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문학/번역] 뼈형제가 프리스크 키우는 소설 -5-

ㅃㅂㅎㅅ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6.04.16 20:04:52
조회 4606 추천 101 댓글 26
														

저자 LeiaLibelle

원제 Puzzles might be fun if you tried them
출처 http://archiveofourown.org/works/5205647


* 번역 지적은 언제나 환영한다.


1-2 : https://gall.dcinside.com/undertale/288663
3-4 : https://gall.dcinside.com/undertale/292633
5-6 : https://gall.dcinside.com/undertale/308974
7-8 : https://gall.dcinside.com/undertale/318762



퍼즐도 해 보면 재밌을 거야


파피루스는 인간을 좋은 사람으로 만든다고 약속했지만,
끊임없이 누굴 죽이려는 아이를 키우기는 역시 만만치 않다.
그래도 희망을 버리지 말자.




9.



  파피루스는 오늘도 팬케이크를 구우려고 한다. 솜씨가 좀 늘었다고 해 줄 수 있다면 좋겠는데 정말로 하나도 안 늘었다. 끔찍한 팬케이크를 지난번처럼 얼굴에 대고 던져 버리고 싶지만 왠지 그러면 안 될 것 같다. 그냥 접시에 남겨두고 새로 받은 퍼즐이나 풀러 간다. 삐뚤빼뚤 그린 미로찾기다. 오늘 돌려받은 네 옷에서는 파피루스 옷하고 비슷한 냄새가 난다. 깨끗한 옷의 감촉은…… 솔직히 나쁘지 않다.


  그렇지만 오늘도 너는 퍼즐이든 다른 뭐에든 집중이 되지 않는다. 작은 해골이 폐허에 살던 아주머니 이야기를 한 뒤부터 계속 머릿속에 뭐가 끼어 있는 것 같다. 대체 뭔지, 생각하면 할수록 점점 더 짙어지고 괴로워진다.


  문소리가 나더니 작은 해골이 들어온다. 어디서 뭘 하고 오는지 알 길이 없다. 해골은 식탁 위의 까만 팬케이크는 쳐다보지도 않고 소파로 직행한다. 주방에서 파피루스가 소리 지른다.


  “형! 오늘도 사먹었어?”


  “그릴비 문 닫은 거 알잖아.”


  미로 출구를 찾은 너는 연필을 내려놓고 텔레비전 화면을 본다. 아무것도 안 나오는데 작은 해골은 평소처럼 그 앞에 앉아 있다. 난데없이 전에 본 갑옷 괴물 생각이 난다. 네가 죽인 괴물들이 ‘착한 사람들’이랬다. 그러면 너는 나쁜 사람이란 걸까……?


  샌즈는 언제나처럼 웃음을 띠고 너를 쳐다보고 있다가, 너와 눈이 마주치자 고개 돌리고 파피루스를 향해 또 재미 없는 농담을 한다. 너는 저 해골이 도저히 이해가 안 된다. 이상한 녀석이다. 너를 몇 십 번씩 죽이다가, 불편한 이야기로 기분을 잡쳐 놓다가, 하루는 또 네게 ‘변할 마음이 있다’고 하고. 너한테 뭘 바라는 걸까? 이해가 되지 않는다…….


  뭘 어떻게 해야 할지 알 길이 없다. 고개를 들고 해골들을 본다. 파피루스는 형 옆에 서서 자기 농담에 깔깔거리며 웃는다. 너는 또 가슴이 답답하고 목이 메인다. 어쩌면 해골들은 알 것 같다. 물어보면 너도 이해할 수 있게 알려 줄 것 같다. 파피루스가 네가 쳐다보는 걸 알아채고 웬일이냔 듯이 마주본다. 샌즈도 어느새 너를 보고 있다. 둘 다 뭔가 기다리는 것 같다.


  너는 마른침을 삼키고 망설이다 입을 뗀다. 물어봐서 좋을 게 없다는 걸 알면서도, 꼭 물어봐야 할 것 같다.


  “나…….”


  한 마디 하자마자 말문이 막힌다. 해골들은 계속 꼼짝 않고 너를 보고 있다. 마침내 너는 말을 잇는다.


