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LeiaLibelle
원제 Puzzles might be fun if you tried them
출처 http://archiveofourown.org/works/5205647
* 번역 지적은 언제나 환영한다.
1-2 : https://gall.dcinside.com/undertale/288663
3-4 : https://gall.dcinside.com/undertale/292633
5-6 : https://gall.dcinside.com/undertale/308974
7-8 : https://gall.dcinside.com/undertale/318762
9-10 : https://gall.dcinside.com/undertale/331889
퍼즐도 해 보면 재밌을 거야
파피루스는 인간을 좋은 사람으로 만든다고 약속했지만,
끊임없이 누굴 죽이려는 아이를 키우기는 역시 만만치 않다.
그래도 희망을 버리지 말자.
11.
오후가 되었다. 발갛게 부은 눈이 쓰라린 데다, 울고불고 하느라 진이 다 빠졌다. 파피루스가 스파게티를 해 줬는데, 입맛은 없었지만 그 녀석이 주는 거라 도저히 마다 못하고 우걱우걱 먹었다. 그걸로 기분이 좋아지진 않았지만 조금 진정되었다.
먹고 나선 파피루스가 네 물건들을 둘 자릴 마련하자며 소파 옆에 작은 탁자를 갖다 놓고 로봇, 큐브, 깨끗한 옷을 올려 두었다. 그러고는 종이에 ‘인간 거’라고 쓰고 아래로 화살표를 그려서는 탁자 위 벽에다 테이프로 붙여 놓았다. 처음엔 별 생각 들지 않았는데 자꾸 보다 보니 가슴속이 조금 따뜻해진다. 파피루스는 그 다음엔 피규어 망가진 데를 접착제로 붙인다. 그걸 보자마자 못 고친다고 거짓말 한 샌즈가 얄미워지지만 어쨌든 고쳐서 다행이다. 예전처럼 말끔하진 못해도 제자리에 붙긴 붙었고, 파피루스는 이 정도로 만족하는 것 같다.
파피루스는 오늘 일 때문에 새 퍼즐을 만들 시간은 없었다며 그림을 그려 보라고 종이와 크레파스를 건넸다. 너는 좀 난감하다. 그림 그리라고만 했지 뭘 어떻게 그릴지 알려주지 않았으니 뭘 그려야 할지 아무런 생각이 나지 않는다. 너는 거의 십 분째 갈피를 못 잡고 있다. 이건 퍼즐하곤 다르게 정답도 없고 풀이법도 없다. 결국 하얀 종이를 그대로 들고 돌아가서 묻는다.
“뭐 그려야 돼?”
“네가 그리고 싶은 거!”
기대했던 해답이 아니다.
“네가 좋아하는 거 그려도 되고, 주변에서 보이는 거 그려도 돼! 물론 위대하신 파피루스 님께서 모델이 돼 줄 수도 있어! 녜헤헤헤!”
너는 고개 숙이고 생각에 잠긴다. 네가 좋아하는 거? 그런 게 있는지 모르겠다. 아, 큐브 퍼즐이 있긴 하다. 너는 구석으로 달려가서 ‘네 것’ 탁자 앞에 앉아 큐브를 그리기 시작한다. 오밀조밀한 네모들을 그려서 색칠하려니 제법 오래 걸린다. 마침내 다 그리고 나선 파피루스에게 보여준다.
“훌륭해! 내가 미술 수업을 해 줄 필요도 없겠어! 계속 그렇게 그려 봐!”
파피루스는 너를 잔뜩 칭찬해 주곤 다시 요리 준비를 한다. 너는 다시 네 그림을 본다. 큐브 그림은 작아서 종이에 빈 자리가 많이 남았다. 네가 봐도 별로 훌륭한 그림은 아니다. 그래서 빈 자리에 다른 그림을 더 그려넣기 시작한다. 일단 눈에 띄는 것들을 아무거나 그려 본다. 로봇, 책, 베개…… 빈 자리가 다 채워지자 새 종이에 계속 그린다.
간단한 물건들을 다 그린 다음엔 파피루스 얼굴을 그려 본다. 네가 쳐다보는 걸 알아차린 파피루스는 어깨를 쫙 펴며 얼굴 붉힌다. 신경 쓰지 않는 시늉 하느라고 애쓰는 것 같은데 실은 몇 초마다 네 쪽을 힐끔거린다.
