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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 1000만원부터 시작…국내에 10명뿐인 직업입니다

CCBBLAB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9.02.13 16:38:46
조회 3306 추천 1 댓글 15

건축학개론부터 국가부도의 날까지…색에 민감하다는 국내 10명뿐인 이 직업




국내 영화 DI는 10명 안팎

작업비는 무료부터 1억까지 천차만별

건축학개론·아가씨·국가부도의 날 등 작업


영화를 볼 때 문득 유독 파란색이 강조된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현대물일수록 영화장면에 녹색과 파란색이 많다. 특정 색을 강조하는 것 같은 느낌 뒤에는 정교한 색 보정이 숨어있다. 영화가 일정한 톤으로 보여질 수 있게 하는 사람이 DI(Digital Intermediate)다. 디지털 전환이라는 뜻의 DI는 영상작업에선 필수다. 박진호(42) 씨는 15년차 영화 DI다. 영화쪽만 전문으로 하는 DI는 국내에 10명 안팎이다. 범죄와의 전쟁, 신세계, 내부자들, 아가씨, 택시운전사 등 그의 손을 거친 장편 상업영화가 많다. 박 씨는 영화 한 편을 작업할 때 기본적으로 1000만원 이상을 받는다.



박진호 DI / 본인 제공.


-DI는 어떤 일을 하나.

다른 각도에서 촬영한 영상은 색이 다르게 나온다. 색이 달라지는 걸 색이 튄다고 한다. DI는 색이 튀는 장면을 자연스럽게 보정하는 사람이다. 사물을 보는 각도에 따라 변하면 반사되는 빛이 다르다. 우리의 눈은 이런 변화를 자연스럽게 처리한다. 하지만 카메라는 우리 눈과 같지 않다. 색보정을 따로 해야 자연스러운 영상 이미지를 만들 수 있다. 


영화는 하나의 장면을 한 각도에서만 계속 찍지 않는다. 오른쪽과 왼쪽 장면을 번갈아가며 보여준다. 가장 대표적으로 하늘 장면이 있다. 동쪽하늘과 서쪽하늘을 찍은 후 색을 비교하면 다르다. 같은 시간대라도 각도에 따라 미세하게 색이 다르기 때문에 보정이 필요하다. 또 영화에서는 같은 시간인데 촬영은 아침부터 오후까지 혹은 여러 날에 걸쳐서 하는 경우가 있다. 이 경우에도 같은 시간대로 보이도록 색을 조절해야 한다.  



색보정 전(위)과 후(아래) / 본인 제공.


-DI도 여러 종류가 있다고.

한국은 영화, 드라마, CF 담당 DI가 따로 있다. 각 DI별로 요구하는 역량이 다르다. CF DI는 프레임별로 색을 보정한다. 아주 세밀한 작업이다. 드라마는 겹치는 장면이 많아 빨리 찍는다. 드라마 DI는 제한된 시간 내에 빨리 색보정을 끝내는 게 중요하다. 


영화 DI는 국내에 10명 안팎이다. 연차에 따라 맡는 영화가 다르다. 나를 포함해 작업 연차가 오래된 DI가 5명 정도 있다. 주로 제작비 10억 이상의 영화를 맡는다. 마약왕 같은 경우 여름에 개봉하기로 했다가 겨울에 했다. 그만큼 변하는 스케줄에 따라 장기간 같이 일해야 한다. 또 영화는 스케일이 크고 겹치는 장면이 없다. 장면이 바뀔 때마다 색이 튄다. 이걸 자연스럽게 보이도록 맞춰야 한다. 현장에서 찍은 후에 후반 수정 작업도 많다. 색 보정에 시간이 오래 걸린다. 영화 DI 작업은 일종의 기다림의 미학이다.



영화 '건축학 개론' 포스터


-일 년에 몇 개의 영화를 담당하나.

많이 하면 10개 정도 한다. 건축학개론, 아가씨, 국가부도의 날 등 국내에서 개봉하는 굵직한 영화 대부분을 맡는다. 지금까지 200편 정도를 작업했다. 평균적으로 영화 DI는 일년에 5~7개 정도 작업한다. 


-DI로 일하게 된 계기는. 

영상을 좋아했다. 어릴 때 교회에서 목사님이 설교 끝나고 자체적으로 만든 교회 영상을 틀어주더라. 그 때 딴짓하던 학생들도 순간 영상에 집중하는 게 신기했다. 다른 사람의 이목을 끌 수 있는 게 영상의 힘이라고 생각했다. 교회에서 영상작업을 처음 배웠다. 주로 기독교 문화에 관련된 영상을 만들다 보니 흥미가 떨어졌다. 당시 ‘매트릭스’나 ‘아마겟돈’같이 CG효과로 유명한 영화가 개봉을 했는데 자극을 받았다. 좀 더 높은 퀄리티의 영상을 배우고 싶어 CG학원을 다녔다. 2001년부터 CG회사에서 일했다. 