  “나 나쁜 짓 한 거야?”


  대답을 듣기까지 기다릴 필요도 없다. 소리 내서 말하자마자 아주 분명해졌다. 맞다고, 아주, 아주 많이 나쁜 짓을 했다고. 절대로 하면 안 될 만큼 나쁜 짓을 했다고. 이해는 가지 않지만 알 것 같다. 머리가 또 아파진다. 기분이 너무 복잡하다.


  파피루스의 흔들리는 눈을 마주본다. 그러고 보니 샌즈도 눈이 휘둥그레져선 너만 보고 있다. 대단히 놀란 것 같다. 생각에 잠기려던 너에게 파피루스가 머뭇머뭇 다가와선 미소 짓는다.


  “네가 나쁜 일을 한 건 맞아. ……그렇지만 앞으로 착한 일을 하면 괜찮아!”


  “왜?”


  파피루스는 당황해 한다.


  “왜, 왜냐면, 착한 일을 하면 너도 행복해지니까!”


  하지만 너는 세상을 없애 버려야 한다는 대답이 저절로 튀어나오려 했지만, 하지 않는다. 샌즈는 깊은 생각에 빠져 있다. 너는 파피루스가 한 말만 더 생각한다. 아직도 이해는 안 되지만, 그 말 듣고 보니 왠지 몰라도 그냥 그게 ‘맞는’ 것 같다.


  너는 얼굴을 손에 묻는다. 맞는 건데 잘못되기도 했고…… 아니, 사실은 완전히 잘못됐다. 변한 건 없다. 너는 세상을 없애버릴 아이라는 거, 기억 안 나? 그런데 이제는 또 그게 정말로 네가 원했던 건지 궁금하다고? 네가 원했던 게 뭔데? 애초에 네가 에봇 산을 올라왔던 이유야말로……


  파피루스가 꼭 껴안아 주자 너는 아무 생각이 없어진다.


  “기분전환 시켜줄게! 너한테 읽어주기 딱 좋은 재밌는 책이 생각났어! 가져올 테니까 잠깐만 있어 봐!”


  파피루스는 너를 안아 들어서 소파에 앉힌다. 넌 갑자기 좋다. 여기 있는 게 좋다. 괴롭지도 힘들지도 짜증나지도 않는다. 그래서 어쩌면 그만둘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한다. 싸움은 그만 하고 그냥 여기 있으면서 낯선 기분들을 이해해 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고. 어쩌면 나중에는 머릿속 근질거리는 느낌도 사라질지 모른다. 어쩌면 넌 여기서 행복해질 수 있을 것도 같다.


  아니. 그럴 순 없어. 꺼진 텔레비전 화면을 쳐다보며 너는 생각을 고친다. 네가 손을 움직이면 화면 속에 비치는 손도 따라 움직인다. 그렇지만 네가 아무리 열중해서 들여다 봐도, 그건 나다.


 


  밤이 오고 꽃도 온다. 꽃은 바닥에 앉아 뿌리 끄트머리로 네 큐브를 찔러 본다. 너는 그쪽을 향해 누운 채로 말없이 지켜본다.


  “오랜만이야. 해골들이 너를 가만 두질 않지? 큰 해골은 볼수록 웃겨. 네가 자길 몇 십 번 죽었다는 거 아예 모르나 봐. 또 죽이면 무슨 표정이 될지 정말 궁금해.”


  꽃이 큐브를 이리저리 굴리는 모습을 너는 계속 지켜본다. 꽃은 그러다 멈추곤 기괴한 표정으로 너를 쳐다본다.


  “내가 착각하는 걸지도 모르겠지만, 너 요새 좀…… 달라졌어.”


  꽃은 고개 들고 너를 살펴본다.


  “너 차라 맞지?”


  너는 대답하지 않는다.


  “괜히 물어봤네. 난 너를 믿어! 너한텐 아무것도 안 하는 이유가 분명 있을 거야! 계획을 세우는 거지? 그치? 걱정 마. 내가 필요하면 언제든지 도와 줄게. 친구는 그러라고 있는 거니까.”


