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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AU Epilotale] Heartache Love

다이유-EK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6.02.03 22:4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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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Longing에서 이어집니다.(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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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혼의 여명이 꺼지기 시작할 무렵, 하얀 구름은 주홍색의 색을 머금는다. 끝없이 펼쳐졌던 시원한 푸른색의 하늘 또한, 따뜻하게 몸을 덥히기 시작했다. 오후 낮의 종말과 함께, 저녁의 찾아옴을 알리는 신호였다. 


주홍색으로 물들기 시작한 하늘의 풍경... 그 아래로 펼쳐진 드넓은 들판의 위에서 홀로 누워있는 한 소녀. 제법 헐렁한 푸른색의 후드재킷를 겉으로 자줏빛 줄무늬가 한 쌍 그어져있는 푸른 스웨터를 입은 차림새였다. 스웨터가 살짝 위로 들어올려지면서, 그녀의 배꼽이 드러나있었다. 그 아래로 검은 반바지와 니삭스, 그리고 부츠가 신겨져 있었다. 두 손을 배개삼아 뒤통수에 갖다대며, 들판의 위로 누워 풍경을 무연하게 바라보고 있는 소녀의 얼굴 위로는 무표정한듯, 복잡한 감정이 일렁이고 있었다.


" ... "


소녀는 작게 한숨을 쉬어보았다. 그리고 감았던 두 눈을 뜨며 얼마 전에 있었던 일을 떠올린다. 


「 아스리엘... 오늘은 내 생일이야. 엄마랑 아빠가 내 생일이라는 사실을 알고 기뻐하면서 하루 내내 어떻게든 날 즐겁게 해주려고 노력해주시면서 챙겨주신거 있지? 친구들이 놀러왔고, 난 너무 즐거웠어. ...하지만, 그래도 계속 무언가 하나가 비어있는 것 같아서 쓸쓸했어... ...아스리엘... 네가 거기에 있었더라면 좋았을텐데. 」


폐허... 그곳의 노란 꽃밭을 돌보고 있을 자신의 친구, 아스리엘이 그 이야기를 듣고있었을지 몰랐음에도, 생일이라는 사실을 밝히기 이전에도 항상 매번 시간을 내어 그곳을 찾아가 안부를 꼬박꼬박 물어보는 소녀였다.


「 아스리엘... 내가 전에 얘기했던 아빠의 성 너머로 '태양'이 떠오른 경치를 구경할 수 있는 곳에 대해 얘기했던 거, 기억나? 만약에 아스리엘 네가 그곳을 기억하고 있다면... 거기서 난 너와 만나서 이런저런 얘기를 주고받고 싶어. 저녁이 되기 전에, 해가 지기 전에 같이 만나고 싶어. ...만약에, 내가 이런 부탁을 해도 안되는 건 안되는 거라면 어쩔 수 없겠지만... 그래도 기다리고 있을게. 」


그리고 그 참으로 대책없는 약속을 부탁한 뒤로, 자신의 엄마, 토리엘에게 잠깐만 인간계로 놀러갔다 오겠단 말을 한 그녀였다. 그리고 잠깐 동안 고민했던 그녀가 소녀의 외출을 허락하자, 소녀는 하염없이 들판의 위로 누운 채로 아스리엘이라는 소년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었다. 


몇 분은 흐르고 흘러 몇 시간이 되고, 푸른 하늘이 노랗게 물들기까지의 지루한 시간은 소녀, 프리스크에게 초조함을 안겨다주고 있었다. 그리고 곧 무연하게 풍경을 바라보고 있던 그녀의 표정은, 조금씩 일그러졌다. 참을 수 없다는듯이 상체를 일으켜, 주변을 둘러본다. 뒤편 너머로 자신이 빠져나온 괴물의 세상... 몇년 전까지만 해도 배리어로 폐쇄되있었던 그곳을 바라본다.


바람이 쓰다듬자 춤을 추는 들판의 싱그러운 지저귐이 귀를 간질인다. 프리스크는 한참 동안 하늘을 멍하게 응시하고는, 무거운 한숨을 내쉬며 두 눈을 감았다. 그 표정 위에 떠오르는 깊은 슬픔은 그 어느 것과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무거웠다.




...이윽고, 들판의 지저귐이라기에는 낯선 소리가 들려온다. 그리고 자신의 앞으로 더 이상 햇빛의 따스함이 느껴지지 않자, 이질감이 느껴진 프리스크는 두 눈을 천천히 뜬다.


