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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문학) judge me throughly! 01

ㅇㅇ(117.123) 2016.05.07 22:03:43
조회 1260 추천 22 댓글 6
														


하늘에 구름 몇 점이 떠다니는 오후. 황금 꽃이 가득 피어난 정원 한편 테이블에서 가지는 티타임은 대단히 평화롭고 달큼하다. 하지만 정작 새하얀 의자에 걸터앉은 샌즈의 마음은 편하지 못했다. 원래라면 버터 향이 날 정도로 따스해야 할 분위기가 끝 가을의 살얼음처럼 아슬아슬하게 이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토리엘은 끝이 보이지 않는 걱정이란 구덩이에 빠진 사람 같았다.


찻잔을 쥔 하얀 털 손에 지나치게 많은 힘이 실린 것을 보고 샌즈는 자신의 찻잔을 내려놓았다. 잔 속의 황금빛 수면이 흔들린다. 토리엘이 내온 황금 꽃차는 지하 세계의 특산품이자 그들의 인간이 유독 좋아하는 차종이다. 그는 별로 좋아하지 않았지만.


“요즈음 꼬맹이가 많이 피곤해 보이던데요. 토리엘.”


먼저 말을 시작한 쪽은 결국 샌즈였다. 그런데도 토리엘은 쉽사리 대답하지 못하고 찻잔 속의 노란 수면 경을 보고 있었다. 아무리 입이 달싹거린다 해도 말을 꺼내지 않으면 알아들을 수 없다. 샌즈는 잠자코 그녀의 입이 열리기를 기다렸다. 오후의 느릿한 햇빛이 늘어진다.


“아가, 프리스크가 조금 달라졌어요.”


한참 뒤에야 토리엘은 가느다란 목소리로 대화를 이었다. 오늘 티타임의 존재 이유를 꿰뚫는 발언이다. 샌즈는 대답 없이 그녀를 보았다.


“늘 불안해하고, 두려워하고. 밤에는 제대로 잠에도 못 들더군요. 중간에 깨어나서 떨다가, 그렇게 밤을 새우거나…….”


불면증도 있었나. 샌즈는 가만히 그녀의 걱정과 푸념이 어린 말을 들으며 인간을 떠올렸다. 하다못해 친구들 사이에 있을 때마저도 드러나던 겁에 질린 모습. 떨리는 손과 창백해진 얼굴. 변해버린 인간과 처음 마주했을 때 그는 퍽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인간은 괴물들에게 몇 번이나 죽어 나가고도 다가와 손을 내민 장본인이다.


이어서 말을 꺼내려다 울컥 한 것인지. 토리엘이 한 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짚었다. 샌즈가 본 그녀의 얼굴에는 자책감 한 움큼이 서려 있었다.


“한 번만이라도 말을 해주면 좋을 텐데. 무엇 때문에 그렇게 힘들고 아프다고. 얘기해주면 좋을 텐데. 안 되나 봐요. 그 애에겐, 내가 믿음직한 엄마가 되어주지 못해서.”


수면 아래에 서글픔이 섞인 말이다. 토리엘의 눈은 젖어 있지 않다. 붉은 눈은 오히려 생기 없이 메말라 있다. 하지만 그 한 꺼풀 아래 모습을 드러낸 슬픔은 그가 가진 것 이상을 저 멀리에서 맴돌고 있었다. 샌즈는 감히 위로의 말을 꺼내지 못했다. 시선을 황금 꽃차로 내린다. 잔잔한 수면이 햇빛을 받아 환하게 반짝였다.


언젠가 본 적이 있는 인간의 눈 색이 차의 색채와 닮았다는 사실을 떠올려 낸다. 나들이를 꽃밭으로 간 날. 자기랑 똑 닮은 걸 좋아한다며 장난삼아 놀렸던 기억도 생각해 낸다. 아직 아이였던 인간은 그의 놀림에 되레 환히 웃으며 황금꽃다발을 안겨 주었다. 어린 손으로 직접 줄기를 꺾어 만든 꽃다발에서는 아이의 냄새가 났다.


그 꽃다발은 지금 그의 방 한구석에서 바짝 마른 채 남아 있다. 다음에 버려야지, 하면서 늘 미루어 온 탓에.


“샌즈.”


그의 이름을 애달프게 부르는 목소리에 시선을 든다. 붉은 눈과 텅 빈 눈구멍이 마주쳤다.


“내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프리스크는 늘 내 앞에서 웃으려고만 해요. 아주 조금만 내가 아가에게 관심이 없었다면 지금껏 눈치채지 못했을지도 모르죠.”


“토리엘. 나는, “


“하지만, 친구에게는 다를지도, 그럴지도 몰라요.”


이 뒤에 이어질 말을 그는 이미 알고 있었다. 거절해야 한다. 그런 중요한 일을 맡기에 그는 부족한 사람이었다. 차라리 언다인이나 알피스에게 맡기는 편이 훨씬 나을 것이다. 그는 아이와 친구라고 부를 만한 관계가 아니었다.


감시하는 자와 당하는 자. 기본적인 믿음을 철저히 배제한 채 지속하는 관계를 친구라고 부를 자격이 없다. 그에게 꽃다발을 안겨주며 환히 웃는 아이를 떨구어 버린 것 역시 그 이유 때문이지 않나.


어떻게든 거절하고 다른 친구들에게 부탁하라 말을 해야 하는데. 턱뼈가 벌려지지 않았다. 도저히 말을 할 수가 없다. 그의 머릿속을 저릿하게 치고 들어오는 오래전의 기억이 말문을 막히게 한다.


“부탁해요. 샌즈.”


제발 아가를 구해주세요.


빌어먹게도 평화로운 오후. 끝내 고개를 숙이고 마는 토리엘을 보며 샌즈는 결국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과연 완결이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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