이번 그림은 진짜랑 별로 안 닮았다. 실망해서 다시 그려 보지만 여전히 먼저 거랑 비슷하다. 그 다음엔 샌즈를 그려 본다. 이마에 파란 땀방울 달아주기도 잊지 않는다. 안 보고 그리니까 더 어렵다. 그려 놓고 보니 되게 이상하다. 비율을 잘못 맞춘 것 같다. 그림 그리기, 생각보다 어렵다.
어느새 파피루스가 잘 시간이라고 한다. 계속 그린 그림들을 바닥에 늘어 놓고 보니 몇십 장은 되겠다. 이거 참 뿌듯하다. 퍼즐만큼 짜릿하진 않지만 뭔가 해냈다는 보람이 있다. 너는 신기하게 흐뭇해진 기분으로 팔짝 뛰어 소파에 올라간다.
샌즈가 지나간다. 바닥에 잔뜩 널린 그림을 밟지 않으려고 이리저리 피해서 가다, 신기하단 듯이 둘러보다가, 한 장 집어 한참 들여다본다.
“헤, 너 이 꽃 진짜 좋아하는구나. 다섯 번이나 그렸어.”
“싫어. 없어지면 좋겠다아…….”
대답하던 중에 하품이 난다. 샌즈가 대단히 기묘한 표정으로 널 쳐다보지만, 넌 졸려서 생각할 겨를이 없으니까 신경 쓰지 않는다.
그날 밤 너는 이상한 꿈을 꾼다. 언제나처럼, 너와 나의 옛 기억들이 뒤엉키는 꿈. 하나같이 흐릿하고 혼란스런 기억들인데 이제는 정말로 상관이 없다. 그런데 오늘 꿈에는 해골들도 나온다. 둘 다 안개 속에서 너를 기다린다. 가까이 가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가고 싶지 않은데 다리가 말을 듣지 않는다. 너는 네가 그들을 죽이고 또 죽이는 걸 보면서도 멈출 수 없다. 죽이는 장면이 끊임없이 되풀이된다. 너는 비명을 지르고 싶지만, 도망가라고 알려 주고 싶지만, 목소리가 입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
너는 한밤중에 잠에서 깬다. 온몸이 떨리고 땀이 줄줄 흐른다. 후들거리는 두 손을 들어 살핀다. 아무것도 없는데, 피와 먼지가 덕지덕지 붙어 있는 느낌을 떨칠 수 없다.
사흘 연속으로 꽃이 나타나지 않자 너는 조금 불안해진다. 새 퍼즐을 풀고 샌즈의 썰렁한 농담을 듣고 무지 맛없는 스파게티를 먹으며 너는 얌전히 지낸다. 파피루스는 네 그림을 냉장고에 자석으로 붙여 놓았다. 볼수록 못 그린 그림이지만 그게 중요한 건 아니긴 하다. 어차피 세상이 없어지면 그것들도 없어질 테니까. 기분 좋지 못한 것들 다 없어질 테니까. 우리가 한 짓도 다 사라질 거니까, 다시는 죄책감 안 느껴도 돼. 네가 싫어하는 그 꽃도 영원히 없어질걸. 근사하지 않아?
이튿날 해골들은 또 네게 따뜻한 옷을 입히고 널 바깥에 데리고 나왔다. 마을엔 여전히 사람이 없다. 지난번 눈사람 만든 자리 가까운 데까지 오자, 파피루스가 퍼즐 정비할 동안 기다리란다. 너는 아무 돌에 걸터앉아 파피루스가 이것저것 움직이는 모습을 지켜본다.
난데없이 볼에 차가운 걸 맞고 화들짝 일어선다. 눈덩이였나 보다. 너는 근처에 서 있던 샌즈를 노려본다. 샌즈는 네 눈을 피하며 딴청을 부린다. 그래도 딱 보면 샌즈 짓이다. 너는 샌즈 몰래 눈을 꼭꼭 뭉쳤다가 딴데 볼 때 맞춰 던진다. 물론 샌즈는 간단히 피해 놓고도 아무것도 모르는 척 눈을 돌린다. 하나 더 던지니까 이번에는 허공에서 사라져서 네 뒤통수를 친다. 너는 이익, 하고 분한 소릴 낸다.
