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언갤문학/AU] latetale 2.

오그락지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6.06.12 16:14:18
조회 528 추천 5 댓글 4
														

"그래, 그러니까 인간이라는 거야?"
"그래, 그러니까 가져가면 안된다는 거지?"

 

그리 밝진 않은 동굴이지만, 길쭉한 악어 입과 노랗게 빛나는 고양이 눈 정도는 알아볼 수 있었다. 아이는 곰을 만난 후부터 상황이 갈 수록 미쳐 돌아간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다음에는 말하는 당근이나 근육맨 해마가 나타나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래서, 인간을, 그러니까..."
"옛날에 인간이 나타났을 때는, 어..."

 

갈라지고 힘 없는 목소리지만 아이는 두 명, 혹은 마리가 당황한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당황해서 말을 더듬는 역할을 왜 저쪽에 빼앗겼나 하며 아쉬워 하다가,

 

"그래서, 그러니까, 인간을 분명..."
"왕에게 데려다 줘야지!"

 

도대체 알아먹을 수 없는 대화는 죽이 척척 맞아 끼어 들 틈이 없었다. 챙겨 봤어야 할 장르는 재난이나 히어로물 따위가 아니라 판타지였다고 생각할 무렵에, 자기들끼리 횡설수설하던 주름 진 두 명은 무언가 정리 되었다는 양 먼저 아이에게 말을 걸었다.

 

"안녕! 왜 쓰레기 사이에서 나오니?"
"반가워! 혹시 너도 쓰레기 줍고 있었니?"

 

폐지를 주울 만큼 어려운 생활을 살지는 않는다고 말할까 하다 두 손 가득히 쓰레기를 담아 들고 있는 두 명을 보고는 말을 도로 삼켰다. 그리고 진짜 쓰레기를 주워 담기도 했다. 말을 하려고 입을 벌리다 마는 아이를 보고 두 명은 소심한 아이인 모양이라 생각하고 노인 특유의 마음을 풀어줄 만큼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자기 소개를 꺼냈다. 옅은 빛 속에서 주름 하나하나에 그늘이 진 미소는 공포스럽기 짝이 없었지만.

 

"난 브래티, 이쪽은 내 절친, 캐티."
"난 캐티, 이쪽은 내 절친, 브래티."

 

말이 겹친 두 명은 자기 소개를 하다 말고 서로 쳐다보며 킬킬 웃었다.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이 나오려 했지만 어찌어찌 웃음 소리를 틀어막았다. 그래도 말꼬는 튼 것 같다고 생각한 아이는 여기가 어딘지 같은 기본적인 것을 물었다. 말하고 보니 영화 따위에서 기억상실증 환자가 하던 말과 똑같았다. 별달리 갈림길도 없는데 길을 잃었다고 생각할 것 같지도 않고. 인간이니 지상이니 그런 말을 했던 것을 간신히 떠올리고는 혹시 생길 오해를 미리 막으려고 말을 더 꺼냈다.

 

"저는 인간이구요, 어, 지상에서 폭포에 휩쓸려 떨어졌는데, 혹시 요 근처에-"

"맙소사, 그러고 보니 많이 아파 보이네!
"어머나, 그러고 보니 많이 배고파 보이네!"
"쉬게 해 줄 수 있는데 우리 집으로 올래?"
"뭐라도 먹을 만한 걸 줄 수 있거든."

 

나름 상황 파악도 잘 하고 어른이라도 당황에 말이 꼬일 상황에서 침착하게 말했기에 약간 스스로 으쓱해지며 사실 내가 좀 대단한 사람이 아닌가 하고 생각하는 찰나 아이의 말은 간단히 무시 당했다. 그럭저럭 의도하던 대로는 된 듯 했지만, 학교서 납치범의 특징으로 집어준 것들이ㅡ외모는 잘 모르겠지만ㅡ맞아 떨어졌다. 그렇다고 별달리 갈 곳도 모르는 아이는 순순히 따라가 보기로 했다.

