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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갤문학] 몰살에 대처하는 밥과 테미의 자세모바일에서 작성

뷔이(211.246) 2016.04.16 20:49:48
조회 7171 추천 216 댓글 32
														

"크...크닐!!!크닐나써ㅓ!!!!"

큰 소리에 밥은 고개를 돌렸다.숨이 턱까지 찬 어린 테미 한 마리가 마을 입구에 선 채 얼굴을 심하게 흩뜨려대고 있었다.무슨 일이야,하고 밥은 대수롭지 않은 듯 물었다.저러는 것이 어디 한두번인가.큰일날 것이야 뭐 기껏해야 물을 못 건너겠다던가 테미플레이크를 안 챙겼다던가 하는 사소한 것이겠지 싶었다.

"끈뉵 쥬거써...잉간이 일케 푹 해써!!!
떼미 무ㅅ서워서 숨어이썼눈뎅,잉간 이쪽으로 와ㅏ...!
위허매!!잉간 떼미도 푹ㄱ 하꺼야ㅑㅑ!!!!"
"뭐...그게 무슨 소리야?"

누가 죽었다는 말에 밥의 처진 귀가 바짝 섰다.하지만 밥은 더 묻지 못했다.어린 테미는 이미 얼굴과 이목구비가 완전히 분리된 지 오래였다.주위가 서서히 소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알아듣지 못한 테미,호엑 하는 괴성을 내지르며 바들거리는 테미,당황해서 더 격렬하게 춤을 춰대는 버섯.
밥은 하마터면 죽을 뻔한 위기를 겪고 온 어린 테미의 이목구비를 되돌려놓을 생각은 하지 못했다.방금 들은 말을 해석하는 데만도 그는 충분히 정신이 없었다.근육은 아론,인간이 아론을 찔러 죽였고.어린 테미는 무서워서 근처에 숨어 있었는데 인간은 테미 마을로 향하기 시작했다...대충 그런 이야기가 되었다.

"...설마."

그제야 밥은 떠올려냈다.잠깐 전에 마을 밖에 나갔을 때 그 흔한 워슈아들이 한 마리도 보이지 않았던 것을.그 대신 곳곳에 흩뜨려져 있던 먼지무리들을.정황상 그 인간이 한 짓일 가능성은 충분하다.목적은 모르겠지만 이대로는 테미 마을 또한 위험하다는 것을 밥은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다.귀 끝에 스산한 바람이 스쳤다.
위험해.

"테미!"

파랗게 질린 그가 헐레벌떡 뛰어들어간 곳은 마을 가운데의 테미 샵이었다.바깥의 테미들보다 성숙한 느낌이 나는 회색 머리털의 테미가 색종이,아니 테미플레이크를 자르고 있었다.가게 안에 있어서 아무것도 모르는 것 같았다.테미는 밥을 보자 언제나처럼 얼굴을 위아래로 움직이며 천진하게 말을 걸었다.

"안뇽 밥!!떼미플레이끄 머거!!!"
"그럴 시간 없어.너 아무것도 못 들었지?"
"뭐ㅓ 마리야???"

밥은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쉬고는 설명을 늘어놓았다.인간이 들어와서 워터폴의 괴물들을 죽이고 있다,당장 모든 테미들이 대피해야 한다.간략하지만 뜬금없을 수도 있는 그의 설명을 테미는 그저 가만히 듣고만 있다가 곧 꺄르륵 웃었다.

"어아ㅏ 짱싱기해!!!밥 당황한거ㅓ 첨봐ㅓㅏㅏ!!"
"지금 그럴 상황이 아니라고.그러니까 당장...."
"-알아,뭘 해야 하는지."

밥은 멍하니 테미를 바라보았다.그때 밥이 본 테미는 바보같은 말투를 쓰고 있지도,이목구비를 이리저리 움직이고 있지도 않았다.오래간만에 들어보는 그녀의 차분한 음성에 밥은 꽤나 놀란 것 같았다.
그런 그의 표정을 바라보며 테미는 가만히 웃다가 돌아섰다.그리고는 템 샵이라고 쓰인 골판지 상자에서 빠져나와 벽 한켠의 커튼을 걷어냈다.가지런히 묶인 흰빛의 커튼 뒤에는 오직 테미만이 드나들 수 있을 듯한 크기의 쪽문이 나있었다.테미는 커튼을 한쪽으로 고정해 두고는 밥을 다시 돌아보았다.밥은 고개를 한 차례 끄덕이고는 뛰어나갔다.

