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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단편소설] 눈 수술 1

운영자 2017.05.19 11:29:10
조회 139 추천 0 댓글 0
나는 수술대 위에 누워있다. 겁이 난다. 정말 지독히도 운이 나쁜 경우에 해당하는 것 같았다. 의사는 백내장 수술은 아무것도 아닌 듯이 말하면서 천명에 한명가량 부작용이 일어난다고 했다. 그런데 그 한명이 바로 나였다. 글씨가 쐐기보양으로 일그러져 보았다. 큰 병원에 갔더니 의사는 내가 보는 앞에서 주사기 바늘을 눈에 박았다. 눈으로 다가오는 바늘을 보면서 고문이라도 받는 듯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다시 부작용이 생겼다. 눈에 들어오는 풍경의 윤곽 일부가 흔들리면서 증발하는 모습이었다. 머릿속이 실타래가 꼬이는 것 같이 복잡한 느낌이 왔다. 수술한 병원에 갔더니 담당의사는 자기 실력으로는 안 되니까 큰 병원에 가서 수술을 받으라고 했다. 수술을 담당하는 의사가 설명했다.

“수정체에는 가는 실들이 발같이 달려있어요. 그게 수정체가 눈동자의 가운데 정확히 있게 하는 기능을 하는 거죠. 그런데 거기에 이상이 생겨서 수정체가 내려앉은 겁니다. 이제 그 실을 눈알 쪽으로 빼내서 눈에 아예 묶어 버릴 겁니다.”

말만 들어도 끔찍했다. 내 눈알을 가지고 바느질을 한다는 소리같이 들렸다. 눈에 바늘이 들어오는 걸 보는 건 고통이었다. 나는 전신마취를 해달라고 사정했다. 의사는 눈동자를 이리저리 움직이게 하면서 꿰매야 하기 때문에 안 된다고 했다. 공포가 더 가슴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마취를 시작합니다.”

의사가 선언하고 눈알에 약물이 폭포처럼 쏟아지는 느낌이었다. 면도날이 스치는 듯 한 통증이 스치면서 깊은 물속에 들어온 듯 시야가 변했다. 각막을 드러낸 것 같았다.

“이 수술은 백내장수술보다 백배쯤 힘든 겁니다.”

의사가 눈알에 뭔가를 붙이는 느낌이었다. 갑자기 세상이 파랗게 변했다. 십년 전 백내장 수술에 이상이 생겨 큰 병원에 갔을 때 다시는 수술을 받기 힘들 것이라는 선고를 받았다. 그런데 힘들 것이라는 수술을 다시 받게 된 것이다. 그동안 의학적 발전의 덕인지도 몰랐다. 

‘그래도 다시 이렇게 수술을 받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나는 하나님께 기도했다. 시력을 잃는 것보다 수술은 다시 볼 수 있는 희망이었다. 하늘에서 눈부실 정도로 밝은 빛이 내려오고 있었다. 현미경 같이 생긴 안과 수술기계에서 나오는 빛 같았다. 속으로 무서운 느낌이 들었다. 하나님께 기도를 드리려고 하는데 잘 되지 않았다. 그 밝은 빛 속에 한 달 전에 돌아가신 어머니가 감색 한복을 입고 나를 내려다보고 있는 것 같았다.

‘엄마 하나님한테 이 수술 잘되게 해 달라고 부탁해 줘요.’

나도 모르게 그런 말이 튀어 나오는 느낌이었다. 전에 수술을 할 때 어머니가 옆에서 꼬박 기도해 주었었다. 수술을 하면서 의사가 말한다.

“그동안 사용하시던 수정체를 그냥 쓸려고 했는데 안되겠습니다. 제가 표준품인 새 걸로 바꾸어 드리겠습니다.”

의사는 자동차 부품을 갈아 끼듯 쉽게 말한다.

“팅, 팅”

가는 명주실이 끊어지는 듯한 소리가 들린다. 눈알을 꿰맨 실이 끊어지는 소리가 미세하게 들려왔다. ‘치지직’하고 뭔가 타는 소리도 들렸다.

“이거 왜 이래 사전에 준비를 잘하라고 했잖아?”

의사가 옆의 레지던트를 질책하는 소리가 들린다. 목소리가 긴장하고 있다. 나는 겁이 덜컥 난다. 이러다가 시력을 잃는 건 아닐까. 의사들이 슬리퍼를 끌고 수술실 위를 오가는 소리가 들렸다. 금속 수술기구들 끼리 부딪치는 메마른 소리가 났다.

“수술이 끝났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보실 수 있으려면 한 달은 기다려야 할 겁니다.”

의사가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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