그리고 그 앞엔...




" ...다른 할 일이 정말 없는거야? "


" ...아스리엘... "


" 프리스크... "


" ... "


" ... "


" ... "


" 그... "


기나긴 침묵과 어색한 정적의 반복 끝에, 아스리엘이 헛기침을 내뱉으며 얼굴을 붉히고는 고개를 돌린다.


" ...스웨터좀, 아래로 내려주겠어? "


" ... "


프리스크는 말없이 아스리엘을 멍하니 응시하다... 고개를 내려 자신의 옷을 살펴본다. 이윽고 천천히... 그녀의 얼굴은 붉게 달아올랐다. 푸른 스웨터가 열어젖혀지면서 배꼽과 봉긋한 가슴의 아랫부분이 살짝 드러나있던 것이었다. 


" 으... 이, 이건...! "


" ... "


아스리엘은 여전히 고개를 돌려, 말없이 얼굴을 붉혔다. 프리스크는 허둥지둥대면서 스웨터를 아래로 내렸다.


=====



" 전에 만났을 때랑은 다르게 생겨서 조금은 놀랐어... "


" ...그건 나도 마찬가지야... "


어색하게 서로 대화를 주고 받는 프리스크와 아스리엘. 그들은 서로 반대방향으로 누워있었다. 프리스크의 얼굴 옆으로는 아스리엘의 다리가, 아스리엘의 얼굴 옆으로는 프리스크의 다리가 놓여있는 모습. 한 쪽 무릎을 굽혀 다리를 들어올린 아스리엘은 프리스크를 힐끗 쳐다보다 얼굴을 살짝 붉히며 다시 풍경을 바라본다.


" 그... 뭐랄까... 저...전에 만났을 때보다... 더 예뻐진 것 같으니까... "


" ...고...고마워... "


프리스크의 얼굴이 화끈하게 달아오른다. 화악하고 빨개진 얼굴, 이윽고 입을 몇번 뻐끔인 그녀 역시, 아스리엘에게 천천히 말을 건넨다.


" ...너도 멋있어진 것 같아. 전에 두번째로 싸우면서 마주했었던 그 모습때랑... 비슷한 것 같아... "


" ...음...어.........고마워... "


말을 천천히 더듬고는 피차일반의 반응을 내보이는 아스리엘. 그리고 이어서, 또다시의 정적. 어색한 기류가 둘 사이로 흐르고 있었다. 아직 뿔이 자라지 않았지만, 분명히 전에 완연한 자신의 모습으로 프리스크의 앞에서 마주했었을 적의 모습이 엿보이는 아스리엘이었다. 


" ...프리스크, 이 모습으로 계속 있을 순 없어. 영혼들이 내게 들어왔을때, 감정과 마음... 그 모든 것들이 돌아왔지만... 그렇다고 해서 '플라위'가 아스리엘로 영원히 돌아올 수는 없어. 이 모습도 잠시일 뿐이야. 그러니까... 네 생일날이라는 얘기를 듣고 부탁을 들어주러 온 거니까... 본론으로 들어가줬으면 좋겠어. "


" ... "


" 왜... 날 부른거야? "

프리스크의 생일. 그 이야기를 듣고 놀란 아스리엘은 계속해서 고민하고 고민했다. 이윽고 그는 결국 고민 끝에 프리스크를 찾아오게 된 것이었다. 몇시간 동안이나 기다린 프리스크의 보람과 수고가 의미없는 것으로 만들기 싫었던 그였지만, 자신은 안고가야할 업보가 있다. 그리고 이 모습도... 계속해서 유지하기가 힘들 것이다.


" ...프리스크? "

" 네가. "


" ? "


" 네가 보고싶어서야, 아스리엘. 너랑 생일날의 남은 시간을 조금이나마 보내고 싶어서. "


" ...프리스크. "

" 보고싶었어, 아스리엘. 네가 보고싶었어. "


프리스크는 한숨을 내쉬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녀는 힐끗, 아스리엘의 눈치를 살피면서 붉어진 얼굴을 어떻게든 진정시키려 했다. 자기가 말해도 너무나도 쑥스러웠던 한 마디였다. 


보고싶었다.