  꽃은 소름끼치는 소리로 웃는다. 너는 꽃이 빨리 가버리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갑자기 불이 켜지고 꽃은 재빨리 사라진다. 너는 일어나서 계단을 본다. 샌즈다. 식은땀을 흘리며 이상한 표정으로 너를 보고 있다.


  “꼬맹아…… 누구랑 얘기하고 있었어?”


  대답하지 마.


  “분명히 말소리가 들렸는데. 아니면…… 있지, 예전부터 물어볼까 말까 하던 건데, 너 혹시―”


  파피루스가 문을 열고 나타난다. 자다 깼는지 피곤해 보인다.


  “무슨 얘기 해?”


  “별 거 아냐. 꼬맹이가 잠자기 무섭대.”


  “뭐? 인간, 무서워하지 마! 이 집엔 유령은 없어! 해골은 있어도!”


  너는 다시 누워 머리 끝까지 이불을 뒤집어쓴다. 잠시 정적이 흐르더니 파피루스가 네 옆에 와서 앉는다.


  “진짜 많이 무서우면 너 잠들 때까지 여기 있어 줄게.”


 


  어쩌다 보니 너는 담요를 덮은 채로 파피루스하고 샌즈 틈에 끼어 있다. 파피루스는 앉자마자 잠들었고 샌즈는 끊임없이 텔레비전 채널을 돌린다. 화면 불빛은 어둑하지만 색을 알아볼 정도는 되어서, 너는 한 삼십 분째 큐브를 맞추고 있다. 이따금씩 텔레비전을 보며 머리를 식히다가 다시 도전한다. 샌즈는 네게 다시 말을 걸지 않는다.


  마지막 한 줄을 돌리자 드디어 색이 다 맞는다. 너는 이리저리 돌려 가며 빠뜨린 데가 없나 살펴보지만 한 군데도 어긋나지 않았다. 드디어 끝났다니 믿기지가 않아서 한참 빤히 들여다본다. 잔뜩 집중해 있는데 어깨에 손이 얹힌다. 팔짝 뛸 뻔한다. 고개 들자 샌즈가 한 쪽 눈을 길게 깜빡이며 어색하게 웃는다.


  “이야. 좀 오래 걸렸어도, 잘 했어.”


  너는 다시 큐브를 내려다본다. 가슴속이 왠지 따뜻해진다. 입술이 움찔움찔 펴지려는 게 멈춰지지 않는다. 마치 네가 뭔가 해낸 것 같다. 누가 시키지도 도와주지도 않은 일을 너 스스로 해낸 것 같다. 시시한 장난감이긴 하지만, 그래도……


  “들어가야겠다. 잘 자.”


  샌즈는 텔레비전을 끄고 일어나, 파피루스를 깨우고 부축해서 위층으로 올라간다. 거실이 깜깜해져서 더 이상 색이 분간이 가지 않지만 그래도 다 맞춘 큐브를 계속 들여다보길 왠지 멈출 수 없다. 분명 이제 쓸모가 없어졌는데, 팽개칠 마음이 들지 않아서 꼭 잡고 있는다.


  그렇지만 가슴속 깊이서는 여전히 중요한 걸 버려두고 도망치고 있다는 걸 안다. 넌 그걸 생각하지 않으려고 애를 쓰지만, 언젠가 똑바로 마주해야 할 날이 올 거다. 지금은 원한다면 그런 식으로 피할 수 있을지 몰라도 언젠가 끝을 내야 한다는 걸 너는 알고 있다. 저들이 너를 진심으로 믿기 시작할 때, 친구로 여겨 경계하지 않을 때, 그 때 내가 다시 행동에 나서마. 버리기로 결심했던 쓸데없는 것들을 되찾으려 할수록 너는 더욱더 괴로워질 뿐이야. 예전에도 겪어봐서 알고 있지 않니. 결국에는 견딜 수가 없을걸. 우린 끝을 내야 해. 너와 나, 둘이서 같이.




10.



