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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갤문학/AU] 제노샌즈가 파피 스카프 태우는 글

생활과윤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6.05.15 20:06:28
조회 2566 추천 47 댓글 7
														



※애프터테일 제노샌즈가 약간 미침






 이 공간, 한참을 죽지 못해 살아가면서 나는 한참이나 너를, 나를, 네 주변의 환경을 관망하는 것을 일상으로 삼았다. 늘 비슷하게 시간은 흘렀고 공간은 변화했으며 일정시기가 되면 늘상 다시 처음부터 모든 건 되돌아갔다. 마치 춘하추동의 변화처럼 자연스레, 그것은 존재 법칙에 따라 회귀하고 진보했다. 나는 몇 번이나 똑같은 영화를 재관람하는 것처럼 나와 너를 지켜보았다. 이미 녹화가 끝나 편집된 영화의 시나리오는 결코 변하지 않았다, 나는 다음 후속작의 줄거리마저 달달 외울 수 있을 정도였다. 


 그래, 솔직히 말하자면 이제 내가 할 수 있는 건 이 적막하고 공허한 공간 속에 갇혀서 너를 지켜보는 것밖엔 없었다. 그 인간, 재앙과도 같은 그의 존재는 내 몸의 뼈의 개수를 훌쩍 뛰어넘는 횟수를 재반복해 시간의 등허리를 뚝 잘라낸다. 마치 재앙과도 같았다. 사실 난 그의 존재를 포기하고 이곳으로 도망쳐온 나약한 겁쟁이였고 비겁한 패배자였다. 그리고 조금 더 신랄하게 말하자면 나, 그러니까 저곳에서 무지한 얼굴로 웃고 떠드는 나 역시 그랬다. 


 딱히 저것이 '나'라는 것을 인정하고 싶지는 않았으나 존재의 부정이 무언가 딱히 더 나은 해결책을 가지고 오는 것도 아니었다. '나'는 이미 한참 전—물론 현실의 시간상으로는 고작 일주일도 되지 않는 기간이었으나—에 나와 마찬가지로 포기하고, 그간의 기억을 네 먼지와 같이 버리고 흩뿌렸다. 나는 다시고 몇 번이고 저곳에 존재하는 나를 불러들여 인간을 없애고자 했으나, 네 대답은 언제나 같았다. 미안, 나 말고 다른 샌즈에게 맡겨봐. 내 기억을 지워줘. 마치 이것 역시도 이미 짜여진 각본이라는 듯. 


 아주 진솔하게 말해보자면, 답답했다. 답답하다 못해 절망적으로 분통이 터지는 수준이었다. 나는 늘 같았다. 마치 항상성이라도 띄고 있는 듯. 하지만 그렇다면 내 존재는 무엇이란 말인가, '나'가 어느 시간선에서도 이렇게 동일하다면 내 존재는 어떻게 규명될 수 있는가, 이 가설이 입증되기 위해선, 내 존재라는 확증이 있음에 따르면 나와 같은 '샌즈'가 하나라도 나와야 하지 않는가. 마치 전제부터 어긋났다는 듯 결과는 똑같았다. 


 물론 표본으로 모집단 전체를 대표해 넘겨짚을 수는 없는 일이었으나 내가 검사한 표본은 이미 일반화를 실행할 수 있을 최소량을 훌쩍 뛰어넘은 후였다. 각 표본마다 세세한 과정이 다른 건 사실이었다. 하지만 전체적인 틀은 늘상 일치했고, 가설의 입증은 실패한 채 나는 미련조차 가지지 못하고 새로운 표본을 구해야 했다. 똑같은 일을 반복한다는 것은 무척 진부했으며 의미조차 가지고 있질 못했다. 그래서 난 드디어 이 일에서 손을 놓았다. 또 포기하고 도망가 버렸다는 뜻이었다. 


