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LeiaLibelle
원제 Puzzles might be fun if you tried them
출처 http://archiveofourown.org/works/5205647
* 어린애다운 어휘와 문장을 따라하기가 굉장히 버겁다. 어색한 데 있으면 알려 줘.
1-2 : https://gall.dcinside.com/undertale/288663
3-4 : https://gall.dcinside.com/undertale/292633
5-6 : https://gall.dcinside.com/undertale/308974
퍼즐도 해 보면 재밌을 거야
파피루스는 인간을 좋은 사람으로 만든다고 약속했지만,
끊임없이 누굴 죽이려는 아이를 키우기는 역시 만만치 않다.
그래도 희망을 버리지 말자.
7.
그날 밤 꽃이 또 나타난다. 네 가슴팍에 올라와 어둠 속에서 한참을 속삭인다. 네가 해야 하는 일을 명심하라고, 살기 좀 편해지니까 해골들을 일부러 안 죽이는 거 아니냐고 따진다. 너는 듣고 싶지 않지만 그럴 수 없다. 꽃은 뭔가 잘못되면 자기가 도와주겠다고 한다. 너는 눈을 감고 억지로 잠을 청한다.
깨어 보니 오늘도 주방에서 음식 냄새가 나는데, 평소와 좀 다르다. 매캐한 탄내도 아니고 시큼한 토마토 냄새도 아니다. 이건 좀…… 입맛 도는데? 달콤한 것도 같고. 무슨 냄샌지 들여다 보지만 당장은 주방에 아무도 없다.
“인간! 일어났구나!”
파피루스가 위층에서 내려오더니 인상을 찌푸리며 주방을 흘긴다.
“형이 웬 빵을 굽겠다더라. 얼마 전부터 생긴 취민데 해놓는 거 보면 진짜 별로야. 그래도 걱정 마! 저거 망해도 내가 더 맛있는 스파게티 해줄 테니까! 녜헤헤헤!”
너는 주방을 다시 쳐다본다. 저걸 먹어볼 수 있을까? 아무리 별로여도 먹을 때마다 속이 뒤집힐 것 같은 파피루스 스파게티만큼 맛없지는 않을 것 같다. 그렇지만 그 자식이 만든 거라니까 좀 수상하다. 독이 들었을지도 모른다.
파피루스는 곧 밖에 나가고, 너는 소파에 앉아 이불 덮고 큐브를 맞추며 시간을 때운다. 파피루스는 작은 해골하고 같이 돌아온다. 놈은 힐끔 너를 보곤 파피루스에게 묻는다.
“야. 쟤 목욕 좀 시켜야지 않겠냐? 일주일째 옷도 그대로고. 물론 내가 시킨단 건 아냐.”
파피루스는 얼빠진 얼굴로 너를 쳐다보다가 눈이 휘둥그레져선 느닷없이 고함을 친다.
“아악! 이제 생각났어! 웬일로 ‘형이’ 그런 얘길 해줄 줄은 상상도 못했지만, 그래도 형 말이 맞아! 내가 왜 이걸 생각 못했지? 역시 아무리 위대한 사람이라도 실수할 때가 있나 봐! 인간! 나 파피루스 님께서 지금 바로 널 욕실로 인도해 주마!!”
너는 불만스러워하지만 녀석은 변함없이 씩씩하게 너를 끌고 간다. 그간 못 보았는데 이 집에 욕실이 있긴 있던 모양이다. 작은 욕실이지만 욕조가 있다. 파피루스가 뜨거운 물을 가득 받는 동안 너는 말없이 기다린다. 고무 오리가 떠오르다가 이내 세찬 물살 속으로 가라앉는다.
“됐다! 이제 안 볼 거야. 깨끗한 옷 가져올게!”
파피루스는 문을 닫고 나가고 너는 그대로 앉아 있는다. 맨바닥에 앉은 채 욕조에 뜬 물거품을 손가락으로 터뜨리기만 한다. 잠시 후 파피루스가 노크를 하고 들어온다.
“인간! 여기 옷…… 엥. 왜 아직도 안 들어갔어?”
너는 영문을 모르겠단 표정으로 파피루스를 본다.