  밤에 별로 못 잤는데 아침엔 또 엄청 일찍 깼다. 파피루스가 없는 아래층은 이상하게 조용하다. 큐브를 다 맞추고 나니 당장 할 거리가 없다. 텔레비전을 틀어 봐도 볼만한 게 없다. 심심하다는 거 이상하게 짜증난다. 예전에는 아무것도 안 해도 상관 없었는데 지금은 뭐가 달라졌는지 모르겠다. 아무튼 빨리 파피루스가 일어나서 새 퍼즐을 주면 좋겠다.


  거실을 돌아다니면서 놀 거리를 찾아 보는데 적당한 게 하나도 없다. 그나마 눈에 띄는 건 아주 괴상한 농담 책하고, 파피루스가 ‘형이 키우는 애완 돌’이라고 하는 돌멩이 정도. 그것도 네가 보기엔 흔히 굴러다니는 것들과 다를 게 없다. 그러고 보니 너는 한 번도 위층에 가본 적이 없다. 밤에 계단을 올라가려 할 때마다 샌즈가 나타나서 거실로 돌려 보냈으니까. 이제는 보러 가도 괜찮지 않을까 싶다.


  조심해서 한 칸씩 계단을 오른다. 샌즈가 나타나서 놀래킬까봐 계속 주위를 살피지만 오늘은 오지 않는 것 같다. 너는 첫 번째 방문 앞에 왔다. 파피루스가 자주 들락거렸으니 파피루스 방일 거다. 복도 끝을 보며 망설인다. 샌즈가 정말로 자는지 모르겠다. 혹시 잠들어서 무방비 상태라면 반격하기 전에—


  그 생각은 그만둔다. 어차피 가까이 가면 깰 텐데 위험을 감수하고 싶지 않다. 제대로 죽이려면 완벽한 기회가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게다가 지금은 죽일 마음도 없잖아?


  너는 파피루스 방 문을 열고 들어간다. 어두워서 바로는 보이지 않는다. 잠시 기다리자 웬 자동차 모양 침대가, 세상 모르고 자는 파피루스가 눈에 띈다. 자면서도 평소랑 똑같은 옷을 입는 모양인데, 사실 그건 너도 마찬가지다. 괴물들한텐 잠옷이란 게 따로 없는지도 모른다.


  너는 침대에 올라가 파피루스를 깔고 앉는다. 녀석은 웅얼거리며 얼굴을 찌푸릴 뿐이다. 일어나라고 어깨를 잡고 흔들어 본다. 드디어 눈을 뜨고 하품을 하더니 놀람 반 귀찮음 반 섞인 표정을 한다. 목소리가 잠꼬대 같다.


  “무슨 일이야, 인간? 스파게티 먹을 거면 어……”


  그 뒤로는 알아듣지 못할 말을 몇 마디 웅얼거리더니 다시 잠들어 버린다. 너는 풀이 죽는다. 실컷 자라고 내버려두고 방 안을 구경한다. 책꽂이가 있고 컴퓨터가 있는데 그보단 침대 옆 탁자에 늘어놓은 것들이 더 재미있어 보인다.


  탁자 위에 인형 같은 것들이 그럴싸하게 전시돼 있다. 가벼운 플라스틱 재질이라 사람한테 던져도 상처는 못 낼 것 같다. 하나 집어서 자세히 본다.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지만 사람 몸매를 닮은 로봇이다. 팔다리를 움직일 수도 있다. 너는 별 생각 없이 그것들을 몇 개 더 집어서 아래층으로 내려간다. 나온 방문을 닫아야 한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한 시간쯤 지났을까, 비명 소리가 네 잠을 깨운다. 소리는 파피루스 방에서 난다.


  “형!”


  발소리가 조금 가까워진다.


  “내 액션 피규어…… 아!”


  이제 막 아래층에 내려온 파피루스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꼼짝도 않는다. 너를 쳐다보는 줄 알았는데 네가 아니라 발치 바닥에 있는 장난감을 보는 거다. 새벽에 너는 이 작은 인형들로 뭘 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보다가 곧 재미가 없어져서 그냥 바닥에 내버려 두었다. 파피루스가 달려와 그것들을 붙잡고 울상 짓는다.


  “부서졌잖아!”