 벗어날 수 없는 결과에 순응한다는 것은 묘한 자유마저 가지고 있었다. 나는 이제 그저 멍하니 앉아 살아 있는 네가 움직이는 것을 바라보고 있기만 하면 됐다. 확실히 마음은 편해졌다. 끔찍한 일이지, 난 이제 네가 죽는 모습을 보아도 마음 일부분이 덜컥 움직였다가도 다시 멈췄다. 도를 지나친 고통에 익숙해진 후에야 무감각하게 그것은 둔한 통증만을 남겼다. 모서리가 닳고 닳아 둥그런 구가 된 것처럼. 뭐, 익숙해지니 그것도 나쁘지만은 않았다. 결코 좋은 것은 또 아니었지만 말이다.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시도를 했고, 이것이 결과였다. ……. 좋아, 만족하지 못한 것은 인정한다. 


 나는 '나'와 같은 '샌즈'였고, '나'는 결국 과거의 나에 지나지 않았다. 그는 곧 네 곁에 있어야 하는 자가 나이든 과거의 나이든 결국 샌즈라는 한 개체로서는 동일했다는 뜻이었다. 그런데 지금 저곳의 나의 모습은 어떠한가. 나의 개입이 존재하지 않는 한 의지의 힘을 제대로 사용할 방법조차 찾지 못한 채 허무하게 그 인간에게는 몇 천 번이나 반복되었을 전투를 하고, 죽는다. 그리고 다시 시작한다. 한심하다. 그런 멍청한 과거의 나는 존재의 의의를 상실한지 오래였다— 그건, 네 행복을 위해서는 하등 쓸모없는 방해물, 연극의 각본에 적게 등장하는 방해물에 더 가까웠다. 나는, 이곳의 나는, 몇 번, 몇십 번, 몇백 번, 몇천 번이나 너를 위해 행동해왔는데! ……그렇다면, 나도 정말이지 네 행복을 조금이라도 바랄 수 있는 건 아닌가. 


 몇 번이나 시간선을 역행해 관망하고 반복하면서 너를 향한 내 형제애는 애증과 강렬한 집착으로 변모해 끔찍하게 내 몸뚱이를 잡아먹고 있었다. 그와 동시에 나 자신에 대한 연민과 답답함은 순수한 증오와 경멸로 화하였고, 나는 어느새 이 모든 일의 원인을 인간이 아닌 내 자신에게 떠넘기고 있었다. 당연히 그 '자신'에는 여기 존재하는 내가 배제되지 않았다. 나는 내 자신이 편법에 의존하는 특이개체라는 것을 인정했다. 


 그럼에도 난 이제 더 이상 아무것도 할 수 없을 한심한 존재인 것은 마찬가지였다. 내가 '나'들에 대해 왈가왈부할 처지도 아니었고. 관조자가 어떤 할 말이 있겠는가. 되도 않을 심판자 행세로 나는 얼마나 많은 내 동생들을 죽여왔는가. 중립적 입장은 어디 스노우딘 거리의 쓰레기통의 쳐박아둔채 당장에 인간이 존재한다는 걸 알게 되는 즉시 폐허의 문을 열고, 그 여자의 말을 모조리 무시한 채 인간의 가슴을 뼈로 꿰뚫었어야 했다. 모두가 모른다. 모두가 아무것도 모른다. 전부 나만 알고 있어서— 늘어난 테이프처럼, 질리도록 이걸 본 나만, 모든 걸 알고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너는 죽으면서 평소와는 조금 다른 이야기를 했다. 나는 여느 때처럼 멍하니 앉아, 아주 이전에 내가 분노에 휩싸여 작은 하트모양으로 만들었던 인간의 붉은 영혼을 든 채, 네가 죽는 모습을 보고 있었다. 숫자를 세는 것은 이미 오래 전에 포기한지 오래였다. 그 인간이 몰살을 진행하고 있었을 때였다, 아마. 그때 너는, 죽어가면서, 이전에 단 한 번도 하지 않았던 이야기를 인간에게 했다. 