테미들이 모두 모이는 데는 시간이 얼마 걸리지 않았다.기껏해야 밥과 회색 머리의 테미를 제외하고 대여섯 정도였으니까.벽에 끼인 한 마리를 미처 데려오지 못했지만 빼내서 데려오기에는 시간이 부족했다.
회색 머리의 테미는 평소의 바보같은 말투를 써가며 얼굴을 바들바들 떠는 어린 테미들을 진정시키고는 차례차례 문 안쪽으로 들여보냈다.세 마리씩 줄지어 가는 테미들,삶은 달걀을 소중히 품고 가는 테미,알러지 탓에 뾰루지가 난 테미.마지막 한 마리가 조금 주저하기는 했지만 테미플레이크를 몇 조각 물려 줌으로써 모두 무사히 들여보낼 수 있었다.
템 샵에는 이제 밥과 회색 머리의 테미밖에 남지 않았다.

"우리도...이제 가자."

밥은 테미를 돌아보았다.어린 테미들 앞에서는 정신없이 움직이던 이목구비가 어느새 멈춰 있었다.그렇게까지 하고 싶을까.밥은 테미와 둘만 남았을 때 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태산 같았지만 모두 목구멍 안으로 꾹꾹 눌러 담고 초조하게 마을 입구 쪽을 힐끗힐끗 바라보았다.시간이 없어.빨리...하지만 테미는 그런 밥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밥을 멀뚱히 쳐다보기만 하다가,곧 의미 모를 웃음을 흘리고는 또박또박 걸어가 골판지 상자 속으로 다시 들어가 앉을 뿐이었다.밥은 어처구니가 없어 뭐라 할 말도 찾지 못하는 것 같았다.뭐 하는 거야,바보인 척 하더니 진짜 바보가 된 거야?

"지금 뭐 하자는 거야...?빨리 안 일어나?"
"밥,그거 알아?"

뭘,대체 뭘 알아야 되는데.당장이라도 한바탕 쏟아부을 것만 같은 밥의 얼굴을 바라보며 테미는 그저 미소지었다.그러고는 어린 테미들이 나간 쪽문을 가리켰다.

"저 문 있지,
밖에서만 열고 닫을 수 있어."

그 말에 밥은 입을 다물었다.그 말은,그러니까.

"누군가는 여기 있어야 돼.
그래야 문을 닫고 커튼을 쳐서 출구를 가리지."
"그래서...네가 남겠다고?"

테미는 대답하지 않았다.그저 시종일관 잔잔한 웃음을 내비칠 뿐,밥이 원하는 대답도 원하지 않는 대답도 내놓지 않았다.하지만 밥은 그것이 싫었다.그게 뭐야,뭐냐고.

"하,하지만 꼭 문을 닫을 필요는 없잖아.
어차피 문은 작으니까...."
"안 돼.구멍이 작다고는 하지만,몸집이 작은 어린 인간이라면 충분히 들어올 수 있어.그렇지 않더라도 몸을 낮추고 기어들어오면 되니까 문은 꼭 숨겨야 해."
"....순 억지잖아."
"억지가 아냐."

밥은 테미의 단호한 태도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대체 왜 그러는 거야,죽고 싶어서 환장이라도 했어?당장이라도 테미를 끌고 억지로 문 안쪽으로 들어가고 싶었지만 테미의 말이 딱히 틀린 것도 아니라서 그럴 수도 없었다.잘못하면 먼저 들어간 어린 테미들이 위험해지니까.밥은 입술을 꾹 깨물었다.

"멍청하게,그러게 왜 문을 저따위로 만들어서..."
"내가 만든 게 아냐.어린 테미들이 만들어준 거야."
"하."