 

쓰레기 사이 길을 따라 가며 지나 넓은 광장 같은 방과 갈림길을 지났다. 아이와 두 괴물은 걸어가며 끝없이 묻고 답하고 있었다, 답만 하진 않았지만. 동굴 안 폭포에 휩쓸리고 보니 말하는 늙은 괴물이 쓰레기 주우며 살더라 하는 상황에선 정보가 매우 중요할 것이란 생각이 들고 나서 부터는 괴물의 관습이나 역사 따위를 보통 사람 같았으면 귀찮을 정도로 캐물었다. 궁금증이 더 크긴 했다. 문제는 들을 만 한 말이 절반이 채 안되었고, 특히 악어같은 머리를 한 쪽은 기억이 깜빡깜빡하는 듯 보였다. 그래도 다른 쪽은 정신은 멀쩡해 보였기에 하는 말을 들어보기로 했다. 괴물은 지하라고 부르는 이곳에 괴물이 봉인되어 살고 있다는 식으로 핵심만 놓고 보면 꽤 간단한 이야기였지만 두 괴물 특유의 화법이나 기억력 때문인지 마치 TV에서 본 정치인이 하던 말이 떠올랐다. 정치인이라 하고 보니 아까 왕에게 데려가야 한다던 말은 무슨 말인가 물어보았지만, 왕이 인간에게 무언가 했었다는 정도는 기억이 나지만 왜 그랬던지는 가물가물 하다고 했다. 어쨌든 수도로 이송된 인간은 죄다 다시 보지 못했다는 말에 슬슬 진짜 위험한 상황이 닥칠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간이 괴물들을 봉인 시켰다는데 인간이 탈출하도록 도왔을 턱은 없었다. 혹시 괴물들이 인간을 강제로라도 잡아가려 하냐고 물어 보았고, 요즘 세대는 인간을 잡아야 할 필요성을 못느껴서 그럴 것 같지는 않다는 대답에 그럭저럭 안심했다. 뭔가 역사를 잊은 괴물들에 대한 슬픈 이야기를 들은 것 같았지만, 자기 상황으로도 충분히 복잡한 아이는 괴물 일을 신경 쓸 겨를이 없어 대충 넘겼다. 기억이 왔다갔다 하는 괴물들이 하는 말을 그대로 믿어도 되는 지는 몰랐지만, 계속 듣다 보니 앞뒤는 맞는 것 같고, 만화에서나 볼 법한 괴물이 낼모래 노망 나려고 한다는 쓸데없이 현실적인 장면이 눈 앞에 있는데 뭔들 틀린 말일까.

 

똑같은 소리만 다섯 번 쯤 들었을 때였다. 굴 한쪽을 뚫어서 만든 듯 한 오래된 가게에 다다랐을 때였다. 가게 문과 마주해 있는 굴만 보아도 자연이 뚫어놓은 것과 인위ㅡ혹은 괴물위ㅡ적으로 만들어진 굴은 확연히 비교가 되었다. 입구에 나무 판자로 테를 두르고 오래되어 보이는 간판을 달아놓은 가게는 글자가 지상과 같은 것을 쓰지 않았더라면 가게인 줄도 몰랐을 터이다. 아이는 예절 문제 때문에 할머니 괴물들의 반복되는 말을 잠잠히 듣고 있었지만, 슬슬 인내심이 바닥나고 있었다. 가게를 구경해 본다는 식으로 적당히 핑계를 대어 말을 끊어볼까 하자 두 괴물이 뭔가 깨달았다는 표정을 과장되게 지으며 말을 꺼냈다.

 

"가만 생각해 봤는데, 그러니까..."
"우리 집은 너무 먼 것 같아."
"그래서, 너는, 그... 음..."
"여기 가게에 뭔가 부탁해 보는 건 어때?"

 

