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버킷리스트중의 남미여행

운영자 2018.02.05 09:36:54
조회 270 추천 0 댓글 1
버킷리스트중의 남미여행 

  

남미대륙을 여행했다. 삶의 버킷리스트 중에 올려놓은 것 중의 하나였다.

 인천에서 미국의 달라스까지 거기서 브라질의 사웅파울로까지 거의 30시간을 비행해서 남미대륙에 도착했다. 거기서 다시 십여 차례 국내선과 국제선 비행기로 우루과이, 페루, 칠레, 브라질, 아르헨티나를 돌아다녔다. 구름이 덮인 안데스산맥의 골짜기에 있는 마을들을 보았다. 젊은 시절 의대에 다니던 체게바라가 남미골짜기 여행을 하면서 많은 것을 얻었다고 그의 평전은 말하고 있었다. 무허가의 붉은 흙벽돌집이 끝없이 펼쳐진 수십 만 명의 빈민과 노숙자들 그리고 세계최고의 부자들이 공존하는 탁한 폐수가 흐르는 도시를 구경하기도 했다. 

산티아고부근의 작은 항구에서 배를 타고 여러 개의 작은 항구도시를 돌아다녔다. 밤새 배는 나를 낯선 항구도 데려다 주었다. 새벽이 되면 검은 밤하늘에는 영롱한 별들이 쏟아질 듯이 가득 차 있었다. 밝은 달이 번들거리는 검은 바다위에 길게 빛의 띠를 만들고 있었다. 배는 훈김을 내뿜는 태평양의 큰 파도를 올라타기도 하고 마주치기도 하며 남쪽의 땅 끝으로 미끄러져 내려가고 있었다. 석양이 내려앉듯 새벽이면 달도 그렇게 수평선 저쪽으로 점점 스러져갔다. 순간순간 만나는 사람들도 여행 그 자체였다. 같은 배에서 몇 사람의 동행자를 만났다. 정년퇴직을 한 교사부부가 있었다. 그들의 버킷리스트에 첫 번째로 남미여행을 적었다가 실행하고 있다고 했다. 가장 젊은 이 순간 가장 어려운 코스를 택해야 그들의 꿈인 지구일주여행을 마치고 죽을 수 있을 것 아니냐고 내게 말해 주었다. 평생을 대학병원 수술실에서 수술을 하던 의사선생님도 있었다. 젊은 시절 수술실에서 꼬박 열 두 시간 이상을 서서 수술에 몰두하던 때도 있었다고 했다. 매일 매일을 가느다란 내시경을 요도에 넣어 커다랗게 부풀어 오른 전립선을 정교하게 깍아 호두알만한 본래의 모습으로 바꾸는 게 그의 인생이라고 했다. 신경을 잘못 건드리면 하반신이 마비될 수도 있고 자칫하면 성기능이 없어질 수 있는 세심한 손기술이 수반되는 분야라고 했다. 평생을 몰두한 그 수술로 자신은 명의가 됐는데 이제 세상은 그를 ‘정년퇴직’이라는 이름으로 무대에서 퇴장하라고 한다는 것이다. 어느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수술의 장인이 되었고 건강도 이상이 없는데 제도적 시스템이 그의 인생에 한 획을 긋는걸 그는 받아들일 수 없는 것 같았다. 세상적으로 성공한 사업가도 있었다. 한달동안 수염을 깍지 않아 온통 털북숭이가 된 그는 스스로 돈을 많이 벌었다고 했다. 그런데 어느 날 보니까 통장에 들어있는 돈과 부동산 외에 자기는 아무것도 없더라는 것이었다. 한번 제대로 휴가를 가서 가족과 즐긴 적도 없고 명절에 쉬어본 적도 없었다는 것이다. 평생을 사업 아이템을 그때그때 앞에 놓고 신경이 곤두서는 선택을 강요당하는 인생이었다고 했다. 행운이 다가와 선택하는 것마다 성공을 하고 돈이 들어왔다고 했다. 그러나 어느 날 그게 진정한 성공인지에 대해 강한 회의가 왔고 모든 걸 그냥 놔둔 채 한 달이 넘는 남미여행을 선택해 훌쩍 떠났다는 것이다. 그는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스티브 잡스의 유언처럼 사업이나 운전은 남이 대신해 줄 수 있지만 대신 아파주거나 여행하면서 삶이 무엇이라는 걸 알려줄 사람은 없다는 것을 알았다고 말했다.

