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샌즈는 흐린 눈을 감았다 떴다. 차가운 시멘트 바닥에서 눈을 뜬 샌즈는 퀴퀴한 먼지 냄새를 맡고는 사납게 인상을 찡그렸다. 등골을 타고 오르는 불길함에 샌즈는 직감적으로 자신이 좆됐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런 젠장할. 급히 바닥에 손을 짚어 상체를 일으킨 샌즈는 초조하게 주변을 살폈다. 오돌토돌한 회색 시멘트벽으로 이루어진 아주 협소한 방. 창문은 없었고, 천장에 매달린 황열 전구 하나. 구석에 자리한 조악한 침대. 그 옆으로 고무호스가 연결된 수도꼭지와 손바닥만 한 하수구만이 방 안에 있는 모든 것이었다.
당장 이렇다 할 적이 없어 약간의 여유를 되찾은 샌즈는 정신을 잃기 전의 기억을 되짚었다. 초소에서 퇴근하고, 여느 때와 같이 그릴비에 갔다. 거기서, 거기까지 생각한 샌즈는 재킷의 주머니를 뒤적였다. 손에 걸려 나오는 것은 반 쯤 마시다 남긴 머스터드 병이었다. 망할, 개 같은! 샌즈는 이를 악물고 머스터드 병을 벽에 냅다 던져 깨트렸다. 날카로운 파편 음이 골을 울렸지만 분기가 가시지 않는 샌즈는 제 손가락을 깨물기 시작했다.
그리 어려운 이야기는 아니다. 샌즈는 그릴비에서 로브를 뒤집어쓴 누군가와 만났다. 정확히는 밥을 먹다가 머스터드가 다 떨어져서 그릴비를 부를 찰나에 옆 자리의 로브가 자신 몫의 머스터드를 건네준 것뿐이다. “양보”를 해주다니 흔치 않은 녀석이라고 생각하면서 그걸 경계 없이 받아먹은 샌즈는 자신의 멍청함에 진저리를 쳤다. 그 직후의 기억이 없으니 범인은 분명 로브 자식이렷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하루는 지나지 않았을 거라고 짐작했다. 상황파악이 끝난 샌즈는 지체할 것 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견고해 보이는 철문 앞에 섰다. 문고리를 돌려봤지만 당연스레 잠겨있었다. 뭐, 그렇겠지. 기대도 안했어. 가스터 블래스터를 소환한 샌즈가 옆으로 물러서며 타깃을 정조준한 뒤, 쐈다.
붉은색을 띈 마법 에너지가 쏘아지면서 커다란 굉음이 울렸다. 샌즈는 벽과 문이 통째로 뚫려 있을 거라 믿어 의심치 않으면서 흙먼지가 가라앉길 기다렸다.
그리고,
“허?”
문은 멀쩡했다. 벽도 멀쩡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작은 그슬림도 없었다.
“뭐야?”
샌즈는 당혹감에 한 번 더 블래스터를 쏘았지만, 변함없었다.
다시 한 번 문고리를 잡아 흔들었지만 문은 여전히 굳건했고, 열리지 않았다.
절로 마음이 급해진 샌즈가 다른 쪽 벽을 향해 블래스터를 쏴봤지만 이번엔 부스러기도 묻어나오지 않았다. 이게, 대체, 무슨? 주춤거리며 뒤로 물러섰던 샌즈는, 주머니를 뒤지며 핸드폰을 찾았다. 뭔가 심상치 않았다. 파피루스에게 도움을 요청해야했다. 돌아가서 죽도록 구르겠지만 이 수상쩍은 곳에서 나갈 수만 있다면 그 정도야 감수할 수 있었다.
하지만, 샌즈는 핸드폰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씨발.
샌즈의 긴장과 초조함이 머리끝까지 솟아올랐을 그때였다. 뚜벅거리는 발걸음 소리가 들려온 것은. 뚜벅 뚜벅 일정한 걸음걸이가 문 밖에서 들려와, 점점 가까워졌다. 느리지도 않고 빠르지도 않은 평범한 걸음걸이에 불과함에도, 샌즈는 없는 심장의 심박 수가 껑충 뛰어오르는 것을 느꼈다.
발걸음 소리가 가까워질수록 하나 둘 스며드는 공포감에 식은땀이 배어나올 쯤.
공포감이 정점을 찍은 것은 발걸음 소리가 바로 문 밖에서 멈춰 섰을 때였다.
찰칵, 쇠붙이가 맞물리는 듯 한 소리가 한번.
즉시 샌즈는 뒤로 펄쩍 물러서 문과의 거리를 벌리고 블래스터를 소환했다. 문이 열리고 형체가 보이면 바로 쏴버릴 거라고 생각하면서. 이곳에 들어올 녀석이라곤 샌즈를 납치 감금한 범인인 로브 새끼일 것이 확실했지만, 어쩐지 예감이 좋지 않았다. 처음 눈 떴을 때의 좆같음이 열배 정도 되는 것을 느끼며 마른 침을 꿀꺽 삼킨 샌즈는 서서히 열리는 철문에 온 신경을 집중했다.
끼, 이이이익─.
묵직한 문이, 열리면서, 보이는 것은.
바로 인간이었다.