집이 멀다는 걸 이제야 떠올렸다는게 말인지 울음소리인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두 괴물은 지하에서 쓰는 것인 듯 한 알파벳 G가 새겨진 동전 몇 개와 자신들이 주운 정크 푸드를 바리바리 싸서 아이 손에 쥐어 주며 잘 가라고 인사를 했다. 마음씨는 좋지만 약간 부담스럽기도 한 지상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할머니들이었다. 먹으라고 준 것이 쓰레기장에서 주운 쓰레기라는 사소한 문제도 있었지만. 간단히 작별 인사를 끝낸 아이는 심호흡을 하기 시작했다. 지하의 가게라니, 누가 무슨 물건을 팔 지 상상도 되질 않았다. 왕이 손수 도축하고 가공한 인간 고기 따위를 판다면 당장 도망쳐야 할 터였다. 천천히 들어가자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반짝이는 광물이 벽과 천장에 총총히 박혀있는 공간이 나타났다. 차이라면 선반이 있고 물건이 그 위에 조금 놓여 있을 뿐이었다. 자세히 보니 검은 얼룩인지 그림인지가 뒤쪽 벽에 있었다. 아이는 자세히 보려고 다가가서 선반에 손을 짚었다. 기하학적이고 추상적인 그림에 정신이 팔려 발에 무언가 채이자 아이는 화들짝 놀라며 발 아래를 보았다. 아이는 하마트면 기절할 뻔 했다. 깨져서 날카로운 뼈다귀들이 흩어져 있었다. 곁의 뼈가 가득 든 상자에 담겨 있던 모양이었는데, 그걸 아이가 발로 찬 모양이었다. 먹고 남은 인간 뼈일 지도 모른다는 상상으로부터 빠져 나온 후엔 이게 설마 진짜 사람 뼈는 아니겠지 하며 상자에 주섬주섬 집어 넣다가, 마지막으로 잡은 것이 학교 과학실 뼈 모형에 달려 있던 것과 똑같이 생긴 갈비뼈인 것을 보고 괴성을 지르며 갈비뼈를 집어 던졌다. 아까 그 노친네들이 인간을 먹는 괴물한테 나를 넘긴건가 하는 생각에 쓰레기장에서 느낀 공포와 전혀 다른 종류의 공포가 느껴졌다. 뼈가 든 상자에서 등을 돌리고 문 밖으로 달려 나가려 하는 참에 갈비뼈가 도로 움직이기라도 하는지 달그락달그락 소리가 들렸다. 정신을 잃을 것 같은 상태였지만 이런 일이 생기면 꼭 등 뒤를 돌아보는 본능은 결국 아이의 목과 눈동자가 뒤쪽을 향하게 만들어 놓았다.

 

그리고 뼈 모형이 통째로 서 있는 모습을 보았다.

 

"소리 다 들었다, 이 도둑놈! ...녜헥! 내 공격들이!"

 

------------

 