“목욕 싫어한다고 핑계 대도 소용 없어! 미안하지만 다 널 위해서야. 아, 날 위해서기도 하다. 지저분한 가족은 형 하나로도 힘들어!”
파피루스가 다가온다. 너는 인상을 쓰며 달아나지만 파피루스 손이 더 빠르다. 어떻게 된 건지 생각할 새도 없이 옷깃을 잡히고 공중에 들렸다가 뜨거운 물에 내려진다. 옷 다 입은 채로.
“좀 그러고 있어! 씻은 다음엔 이 멋있는 옷으로 갈아입으면 돼! 원래 내 거야. ‘멋있는’ 옷이랬으니까 바로 알았으려나? 녜헤헤!”
파피루스는 가져온 옷가지를 가리킨다. 녀석이 문을 닫고 나갈 때까지 너는 화나고 답답한 표정으로 째려봐 주지밖에 못한다.
삼십 분쯤 지나 나와 보니 아까 그 맛있는 냄새가 온 집안에 가득하다. 파피루스 옷은 너한테 너무 크고 그중에서도 흰 티셔츠는 유독 헐렁한 데다가 ‘뼛속까지 멋있음’이라고 써 있지만, 너는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 파피루스는 다시 나간 모양이고 다른 해골이 두툼한 장갑을 끼고 그릇을 들고 있다. 놈은 평소처럼 어색하게 웃으며 그릇을 식탁에 올려 놓는다. 파이 종류 같다.
“내 동생 스파게티 먹으면서 생각보다 멀쩡하네. 한 이틀째에 죽어버릴 줄 알았는데, 걔 요리가 좀 늘었나 봐.”
너는 놈을 잡아먹을 듯이 노려본다. 그 스파게티 먹을 게 못 된단 거 역시 알고 있었어!
“그렇게 쳐다보면 뭐해. 이거나 먹어.”
너는 내키지 않지만 파이를 내려다 본다. 냄새가 향긋하긴 한데 이 자식이 만든 것만큼은 먹고 싶지 않다. 한참을 고민하다 그래도 이 집 스파게티보다 구릴 수는 없겠다고 생각하며 한 조각 자른다. 먹고 죽으면 돌아와서 저 자식 숨 막혀 뒈질 때까지 이걸 목구멍에 쑤셔 넣어 주겠다는 다짐도 한다.
한 입 먹어 본다. 냄새에서 짐작했던 것처럼 달달한 맛이다. 실은 꽤 맛있다. 예전에 이거랑 비슷한 걸 먹어본 적 있는 것 같다. 이거랑은 좀 달랐지만. 해골이 빙긋이 웃는다.
“어때? 재료를 다 구하진 못했는데, 이 정도면 괜찮은 것 같아.”
너는 대답하지도 고개 들지도 않고 한 입 더 베어 먹는다.
“이거 만드는 법 배울 때 생각이 나네……. 예전에, 숲에서, 사람 좋은 아주머닐 만나던 적이 있어.”
너는 귀담아 듣지 않고 우걱우걱 먹기만 한다.
“친구라고까진 못 하겠다. 문도 안 열고 얘기해서 이름도 모르고 얼굴도 몰라. 그냥 농담하고 웃어 주고, 수다 좀 떨고 하던 사이야. 괜찮지, 그런 것도.”
한 입 더 먹는다. 쟨 좀 닥쳐주면 안 될까? 그 아줌마가 너랑 무슨 상관이라고?
“요새는 소식이 없더라. 무슨 사정일지 나도 감이 오긴 해. 근데, 네가 더 잘 알 거야.”
너는 파이를 씹으면서 놈에게 눈을 흘긴다. 이해가 안 간다. 무슨 얘길 하려는지 몰라도 좀 꺼져 주면 좋겠다.
“너도 만나봤을 거야. 네가 나온 그 폐허에 사시거든. 그럼 그 분……”
놈은 말꼬리를 늘이며 눈을 감는다. 너는 여전히 이해가 가지 않는다. 다시 뜨인 눈은, 초점 없이 시커멓다.
“찔러 죽이니까, 좋던?”