샌즈는 샐쭉하게 웃고 있는 인간을 인식한 뒤, 인간을 향해 오른 손을 뻗어 쥐었다. 인간의 빨간 영혼이 단숨에 파란색으로 바뀌는 것을 보면서 블래스터의 마법 에너지가 인간을 붉게 뒤덮는 것까지 확인했다. 마법 에너지의 붉은 빛이 시야를 가득 채우는 그 순간까지 인간은 움직이지 않았다. 직격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렇지만 샌즈는 긴장의 끝을 놓지 않았다. 방심하지 않았다. 추가타를 먹이기 위해 블래스터를 충원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인간은 언제나 그렇듯이 생각의 한계를 넘어섰다.
샌즈의 눈앞에서 퍼즐의 파츠가 채워지는 것처럼 나타난 당신은 웃음기 가득한 손짓으로 샌즈의 두개골을 한 손으로 잡고 바닥에 내리찍었다. 소스라치게 놀란 샌즈는 넘어지면서도 블래스터를 쏘아냈지만, 당신은 전부 피해냈다. 이러한 기예는 당신에겐 힘들지 않은 일이었다. 속도 치트를 사용하고 있었으니까.
“인사가 험하구나, 샌즈. 펠이라서 그런가?”
“으, 크윽…! 이 자식이…!!”
“이렇게 만나서 반가워. 뭐, 알고 있겠지만 내가 널 납치한 범인이야. 정체는 인간이고, 특징은 플레이어지. 혹시 알고 있어? 클래식에서는 이렇게 말하면 꼭 샌즈가 발광하던데.”
“죽어! 개자식!”
콰앙. 샌즈의 머리 위에서 나타난 블래스터가 당신의 머리를 노리고 쏘아졌지만 당신은 심심한 반응을 보이며 그대로 얼굴을 내어줬다. 고출력 마법 에너지에 의해 머리 부분이 훅 날아가 목만 남은 당신이지만, 당신은 유연하게 버텨냈다. HP가 빠르게 차오르며 하관 부분을 회복할 수 있었다. 곧 이어 반쪽 눈까지 회복한 당신은 경악에 찬 샌즈를 내려다보며 이죽거렸다.
“다짜고짜 머리를 날리다니 생각 이상으로 버릇이 나쁜데, 샌즈.”
“…아…아아악!! 아악!!!”
“이건 벌이야.”
두개골을 쥐어짜 부술 듯이 손에 힘을 주며 누르는 당신은, 당신의 손을 떼어내기 위해 고양이처럼 할퀴는 샌즈를 재미있어하며 히죽 입 꼬리를 올렸다. 반항이 아주 귀엽다고 생각했다. 클래식 샌즈보다 생동감 있게 펄떡이는 펠 샌즈를 기꺼워한 당신은 천천히 힘을 거뒀다.
반쯤 죽었다가 살아난 샌즈는 두개골을 내리누르던 악력이 사라졌음에도 얼얼하게 남은 잔재에 벌벌 떨면서 얼굴을 덮은 손가락 사이로 인간을 노려보았다. 이 인간 새끼는 상식 밖으로 강했다. 머리가 날아가고도 살아 움직일 수 있는 녀석을 상대할 재간이 없는 샌즈가 유일하게 할 수 있는 것은 살의를 담아 노려보는 것뿐이었다.
“왠지 고분고분해 진 것 같네? 좀 더 반항해도 된다고?”
“……나한테 원하는 게 뭐야.”
“응? 원하는 것?”
“날 납치한 목적이 있을 거 아니야! 날 인질로 잡아서 파피루스를 어떻게 해볼 생각이라면 꿈 깨는 게 좋을걸! 그 녀석은 나와 함께 너를 없애버리는 걸 택할 녀석이라고!”
“…뭐야. 여태까지 그런걸 생각하고 있었어?”
“…?”
당신의 눈과 입이 초승달 모양으로 휘어지며 히죽이니 샌즈의 안광이 수축하듯이 작아졌다. 당신은 샌즈를 향해 조용히 속삭였다.
“내 목적은 너야, 샌즈. 그리고 우리는, 즐거운 시간을 보내게 되겠지.”
“……어?”
“몹시 주관적인 생각이라서, 너는 아닐 수도 있겠지만 말이야.”
그리고 당신은 바지 주머니를 뒤적여 한 뼘 크기의 유리병을 꺼냈다. 유리병 안에는 흰색의 고운 입자 가루가 3/4쯤 담겨있었다. 당신은 입구를 막은 코르크 마개를 입으로 간단히 돌려 뺀 뒤 마개를 뱉어냈다. 그리고 불안해하는 샌즈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좋게 말할 때 입 벌려, 라고 말해봤자 듣지 않겠지?”
“뭐, 뭐하려는 거야? 그게 뭐야? 잠깐, 이봐…!”
“눈구멍으로 넣어도 효과는 있으니까 괜찮을 거야. 아마도.”
“그만, 둬. 싫어, 잠깐만……!!”
“어허. 에비. 너무 그렇게 움직이지 마. 콧구멍으로 들어갈라.”
음? 아니, 그게 그건가?
태평하게 생각을 마친 당신은 병을 샌즈의 눈앞으로 가져가, 한 줌도 남김없이 단숨에 들이부었다.
*
넹 기분 굿~
주문하신 약물 플레이(초반) 나왔습니다. 끝날라면 한참 먼것 같다. 얼른 끝내고 딴거 받고 싶다.
댓글 영역
획득법
① NFT 발행
작성한 게시물을 NFT로 발행하면 일주일 동안 사용할 수 있습니다. (최초 1회)
② NFT 구매
다른 이용자의 NFT를 구매하면 한 달 동안 사용할 수 있습니다. (구매 시마다 갱신)
사용법
디시콘에서지갑연결시 바로 사용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