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문학/머샌/약물] 권태. SIDE A.

Noir.(101.250) 2016.06.12 21:18:40
조회 958 추천 19 댓글 3
														


SIDE B를 먼저 읽고 오시기를 권장합니다. [SIDE B]



권태. SIDE A.




매일 반복하는 리셋. 세상은 재미있어 오늘은 친구였던 아이를 내일 죽인다 하여도 대사와 행동, 관계마저 별로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느낀다면. 때로는 틀을 벗어난 재미있는 일을 찾아 들쑤시고 다니고, 때로 아슬아슬하게 죽었다 다시 살아나는 날이 있다 하여도, 결국 그마저도 질리고 물리게 되는 그때가 온다. 결국은 아무리 애를 쓴다 하여도 반복이라는 잔인한 것이 피할 수 없는 권태를 불러온다는 사실을 깨닫고 말게 되는 것이었다.

권태. 그것을 깨기 위해 삶에 불어넣는 기력과 창조적이면서도 파괴적인 즐거움 앞에서 하루에 열두 번도 더. 어떻게 할까. 손가락을 까닥이며 흥분한 뇌를 굴리는 나는. 도대체 어떻게 선을 뛰어넘은 너를 만나야 할지 떠올려 보며, 마침내 너와 나의 평행선을 엇갈리어 그려본다. 매번 예상을 뛰어넘는 너에 대한 새삼스러운 깨달음 속에서. 나도 놀라 미소 짓곤 한다.

어느 순간부터 그래 평행선, 이제는 분노와 정의마저 등 돌린 저 눈동자를 보라. 더 이상 친구조차 되지 못하고 만나자마자 인사처럼 서로를 죽이려 덤벼들고야 마는 너와 나는 왜 이런 관계가 되었는지. 더 많이 죽이고야 말겠다는 왜곡된 경쟁에 뛰어들게 되었는지. 이제는 그마저 권태로운지 슬픔과 괴로움마저 없어져 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쓰게 미소 짓지만. 그 또한. 일상이 되었다.

딱 잠깐. 네가 권태로움에서 벗어난 것 같은 때가 있다면 텅 빈 술집에서 들이키는 케첩뿐. 모든 이가 먼지로 돌아가고, 마지막으로 나를 죽인 후 허탈한 얼굴로 들어가. 늘 그 자리에 있는 케첩을 들이키며 허공에 농을 걸 그때. 자극적인 맛이 혀와 온 몸을 억지로라도-깨어나게 하는 지, 살짝 피어나다 지는 그 웃음. 그 회한. 그 일그러짐.

온 몸에 시체를 묻히고 다녀 살아있는 냄새가 나지 않는 너의 유일한 일탈. 허나 그마저 점차 성냥불이 사그라지듯 잠잠해져 가는 모습에 가슴이 저려온다. 어려운 일이란 예상은 하면서도. 나는 손을 뻗지 않을 수 없었다.


어떻게 하면 너의 권태를 깨지 않으면서도 이 모든 일을 준비할 수 있었을까, 서른 번도 넘게 죽어나가면서도. 나야 어린아이니까. 어린아이다운 집념과 호기심과 순수함-. 외에는 다른 이유가 떠오르지 않으니 너를 흉내 내 해죽, 웃어 보이자. 장난감 상자에 너를 돌려놓자.


모노드라마가 시작된다. 너는 오늘도 나를 죽이고 그릴비네를 찾아간다. 오늘은 내가 죽인 주인장에게 말을 붙이고는, 시린 무덤의 추위에도 얼어붙지 않는 그것을 딱딱한 표정으로 들이 붓는다.

아니 거짓말이다, 너는 오늘 나를 죽이지 못했다. 나를 죽이는 일에 너무 익숙해져서 권태에 마음이 느슨해졌기에, 네 눈에 붉은 빛이 감돌기에 저지른 실수이다. 아니 거짓말이다, 내가 원래 거짓말을 잘한다는 걸 너는 잘 알고 있지 않는가. 오늘은 네가 죽였다. 아니 거짓말이다, 그건 조금씩은 얼어 있을지도 모른다.