그래, 프리스크는 진정으로 아스리엘이 보고싶었다. 그 모든 여정이 끝났을때, 남은 하나를 구해지 못했기에 마음 한 쪽이 공허했던 그녀였다. 그 공허함을 메울 수 있는 것이란 없었다. 많은 친구들, 그리고 새로운 가족... 따스한 음식과 집... 그 모든 것이 자신을 반겨줌에도, 그 공허함을 메울 수 있는 것은 없었다. 


프리스크는 소년을 알게된지 얼마 안되었다. 플라위였던 그와 오히려 악연의 시작으로 관계를 맺게되었다. 그리고 그로 인해 목숨의 위협까지 당했었으며, 자신의 아빠이자 괴물 세계의 왕인 아스고어 드리무어의 목숨을 한 번, 잃게 만들었다.


그럼에도... 프리스크는 계속해서 그가 그리웠다.




「떠나고 싶지 않아...」




그 한마디에, 프리스크는 눈물을 흘렸다. 하지만 이내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아스리엘을 다독이며 울음 하나 없는 표정으로 맞이했던 그녀였다. 이따금, 그를 진정으로 위로를 못해줬단 생각에 죄책감이 들었던 그녀였다. 이윽고 다른 친구들과의 인사를 주고받으면서 폐허의 끝으로 다다르자... 꽃밭을 돌보고 있는 그 소년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마치 작고 귀여운 아기 염소와, 앳된 소년이 합쳐진듯한 용모의 괴물 소년을... 


이따금 생각한다. 그는 정말로 영혼들이 자신을 떠나게 되어 플라위로 되돌아갈 수 밖에 없던 것일까? 정말로? 그렇다면 인간의 영혼들은 어찌 된 것일까. 그리고 그 마지막으로의 배웅때 만났던 모습은? 


그가 그리운 동시에, 그것이 의문스러웠던 프리스크였다. 때문에 매번 폐허로 찾아갈때마다, 그리고 그 여정의 끝 이후로 흐른 몇 년 동안에 생긴 자신의 생일날에도 어김없이 자신이 처음 괴물세계로 떨어졌던 그 꽃밭으로 찾아가 아스리엘에게 인사를 건넸다. 그러나 그럴때마다, 막상 물어보려 할때마다 겁이 났다. 그에 대한 의문을 표하게 된다면, 아스리엘은 과연 어떻게 반응할까에 대한 두려움. 그는 더욱 죄책스러워할까? 기분나빠할까? 그 모든 것이 신경쓰였던 그녀였기에 쉽사리 질문을 건네기가 힘들었던 것이었다.


그렇게 몇년이 흘러... 자신은 아직까지는 어린 소녀임에도 불구하고 성장할 수 있었다. 이윽고 지금에 이르러 지났던 생일날마다 부탁했었을 때와 별반 차이없이 아스리엘이 반응해주지 않으리라 체념했던 그녀에게 그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렇기에 막상 그를 마주하게 되자 머릿속이 어지러운 동시로, 정말로 이 질문을 해야할 적절한 때인 것인지 스스로에게 의문이 든 것이었다.


물어봐야 할까?


지금의 기회가 아니면... 그를 놓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가 이 질문에 답을 해줄까? 설령 답을 해준다 할지라도... 어떻게 반응을 하게 될 것이란 말인가?




" ...엄마와 아빠는 잘 지내시는 거야? "


또다른 정적과 함께한 고뇌의 순간의 뒤로, 아스리엘이 프리스크에게 말했다. 그녀는 잠깐 당황한 내색을 표하고는... 이윽고 아스리엘에게 천천히 답했다.

" 으응, 잘 지내고들 계셔. "

" ...그치만, 재결합은 못하시는 거고? "

" ...응... "

" 그래... 하지만, 약속을 지켜줘서 고마워. 너에게 이런 부탁을 해도 될 거라고 믿고 있었으니까. "

" 아냐... "

" ...프리스크. "

" ...응, 아스리엘. "

" 인간의 세계엔 처음 발을 내딛어봤어. 저게 태양이란 거지? "

" 어? 아아, 응. 어때? "

" 내가 여태껏 보아온 풍경들 중 가장 아름다운 풍경이야. "

그는 황혼이 지고 있는, 태양이 저물고 있는 인간계의 풍경을 전혀 마주하지 못했었다. 이번이 그에게 있어서 첫 경험이었으리라. 이런 아름다운 풍경을 괴물 세계에서는 결코 상상할 수 없었다. 태양이 조금씩 가라앉고 있는 하늘의 풍경을 멍하니 응시하길 얼마... 프리스크는 결의에 찬 표정으로 몸을 일으킨다. 아스리엘이 약간 놀란듯 고개를 돌린다.