“형! 인간 놀리지 좀 마!”
“난 아무것도 모르겠는데. 보다시피 뼈 하나 까딱 안 했는데, 어떻게 ‘골’탕을 먹여?”
샌즈는 양 손을 펼쳐 보인다. 파피루스는 더 약이 오르나 보다.
“어휴 속 터져! 여긴 뭐하러 따라왔어?”
“해골은 속에 뭐 없어.”
“골수 있거든? 그리고 하나도 안 웃겨!!”
파피루스는 퍼즐판으로 돌아가고, 샌즈는 주머니에 손 넣은 채 낄낄거린다. 샌즈가 이쪽을 안 보는 틈에 너는 얼른 눈을 뭉쳐 다시 던진다. 그렇지만 쟨 뒤통수에도 눈이 달린 것 같다.
“나 맞추려면 ‘골’치 좀 아플걸.”
너는 고개를 내저으며 뒤돌아 선다.
“벌써 포기해? 그럼 나야 편하지.”
너는 발로 눈밭을 찬다. 이 기분 뭘까? 안 되니까 답답해서 더 해보고 싶다. 퍼즐 풀 때처럼. 그러고 보니 샌즈는 네가 퍼즐 풀길 포기하려 할 때도 비슷하게 놀려대곤 했다. 설마 더 열심히 해보라고 일부러 그랬나? 에이, 그럴 리가. 그냥 못돼먹은 해골이다.
너는 더 해보기로 한다. 눈덩이 맞고 놀라는 저 자식 표정을 보기 위해선 좀더 노력할 수 있다. 너는 재빨리 허릴 숙여 눈을 뭉치고 던진다. 뜸 들이지 않고 몇 개 더 뭉쳐서 연속으로 던지려고 고개 들자마자, 얼굴에 정통으로 눈을 맞는다.
“어, 눈싸움 해?”
멀리서 파피루스 목소리가 들린다.
“나도 끼워 줘! 곧 있으면 왕립 경비대에 들어갈, 위대하신 파피루스 님이 활약해 줄게!”
파피루스가 달려와서 끼자 너와 샌즈 사이의 신경전으로 시작한 눈싸움이 몇 시간 동안 이어져 버렸다. 오히려 샌즈가 얼마 안 지나 돌아다니기 귀찮으니 구석에서 낮잠이나 잔다며 포기해 버리고, 거의 너랑 파피루스만 하게 되었다. 이따금씩 너희 둘이 편을 먹고 샌즈를 기습해 보았지만 역시 한 번도 맞추지 못했다. 그런데 맞추지를 못해도 싫거나 화나지는 않았다. 한참을 그러다가 둘 다 힘이 빠졌다. 너는 눈밭에 드러누워 가만히 숨을 고른다. 언제부터 미소 짓고 있었는지 너는 모른다. 역시 몰랐겠지만 몇 번은 소리까지 내고 웃은 적도 있다.
괜찮았다. 아니…… 그뿐만이 아니다. 재밌었다. 믿기지 않을 만큼 따뜻하고 신나는 기분이었다.
12.
그날 밤 자기 전에 목이랑 코에서 좀 이상한 느낌이 들었는데 너는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하지만 눈 뜨자마자 이마가 화끈거리고 콧물이 나고 목이 따갑다. 신경 써야 했나 보다. 지쳐 드러누울 때까지 몇 시간이나 눈밭에서 뛰어놀았으니 아플 만도 한데, 어젠 너무 재밌어서 힘든 줄을 몰랐다.
아침도 먹지 않고 소파에서 일어나지도 않고 이불 뒤집어쓴 채로 누워만 있으니까 파피루스가 걱정을 한다. 한참을 붙잡고 왜 그러느냐고 묻는다. 없는 힘을 쥐어짜서 감기 걸렸다고 대답하지만 파피루스는 알아듣지 못한 것 같다. 해골은 감기도 안 걸릴까? 그럴 것도 같다. 다른 종류 병은 걸릴지도 모르겠지만, 피부나 살이 아예 없는데 감기에 걸리는 건 상상이 안 간다. 뭐 어쩌면 걸릴지도 모르겠지만,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다.
얼마 뒤 샌즈가 내려와서 무슨 법석이냐고 묻는다.