너는 얼어붙듯 멈춘다. 해골은 감정이 사라진 눈을 한 채 변함없이 웃는다. 너는 파이를 한 입 더 먹으려고 하지만 포크를 쥔 손이 왠지 떨린다. 머릿속에 스쳐 가는 기억들이 있다. 따끈하게 구워진 파이 냄새, 귀담아 들은 적 없는 상냥한 말들. 웃음. 손 잡고 이끌어 주는……
찔렀다. 손에 피가 아주 많이 묻었다. 생각보다 훨씬 많이. 영혼은 그 전까지 죽인 다른 괴물들보다 좀 더 오래 남았다. 그게 다가 아니다. 그 사람은…… 네게 말을 걸고 있었다. 무슨 말이었을까? 좀처럼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당연히 안 나지. 네가 들어 준 적이 없잖아?
작은 해골은 위층으로 올라가고 너는 다시 혼자 남는다. 파이를 든 손이 계속 후들거린다. 이건…… 잘못됐다. 이런 기분, 넌 느끼고 싶지 않다. 잘못됐다. 이런 기분, 넌 느낄 줄 모른다. 기억하길 멈추려고 하지만 네 손은 떨리기를 그치지 않고 네 가슴은 무언가로 아프도록 조여든다. 문득 어제 만난 파란 괴물의 울 것 같던 얼굴이 떠오르자 아픔은 더욱 거세어진다. 멈추고 싶다! 기억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게 잘못이었다! 아무것도 안 느끼는 게 나아!
갑자기 머리가 어지러워지고 무릎에서 힘이 빠진다. 너는 무릎을 꿇고 쓰러져서 얼굴을 바닥에 박고 가슴을 부여잡는다. 뭔가 어마어마하게 잘못됐단 느낌을 떨쳐낼 수 없다. 네가 한 뭔가… 아니, 네게 있는 뭔가…… 완전히 잘못됐다. 무어라고 콕 잡아낼 수 없지만 확실히 ‘잘못’됐다.
얼마나 오랫동안 그러고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린다.
“이럴 줄 알았어! 형, 얘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 얼마나 맛없었으면 이렇게 아팠겠어!!!”
파피루스구나. 너를 안아 들었다가 소파로 가서 내려 주고 포근한 담요를 덮어 준다. 눕자마자 졸음이 쏟아진다.
8.
잠을 깬 지 몇 시간이 되었지만 너는 머리 끝까지 이불을 뒤집어 쓰고 옆으로 돌아 누운 채로 일어나지 않는다. 다시는 일어나고 싶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파피루스가 네 앞에 스파게티를 내려놓을 때도, 지긋지긋한 작은 해골이 텔레비전을 켜면서 소파 끝에 앉아 네 발을 밀어낼 때도, 꼼짝도 하지 않고 한 마디도 하지 않는다.
거의 한 시간 간격으로 파피루스가 돌아와 너를 일으키려 하거나 네게 말을 걸거나 뭔가 먹이려 하지만, 작은 해골은 그냥 내버려 두라고 한다. 결국엔 파피루스도 너를 귀찮게 굴지 않기로 한다. 혼자 있고 싶으면 이해해 주겠다고, 필요한 거 있으면 부르라고 하고, 스파게티 접시 옆에 종이를 끼워 놓는다. 새로 만든 퍼즐인 것 같다. 소파 위에 큐브도 올려 주고 간다.
그렇지만 너는 지금 퍼즐 풀 기분이 아니다. 솔직히 이런 게 다 무슨 소용일까? 풀어 봐야겠단 것부터가 멍청한 생각이었다. 큐브를 걷어찬다. 떨어져서 굴러가는 소리가 난다. 쓸데없다. 너는 괴로운 것들을 없애 버릴 방법만 생각하면 된다. 저 해골들을 죽이고 이 집을 영원히 떠나면 된다. 뭐라도 죽이면 이 고통이 다시 잠잠해질 것 같다. 그게 낫다. 아무것도 안 느끼는 게 낫다. 다시 이런 식으로 생각해서야, 네가 뭘 잘못했는지도 모르면서 ‘잘못된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서야, 어떻게 세상을 없애 버릴 수 있겠어?