" ...프리스크? "

" 아스리엘. "

" 어? "

" 너에게 묻고싶었던 것이 있어. "

아스리엘은 프리스크의 눈을 바라본다. 그녀의 얼굴은 '의지가 가득 들어찬' 표정이었다. 전에 질리도록 보아왔던 얼굴이었지만, 막상 성숙한 그녀의 얼굴로 이런 표정을 마주하게 되니 조금은 쑥스러웠지만... 그럼에도 물러서지 않고 그 얼굴을 똑바로 마주하는 소년이었다.

" 뭔데? "

" ...정말로... "

잠깐의 망설임. 하지만 굳은 의지는 결코 물러서지 않았다.

" 정말로, 너는 영혼들이 다 빠져나갔단 것만으로 플라위로 되돌아갈 수 밖에 없는거야? "

" ... "

" 인간의 영혼들은 어떻게 된 것인지 알 수 없어. 배리어를 깨면서 소멸이 된 것인지 나는 전혀 몰라. 괴물들의 영혼들은 모두 되돌아갔어... 하지만, 하지만 인간의 영혼들은 어떻게 된 건지 모르겠어. 그리고 지난번에 다른 친구들을 배웅했었을때, 너를 폐허에서 마지막으로 만났을때의 그 모습은 플라위가 아니었어. 누군가 그 꽃을 돌봐야 한다고 말하고 있는 그 모습은, 더 이상 꽃송이가 아니었어. "

" 프리스크... "

" 아스리엘. "

프리스크가 아스리엘의 말을 부드럽게 끊으며 말을 잇는다.

" ...정말로, 너는 아스리엘의 모습으로 '영원히' 되돌아오지 못하는거야? 아니면... 내게 일부러 무언가 알려주지 않은 부분이 있는 거야? "

" ... "

" 미안해... 하지만 언젠가는 꼭 물어보고 싶었던 거였으니까... 하지만 정말로 알고 싶어. 나한테 뭔가 숨기고 있는게 있는거야? 아니면... "

" 이럴려고. "

아스리엘이 몸을 일으키며 딱딱한 어조로 단호하게 말을 끊는다.

" 이럴려고 나를 부른 거였어? "

" 아스리엘... "

" 고작 그 질문 하나로... 나를 부른 거냐고 묻는 거잖아, 프리스크. "

" ... "

아아. 

곧 바로 후회와 연민... 그리고 사무친 미안함이 금새 의지를 밀어내고 마음 속으로 차오르는 프리스크였다. 언젠가 물어봐야하는 것이었지만, 괜히 말해서 그와의 이런 소중한 만남의 기회도 없애버린 것일까. 왜 그런 질문을 내뱉고야 만 것일까. 인간은 후회로부터 배우고 후회를 할 수밖에 없는 생물이라지만 이럴때엔 가장 자신이 싫어진다.

" ...아스리엘... "

" 난. "

문득 프리스크, 그녀가 조심스레 답을 하려할때 아스리엘의 목소리에서 떨림이 묻어나오고 있었다. 프리스크는 고개를 들어올린다. 아스리엘의 몸이 전율하듯 떨고 있었다.

" 난 용서받을 수 없는 괴물이야, 프리스크. 나는 플라위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것과 관계없이, '플라위라는 괴물'의 본질은 결코 변하지 않아. 난 아버지를 한번 죽였었어. 그리고 널 무지막지하게 괴롭혔었고, 괴물들의 영혼을 한 번 빼앗았던 적도 있었어. 그런 내가... 감정이 되돌아왔을지 언정 '아스리엘 드리무어'라는 존재로 완전하게 되돌아갈 수는 없어. "

아스리엘의 목소리는 점점 먹먹해져만 갔다. 깊은 슬픔과 회한, 분노와 후회... 그 모든 감정들이 소용돌이 치면서 자신의 마음과 생각을 어지럽힌다. 물 한방울에 잔잔했던 호수가 물결치듯, 아스리엘의 마음이라는 호수는 고요함을 잃어버리고 있었다.