괴물의 몸은 흡수가 빠르다고 하더니, 내장을 찾을 수 없는 너는 더한가 보다. 소중한 케첩 병을 내팽개치고는 남은 한 방울을 위해 고개를 숙여 핥는 개 같은 네 모습을 너는 권태의 탓으로 돌리고 싶은가?

너의 동심원, 눈동자가 서서히 일그러진다. 묘하게 뒤섞이고 뒤섞이어, 불 꺼진 술집의 눈은 어둠뿐으로 남는다. 손가락으로 입술을 훔친다. 흠칫, 뼈를 삐걱대며 몸이 한 번 튕겨 나가더니 재미있는 모양새로 부들부들 떤다. 갈빗대 속에 테미 한 다섯 마리 품고 있는 마냥. 그리고 드디어.

? . 네가 여ㄱㅣㄴ....”

네가 동생을 찾는다. 나는 조소한다. 술에 취한 너를 데리러 오던 동생에게 매일 하던 그대로, 민망하게 미소 짓는다. 주절주절, 변명이라도 하는 지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지껄이고는 억지로 반쯤 몸을 일으켜서, 힘이 들어오지 않는 다리를 질질 끌고 몇 걸음. 아마 너의 파피루스가 손 내밀 그곳으로 네 손을 마주 뻗고는 얌전히 잡고 걷는다. 역시 몇 걸음 가지 못하고, 고꾸라진다. 붉게 흘러나오는 침 사이로, 산뜻한 미소. 어디로 향하는 것일까. 경련도 미소도 멎지 않은 채로. 결국은 기는 무릎 발.

포근히 눈이 내리는 흑백에 세상에서 가장 지저분한 네가 어디론가 기어간다. 네 눈은 아직 흐린 보라색인데. 손도 발도 없는 듯 꿈실거리는 모습이 귀여워, 이번엔 소리 내어 웃는다. 목소리 닿지 않는 너는, 한 번 나아갈 때 마다 중얼거린다.

그리..... 신나..... ??래셔.....”

끝을 맺지 못한 이름들을. 내가 잘 아는 이도 있고, 생전 처음 만나는 이름도 있다만 안녕, 반가워 추임새를 붙이는 너를 이해할 수는 있다.

먼 길이다. 네가 집에 도착하기까지는. 이제 완전히 풀려버린 네 몸. 필사적으로 꼬고 비틀어 나지막한 문고리를 손끝으로. 미끄러졌다 손끝으로 잡아내어 돌리고는 무너진다. 바람에 먼지는 저 먼 곳으로 흩어져 간 곳을 모르고, 남은 스카프가 네 처량한 손목과 두골을 둘러 감싸 너는 흐느낀다. 스카프가 네 눈 자국 만큼 젖어든다. 너는 다시 몸을 떤다, 치떤다. 결국 그대로 바닥에 돌아 누어 가눌 수 없는 온 몸을 휘적이며 지껄인다. 이미 알아들을 수 없는 대화와, 단어의 파편들을. 낄낄대다가 꺽꺽대다가 누운 채로 헛구역질을 하다가. 다시 웃다가. 웃다가. 웃다가. 한번 푸드득. 경련을 일으키고는 그대로.

눈 감으면 순백의 세계에 네가 만든 자국은 천사의 것일까, 악마의 것일까. 아무리 바라보아도 나로서는 알 수 없다.


네가 먼지로 변하는 모습을 기대하지 않으며, 꼴사나운 네 곁을 지켜 어스름. 나는 내내 결국 끌어안아 놓치지 않은 목도리를 온 몸에 감고 노이즈 낀 안광만, 깜빡. 깜빡거리는 너의 옆에 다가와 바라보고 있었다. 거북한 콜록거리는 소리 몇 번 끝에 겨우 깨어나 서서히 초점이 돌아오는 네가 사랑스러워 껴안으려다.

끝나..구나.”