그렇게 원하던 CG작업을 할 수 있었는데 월급이 밀리더라. 이직을 알아보던 중 한 회사에서 CG팀을 만든다는 구인광고를 보고 지원했다. 막상 들어가니 CG팀을 만들려던 계획이 회사 사정으로 무산됐다. 그즈음 한국에 DI 장비가 막 들어온 상태였다. 영화가 디지털로 넘어가던 때라 회사에서 디지털 작업이 중요해졌다. CG팀은 없고 DI작업은 중요해졌기 때문에 DI쪽으로  합류했다. 이때 처음 DI라는 걸 알았다. 2004년 개봉한 ‘아는여자’가 작업한 첫 작품이다.



영화 '국가 부도의 날' 스틸컷


-근무시간은 어떻게 되나.

유동적이다. 회사처럼 9시부터 6시까지 일하지 않는다. 영화 DI는 영화제작사에서 일을 받아서 한다. 보정 작업에 대한 논의가 길어지면 근무시간은 그만큼 늘어난다. 야근도 많다.


-기억에 남는 작업 에피소드는.

영화 ‘군도’를 작업할 때다. 퓨전사극이어서 기존 사극과는 다르게 색을 보정했다. 사극은 한복이 많이 나와서 빨간색 위주로 보정한다. 빨간색이 눈으로 봤을 때랑 카메라에 찍혔을 때랑 다르게 나온다. 그래서 눈으로 봤을 때의 색을 살리는 게 중요하다. 반면 군도는 한복색을 살리지 않았다. 배경으로 삼은 조선시대의 느낌을 최대한 살릴 수 있도록 작업했다.



영화 내부자들 보정 전(좌)과 후(우)


-보수는 어떻게 되나.

이 일을 하면 조수로 시작한다. 초봉은 2500만원 정도다. DI로 정식 활동을 하면 보수는 작품당 천차만별이다. 저예산 단편 독립영화는 공짜로도 한다. 보통은 1000만원부터 시작하는데 많게는 1억까지도 받는다. 작업 난이도와 작업 시간 등을 모두 고려해서 받는다. 연봉 1억 이상 받는 사람은 별로 없다. 영상업체 특성상 많이 벌지 못한다.


-업무할 때 힘든 점은.

색이란 게 주관적이다. 그래서 원하는 색을 요청할 때도 “그 색 있잖아요”식으로 말한다. 예를 들어 불그스름하게 해달라고 하면 그에 맞는 정확한 색이 없다. 그동안 작업했던 경험으로 제작사가 만족할 만한 색을 찾아야 한다. 


또 할리우드 영화를 예시로 갖고오면 힘든 경우가 있다. 색보정은 이미 찍은 영상물 안에서 가공을 한다. 그래서 원본의 완성도가 떨어지면 그 한계를 넘을 수 없다. 할리우드 영화는 많은 인력을 동원하기 때문에 원본을 공들여 찍을 수 있다. 한국은 열악한 제작환경에서 시간에 쫓겨 빨리 찍는 경우가 많다. 원본 색보정의 한계를 고려하지 않고 ‘라라랜드’처럼 해달라고 하면 조금 곤란하다. 



박 씨가 작업할 때 사용하는 장비 베이스라이트는 4억원대다. / 본인 제공.


-DI의 직업 경로는 어떤가.

먼저 조수로 3~5년 일해야 한다. 경험이 쌓여야 본격적으로 DI 작업을 할 수 있다. 빨리 정식 DI로 일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있다. 조수 기간을 버티지 못하고 나가는 경우가 많다. 어느정도 경력이 쌓여 작업물에 자기 이름이 나오면 다른 곳에서 제의를 받거나 독립해서 일하기도 한다. 하지만 영화 DI의 경우 회사에 소속된 경우가 많다. 일반적인 의미의 영업을 하지 않는다. 소속 DI가 한 작업을 보고 제작사에서 일을 맡긴다.


-직원 채용시 어떤 점을 중요시하나.

일단 영상을 좋아해야 한다. DI 작업을 정식으로 배울 수 있는 학과나 학원이 없다. 하지만 영상 제작을 많이 한 사람이라면 비슷한 경험이 분명 있다. 그런 경험을 주로 물어보는 편이다. 채용을 하려고 공고를 내면 반 이상이 그냥 지원해보는 사람들이다. 면접을 보면 정말로 이 일을 하고 싶은지 알 수 있다. 이 일이 ‘사’자 들어가는 전문적인 직업은 아니지만 일에 대한 고민 없이 지원하지 않았으면 한다.


글 CCBB 우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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