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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갤문학] 프리스크 패러블 - 19 - (언다인과 친구하기)

유동문학(221.141) 2016.05.06 13: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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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undertale&no=335193

18화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undertale&no=401769




 너의 의식이 점차 돌아왔다. 등에 푹신한 감각이 느껴지고 뒤통수에도 무언가 놓여져있는 것으로 보아 침대에 눕혀진 것 같았다. 너는 시간이 돌려지지 않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눈이 떠지질 않았기 때문에 손을 간신히 움직여 창에 꿰뚫렸던 옆구리 부분을 만져보았다. 붕대 같은 것으로 묶여있는 것 같았지만, 너가 스스로 느끼기에 옆구리에 상처같은 건 나지 않은 것 같았다. 욱신거리거나, 따갑거나 하는 감각이 전혀 없었다. 힘겹게 눈을 뜨자, 너가 누워있는 곳이 샌즈의 침대라는 것을 알았다. 꽤 오랫동안 누워있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굉장히 오랫동안 잤다가 일어났을 때처럼, 몸이 제대로 움직이질 않았다.

 너는 몇 번 크게 심호흡을 하고 나서야, 몸을 겨우 가눌수 있었다. 너는 누워있는 대신 벽에 등을 대어 이불을 덮은 채로 앉아있기로 했다. 네 앞에선 샌즈가 의자에 앉은 채로 졸고 있었다. 너가 누워있던 샌즈의 침대, 옆구리와 등허리에 걸쳐 묶여있는 붕대 등 여러 정황이, 샌즈가 너를 또 도와줬다는 걸 보여주고 있었다. 너는 가만히 샌즈를 쳐다봤다. 저런 해괴한 해골의 모습으로 수많은 일들을 하고 있다는 게 신기했다. 좀 더 다른 괴물처럼 생겼으면 나았을 거라고 생각했다.

 너가 이불 속에서 뒤척이면서 소리를 냈지만 샌즈는 깰 기미가 없었다. 너는 옷을 들쳐서 허리를 감고 있던 붕대를 풀어보았는데, 생채기 하나 없이 깨끗했다. 흉터도 없이 상처가 사라진 것도 이상했고, 애초에 붕대를 왜 한 것인지 이해가 안 갔지만, 너는 그저 샌즈에게 고마워했다. 너는 이불을 걷고 침대에서 나와 일어섰다. 발 끝의 감각이 아까 전보다 생생했고 문제는 없는 것 같았다. 하지만, 밖으로 나돌아다닐 순 없었다. 샌즈가 너를 간호하고 있는 것이 분명했고, 샌즈가 깨어났을 때 너가 없으면 굉장히 당황해할 것이 분명했다. 그렇다고 해서 너를 간호하다 잠든 샌즈를 깨울 수도 없었다. 누워있고 싶지도 않았다. 달리 할 것이 없었다. 샌즈의 책상 위에 있는 책들은, 정말 시시콜콜한 농담책 아니면 엄청나게 어려워보이는 논문같은 것들밖에 없었다. 너는 결국 다시 침대에 걸터앉았다. 그저 샌즈를 보고 있었다.

 왜, 샌즈가 너무 잘 생겨서 쳐다봐야겠어?


 '해골 중에선 가장 잘 생겼을 거야.'


 용감한 발언이야, 프리스크. 그런 반응을 원한 건 아니였지만.

 너는 하도 심심했는지, 속으로 의미없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해골은 음식을 먹으면 어떻게 소화하는지, 말을 할 때 움직일 혀는 있는지가 궁금해졌다. 저 옷 속에 장기가 있는 모습을 상상했지만, 결국 그만두었다. 그건 왠지 샌즈에게 실례인 것 같았다. 아무것도 없는 샌즈의 눈동자를 그냥 쳐다보고 있기로 했다.

 그런데, 프리스크, 왜 그런 거야? 왜 처음 보는 괴물을 살려주려고 몸을 던진 거야?


 '헤헤, 이유는 잘 모르겠어. 그냥 그랬어야 했어.'


 그게 잘못 됐단 것도 아니고, 그게 이상한 짓이란 것도 아냐. 하지만, 너 같은 어린애가 꼭 그렇게 영웅심을 보여줘야 해? 누가 그렇게 시키지도 않았잖아. 샌즈가 그 꼬마애를 지켜줬을 수도 있잖아. 솔직히 말해서, 너같은 꼬마애도 창에 맞고 살아났잖아. 그 괴물도 마찬가지라고. 꼭 너가 목숨을 걸어서 처음 보는 괴물을 살려주려고 해야 하냐고.


 '미안, 차라. 걱정시켜서.'


 그런 얘기가 아니잖아!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면서 도대체 왜 그러는 거야?


 '집으로 돌아가기가 생각보다 훨씬 어렵긴 하네. 하지만, 난 그렇게 해야 해.'