“인간이 아픈 것 같아!”
“안됐네.”
“우리가 치료해 줘야 하지 않아?”
“내가 인간 전문가도 아니고 어떻게 알아. 마을에 도와줄 사람도 없고. 근데 좀 쉬라고 놔두면 될 것 같긴 하다.”
파피루스는 걱정스런 얼굴로 너를 쳐다보고는 위층으로 가서 이불을 더 가지고 내려온다. 샌즈 말이 재수없긴 하지만 맞는 말 같다. 아주 심한 감기는 아니고 푹 쉬면 내일쯤엔 훨씬 나아질 것 같다. 너는 곧 필요 이상으로 많은 이불에 파묻혀서 잠을 청한다.
넌 아픈 게 싫다. 예전에 손을 베었을 땐 신경 쓰이지도 않았는데 지금 감기 걸린 건 견디기가 어렵다. 그 때라면 침대—는 아니고 허름한 소파—에 누워서 아무것도 못 한대도 별로 상관 없었을 텐데, 지금은 하고 싶은 게 많다. 밖에 나가서 파피루스랑 눈싸움 하고 싶다. 바닥에 앉아서 퍼즐 풀고 싶다. 파피루스의 시시한 잔소리나 샌즈의 어이없는 농담을 듣고 싶다. 이불 뒤집어쓰고 누워만 있으니까 춥고, 아프고, 심심하다. 재미 없다.
너는 언제 잠들었는지 모르겠지만 일찍 일어나고 싶진 않았다. 여전히 기운이 하나도 없고 재채기가 그치지 않는다. 누가 옆에 휴지를 갖다 둔 건 다행인데, 계속 머리가 아파서 아무것도 못 하겠다.
“인간! 일어났구나! 배는 안 고파?”
네가 깬 걸 보고 파피루스가 외친다. 네가 고개 젓자 아쉬워하는 것 같다.
“아……하, 괜찮아! 그럼 재밌는 이야기 해 줄까?”
너는 궁금해서 고개를 든다. 파피루스는 책을 가져온다. 그러고 보니 여기 온 첫날 밤에도 책을 읽어 줬다. 그 때는 무슨 얘길 하든 아무 상관 안 했었는데, 오늘은 좀 관심이 간다.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는 나을 것 같다.
파피루스가 읽어주는 책은 거의 다 유치하다. 우정과 모험 이야기, 용감한 주인공들이 남을 돕기 위해 작은 위험에 맞서는 이야기. 별로 재밌지도 신기하지도 않은 데다가 너보다 더 어린 애들이 읽을 법한 책이지만, 파피루스 목소리를 듣는 게 왠지 편하다. 뭔가 희한한 기분이 든다. 아주 아주 오래 전부터 필요했으면서도 필요하단 생각을 못 했던 뭔가……. 이제는 깨우칠 때도 됐겠지만 여전히 모르겠는데, 그래도 그게 생기니까 기분은 좋다.
잠이 들었나 보다. 정신 차리고 보니 파피루스가 옆에 없다. 머리는 아직 어질거리지만 목이 따갑지는 않고 두통은 그럭저럭 가라앉았다. 그래도 다 낫지는 않은 것 같다. 생각이 잘 안 되고 아무 데도 집중하기 어렵다.
파피루스와 샌즈가 없어서 의아해 하다가 위층에서 둘 목소리가 들리자 마음이 놓인다. 넌 지금은 혼자 있고 싶지 않다. 휴지를 뽑아 코를 풀려는데 밖에서 무슨 소리가 들린다. 너는 그 소리가 의아하다. 갑옷 입은 파란 괴물밖에 생각나지 않는다. 그 괴물이 너를 끝장내러 온 것 같아서 겁이 난다. 네가 아프다는 소식을 듣고 이 틈에 싸우기로 결심했을지도 모른다. 너는 일어선다. 몸이 좀 비틀거리지만 쓰러질 것 같지는 않다. 머뭇머뭇 현관으로 가서 문을 열었더니, 밖에는 아무도 없다. 잘못 들었는지도 모르겠다.