  한 손에 피규어를, 다른 손에 부러진 피규어 팔을 들고 소리친다. 아, 맞다. 다른 피규어들은 움직이는데 저건 안 움직여서 힘을 좀 줬더니 부서지길래, 그냥 다른 것들하고 같이 팽개쳐 두었다.


  “너…… 너 왜 그랬어……?”


  파피루스의 목소리가 낯설다. 훔쳐가서 화난 걸까? 아니면 팔을 부러뜨려서? 저런 쓸모도 없는 걸 가지고……. 너는 짜증이 난다. 저까짓 것 때문에 너한테 화를 내다니 불공평하다. 네 잘못도 아닌데! 깨웠는데 일어나서 할 거리를 주지 않은 자기 잘못이다. 그런데도 파피루스는 망가진 장난감만 들여다본다. 그게 이 집에서 제일 소중하단 것처럼.


  “음…… 고의는 아니었을 거라고 믿어…….”


  너는 파피루스의 손에서 피규어를 낚아채어 힘껏 집어던진다. 날아간 피규어는 벽에 부딪쳐서 머리가 떨어져 나간다. 파피루스는 소리 지른다.


  “뭐하는 거야? 하지 마! 인간, 그러면 나빠. 굉장히 나빠!”


  너는 인상을 쓴다. 잔소리를 듣는 건 질색이다.


  “불쌍하지도 않아?”


  왜 불쌍해야 하지? 살아 있는 것도 아닌데. 부서져도 아프지도 않을 텐데. 그런데 왜 네가 잘못했단 걸까? 너는 삐져서 파피루스를 등지고 방구석에 쪼그려 앉는다. 샌즈도 거실로 내려온 것 같지만 신경 쓰지 않는다. 너는 잘못한 게 없다. 폐허에 있던 괴물들도 아니고, 그까짓 장난감 가지고…… 그게 뭐가 대단하다고!


  “꼬맹아. 네가 해 놓은 것 좀 봐.”


  샌즈도 거드는데 파피루스가 다시 외친다.


  “아니야, 난 괜찮아! 그냥…… 어…… 밖에 좀 나갔다 올게……. 볼 일이 있어.”


  아주 조금 고개를 돌리자, 파피루스는 현관문을 향하고 있다. 어색하고 슬퍼 보이는 표정이다. 저게 슬픈가……? 사람이 다친 것도 아닌데. 그래도 너는 왠지 초조해진다.


  “쟤 피규어 진짜 좋아하거든. 기분 엄청 안 좋을걸. 에휴. 어쩌겠어.”


  너는 이해가 가지 않아 고개 들고 쳐다보지만, 샌즈는 소파로 가서 앉을 뿐 더 이상 설명해주지 않는다. 너는 부서진 피규어를 들고 자세히 살펴본다. 오래 본다고 뭘 더 이해할 수 있는 건 아니겠지만. 피규어가 부서지지 않았다면 파피루스 기분이 덜 나빴을까? 파피루스가 샌즈 말대로 이걸 ‘좋아한다’면, 부서지지 않길 바랐을 거다. 너도 좋아하는 것들을 잃고 싶지는 않다. 너라도 그 정도는 어떻게든 이해할 수 있다. 느낄 줄 모르는 감정이라도 알고는 있으니까. 조금만 열심히 생각해 보면 사실 진짜 뻔하다. 지금까진 그런 생각 굳이 해 본 적이 없었을 뿐이다. 그랬던 네가 이제서야 다른 사람 감정을 신경 쓰기 시작하려는 거다. 정말이지 멍청한 짓거리다. 남 신경 써 봐야 슬프고 아쉽기만 할걸. 난 분명히 경고했다.


  너는 힘을 줘서 팔을 끼워 보지만, 당연히 부러진 게 붙진 않는다. 답답한 마음에 샌즈에게 들고 간다.


  “고쳐 줘.”


  “미안. 나도 못 고쳐.”


  너는 부서진 액션 피규어를 보다가 다시 샌즈를 보며, 더 크게 말한다.


  “고쳐 줘!”


  “세상에는, 한번 부서지면 원래대로 고쳐지지 않는 것들이 있어.”