" 감정이 되돌아왔다고 해서... 인간의 영혼들을 가졌다고 해서 내가 아스리엘이 될 수 있는건 아냐. 아스리엘은 사실상 죽은 거야... 난 플라위에 불과해, 프리스크. 그래서 난... 이런 모습으로 되돌아갈 수 있을지 언정 내 스스로를 영원히 이런 모습으로 유지하고 싶지 않아. "

" ... "

" 난 씻을 수 없는 죄를 졌어... 차라는 이런 걸 원했던 거야... 난 인간과 괴물들의 사이를 한때 완전하게 갈라서게 만들어버린 원흉이야... 난... 난... "

" 아스리엘. "



이윽고, 목소리는 더 이상 나오지 않았다. 그 대신으로 한에 차있는 울음 소리만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서로의 뼈가 으스러질 정도로 꼬옥 끌어안은 두 소년소녀. 



인간과 괴물.



그들은 서로의 감정을 공유하고, 이해하고 있다.



투명하고 깨끗한 방울같은 눈물이 뚝뚝 떨어지길 얼마, 결국 그 털에 덮여있는 뺨의 위로 굵은 물줄기를 흘러내리고야 만 아스리엘은 프리스크의 어깨 옆으로 얼굴을 갖다대며 흐느꼈다. 프리스크의 눈에서도 어느샌가 뜨뜻한 소금물이 흘러나와선 자신의 뺨을 적시고 있었다.

" 난 네 아빠도, 엄마도 아냐... 그리고 너와 어린 시절을 함께했던 차라도 아냐. 그저 괴물의 세계에 떨어져서는 괴물들을 만나 마땅히 받아야 할 친절들을 베풀어 준 것 뿐이야. "

" 으윽...윽... "

" 아스리엘... 폐허에서 엄마를 만나면서 마주했던 괴물 하나가 있어. 그는 어느 생명에게든 따뜻하게 대해줘야 한다는 조언을 해줬어. 그리고 자기의 이런 말이 도움이 될지 몰랐지만 나중에 이르러선 내가 자랑스럽다고 말해줬어. 모두가 서로에게 영향을 받고 있는 거야. 난 그저... 괴물들에게 친절을 베풀어준 하나의 인간에 불과해. 그 괴물의 작은 조언이 내게 큰 교훈이 된 것처럼, 내 작은 도움이 다른 이들에게 큰 도움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하는 거야. "

" 프...리..스크... "

" 너의 그 꽃을 돌보겠다는 의지... 그리고 다른 이들에게 가진 속죄의 마음 만으로 이미 너는 플라위가 아닌 아스리엘 드리무어야. 상냥하고, 온화한 진정한 친구. 알피스도 스스로를 한없이 비난하면서도 다른 이들이 도와주기에 그를 반성하고 다른 이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어. 너 또한... 가능성과 기회란건 언제든지 주어질 수 있어, 아스리엘. 난 그렇게 믿고... 있으니까... 그러니까... 더 이상 네 자신을 비난하지 말아줘... 난... 난... "

" 프리스크...! "

와락- 더욱 더 힘을 주어 프리스크를 끌어안아본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발을 잘못 헛디디고 만다.

" 어? 어어어어...! "

" 아아...? 꺄앗...! "



풀썩ㅡ.

균형을 잃고 쓰러지는 그 순간에, 아스리엘은 프리스크의 몸을 자신의 앞으로 하여 자신의 등을 땅에 맞부딪치게 한다. 들로 이루어진 벌판이어서 그런지 푹신했다. 그렇다고 해서 프리스크가 자신의 무게를 감당하게 하기도 싫었지만 말이다.

이윽고 눈을 뜨자, 아스리엘과 프리스크 둘은 자신들의 얼굴이 서로 가까이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멍하니 한 동안 서로를 멍청하게 응시하길 얼마...

" ...풋. "

" 푸웁. "

그리고는 웃음을 터뜨린다. 들판의 살랑거림과 맞물려, 두 다른 목소리의 웃음소리가 탁 트여있는 풍경의 배경음이 되어 울려퍼졌다. 웃고, 그리고 또 웃는다. 웃음소리가 죽어갈때 즈음, 프리스크는 아스리엘을 한번 꼬옥, 끌어안는다.