 그래. 말도 안 되게 착한 건 어떻게든 이해할 수 있어. 하지만, 굳이 집으로 돌아가야 해? 여기 괴물들도 정말 좋은 사람들이야. 난 네 기억을 다 봤는데, 하나도 흥미로운 게 없었어. 학교에선 그렇다할 친구도 없고, 엄마랑 아빠는 항상 일을 나가있었지. 집에는 TV 같은 것도 없고, 가난해서 놀 거리도 별로 없었어. 엄마도, 아빠도, 친구도 네 삶에서 크게 중요하지 않을 정도야. 네 기억을 들여다보면, 언제부턴가 너 혼자 있는 시간이 너무 많아. 그런데, 굳이 집으로 가고 싶다고 하는 이유가 뭐야? 애초에 너를 죽였던 괴물마저도 다치지 않겠다고 할 마음씨면, 여기 있는 괴물들이랑 다 친하게 지내면서 여기 살라고. 토리엘이 말했던 것처럼 진짜 죽을 수도 있어!


 '솔직히, 나도 그런 생각을 안 한 건 아냐. 엄마랑 아빠가 보고 싶다고 생각하면서도, 죽었다 살아났어도 사실 여기가 조금 더 재밌긴 한 건 맞아. 언다인 씨도 사실 착한 괴물이라는 걸 알고 나니까 더 이상 무섭지도 않고.'


 언다인이? 하긴 노란 괴물 대신 창 맞은 걸 보고 살려준 걸 보니, 아예 미친 물고기는 아닌 것 같긴 하지만 말야.


 '하지만, 오히려 너랑 같이 괴물들을 만나고 다니면서, 집으로 돌아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나도 너의 기억을 봤거든. 차라가 옛날에 무슨 일을 겪었는지 알아. 무슨 생각으로 그런 짓들을 벌였는지, 그런 일들을 하기 전에 너가 무슨 일들을 당했길래 그랬는지, 그릴비네에서 모두 다 봤어.'


 


 '모든 인간들이 나쁜 건 아냐, 차라. 난 그걸 보여주고 싶어. 내 이웃집에 사는 아저씨랑 아줌마는 내가 만든 음식들을 먹고 잘 만들었다고 아주 좋아했었어. 그래서 가끔씩은 내가 혼자 있는 집에 찾아와서 여러가지를 주고 가기도 했어. 그리고, 학교에서 내 옆자리에 있는 샬럿은 항상 친구들과 노느라 바빠서, 그 뒷자리에 있는 찰리가 좋아하는 것도 모르지. 그래서 다른 애들이 맨날 찰리를 가지고 놀리는데, 샬럿은 정말 아무것도 몰라. 눈치가 별로 없거든. 그리고 교실 구석에서 맨날 큐브를 하는 일라이자도 있어. 계속 다른 애들한테 장난을 치고 다니는 디고리도 있지. 재밌는 애들이 많아. 내가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 한다는 게, 곧 걔들이 나쁘다는 게 아니야. 여기서 나간 뒤에 모두를 너에게 보여주고 싶어.'


 …, 글쎄. 잘 모르겠어, 프리스크. 너 말고는 다른 인간들에 대해선 생각하고 싶지 않아.

 

 "꼬마야, 일어났구나."


 샌즈의 눈동자가 밝게 빛났다. 너가 골똘히 생각하고 있던 틈에 샌즈가 깨어난 것이었다. 샌즈를 계속 쳐다보고 있던 너의 자세가 살짝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너는 굳이 신경쓰지 않기로 했다. 여기서 당황하면 더 이상하게 보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네, 방금 일어났어요."


 샌즈가 잠에서 깨려는 듯 고개를 옆으로 마구 흔들었다. 그러다가 책상 위에 놓인 붕대를 봤다. 너가 아까 풀어서 놓았던 붕대였다. 그러고선 샌즈는 너의 배 부분을 쳐다보면서 말했다.


 "미안하지만, 창에 맞았던 부분을 보여줄 수 있겠니, 꼬마야?"


 샌즈가 후드 주머니에 손을 꽂으면서 의자에서 일어났다. 너는 고개를 끄덕이며 옷을 살짝 들춰서, 창에 맞았던 그 부위를 샌즈에게 보여줬다. 샌즈는 그 부분에 머리를 가까이 대며 자세히 보았다. 하지만, 샌즈가 보기에도 흉터 하나 남지 않은 것 같았다. 샌즈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다 봤다고 말했다. 너는 옷을 다시 내리고 샌즈를 쳐다봤다. 샌즈는 얼굴을 쓸어내리고 있었다. 다행이라는 눈치였다.


 "샌즈, 제가 얼마나 누워있던 거예요?"

 "바깥 시간으로 사흘 만에 일어난 거야. 꼬마 친구. 우리를 꽤 걱정시켰어."

 "3 일이요?"


 생각보다 꽤 긴 시간이 흐른 것이었다. 너는 속으로 기껏해야 하루 정도 누워있었을 것이라 생각했다.