 인간, 네가 좋은 사람이 될 수 있을 것을 믿어. 하지만 말이지. 이렇게 하면서까지 널 믿고 있지만 나도 조금 더 살고 싶었다고. 나도 죽기는 싫어. 인간, 너는 그걸……. 너무 가볍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아. 나는 망치로 두개골을 두드려 맞은 듯 멍해졌다. 넌, 이태껏……. 그런 말을 한 적이 없었다. 


 너는 살고 싶다고 했다. 죽기 싫다고 했다. 나는, 나는 네가 죽음을 각오하고 누군가를 구원할 수 있을 관용으로 가득 찬 존재라는 것까지는 알고 있었으나 그 단편적인 사실들에 휩싸여 네 본의를 무시하고 있었다. 넌 죽기 싫었다. 솔직히 당연하다, 죽고 싶은 존재가 세상에 어디 있겠는가. 지극히 일반상식에 비추어 보아도 금방 알 수 있는 사실이었는데. 넌 무엇이 어찌되었든 살아가고 싶은, 일개 한 생명에 불과했다, 희생은 너에게 강요된 것이었다. 


 그런데 나는 어떤 짓을 했는가. 어느 순간 포기해버리고, 죽기 싫다고 울부짖는 널 내버려둔 채 네 시체만을 방관하고 있었다. 나는 대체 얼마나 끔찍한 일을 했는가. 나는, 나는 얼마나 멍청했는가. 네 행복이 그 인간을 교화시키기 위해 목숨을 걸고 싸우는 것에, 그러다 머리가 툭 떨어져 먼지가루가 되는 것에 있을 리가 없지를 않은가. 너는……. 너는, 그저 살고 싶었는데. 


 진의를 알게 된 이상 방관은 해악이었다. 나는 당장에 이 허공의 작은 틈을 박살냈다, 그간 다른 '나'들에게 내 영혼의 조각조각을 허비하지 않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의지가 가득 찬다. 눈 주변의 글리치가 더욱 짙어지다 못해 얼굴 전체를 가린다— 그럼에도 나는 해야 할 일이 있었다. 나는, '나'의 영혼을 완전히 내 손 안에 넣는다. 


 틈새 사이로 보이는, 여전히 허공에 잔잔히 비추는 것만 같은 나의 모습은 지극히 당황스럽게도 허물어간다. 신체의 손상은 전혀 없던 채 영혼만이 온전히 빼앗긴 나는 아마 괴물들 중 처음으로 시체를 남겼을 것이다. 한낱 입김 하나에 흩어질 먼지더미가 아니고 말이다. 와르르 뼈조각이 무너지는 소리를 냈다. 눈구멍 안에 푹 꺼진 암흑이 가득 찼다. 위에 걸치던 옷의 무게마저 신체의 무력함만을 남긴 내 몸은 견디지 못할 터. 그리고 너는, 조각조각으로 흩어진 네 형을 향해 뒤돌았고,


 나는 너를 이곳으로 끌어당겼다.


 세이브 로드의 창, 그 안의 공간, 너가 빨려 들어온다. 너는 이 안에 남는다. 나는 일부가 조각난 영혼을 가진 채 끌려들어온 너를 바라본다. 너는 아직 이 모든 상황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얼굴로 나를 바라보고 있다. 나는 웃는다, 이미 내 얼굴은 네게 보이지 않을 것이었으나.


 자, 다시 시작하자. 파피루스. 너를 제외한, 모든 걸 다시 시작하자. 이 모든 것을 봐. 직시해. 의지가 가득 차오르고, 천천히 몸은 흐물거리며 녹아간다. 질척거리며 뼈의 일부가 떨어져 내린다. 네 목소리는 내게 닿으나 네 말은 나에게 들리지 않는다. 괜찮아, 파피루스. 이제 다시 시작할 거야. 전부, 너를 위한 세계로. 네가 살아갈 수 있는 세계로. 너는 나에게 손을 뻗는다, 난 그걸 잡을 수 없다. 스스로도 그건 잘 알고 있었다. 나는 그걸 잡을 가치있는 존재가 되지 못했다.