" ...울다가 웃으면 뿔난다고 그랬는데. "

" 누가? "

" 아빠가. "

" 그런 말을 하고도 남을 사람이야. "

" 넌 뿔이 생길때 즈음이면, 멋있어 질 것 같아. "

" 음... 나도 인간 중에서는 뿔이 어울리는 여자가 너가 유일할 거라고 생각해. "

" 히히히... 고마워. "



프리스크와 아스리엘은 서로의 눈을 마주본다. 



아스리엘이 바라보는 프리스크의 눈은, 순수하고 맑았다.



프리스크가 바라보는 아스리엘의 눈은, 온화하고 아름다웠다.



" ...우린 이 일을 후회하게 될지도 몰라. "

" 난 후회하지 않아. "

" 나보다... 더 나은 인간 남자가 있을지도 몰라. 더군다나 난 괴물이야... 용서받을 수 없는, 씻을 수 없는 죄가 있는. 설령 네말대로 구원받을 수 있다고 할지 언정... 나는 네게 어울리지 못해. "

" 난 차라가 아냐. "

" 그러니까 더욱 상처를 주기 싫은거야. "

" 내가 너에게 노력하는 만큼, 너도 내게 노력하면 서로 좋은 일이 되지 않을까? "

" ...프리스크... "

망설임이 아직까지 사라지지 않은 아스리엘의 눈물에 젖은 얼굴과, 의지로 가득 들어찬 프리스크의 눈물에 젖은 얼굴. 서로를 지긋이 쳐다보길 얼마, 침묵을 깨는 것은 프리스크의 쪽이었다.



" 널 좋아해, 아스리엘 드리무어. "

그리고는, 자신의 입술을 털에 뒤덮인 뺨을 향하여 내민다. 살갗과 피부 아래로 감춰진 살갗이 부딪치며 새어나오는 작은 소음. 

" ...넌 내게 과분한 여자야, 프리스크. "

" 알아. 그러니까 '뼈를 깎는' 노력을 하도록 해. '뼛속까지' 우울한 왕자님. "

" 푸웃. "

아스리엘은 작게 웃음을 터뜨린다. 그리고는 조심스럽게, 프리스크의 입술에 자신의 것을 갖다대었다. 서로의 것을 조심스레 갖다대길 얼마, 다시 자신의 것을 떼내며 천천히 눈을 뜨는 아스리엘. 그와 동시로 프리스크의 눈이 떠지면서 서로의 시선이 마주친다. 

그저 입술을 살며시, 가볍게 서로 부딪친것 뿐인데도, 그 단순한 행위만으로도 가슴 속 깊은 곳에서부터 무언가 뜨거운 것이 가득 차오르고 있는 것만 같은 둘이었다.



" ...다신, 절대로 다신, 널 떠나고 싶지 않아. 프리스크. "

대답을 대신하여, 미소를 지은 프리스크는 다시 한번 아스리엘을 껴안는다. 



온화하게 빛나는 햇빛이 그들의 뒤로 미소를 짓는 것을 마지막으로, 황혼의 끝이 다다르자 여명이 꺼진 하늘은 곧 어둑해졌다.


=====

" 이것 참 '골' 때리는 광경이야. "

멀찍이서, 나무의 뒤편의 그늘에서 앉은 채로 미소짓고 있는, 흰 티셔츠 겉으로 푸른 후드재킷을 걸쳐입은 누군가가 중얼인다. 그것은 인간도, 비현실적인 생김새의 생명체도 아닌 '해골'ㅡ분명히 작은 키였지만 어른스러움이 묻어나오고 있는ㅡ 그 자체였다. 두 눈을 감고 있던 해골은 자신의 발 끝을 꼼지락대며 슬리퍼를 이리저리 움직였다.

" ...뭐어, 행운을 비마. 꼬맹아. 네가 미소를 짓는건 언제봐도 보기 좋은 일이니까. "

해골은 씨익 웃고는 느긋하게 나무에 기대 앉아 두 손을 뒤통수로 맞대었다. 자신의 두 손ㅡ뼈ㅡ를 팔배개 삼아서 편한 자세로 머리를 기댄 해골의 얼굴은 세상 만사 걱정할 것 없이 안락함에 빠져있는듯한 게으른 표정이었다.



석양이 꺼지고, 달이 그를 대신하여 멀찍이서 떠올라 창백한 빛을 은은하게 흘려낸다. 



검푸른 밤하늘의 저녁, 달빛이 자신들의 뒤를 감싸고 있는 그 동안에도 서로를 놓지않고 꼭 끌어안는 두 소년과 소녀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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