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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감평] 상해홍차관

후딱가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1.02.06 17:25:44
조회 165 추천 8 댓글 2
														

 그러나 승객들의 인생은 불행히도 도착과 함께 끝나지 않는다. 그들의 인생은 너무 많이 남아 있다. 그들은 끝이 보이지 않는 인생을 계속해서… 항해해야만 한다.


개인적으로 맘에 드는 구절입니다. 인생과 항해를 겹쳐보는건 고전적인 방식이고, 이 팬픽의 근간이겠지요. 글의 청사진으로 글의 도입부에 어울리는 문장입니다.


“그래서? 아니면 왜?”

“홍차관의 경영 전망이 썩 좋지는 않아요.”

레밀리아의 쓴웃음은 가실 새가 없었다.

“중요한 문제입니다.”


앞에 파츄리와 논쟁과 대비되어, 글을 환기하는 작은 유머로 기억에 남은 구절입니다. 간결하고 단호하게 캐릭터의 생각을 드러내는건 정석이지만, 또 쉽지 않은 방식이죠. 거기에 더불어 사쿠야의 성격을 비추는 듯한 대답이라 마음에 들었습니다.


정말이지 외딴 섬. 일군의 무리들이 이곳에 표류한다. 인류의 탐험과 확장은 이따끔 씩 이런 식으로 일어나왔다. 그들은 재난을 만났을 수도 있지만, 아주 약간의 실수가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들은 돌아가기에는 아는 것이 없다. 다행인 것은 그들이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집단이라는 것이다. 그들은 이곳에 정착할 수 있다. 혹은 정착해야 한다.

그들은 어떻게든 번성할 수도 있다. 어쩌면 그들은 다시금 항해에 나서 새로운 섬을 발견하고, 옛 연락도 계속할 수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들은 외딴 섬에서 홀로 몰락할 수도 있다. 그러나 가능성이 어찌됐든, 그들은 살아서 나아가야만 한다. 그것이 그들이 원하던 것이 아니었더라도, 그들이 지금 여기에서 살아있기 때문에.


무의식적으로 우주 항해시대의 차례라고 생각했었는데, 다시 생각해보면 글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예상이었네요. 항해 전의 심경에 대한 글에서 아직 항해해보지 못한 시대의 이야기는 맞지 않지요. 



지문에서 항해는 인류의 근원적인 충동이라고 묘사했지요. 콜럼버스 이후 많은 항해자들은 일확천금의 꿈 같은 욕망을 위해서, 혹은 본토에서 누리지 못하는 종교의 자유등의 결핍을 해결하기 위해서 바다로 나섰습니다. 욕망 또한 밑 빠진 독으로 자주 비유가 되는 점으로 생각해보면, 결국 후자의 영역에 속하지 않나 싶네요. 그렇기에 수많은 항해자들은 많은 결핍을 가진 자들이었고, 그렇기에 대다수가 꺼려지는 자들이었을 겁니다. 그렇기에 홍콩에서 다른 거처를 찾는 레밀리아의 입에서 환상향의 언급이 나온 것은 어색하지 않은 일이네요.

이 글은 홍마관, 글에서는 홍차관 일행의 항해에 대한, 따라서 인생에 대한 관점을 주제로 한 글입니다. 짧은 대화이지만, 레밀리아의 말마따나 자신의 삶을 엿볼 수 있는 대화이죠. 파츄리는 새로운 항해에 부정적이네요. 홍콩은 제국의 유산이며, 지배자가 변한들 이미 스며든 소금기처럼 이는 변하지 않을 것이고, 그렇기에 쫓겨나듯 항해를 시작할 필요는 없다고 말하네요. 두 세계대전과 냉전을 지켜봤을 파츄리는 인간 지배자의 교체에 냉소합니다. 이는 그들의 이방인이라는 위치도 한가지 이유일 것입니다. 아마 언제 어디서나 죽거나 살아남는 사람들 속에 본인들은 들어가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죠. 그들이 요괴이기도 하겠지만요.

이에 비해 사쿠야의 주장은 그녀의 나이프 만큼이나 간결하고 날카롭습니다. 사쿠야가 살아온 삶은, 레밀리아가 생존본능을 언급할 만큼 순탄하지는 않았나 봅니다. 목적도 없이 바다를 건너와야 할 만큼 사쿠야는 빡빡한 세상살이를 겪었을 겁니다. 그렇기에 피부에 닿는 주변의 변화를 단서로 맥락을 짚는 모습을 보입니다. 메이링의 경우는 파츄리와 같이 새로운 항해를 반대하지만, 그 이유는 정 반대입니다. 홍콩의 변화는 거취를 다시 생각해봐야 할 불안정한 미래이기도 하지만, 그 변화가 이끌어 낼 생기와 새로운 홍콩만의 개성을 예로 들어 그것을 두려워만 할 필요가 없음을 이야기합니다. BNO여권은 우스갯소리지만 현실주의적인 면모도 엿볼 수 있네요. 플랑의 경우에는 어디까지가 장난인지 알 수 없는 대답이지만, 항해에 낭만이 있다면 감 만으로 시작하기에 충분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상해홍차관은 제국의 대표인 영국과 식민지였던 중국의 경계에 위치한 것으로 묘사됩니다. 이들의 신분 또한, 제국의 시대에 탄생한 이들이지만, 제국과 식민지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았음을 BNO여권 문답에서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경계에 끼인 사람들은 혼란기에 언제나 사정없이 흔들리곤 합니다. 환상향에 가자는 레밀리아의 결단은 비록 환상향의 성질 탓에 도피로 보일 수 있겠지만, 새로운 시대가 열렸음을 인정하고 새로운 팻말과 새로운 파도에 타는 모습은 시대를 돌파하려는 의지로 보입니다. 이는 제국의 시대에 존재했던 낭만의 유산이며 서구 문명의 밝은 면이기도 합니다. 진취적이고 도전적인 이런 항해법은 원작의 사나에에서 볼 수 있는 바깥세계의 밝은 면하고도 이어집니다. 이 경우 환상향에 간 레밀리아 일행의 흡혈귀 이변이 제국의 악습의 냄새를 풍기게 된다는 곤란한 점은 있겠습니다.


일본의 헤이세이 시대의 종결과 같이, 한 시대가 끝나는 모습은 정말 독특한 감상을 느끼게 합니다. 홍콩의 경우처럼 불안정한 미래로 가는 당사자에게 감상 따위의 가벼운 말이 어울리지 않겠지만, 그럴 때 선명하게 드러나는 경계와 거기에 위치한 자들의 이야기는 동방의 이야기와도 통하는 주제라고 느낍니다. 이런 낯선 주제에 팬픽이 가능하다는 점에 놀랐으며 그러면서도 캐릭터들의 성격을 최대한 잃지 않도록 드러낸 점이 훌륭한 글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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