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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감평] 주최자 출품작 - 살별, 상해홍차관

교토대동방학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1.02.14 22:3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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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최자 출품작 1 - 살별


실로 인상적인 작품이었습니다. 입자가속기를 테마로 다룬 작품처럼 과학의 발전 단계에서 버려진 실패작에 생명을 부여하고, 이를 동서양 신화와 엮어 흥미진진한 이변을 만들어내고 말끔하게 마무리 지으셨군요. 다양한 방면에서 기초지식과 교양을 쌓지 않으면 결코 나오지 못할, 수준 높은 작품입니다. 읽으면서 좀 진입장벽이 높다는 생각을 했어요. 모르는 개념이나 사건들이 툭툭 튀어나와서 옆에 구글을 띄워놓고 검색해야 스토리를 이해할 수 있었으니까요. 해설이나 각주가 있었으면 좋겠지만, 그렇다고 그게 소설의 질을 깎아내리지는 않습니다. 저처럼 찾아보는걸 좋아하는 사람에겐 마치 잠긴 문을 하나하나 열어 골까지 도달하는 그런 쾌감을 느끼게 해주거든요. 


이 이야기에선 금성 탐사선, 그리고 역사에 기록된 혜성들이 주요 소재로 쓰이지만 전체적인 내용은 과학하고는 한참 떨어져 있습니다. 인간들이 관측하려 애썼던 것들이, 존재를 증명하고 원리를 밝혀내려 애썼던 것들이 다 신들의 세계와 연관되어 있어 어떤 신과 어떤 관계로 얽혀있는지만 파악한다면 세계를 뒤엎을 사건을 일으킬 수도, 또는 그 사건을 막을 수도 있다는 것이 이 글의 주제입니다. 인간들이 아무리 애써도 결국 신의 영역엔 도달할 수 없다는 뜻일까요? 우리가 깨달았다고 생각하는 진리-과학의 영역이 알고보면 야구장 안의 탁구공 같이 극히 미미한 일부에 불과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안겨줍니다. 저 또한 이공계를 전공하여 평생을 과학공부에 매달려 살아왔지만, 이 분의 글을 보면 뭔가 숙연해지네요. 과학이 부정당했다는 기분이 아니라, 어쩌면 이런 가능성도 존재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 입자인가 파동인가, 두 가지의 성질을 모두 지닌 빛처럼, 우리의 세계 또한 과학과 환상 두 가지의 성질이 혼재되어 있지 않을까, 그것이 진짜 진리일 수도 있지 않을까 합니다. 과학자들 중에서도 세상을 구성하는 과학원리, 이 질서정연한 세계를 만드는 데 초자연적인 힘이 개입되어 있을거라 믿고 신의 존재를 믿는 이들도 꽤 되잖아요? 그런 식으로 생각하게 됩니다.


신주님도 종종 과학세기 이야기를 다루기는 하지만 거기서 언급되는 지식의 전문성은 상당히 옅어서, 영화에서 뭐만 하면 '퀀텀어쩌구'하는거랑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 작품은 어떤 역사적인 사건의 시작과 과정, 끝까지 전부 훑으면서 그 모든 것들이 소설 속 사건의 핵심 부속이 되도록 멋들어지게 재구성해놓았어요. 작가님이 얼마나 열심히 자료를 조사하고 플롯을 짜느라 고생하셨을 지 눈에 훤합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환상으로 구현된 베네라14가 메인 플롯에서 좀 겉도는 느낌이 없지 않아 있네요. 지옥침공이 벌어지고 모두가 이를 막기 위해 매달리는 동안 자기신세한탄만 하고 있는 것 같아서... 이변 해결의 핵심인물도 아니었고요. 어찌보면 곁다리 피해자1인데 비중이 너무 많이 실리지 않나 싶기도 했습니다. 뭔가 중요한 열쇠를 쥐고 있어 사건해결과정에서 접점이 있었더라면 좋았을 것 같네요.


주최자 출품작 2 - 상해홍차관


출품작 1이 과학 지식에 기반해 신화와 버무린 이색 퓨전 소설이었다면, 이번 작품은 인류사와 근대사, 그리고 홍마관의 역사를 엮은 흥미진진한 역사소설이었습니다. 이 작품에서 인상 깊었던 포인트는 중간중간 언급된 역사적인 대항해의 순간이, 그 다음 맥락에 이어지는 홍마관 멤버들의 의견과 매칭된다는 점이었습니다.