그래,너는 항상 그랬다.
사실은 누구보다 똑똑하고 위엄 있게 말할 수 있으면서.어려운 대학 공부를 무리없이 해낼 수 있을 정도로 머리도 좋으면서.바보같은 어린아이들에게 맞춰 주고 어울려 주느라,일부러 같은 바보 행세를 하고 얼빠진 말을 한다.
사실은 대학 같은 데 다니지 않아도 충분히 훌륭한 경영 수완을 갖췄으면서,색종이에 환장하는 아이들을 위해 한두 푼 정도나 되는 돈에 색종이 쪼가리 따위를 판다.돈 없는 여행자를 위해 비싼 값에 잡동사니를 사준다.
그러면서 등록금을 모으겠다 말한다.

"착한 거야,진짜 머리가 돈 거야."

그렇기 때문에 나는,'밥'은.
'테미'를 이해할 수 없다.

"그래서 좋아?
그 좋아하는 아이들 때문에 목숨이 위험해지니까 좋냐고."
"밥,나는 죽지 않아."
"난 아직도 모르겠어.네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그래서 항상 걱정이 돼.저러다가 진짜 큰일나지는 않을지,언젠가 푹 지쳐 버리지는 않을지 매일 마음 졸여.
...우리 친구 맞지,그치?
근데 왜 난 널 하나도 모르는 것 같을까?"

이럴 시간이 없다는 건 밥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었다.이러다가 인간이 들이닥치면 둘 다 죽을지도 모른다.하지만 할 말도 못 하고 떠났다가 영영 못 보게 되는 것보다는 나을 것 같았다.밥은 끝내 테미에게 자신이 느끼는 것들을 몇 문장으로 뭉뚱그려 토해냈다.물론 전부는 아니었다.서두만 밝혀 둔 정도였다.답답함이 조금은 풀린 것 같은 밥의 표정을 보면서 테미는 조용히 골판지 상자 가장자리에 올려 둔 커피잔에 손을 가져다댔다.커피가 점점 식어가고 있었다.마침내 테미가 입을 열었다.

"응,말해줄게.네가 물어보면 전부 답해줄게.
물론 지금 말고,나중에.
인간이 지나가고 나서 이야기하자."
"죽지 않을 거란 약속으로 들리는데."
"약속할게.
그러니까 지금은 안심하고 가."
"하여간 고집은..."
"대학원 등록금 벌어야지."

밥은 테미를 보았다.언제나처럼 웃는 그녀의 얼굴이 상하좌우로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하고 있었다.영업 모드냐.밥은 다시 한 번 한숨을 내쉬었다.그리고는 등을 돌렸다.

"코어에서 기다린다.MTT 호텔 정도라면 안전하겠지.
영업 끝나는 대로 와."

그 말을 남기고 뛰어들어간 밥의 뒷모습이 미처 사라지기도 전에,테미는 곧 문을 닫아 잠그고 커튼을 쳤다.오늘따라 이목구비가 잘 움직이는 것이 돈이 잘 벌릴 것만 같았다.테미는 곧 메뉴판과 펜을 들고 선을 죽죽 긋기 시작했다.

테미 갑빠옷(9999G) -> 템플레이크(짱)(1000G)

당연하다면 당연했다.갑옷을 팔면 대학원 등록금의 절반 이상은 채울 수 있을 것이다.하지만 그만큼 더 많은 괴물들이 죽어나가겠지.근위대장이 인간을 막는 일도 좀 더 어려워질 것이다.자신이 정말로 미치지 않는 이상 이 갑옷이 인간의 손에 넘어갈 일은 없을 것이다.테미는 갑옷을 창고 깊숙이 박아놓았다.그리고 대신 더 많은 색종이를 꺼내와 조각조각 자르기 시작했다.먼지를 잔뜩 뒤집어쓴 채 걸어올 인간을 생각하면서,마치 그것이 인간이라도 되는 마냥.사각거리는 소리가 조용히 가게 안을 메웠다.

"인간,이 일을 반드시 후회하게 될 것이다."

고조되지 않은,착 가라앉은 그녀의 목소리는
워터폴의 끔찍한 정적보다도 음산했다.



------------

그냥 템샵의 테미가 사실은 밥처럼 제대로 말할 수 있는데 일부러 그러는 거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써봤어.어째 밥테미 구도가 된 것 같지만 그냥 대동이 수탁이 같은 사이라고 생각해줘.
내가 써놓고도 이게 테미인지 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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