갤 뒤져서 심심한 김에

취미삼아 의식의 흐름대로 쓰니 개판

추천 비추천

5

고정닉 0

0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설문 2026년 사주나 운세가 제일 궁금한 스타는? 운영자 25/12/29 - -
AD 트릭컬 신규 엘다인 [요미] 등장! 푸짐한 보상까지! 운영자 26/01/01 - -
AD [젠레스 존 제로] 공허 사냥꾼 엽빛나 등장! 운영자 25/12/30 - -
AD 집에서 즐기는 Fresh 미식회 운영자 25/12/22 - -
공지 언더테일 갤러리 이용 안내 [502/1] 운영자 16.01.27 174529 273
1242291 사복을 음란하게 차려입는 차라 보고싶다 [1] ㅇㅇ(125.181) 25.12.31 85 2
1242290 언더테일 유빈데 토리엘 왜 죽냐 [4] 춤바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5.12.28 162 2
1242289 언더테일 au 만드려는데 제미나이 한테 코드 짜달라 하니깐 개편하네 언갤러(218.54) 25.12.27 92 1
1242288 물살 vs 볼살 펭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5.12.27 400 1
1242287 보법이 다른 샌가놈 언갤러(119.195) 25.12.27 79 1
1242286 언더테일도 영화 나왔으면 좋겠다 ㅇㅇ(211.203) 25.12.26 70 1
1242285 머펫 너무 어렵다 [1] 언갤러(121.190) 25.12.25 90 1
1242283 붉은사막·GTA 6 등, 2026년 PC·콘솔 기대작 35선 게임메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5.12.22 154 1
1242284 샌즈 [3] 언갤러(211.209) 25.12.23 147 1
1242282 어떡함 진짜 ㅈㅂ 내가 잘못된건가 [4] 참치마요덮밥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5.12.22 252 1
1242280 ㅈㄴ 심하네 [1] 참치마요덮밥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5.12.19 196 1
1242277 방금 엔딩 보고 온 뉴비인데 이제 뭐해야함? [4] 언갤러(39.7) 25.12.18 228 2
1242275 언더테일 사운드트랙 [1] 언갤러(211.215) 25.12.14 146 2
1242273 한글패치 새 버전 뜸? 노수원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5.12.13 168 1
1242272 기기기기기기린린린린린린기기기기기기린린린린린린기기기기기기린린린린린린기기기기 ㄴㄴ(221.167) 25.12.12 147 1
1242268 문득 궁금해졌는데 그냥 유령 부대 꾸려서 ㅇㅇ(175.113) 25.12.10 194 2
1242267 안녕하세요 판자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5.12.10 194 4
1242266 난 때미얌!!!! 군데...모굑탕 가써!!!!! [10] 언갤러(211.251) 25.12.10 440 3
1242265 언더테일 처음하는 친구가 있는데 [4] 티샤사랑녀(221.168) 25.12.09 246 0
1242263 여기 왜 아직도 살아있냐 [1] ㅇㅇ(106.101) 25.12.03 383 0
1242260 불살중인데 도와주세요 [2] 세맘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5.11.30 310 1
1242258 ???? 언갤러(116.46) 25.11.28 148 0
1242257 님들 1회차 할때 누구한테 퍼블당함? [3] ㅇㅇ(58.127) 25.11.28 293 1
1242255 ㅈ 된거 같은데 언갤러(61.79) 25.11.26 221 0
1242252 나만 샌즈랑 참참참 하는건가 ㅇㅇ(58.127) 25.11.23 421 2
1242249 불살엔딩 보고왔는데 슴슴허네 ㅇㅇ(1.226) 25.11.21 218 2
1242247 멈춤버그 언갤러(211.177) 25.11.17 142 0
1242244 불살루트 보려면 보통 1번 보고 리셋 하면 됨? [1] 언갤러(211.210) 25.11.16 256 0
1242243 불살 후 크레딧 [4] 언갤러(211.220) 25.11.16 347 1
1242242 이거 이름 프리스크로 지으면 하드모드되는 거 였냐 [2]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5.11.15 342 1
1242241 언더테일 1회차에 수지가 어쩌구 하는거 본거같은데 [2] ㅇㅇ(58.127) 25.11.15 257 0
1242240 뉴비 언더테일 불살엔딩 봤다.. Andaa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5.11.15 202 8
1242236 뭔가 신기한거 발견한 뉴비 [1] Andaa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5.11.09 312 3
1242234 댄싱 플라위 팔면 살 사람 있냐 [3] 언갤러(118.219) 25.11.08 265 1
1242232 옛날 언더테일 피아노 메들리? 아는 사람 있냐 [1] ㅇㅇ(49.164) 25.11.07 309 1
1242229 초딩겜 특 명작임 [10] ㅇㅇ(180.228) 25.11.04 1113 17
1242228 하시발 1회차 불살루트 안되는거 몰랐노 [1] 언갤러(211.36) 25.11.03 357 1
1242227 도대체어떻게해야 털을박고싶은마음이 들수가있는거임? [2] 언갤러(203.228) 25.11.02 318 2
1242225 몰살루트 토리엘......jpg [2] ㅇㅇ(58.78) 25.11.01 4153 17
1242222 샌즈전 마지막 발악 걍 죽게 해주지 [1] ㅇㅇ(222.116) 25.10.28 478 6
1242221 스머 클탐순위같은거 모아논거 없나 언갤러(121.181) 25.10.27 127 0
1242220 차라 일본어에선 번역 존댓말로 함? 반말로 함? [1] ㅇㅇ(118.235) 25.10.25 360 0
1242217 노말 루트에서 메타톤 죽이면 언갤러(115.23) 25.10.25 209 0
1242216 언더테일에서 잡몹만 다 죽이면 어케됨? [1] ㅇㅇ(222.109) 25.10.24 430 0
1242215 시간 남을 때 가끔 함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5.10.24 277 0
1242214 요즘 AI 수준 [2] Odnam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5.10.22 434 0
1242213 노래 제목 알려주셈 [4] 언갤러(211.46) 25.10.22 253 1
1242212 언더테일 갤러리 유튜브 채널 만들까? 플레이어(58.235) 25.10.22 253 4
1242211 Fallen down 노래 나오는 구간 언제임 [3] ㅇㅇ(124.61) 25.10.20 324 0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