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수는, 알파고를 향해, 바둑을 향해 던진 수가 아니다.

구글을 향해, 인공지능을 향해, 과학을 향해 던진 수였다.

이세돌의 '신의 한 수'앞에 알파고가 무너졌다.

알파고는 수천만번의 자가대국을 했고, 그 모든 대국을 기억하고 있다. 그 방대한 데이터베스를 통하여 어떤 수가 좋은 수인지, 마치 인간이 직관적으로 판단하는 것처럼, 순식간에 수의 유불리, 형세의 유불리를 판단할 수 있다.

그런데 이세돌의 78수는 알파고의 데이터베스에는 없는, 새로운 수였다. (그렇다고 알파고가 데이터베이스에 있는 수만 두는 단순 머신이란 뜻은 아니다. 데이터베이스를 기반으로 수를 찾아 나가는 쪽에 더 가까울 것이다. 머신러닝, 딥러닝에 관한 글은 훨씬 좋은 글이 많으니 찾아보길 바란다.)

알파고는 사람으로 치자면 당황하기 시작했다. 방황하고, 장고하고, 일명 떡수를 남발했다.

새로운 수를 찾기 위한 과정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결국 알파고는 새로운 묘수를 찾지 못하고 돌을 던졌다.

알파고는 수천만번의 대국을 통하여, 완벽에 가까운 바둑 실력을 보였지만, 그 예측 범위를 벗어난 단 한수에 무력하게 무너졌다. 거의 버그에 가까운 모습이었다.

만약 알파고가, 바둑 ai가 아닌 다른 분야의 ai였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비행기 운항중에 예상 못한 비상상황이 터지면? 수술중에 예기치 못한 사태가 벌어지면?

물론 인간도 이런 상황에선 당황한다. 역경을 극복 못하는 사례도 있다. 하지만 역으로 그런 상황을 극복한 사람들도 있다. 인간에겐 직관력과 판단력이 있기 때문이다.

딥러닝을 통해 기계도 인간과 유사한, 그러면서도 훨씬 빠르고 정확한 직관을 갖게 되었다고도 말한다. 사람이 압도적 우위를 보이던 영역-이 사진이 개인가 고양이인가, 바둑에서 이 점에 착수하는 게 좋은 수인가 안좋은 수인가-에서도 인공지능이 사람을 따라 잡고, 뛰어 넘은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것은 결국, 직관을 '구현'해낸 것이었다. 

수천만건의 대국으로도, 바둑의 모든 수를 커버할 순 없었다. 이세돌의 한 수에 알파고는 무너졌다.

만약 바둑이 아닌, 다른 분야의 ai가 이런 상황에 맞닥뜨리면 어떻게 될 것인가? nhk기자의 질문처럼?

여태까지 나온 메커니즘의 인공지능은, 그것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인가? 이세돌 9단처럼, 새로운 강적을 눈앞에 두곤, 스스로 성장하여 역경을 헤쳐갈 수 있을 것인가?

허사비스 대표 스스로 말했다. '알파고는, 성장하는데 매우 많은 데이터가 필요합니다. 수백만건의 기보가 있어야 합니다. 이세돌9단의 기보 수백건을 입력한다 해도, 별 성과를 기대할 수 없습니다'

사람의 생명을 쥐고있는 ai가, 이런 상황에 처해서, 만약 알파고처럼 '떡수'를 남발해버리면 어떤 결과가 날 것인가?

인간의 실수는, 인간이 책임진다.

하지만, 기계의 실수는, 누가 책임질 것인가?

100% 무결성의 ai는 가능한 것인가?

오늘 이세돌의 한 수는, 이 질문을 향한 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