  샌즈는 나지막이 말한다. 너는 맨바닥에 앉아 피규어를 쳐다본다. 고칠 수 없다니…… 아냐. 뭐든지 예전으로 되돌릴 수 있다. 너 그 생각 하고 있지? 그런데 더 생각해봐. 네게 마지막으로 의지가 차오르던 게 언제였지? 네 마지막 ‘세이브 지점’이 언제였지? 처음으로 돌아가야 할 거다. 살려주고, 다시 믿음을 쌓고. 며칠, 아니 몇 주는 더 걸릴 거다. 터무니없다. 난 그렇게 느긋하지 않아.


  그래도 너는 이걸 어떻게든 하고 싶다. 애타 하며 샌즈를 다시 보지만 샌즈는 절레절레 고개 젓는다. 다시 힘주어 붙여 보지만 소용 없다. 돌아가고 싶다. 없던 일로 하고 싶다. 네가 죽인 괴물들을 생각할 때하고도 비슷한 기분이 든다. 너의 죄가 고통스럽다. 너의 죄를 돌이킬 수 없다.


  샌즈는 한번 부서지면 원래대로 고쳐지지 않는 것들이 있다고 했다. 그럼 영원히 이 기분을 갖고 살아야 할까? 그러긴 싫다……. 내가 감정은 쓸데없다고 했지. 다시 잊어 버려.


  “네가 잘못한 것 같단 생각이 들어?”


  뜬금없는 물음이지만 너는 고개를 끄덕인다.


  “그럼 사과해.”


  샌즈를 다시 보자 웃고 있다. 사과……하면 더 나아질까? 그런다고 피규어가 고쳐지진 않는데…… 미안하단 말 해 봤자, 부서진 게 고쳐지진 않는데. 이해가 가지 않는다.


 


  얼마나 오랫동안 그런 생각을 하면서 찌그러져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갑자기 문이 열리자 너는 흠칫 놀란다. 파피루스를 볼 자신이 없다. 네가 저지른 짓을 되돌릴 방법이 없다. 파피루스는 너한테 실망했을 것 같다. 좋아하던 물건을 망가뜨린 너를 절대 용서하지 않을 것 같다. 영원히 너를 미워하겠지.


  뼈다귀 손이 어깨를 두들기자 너는 한 번 더 흠칫했다가, 머뭇머뭇 돌아보고, 훨씬 더 놀란다. 파피루스는 웃고 있다. 웃으면서 뭔가 쥔 손을 내민다. 작은 로봇 장난감이다. 망가진 것처럼 근사하게 인간을 닮지는 않았고, 만화에 흔히 나오는 것처럼 머리든 팔다리든 네모나다.


  “로봇 좋아하는 것 같길래 쓰레기장에서 찾아 왔어! 내 거만큼 멋있진 않지만 잘 안 부서진 않을 거야. 마음대로 갖고 놀아도 돼!”


  이해가 가지 않는다. 너에게 화가 나지 않았을까……? 네가 가만히 있자 파피루스는 새 로봇을 네 손에 쥐어 주고 망가진 걸 가져간다. 그러고는 네 머리를 쓱쓱 쓰다듬는다. 샌즈가 낄낄 웃는다.


  “그러다 애 성질 버리는 거 아니야?”


  “안 버려! 어차피 형보단 낫다고. 형은 아무것도 안 해 주잖아! 그리고 밥도 제대로 못 해주잖아!”


  “그건 그래.”


  “인간이나 형이나, 나같이 위대하고 성실한 보호자가 있어서 정말 다행이야!”


  “다행이지.”


  샌즈는 또 웃어젖히고, 파피루스는 한숨을 내쉰다. 그리고는 너를 다시 쳐다보다가 주저하며 말을 건다.


  “인간? 괜찮아? 아까부터 왜 아무런…….”


  손에 들린 장난감에 물방울이 똑 똑 떨어지나 싶더니, 어느새 네 두 눈에서 뜨거운 것이 끊임없이 넘쳐 흐른다. 파피루스는 말을 잇지 못한다. 이상하다……. 너무 이상하다……. 왜……


  왜 울지?