너를 지금 내 마음만큼 껴안았다간 부서져 내릴까, 그저 미소지어준다. 마주 미소 지은 너는, 잠시 숨을 고르고는 한 단어씩 천천히 말했다.

, 끝내주는데, 이거.”

그래? 의외인데?”

끝에서, 동생이 내 목을 졸라주거든. 말 그대로 끝내주는 동생이지. 근데, 그거 더 있어?”

재차 나는 너에게 묻는다.

진심이야?”

, 그렇게. 나를 봐 놓고도. 모르겠어? 지금, 얼른. 꼬맹아.”

아직도 군데군데 나사 풀린 목소리. 돌린 고개에서 침이 솟아나는 네가 어쩐지 역겹지만 그것도 좋아. 나는 품에서 네가 원하는 하얀 눈을 꺼내 흔든다. 네 눈에 생기가 솟아나며 뒤틀어진 몸과 능력을 사용해 보려 용쓰는 것을 즐겁게 눈을 내리깔아, 감상한다.

알아 진심인 거.”

넓디넓은 너의 벌린 입에 한 두알, 내려 주면. 너는, 게걸스럽게도 그것을 받아 삼키고는 뿌듯한 미소를 짓는다. 너는 어디까지 즐거운 장난감이 되었을까. 네 눈빛 뒤로 그것을 가려 들고, 너에게 명령한다.

일단은, 키스해.”

내민 먼지투성이. 나의 발바닥을 너는 황홀한 듯이 바라보다. 억지로 몸을 일으켜 한 번. 또 한 번. 붉은 잇새로 핥는다.



이제 반복과 일상. 그리고 권태 따위는. 너와 나 아니, 우리와. 아무 상관없게 되었다.

