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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하는 능력

운영자 2017.11.27 10:11:42
조회 165 추천 2 댓글 0
공감하는 능력

  

20년 가까이 끈질기게 괴롭힘을 당한 적이 있다. 한 여인의 이혼소송을 맡았었다. 미모에 일류대를 나온 그녀는 부잣집에 시집을 가면서 야망이 컸던 것 같았다. 그녀는 남편명의로 등기해 둔 빌딩과 부동산들을 자기의 것으로 간주했다. 시부모의 재산을 빼돌려 따로 미국에 저택을 사기도 했다. 그녀의 욕심을 눈치 챈 시부모는 철저한 방어태세로 들어갔다. 그녀는 변호사인 나를 찾아와 수단방법을 가리지 말고 재산을 빼앗아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큰 댓가를 약속했다. 일확천금을 노리는 허황된 그녀의 탐욕을 나는 도와주기 싫었다. 사건을 그만두었다. 그때부터 나는 그녀의 증오의 대상이 됐다. 그녀의 적인 남편 측으로부터 돈을 받고 내가 소송에서 자신에게 불리하게 했다는 망상을 가지고 내게 소송을 걸었다. 그녀는 자기를 불쌍한 여자로 위장하는 능력이 뛰어났다. 모두가 그녀를 믿었다. 워낙 확신을 가지고 주위에 말하니까 사람들은 다 나를 의심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끊임없이 나를 고소하면서 괴롭혔다. 담당 형사가 증오가 전염된 눈빛으로 나를 쏘아 보았다. 검사가 경멸의 눈으로 나를 보면서 모욕했다. 법관들도 마찬가지였다. 조정을 하던 대법관출신 위원은 “법리 설명이든지 뭐든지 하여튼 잘못했으니까 그렇겠지”라면서 나를 힐난했다. 심지어 내가 선임한 변호사까지도 나를 의심하는 것 같았다. 그 어디에도 내 편은 없었다. 선입견을 가진 판사들의 오만이라는 둑을 나는 넘어설 수가 없었다. 나는 소송에서 패소하고 그녀에게 위자료를 지급하라는 판결을 선고받았다. 전문가인 의사들도 비슷한 경우가 많았다. 환자 측이 집요하게 덤빌 때 법원은 의사가 설명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면서 의사 쪽으로 책임을 돌린다. 의사들이 의학교과서를 통째로 들이대고 설명했다고 해도 소용이 없다. 법원이 그렇다면 그렇게 알라는 것이 현실의 힘의 논리였다. 진실이 중요하지 않았다. 모함을 받아 억울하게 당하는 사람들이 참 많다. 불교경전을 보면 부처님도 여자를 겁탈했다는 모함을 받았다. 부처님은 항변을 하지 않고 침묵했다. 예수님도 조직적인 음모와 선동 속에서 십자가에 매달려 처형을 당했다. 그런 고난을 경험하면서 나는 남의 고통에 공감하는 것도 인간이 가져야 할 귀중한 능력이라는 걸 깨달았다. 

  

  

내가 가슴이 아플 때 절실했던 것은 공감해 주는 사람이었다. 긴 말이 필요하지 않았다. ‘당신 그런 사람이 아닌 걸 안다’라는 한마디만 해 준다면 빙산같이 얼어붙었던 마음이 단숨에 녹아버릴 것 같았다. 변호사생활에 대한 뼈저린 깊은 반성을 했다. 곤경에 빠진 사람의 아픔에 진정 공감을 한 적이 있었던가? 절망하는 이웃의 모습을 보면서 눈이 촉촉해 진 게 언제였었나? 마음에 시퍼런 멍이 든 사람 앞에서 공허한 관념만 늘어놓지는 않았는지 의문이었다. 상대방에 대한 공감이 없이 변호를 한다는 건 알맹이가 없는 껍데기일 뿐이다. 공감은 고통을 대신 다 짊어지라는 얘기가 아니다. 마음을 열고 서로 흐르라는 것이다. 고통을 당해 보니까 남의 아픔에 공감해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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