


"아들아, 저 수많은 대나무들은 금새 저렇게 하늘을 꿰뚫을 것 마냥 높이 자라지 않는단다. 대나무들도 저렇게 자라기까지 준비시간이 필요하단다. 그전까지는 땅속 깊숙히 묻혀 자연의 보호를 받아. 너도 마찬가지란다. 언젠가 아빠보다 훨씬 큰 사람이 되겠지만 아직 여린 너에게는 우리의 사랑이 필요해. 아빠도 엄마도 네가 멋진 어른으로 자랄 수 있도록 온 힘을 다해줄테니, 우리아들, 엄마아빠를 믿어주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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