추천 비추천

19

고정닉 0

0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설문 2026년 사주나 운세가 제일 궁금한 스타는? 운영자 25/12/29 - -
AD 트릭컬 신규 엘다인 [요미] 등장! 푸짐한 보상까지! 운영자 26/01/01 - -
AD [젠레스 존 제로] 공허 사냥꾼 엽빛나 등장! 운영자 25/12/30 - -
AD 집에서 즐기는 Fresh 미식회 운영자 25/12/22 - -
공지 언더테일 갤러리 이용 안내 [502/1] 운영자 16.01.27 174529 273
1242291 사복을 음란하게 차려입는 차라 보고싶다 [1] ㅇㅇ(125.181) 25.12.31 82 2
1242290 언더테일 유빈데 토리엘 왜 죽냐 [4] 춤바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5.12.28 161 2
1242289 언더테일 au 만드려는데 제미나이 한테 코드 짜달라 하니깐 개편하네 언갤러(218.54) 25.12.27 92 1
1242288 물살 vs 볼살 펭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5.12.27 394 1
1242287 보법이 다른 샌가놈 언갤러(119.195) 25.12.27 79 1
1242286 언더테일도 영화 나왔으면 좋겠다 ㅇㅇ(211.203) 25.12.26 70 1
1242285 머펫 너무 어렵다 [1] 언갤러(121.190) 25.12.25 90 1
1242283 붉은사막·GTA 6 등, 2026년 PC·콘솔 기대작 35선 게임메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5.12.22 154 1
1242284 샌즈 [3] 언갤러(211.209) 25.12.23 147 1
1242282 어떡함 진짜 ㅈㅂ 내가 잘못된건가 [4] 참치마요덮밥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5.12.22 251 1
1242280 ㅈㄴ 심하네 [1] 참치마요덮밥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5.12.19 196 1
1242277 방금 엔딩 보고 온 뉴비인데 이제 뭐해야함? [4] 언갤러(39.7) 25.12.18 228 2
1242275 언더테일 사운드트랙 [1] 언갤러(211.215) 25.12.14 146 2
1242273 한글패치 새 버전 뜸? 노수원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5.12.13 168 1
1242272 기기기기기기린린린린린린기기기기기기린린린린린린기기기기기기린린린린린린기기기기 ㄴㄴ(221.167) 25.12.12 146 1
1242268 문득 궁금해졌는데 그냥 유령 부대 꾸려서 ㅇㅇ(175.113) 25.12.10 194 2
1242267 안녕하세요 판자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5.12.10 194 4
1242266 난 때미얌!!!! 군데...모굑탕 가써!!!!! [10] 언갤러(211.251) 25.12.10 440 3
1242265 언더테일 처음하는 친구가 있는데 [4] 티샤사랑녀(221.168) 25.12.09 246 0
1242263 여기 왜 아직도 살아있냐 [1] ㅇㅇ(106.101) 25.12.03 383 0
1242260 불살중인데 도와주세요 [2] 세맘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5.11.30 310 1
1242258 ???? 언갤러(116.46) 25.11.28 148 0
1242257 님들 1회차 할때 누구한테 퍼블당함? [3] ㅇㅇ(58.127) 25.11.28 292 1
1242255 ㅈ 된거 같은데 언갤러(61.79) 25.11.26 221 0
1242252 나만 샌즈랑 참참참 하는건가 ㅇㅇ(58.127) 25.11.23 421 2
1242249 불살엔딩 보고왔는데 슴슴허네 ㅇㅇ(1.226) 25.11.21 218 2
1242247 멈춤버그 언갤러(211.177) 25.11.17 142 0
1242244 불살루트 보려면 보통 1번 보고 리셋 하면 됨? [1] 언갤러(211.210) 25.11.16 256 0
1242243 불살 후 크레딧 [4] 언갤러(211.220) 25.11.16 347 1
1242242 이거 이름 프리스크로 지으면 하드모드되는 거 였냐 [2]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5.11.15 342 1
1242241 언더테일 1회차에 수지가 어쩌구 하는거 본거같은데 [2] ㅇㅇ(58.127) 25.11.15 256 0
1242240 뉴비 언더테일 불살엔딩 봤다.. Andaa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5.11.15 202 8
1242236 뭔가 신기한거 발견한 뉴비 [1] Andaa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5.11.09 312 3
1242234 댄싱 플라위 팔면 살 사람 있냐 [3] 언갤러(118.219) 25.11.08 264 1
1242232 옛날 언더테일 피아노 메들리? 아는 사람 있냐 [1] ㅇㅇ(49.164) 25.11.07 309 1
1242229 초딩겜 특 명작임 [10] ㅇㅇ(180.228) 25.11.04 1113 17
1242228 하시발 1회차 불살루트 안되는거 몰랐노 [1] 언갤러(211.36) 25.11.03 357 1
1242227 도대체어떻게해야 털을박고싶은마음이 들수가있는거임? [2] 언갤러(203.228) 25.11.02 318 2
1242225 몰살루트 토리엘......jpg [2] ㅇㅇ(58.78) 25.11.01 4149 17
1242222 샌즈전 마지막 발악 걍 죽게 해주지 [1] ㅇㅇ(222.116) 25.10.28 478 6
1242221 스머 클탐순위같은거 모아논거 없나 언갤러(121.181) 25.10.27 127 0
1242220 차라 일본어에선 번역 존댓말로 함? 반말로 함? [1] ㅇㅇ(118.235) 25.10.25 360 0
1242217 노말 루트에서 메타톤 죽이면 언갤러(115.23) 25.10.25 209 0
1242216 언더테일에서 잡몹만 다 죽이면 어케됨? [1] ㅇㅇ(222.109) 25.10.24 430 0
1242215 시간 남을 때 가끔 함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5.10.24 277 0
1242214 요즘 AI 수준 [2] Odnam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5.10.22 434 0
1242213 노래 제목 알려주셈 [4] 언갤러(211.46) 25.10.22 253 1
1242212 언더테일 갤러리 유튜브 채널 만들까? 플레이어(58.235) 25.10.22 253 4
1242211 Fallen down 노래 나오는 구간 언제임 [3] ㅇㅇ(124.61) 25.10.20 324 0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