 "차라는 머리에 창을 맞아도 멀쩡하던데, 너는 그렇지 않더구나. 등허리에서부터 뚫린 옆구리 부분에서 진짜 피가 나고, 영혼의 상태도 말이 아니었지. 내가 계속 옆에서 치료를 했어. 인간의 영혼을 돌봐주는 일은 크게 문제 될 건 없었지만, 신체적인 상처를 치료하는 데에는 살짝 고생을 했지. 뭔가를 먹일 수도 없으니까 여러가지로 노력도 했고 말야."

 "어떻게 3 일만에 흉터도 없이…."

 "헤헤, 괴물들의 공격이라는 게 뭐 그렇지. 신체적으로는 문제가 크게 있진 않았어. 그래서 다행이었지. 큰 상처는 아니었나봐."


 어떻게 한 건지는 몰랐지만, 샌즈가 처리했다면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언다인 씨랑 그 노란 괴물은 어떻게 됐어요?"

 "아, 그 꼬마는 괜찮아. 너 덕분이야. 언다인을 도와주겠다고 달려와놓고, 너가 그렇게 하니까. 오히려 그 꼬마가 너를 지켜주려고 하더라고. 너를 다치게 하면 자기가 가만히 있지 않을 거라고 했지. 그 모습을 보고 언다인이 씩씩거리면서 돌아가더라고. 나랑 파피루스한테 너의 치료를 부탁하면서 말야. 그 외에는 다른 말을 하지 않았어. 요즘에는 밖으로 잘 안 나오더라고. 파피루스가 계속 언다인의 집에 갈 일이 있어서 가긴 하는데, 기분이 썩 좋아보이지는 않는다고 해. 지금도 파피루스는 언다인한테 갔어."

 "그렇구나."


 너는 그렇게 수긍하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언다인이 보자마자 너를 죽이려는 상태는 아닐 거라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너의 다음 행동 수순은 정해져 있는 것이었다. 정말로? 왜? 굳이 그렇게 해야 돼?


 "샌즈, 저 가야 해요."

 "응?"

 "저 워터폴로 갈 게요."


 너는 침대 앞에 놓여있던 너의 가방을 메고, 바닥에 굴러다니던 나뭇가지를 집었다.


 "뭐라도 먹고 가야하지 않겠니, 꼬마야?"

 "괜찮아요. 안 배고파요. 샌즈 덕분인 것 같아요."

 "내가 데려다줄까?"

 "괜찮아요. 차라랑 같이 가니까요."

 "…, 마치 한 번 가본 적 있는 것처럼 확신에 차 있구나."


 너는 웃으면서 샌즈를 쳐다봤다. 사실, 그것보단 샌즈를 데려가봤자 좋지 않은 상황이 벌어질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샌즈는 뜬금 없이 확신에 찬 너의 발언에 어쩔 수 없다는 듯, 어깨를 으쓱하더니 너를 문 앞까지 바래다주기 시작했다. 너는 오랜만에 걷는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힘들거나 아프지 않았다. 평소와 똑같았다. 걱정스럽게 쳐다보는 샌즈의 시선이 느껴졌지만, 별로 신경쓰지 않았다. 너를 현관문까지 데려다주고난 뒤, 샌즈가 말했다.


 "언다인에게 가는 거냐, 꼬마?"

 "네, 찾아가려고요!"


 샌즈는 입 부분을 감싸쥐며 고민하는 듯 했다. 그러다가 너에게 말했다.


 "꼬마야, 너 핸드폰 있지? 내 핸드폰 번호를 줄 테니까, 혹시 내가 필요한 상황이 생기면 나한테 전화해."


 이미 한 번 받은 적 있는 핸드폰 번호였지만, 너는 군말없이 그 번호를 받아서 네 핸드폰에 저장했다. 이번엔은 언다인에게 창을 맞을 일은 없을 거라고 확신했기 때문에, 별로 두렵지 않았다. 그리고 샌즈 성격이라면, 혹시나 하는 생각이었지만, 정말로 내가 위험한 상황에 빠져있으면 이미 찾아와서 도와주지 않을까 생각했다. 언다인 집에 괜히 찾아갔다가 창 맞은 건 예외로 치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그런 상황은 샌즈도 예상 못 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냥 그 땐 집에서 자고 있었을 것 같은데….

 너는 핸드폰 번호를 저장한 뒤에 빠르게 발걸음을 옮겼다. 샌즈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했고 샌즈는 어색한 웃음으로 그것을 받아주었다. 너는 워터폴을 향해 달려갔다. 언다인과 결투했던 안개낀 숲도 금방 지나쳐갔다. 프리스크, 너 집에 가고 싶은 거야, 괴물들이랑 친해지고 싶은 거야?

 너는 달리면서도 미소 지으며 말했다.


 "둘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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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스크, 옆구리에 창 맞고 3일 만에 일어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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