무엇이 있을 지 모르는 막연한 미지의 세계로 항해를 떠나는 호모 에렉투스, 그리고 흔들리는 제국주의의 몰락을 짐작하고 막연한 미지의 동쪽 나라로 떠나기로 결심한 레밀리아, 그리고 마찬가지로 막연히 영국을 떠나 중국에 왔던 과거의 레밀리아


지식과 기술은 가지고 있지만 그렇기에 닥쳐올 잠재적 위협을 두려워하는 폴리네시아인, 마찬가지로 미지의 나라로 떠나는 리스크에 대한 불안감에 중국에 안주하길 권하는 파츄리, 그 이전엔 과감히 발을 옮긴 덕분에 닥쳐올 위협을 피할 수 있었던 과거의 파츄리


상업적인 이유로 바다를 개척한 고대 이집트인들, 마찬가지로 홍차관의 경영난에 입각한 현실적인 타개책으로 이주를 권장하는 사쿠야, 비슷하게 무언가 뚜렷한 사명을 가지고 중국에 발을 내디딘 과거의 사쿠야


수백년 동안 그들과 선조들의 고향이었던 유럽을 떠나 신대륙으로 떠나면서, 불안과 불신에 떨었던 콜럼버스의 선원들, 마찬가지로 신세계로 떠나는 것에 불안을 품었는지 고향에 남자고 하는 메이링, 비슷하게 이미 홍콩으로 오면서 한 번 신세계에 발을 내디디는 경험이 어떤 감정을 가져다주는 지 알게 되었던 과거의 메이링.


무슨 일이 있든 적당히 괜찮게 넘어가겠지, 위험하기야 하겠지만 그게 대수겠는가- 싶은 현대의 선원들, 비슷하게 뭐가 되었든 발 내딛는 곳에도 새로운 뭔가가 있을 것이고 자기들 나름대로 거기에 적응할 것이라 낙관적으로 생각하는 플랑드르. 비슷하게 운명에 모든 것을 맡기고 언니를 따라온 과거의 플랑


마지막으로 자신들의 존재를 이어갈 새로운 땅을 개척하는 어느 나라의 어느 민족들, 그처럼 제국주의의 명맥을 이어가기 위해 이주를 최종 결정하는 레밀리아


각 문단에서 인물들이 하는 대사를 읽어보고 위의 역사적 사건을 한 번, 과거사를 읽고 다시 한 번 읽을 때마다 문단을 구성하는 한 줄 한 줄이 정말 치밀하게짜였다는 것을 알고 감탄했습니다. 역사책에 몇 줄 이하로 기록된 사건을 모티브로 개개인의 가치관을 짜낸다는 이런 연성이 가능하다니요. 다시 한 번 작가님의 역량에 감탄했습니다.


레밀리아의 입을 빌어 제국주의를 너무 미화하는게 아니냐-는 의견도 있지만, 사실 환상향에 있는 녀석들 사고방식이 대부분 낡아빠진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니까요. 그나마 좀 진보적인게 현대문명 물 좀 먹은 모리야 신님들 정도고, 납치키잡부터 사역제도, 열정페이, 빅브라더식 통치, 시시각각 이루어지는 프로파간다 등, 환상향을 비판하는 많은 작품에서 나오듯 환상향 모습은 옛  중세~근대 그 자체죠. 그런 상황에서 제국주의 물 먹은 녀석들 하나 둘 쯤은 있을만 하지 않을까- 적어도 달나라 녀석들 처럼 우생학과 선민사상으로 무장하진 않았잖아요. 제국주의에 찬성하는 건 아닙니다. 그냥 이런 낡은 사고방식 또한 환상향답다는거죠. 레밀리아처럼 세상 물정 잘 모르는 귀족 아가씨라면 더더욱. 


이 작품이 사상을 강요하는 작품이 아닌 만큼 그런 문제는 너무 깊게 생각하지 않겠습니다. 작가님이 말하고 싶었던 것은 역사적 사건을 통한 홍마관 역사의 재구성이었으니까요. 그 점에 포커스를 놓고 보자면 정말 훌륭한 작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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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늦었지만 약속대로 오늘이 지나기 전에 깔끔히 감평 마무리를 짓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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