돌아가려는데 눈밭에서 뭔가 움직인 것 같다. 사람 크기는 아니다. 동물일까? 너는 궁금해서 다가가 본다. 신발 신기도 깜빡하고 맨발로 찬 눈을 딛는다. 괴물이면 반드시 죽여야 한다. EXP는 최대한 많이 쌓아야 한다. 단 한 마리도 살려 둘 수 없다.
마침내 움직이는 것 앞에 온 너는 얼어붙은 듯 멈춰선다. 작은 개다. 털이 워낙 하얘서 멀리선 잘 안 보였던 거다. 개는 혀를 내밀고 작은 눈을 반짝이며 너를 쳐다본다. EXP를 얼마 안 줄 것 같긴 해도 죽이기는 쉽겠다. 감기 좀 들었대도 저걸 죽이기는 어린애 장난이나 다름없다. 저절로 주머니에 손을 넣고 칼을 찾다가 칼은 오래 전에 뺏겼단 게 기억난다. 무기로 쓸 게 있나 주위를 살펴보는데 갑자기 개가 다가와서 신경 쓰인다. 너는 무릎 꿇고 앉아서 작은 개를 본다. 개는 아무것도 모르고 킁킁 네 냄새를 맡는다. 너를 해치려는 것 같진 않다. 이것도 정말 괴물일까? 상관 없다. 살아 있는 걸 죽이면 무조건 EXP를 얻을 수 있으니까.
무기를 찾으러 가야 하는데 너도 모르게 손을 뻗어 하얀 털을 만지고 있다. 부들부들한 감촉이 재미있다. 개가 숨을 쉴 때마다 몸뚱이가 조금씩 오르내리고, 네 손바닥 아래서는 심장이 팔딱거린다. 따뜻하다. 살아 있다. 이런 개는 마을로 처음 오는 길에도 많이 봤는데…… 그 개들이 다 이랬을까? 네가 손을 내밀어 줬다면 다가와서 얼굴을 비볐을까? 아니, 개뿐만이 아니다. 아무 생각 없이 네가 죽여버린 다른 괴물들도 모두 살아 있었다. 그들도 퍼즐을 좋아했을까? 네가 말만 했다면 같이 눈싸움을 하고 눈사람을 만들 수 있었을까?
영원히 모를 일이다. 네 손이 떨리기 시작한다. 너는 영원히 모를 일이다. 네가 말도 붙여보지 않고 죽여 버렸으니까. 네가 먼지로 만들어 버렸으니까. 없애 버렸으니까. 모두들 영원히 심심함도 배고픔도 즐거움도 느끼지 못할 거다. 네가, 죽였으니까.
급한 발소리가 들려 오지만 너는 돌아보지 않는다. 복슬복슬한 털에 슬며시 두 손을 넣어 본다. 파피루스와 샌즈가 문을 열고 뛰쳐 나왔다.
“인간! 개 해치지 마!”
둘은 네 가까이 와서 멈춘다. 너는 개의 보드랍고 따뜻한 머리에 네 이마를 댄다. 개는 코를 비비고 네 목을 핥는다. 간지럽다.
눈물이 네 뺨을 타고 흘러내려 새하얀 털 속으로 가라앉는다. 이제 기억난다. 모든 게 기억난다. 네가 왜 죄책감을 느껴야 하는지 이제 이해 간다. 네가 한 일이 왜 그렇게 잘못됐다고 느껴졌는지 이해 간다. 어떻게 이런 당연한 걸 잊을 수가 있었을까? 이렇게 간단한 걸……. 안타깝다, 딱 한 마디로 잘라 말할 수 있을 만큼 간단한 걸. 그런데 왜 이렇게 못 견디게 괴롭나.
뼈다귀 손이 네 어깨를 토닥이자 작은 개는 네 품에서 벗어나 어딘가로 달려간다. 너는 물 맺혀 흐린 눈으로 올려다 본다. 샌즈가 나지막이 말한다.
“꼬마야, 들어가서 이야기 좀 하자.”
너는 고개를 끄덕이고 그의 손을 잡는다.

댓글 영역
획득법
① NFT 발행
작성한 게시물을 NFT로 발행하면 일주일 동안 사용할 수 있습니다. (최초 1회)
② NFT 구매
다른 이용자의 NFT를 구매하면 한 달 동안 사용할 수 있습니다. (구매 시마다 갱신)
사용법
디시콘에서지갑연결시 바로 사용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