한동안 이렇게 아무것도 안 하고 아무 생각도 안 하고 있다 보면 예전처럼 돌아갈 수 있을 것 같다. 괴로운 것들을 잊어 버릴 수 있을 것 같다. 눈을 감아 본다. 어제 갈아입은 옷에서 낯선 세제 냄새가 나는데, 나쁘지 않다.
갑자기 허리쯤에 무거운 게 올려진다. 살짝 고개 들어 보니 피자 상자다. 작은 해골이 너를 식탁 취급하기로 했나 보다. 저건 대체 언제 어디서…… 아니, 네가 알 바 아니다. 마음대로 하라고 내버려 둔다.
잠시 후 병 같은 게 또 올려진다. 너는 오기로 눈을 감고 있는다. 갑자기 훨씬 더 무거워지자 너는 결국 이불 위로 고갤 내민다. 작은 해골이 너한테 베개를 올리고 그 위에다 팔로 머리를 괴고, 눕다시피 기대고 있다. 네가 죽일 듯이 노려보자 자긴 아무것도 모르겠단 듯이 아주 살짝 고개를 든다.
“어라. 불편해?”
너는 계속 화난 채로 노려보지만 놈은 그저 웃다가 널 완전히 무시하고 다시 텔레비전만 본다. 약 올리려는 게 훤히 보이니까 놀아나지 않기로 한다. 다시 머리 위로 이불을 끌어올리고 눈을 감는다. 옆에서 깔아뭉개는 중이라 당연히 잠이 오진 않지만 너는 신경 안 쓰이는 척한다. 몇 분인가 그러고 있는데 작은 해골이 또 말을 건다.
“넌 언제 봐도 이상한 놈이야.”
저 자식이 하는 얘긴 들으나마나다. 너는 다음 말은 듣지 않으려고 한다.
“처음 봤을 때부터 이상했어. 사람 말을 아예 듣지도 않는 것 같더라. 처음엔 그냥 원래 그런 앤 줄 알았어. 근데 계속 신경 쓰이는 게 있거든?”
너는 양 손으로 귀를 막아 보지만 소용이 없다.
“남을 일부러 그렇게 무시하는 것 같지도 않다는 거야. 그래서 사람 좀 만나다 보면 괜찮아질 줄 알았어. 친구도 좀 사귀고. 그런데 그것도 아니더라. 그래서 든 생각이……”
잠시 말꼬리를 늘인다.
“아무튼, 난 아무 짓도 할 생각이 없었어. 네가 동생을 죽였다고 하더라도, 내가 복수를 하든 무슨 짓을 하든 죽은 동생이 살아나진 않잖아. 그치? 어쩌면 네가 나중에 반성할 수도 있고. 그런데 이상하게…… 너는 죽여도 죽여도 살아날 것 같단 말이야. 허, 미친 소리 같지?”
자긴 모른다는 듯이 얘길 하는데, 다 알고 있을 거다. 네가 뭔가 하려고 할 때마다 너를 쳐다보는 꺼림칙한 눈빛을 보면 안다.
“말 나온 김에 동생 얘기 좀 할까? 세상에는 답이 없는 사람들이 있는데, 걔는 그걸 절대 못 믿어. 너보고도 그러겠다 싶더라. 그래서 너 도망갈 때까지만 감시하려고 했다. 근데 너……, 솔직히 말할게. 네가 진짜 변할 마음이 있을 줄은 몰랐어.”
너는 가슴이 철렁한다. 난데없이 저게 다 무슨 소리지? 너는 놈의 얼굴을 보려고 아주 조금 고개를 빼지만, 놈이 보고 있는 건 네 쪽이 아니다. 그러다,
“남은 건 너 먹어.”
하며 피자 상자를 네 쪽으로 더 밀어 놓곤 일어나서 나가 버린다.
너는 잠시 기다렸다 일어난다. 상자를 열어 보니 피자는 테두리밖에 없다. 반쯤 빈 콜라 병이랑 같이 걷어찬다. 어떻게 된 건지 생각해 보지만 아무리 생각해 봐도 아무것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저 자식 왜 너한테 그런 얘길 한 걸까? 어젠 그렇게 못되게 굴더니? 헷갈려 보란 건가? 진짜 그런 거면 제대로 한 방 먹었다. 덕분에 지금 이렇게 어쩔 줄을 모르고 있으니까.