 스카프를 집어던진다. 진짜 네가 있으니 상관없었다. 글리치에 뒤덮여 공허만 남기고 사라진 잔해는 붉은 어둠이었다. 나는, 너를 바라본다. 이미 내 몸의 대부분은 오동작으로 이루어진 오류였으나 너는 여전히 건재하다. 깨져가는 흰 영혼, 그를 바탕으로 해 나는 인간의 영혼을 품는다. 리셋. 아니, 리셋이 아니다. 나는 세이브 로드 창을 아예 부숴버린다.


 박살이 나는 흰 글씨, 흰 창, 그리고 동시에 붉은 영혼마저 산산조각이 난다. 동시에 내 영혼이 천천히 금이 감에도 나는 여전히 환영처럼 부유한다. 이제 세이브 로드를 할 수 있는 건 존재하지 않는다. 좀 더 쉽게 말해줄까, 파피루스. 넌 언제나 내 말들을 이해하지 못했다. 항상 난 너에게 두 번씩 내가 말한 것들을 다시 설명해줬어야 했으니. ……그것도 옛날 일이지. 자, 파피루스, 이제 이곳은 존재하지 않아.


 너는 여전히 이해하지 못했다. 의지만을 남기고 내 몸은 흩어진다. 익숙한 감각이지, 사실 이전부터 내 몸은 이미 반쯤 먼지가 되어 있었으니. 새까만 암흑 속에서 너는 들리지 않을 언어를 외친다. 그럼에도 나는 웃으며 너를 남긴다. 이제 넌 더 이상 아무 것에도 해를 입지 않는다. 죽지도 않는다. 다칠 일도 없을 것이다. 너만이 완전히 살아 있을 것이다. 그래, 너는 이곳에서 영원히, 지금 이 상황을 영속할 것이다.


 넌 이해하지 못할 거야. 넌 결코 날 용서할 수 없겠지. 날 원망할 거야. 하지만 나는 이게 너를 위한 거라고 난 말할 수 있었다. 설사 어떠한 꼴이 되더라도 이제 난 망설이지 않는다. 지금까지의 고통마저 모두 너를 위한 것임을 깨달았기에 난 지금, 그저 순수한 기쁨에 차 있었다.


 파피루스, 내 동생, 이 공허의 유일한 나의 빛, 난 마지막 남은 조각으로 네 이름을 아로새기고, 너에게 미안하다고─


 


 *그리고 공허가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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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도 이해가 안 가니 대충 설명해보자면

 처음 글 쓸 때 목적: 아 제노샌 목도리 태우는 거 보고 싶다>아 얘 존나 미쳤으면>걍 미쳐서 이성이고 뭐고 없는 상태로 파피루스의 생존을 걔 행복으로 지멋대로 판단한 다음 세이브로드고 뭐고 이 세계 다 부숴버려서 공허에 파피루스만 남겨버렸으면

한마디로 여기 제노샌은 걍 미친 또라이 돌은 놈임 이성이고 뭐고 없음 지 멋대로 파피루스의 행복=생존 이렇게 판단하고 규정지어서 파피루스'만' 살아남는 세계를 만들어버린 것 갠적으로 호─무를 좀 모티브로 잡긴 함

그래서 파피루스는 이제 죽지도 못함 아 몰살에서 차라가 다 뿌셔뿌셔해버린 후 상태랑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됨 다른 루트를 만들지 못한 건 으─지의 능력이 부족해서라고 혼자 생각해 봄

겁나 산으로 간 이상한 글이지만 읽어줘서 고맙다 수고했음 언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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