  그치려고 눈을 감아 보지만 뭔가 자꾸 쥐어짜는 것 같다. 뭔지 몰라도 견딜 수 없다. 주체할 수 없이 눈물이 쏟아지고 어깨가 떨린다. 눈가를 훔쳐 보지만 그칠 기미가 없다. 포기하고 그냥 울음을 터뜨린다.


  “인……간?”


  파피루스는 넋이 빠진 것 같다. 눈앞이 흐려서 얼굴이 잘 보이지도 않는다.


  “왜 그래? 맘에 안 들어? 어디 아파? 배고파?”


  왜 그러느냐고 연신 묻는 소리도 이내 네 울음에 묻혀 들리지 않는다. 샌즈의 목소리가 어렴풋이 끼어든다.


  “그냥 울게 놔둬. 원래 꼬맹이들은 이유 없이 울고 그래.”


  “정말?”


  “응. 걱정 마. 좀 있으면 진정될 거야.”


  “그럼…… 그동안 인간이 제일 좋아하는 스파게티 만들어줘야겠어! 맛있는 걸 먹으면 힘이 날 거야!”


  주방으로 달려가는 발소리가 들린다. 너는 또 소매로 얼굴을 훔치다가, 아주 목놓아 울고 만다.


  “괜찮아, 꼬맹아. 다 털어 버려.”


  샌즈는 눈을 감고 여느 때처럼 미소 짓는다.







* 작가는 9화 꼬릿말에서 "사실은 1인칭 시점 글이었습니다!"라고 밝혔다.
  역자는 '차라가 프리스크의 생각을 읽는' 서술로 가정하고 썼다.
  you를 이용한 서술 트릭을 온전히 옮기지 못해 아쉽지만,
  한국어로 쓰는 글에 '너'든 '당신'이든 많이 들어가면 어색해 보이기 때문에 이 정도로 타협했다.

viewimage.php?id=38b3d423f7c639aa6b&no=29bcc427b38577a16fb3dab004c86b6fb8c469a51a456a5585032af17309d3b1028069631cb5da6ed4413fa1cee9ec72fa79f0e1d686e352e91064