계속해서 생각에 잠겨 있는데 옆구리에 뭐가 걸린다. 이불을 들춰 보니 큐브다. 아까 차 버렸는데? 못 보던 쪽지도 붙어 있다.
[꼬맹이는 이거 어렵지?]
너는 쪽지를 떼고 큐브를 쳐다본다. 이상하게 왠지…… 한 번 더 해보고 싶어진다.
돌아온 파피루스는 네가 소파에 앉아 큐브를 맞추는 걸 보곤 환하게 웃으면서도 방해하지 않겠다는 듯이 아무 말을 않는다. 작은 해골은 조금 늦게 들어오고, 둘은 늘 하던 대로 시시콜콜한 일로 입씨름하고 썰렁한 농담을 한다. 너는 귀담아 듣지 않고 큐브 맞추기에만 집중한다. 이런 분위기가 싫지는 않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럭저럭 편하고, 떨어질 줄 모르던 두통도 약간 가라앉는 것 같다.
그런데…… 다른 종류의 아픔이 있다. 너는 그걸 추려내서 뭔지 알아내고 싶다. 뭔가 대단히 잘못된 것 같은데 그게 뭔지 알 수가 없다. 그게 엄청 싫단 것밖엔, 아무것도 모르겠다.
다음 날 아침, 파피루스가 대뜸 셋이 함께 눈사람을 만들러 가야 한다고 선언한다. 휘둘리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너는 빨간 패딩 점퍼와 땅에 끌릴 만큼 긴 스카프로 무장하고 눈밭에 나와 있다. 웬일로 작은 해골까지 따라 나왔는데, 아무것도 안 할 것 같긴 하다. 그렇지만 파피루스는 잔뜩 신이 나 있다.
눈사람 만들 줄 모르면 일단 자기 시범을 보란다. 너는 진짜 모르니까 바위에 앉아서 파피루스가 눈덩이를 뭉치고 굴리고 깎아내는 걸 구경만 한다. 괜히 나왔다는 생각이 든다. 집안은 춥지는 않았다.
“인간! 이리 와 봐! 보여줄 게 있어!”
너는 일어나서 파피루스 쪽으로 간다. 파피루스는 싱글싱글 웃는 얼굴로, 뒤에 있는 눈덩이를 가리고 서 있다. 네가 다가가자 옆으로 물러서며 두 팔로 그 눈덩이를 가리키곤, 환호하다시피 소리친다.
“너야!!!”
너는 눈사람을 본다. 키도 너만하고 이래저래 제법 비슷하다. 너는…… 이걸 보고 무슨 생각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파피루스는 자랑스러워 보인다.
“알아. 너무 천재적인 예술 작품이라 말이 안 나오지. 지극히 정상이야. 완벽 그 자체보다 더한 걸 어떻게 한두 마디로 표현하겠어. 사실 지금까지 이런 걸 표현할 단어가 없었던 것 같기도 해. 그러니까 지금까지 없던 말을 만들어 주는 게 낫겠다. 이런 건…… ‘파피루스스럽다’고 하면 돼!”
“잘 만들었네.”
작은 해골이 거든다. 너는 말없이 눈사람을 바라본다. 파피루스는 그게 ‘너’라고 했는데 그렇게 생각하니까 대단히 이상하다. 거울 볼 때 같다. 네 앞에 보이는 건 절대 ‘너’는 아니다. 앞으로도 아닐 거다. 책임지지 않겠다고 마음먹은 순간부터 네겐 자격이 없다.
“내가 아니야.”
라고 하는 네 목소리가 들린다.
두 해골이 동시에 놀란 얼굴로 너를 본다. 작은 해골은 생각에 잠긴 듯 말이 없다. 파피루스는 너를 닮게 만든 눈사람이니까 엄밀히 말해 네가 아닌 건 당연하다고 설명하려 하지만, 네 말뜻은 그게 아니라……
“내가 아니야…….”
나지막이 한 번 더 너는 말한다.
작은 해골의 눈빛이 더욱 기묘해지고, 너는 고개를 떨군다. 그리고 더는 말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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