추천 비추천

101

고정닉 0

1

원본 첨부파일 1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설문 2026년 사주나 운세가 제일 궁금한 스타는? 운영자 25/12/29 - -
AD [젠레스 존 제로] 공허 사냥꾼 엽빛나 등장! 운영자 25/12/30 - -
AD 트릭컬 신규 엘다인 [요미] 등장! 푸짐한 보상까지! 운영자 26/01/01 - -
AD 집에서 즐기는 Fresh 미식회 운영자 25/12/22 - -
공지 언더테일 갤러리 이용 안내 [502/1] 운영자 16.01.27 174534 273
1242292 만화 찾음 ㅜ ㅇㅇ(112.170) 01.01 29 0
1242291 사복을 음란하게 차려입는 차라 보고싶다 [1] ㅇㅇ(125.181) 25.12.31 108 2
1242290 언더테일 유빈데 토리엘 왜 죽냐 [4] 춤바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5.12.28 178 2
1242289 언더테일 au 만드려는데 제미나이 한테 코드 짜달라 하니깐 개편하네 언갤러(218.54) 25.12.27 97 1
1242288 물살 vs 볼살 펭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5.12.27 446 1
1242287 보법이 다른 샌가놈 언갤러(119.195) 25.12.27 84 1
1242286 언더테일도 영화 나왔으면 좋겠다 ㅇㅇ(211.203) 25.12.26 71 1
1242285 머펫 너무 어렵다 [1] 언갤러(121.190) 25.12.25 91 1
1242283 붉은사막·GTA 6 등, 2026년 PC·콘솔 기대작 35선 게임메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5.12.22 155 1
1242284 샌즈 [3] 언갤러(211.209) 25.12.23 148 1
1242282 어떡함 진짜 ㅈㅂ 내가 잘못된건가 [4] 참치마요덮밥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5.12.22 256 1
1242280 ㅈㄴ 심하네 [1] 참치마요덮밥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5.12.19 198 1
1242277 방금 엔딩 보고 온 뉴비인데 이제 뭐해야함? [4] 언갤러(39.7) 25.12.18 232 2
1242275 언더테일 사운드트랙 [1] 언갤러(211.215) 25.12.14 148 2
1242273 한글패치 새 버전 뜸? 노수원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5.12.13 168 1
1242272 기기기기기기린린린린린린기기기기기기린린린린린린기기기기기기린린린린린린기기기기 ㄴㄴ(221.167) 25.12.12 149 1
1242268 문득 궁금해졌는데 그냥 유령 부대 꾸려서 ㅇㅇ(175.113) 25.12.10 197 2
1242267 안녕하세요 판자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5.12.10 196 4
1242266 난 때미얌!!!! 군데...모굑탕 가써!!!!! [10] 언갤러(211.251) 25.12.10 447 3
1242265 언더테일 처음하는 친구가 있는데 [4] 티샤사랑녀(221.168) 25.12.09 247 0
1242263 여기 왜 아직도 살아있냐 [1] ㅇㅇ(106.101) 25.12.03 384 0
1242260 불살중인데 도와주세요 [2] 세맘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5.11.30 314 1
1242258 ???? 언갤러(116.46) 25.11.28 148 0
1242257 님들 1회차 할때 누구한테 퍼블당함? [3] ㅇㅇ(58.127) 25.11.28 297 1
1242255 ㅈ 된거 같은데 언갤러(61.79) 25.11.26 221 0
1242252 나만 샌즈랑 참참참 하는건가 ㅇㅇ(58.127) 25.11.23 424 2
1242249 불살엔딩 보고왔는데 슴슴허네 ㅇㅇ(1.226) 25.11.21 218 2
1242247 멈춤버그 언갤러(211.177) 25.11.17 142 0
1242244 불살루트 보려면 보통 1번 보고 리셋 하면 됨? [1] 언갤러(211.210) 25.11.16 256 0
1242243 불살 후 크레딧 [4] 언갤러(211.220) 25.11.16 349 1
1242242 이거 이름 프리스크로 지으면 하드모드되는 거 였냐 [2]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5.11.15 343 1
1242241 언더테일 1회차에 수지가 어쩌구 하는거 본거같은데 [2] ㅇㅇ(58.127) 25.11.15 260 0
1242240 뉴비 언더테일 불살엔딩 봤다.. Andaa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5.11.15 203 8
1242236 뭔가 신기한거 발견한 뉴비 [1] Andaa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5.11.09 313 3
1242234 댄싱 플라위 팔면 살 사람 있냐 [3] 언갤러(118.219) 25.11.08 266 1
1242232 옛날 언더테일 피아노 메들리? 아는 사람 있냐 [1] ㅇㅇ(49.164) 25.11.07 313 1
1242229 초딩겜 특 명작임 [10] ㅇㅇ(180.228) 25.11.04 1121 17
1242228 하시발 1회차 불살루트 안되는거 몰랐노 [1] 언갤러(211.36) 25.11.03 359 1
1242227 도대체어떻게해야 털을박고싶은마음이 들수가있는거임? [2] 언갤러(203.228) 25.11.02 320 2
1242225 몰살루트 토리엘......jpg [2] ㅇㅇ(58.78) 25.11.01 4210 18
1242222 샌즈전 마지막 발악 걍 죽게 해주지 [1] ㅇㅇ(222.116) 25.10.28 479 6
1242221 스머 클탐순위같은거 모아논거 없나 언갤러(121.181) 25.10.27 127 0
1242220 차라 일본어에선 번역 존댓말로 함? 반말로 함? [1] ㅇㅇ(118.235) 25.10.25 363 0
1242217 노말 루트에서 메타톤 죽이면 언갤러(115.23) 25.10.25 209 0
1242216 언더테일에서 잡몹만 다 죽이면 어케됨? [1] ㅇㅇ(222.109) 25.10.24 433 0
1242215 시간 남을 때 가끔 함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5.10.24 277 0
1242214 요즘 AI 수준 [2] Odnam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5.10.22 435 0
1242213 노래 제목 알려주셈 [4] 언갤러(211.46) 25.10.22 254 1
1242212 언더테일 갤러리 유튜브 채널 만들까? 플레이어(58.235) 25.10.22 254 4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