 인간의 삶이란 우연히 같은 배의 승객이 되어 잠시 만났다가 각자 다른 포구에서 내리는 그런 이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머니 아버지와도 이 세상에서 잠시 같이 항해하다가 헤어졌다. 세상 배를 타고 육십 오년동안 시간의 바다를 흘러오는 도중 수많은 다정한 사람들을 만나고 헤어졌다. 이제는 모든 걸 내려놓고 시간의 물결 운명의 조류에 따라 그냥 흘러가는 건 어떨까 생각해 본 여행이었다. 

추천 비추천

0

고정닉 0

0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설문 SNS로 싸우면 절대 안 질 것 같은 고집 있는 스타는? 운영자 24/05/06 - -
3344 재판을 흥미성 보도자료로 만듭니다. 운영자 24.05.06 25 1
3343 부자들의 비밀금고 운영자 24.05.06 26 1
3342 죄 값 이상을 강요할 권리가 있나? 운영자 24.05.06 20 0
3341 입을 틀어막히는 분노 운영자 24.05.06 17 0
3340 변호사로 정상이라고 생각합니까 운영자 24.05.06 20 0
3339 도둑 일기 운영자 24.05.06 21 1
3338 숯불 나르는 청년의 외침 운영자 24.05.06 22 1
3337 당신은 꽂히면 바로 내 지르는 사람이야 운영자 24.04.29 56 1
3336 아들의 좋은 친구가 되어 주세요 운영자 24.04.29 42 1
3335 도대체 저의가 뭡니까? 운영자 24.04.29 43 1
3334 기억 사진첩 속 어떤 재판광경 운영자 24.04.29 36 1
3333 내가 체험한 언론의 색깔 운영자 24.04.29 41 1
3332 변호사란 직업의 숨은 고뇌 운영자 24.04.29 43 1
3331 저세상으로 가는 법 운영자 24.04.29 48 1
3330 인권변호사의 첫걸음 운영자 24.04.22 71 1
3329 깨어있는 시민의 의무 운영자 24.04.22 62 1
3328 죄수가 전하는 사회정의 운영자 24.04.22 69 1
3327 이민자의 슬픔 운영자 24.04.22 71 1
3326 강도에게 성질을 냈었다. 운영자 24.04.22 64 1
3325 외국의 감옥 운영자 24.04.22 62 1
3324 벗꽃 잎 같이 진 친구 운영자 24.04.15 96 1
3323 조용한 기적 운영자 24.04.15 96 2
3322 감옥은 좋은 독서실 운영자 24.04.15 78 1
3321 앞이 안 보이는 사람들 운영자 24.04.15 77 1
3320 미녀 탈랜트의 숨겨진 사랑 운영자 24.04.15 92 1
3319 두 건달의 독백 운영자 24.04.15 81 1
3318 명품이 갑옷인가 운영자 24.04.15 71 1
3317 나는 될 것이라는 믿음 운영자 24.04.15 77 1
3316 오랜 꿈 운영자 24.04.08 94 2
3315 그들은 각자 소설이 됐다. 운영자 24.04.08 107 1
3314 나이 값 [1] 운영자 24.04.08 144 1
3313 검은 은혜 [1] 운영자 24.04.08 139 3
3312 실버타운은 반은 천국 반은 지옥 [1] 운영자 24.04.08 148 2
3311 늙어서 만난 친구 운영자 24.04.08 86 1
3310 그들을 이어주는 끈 [1] 운영자 24.04.01 264 2
3309 그가 노숙자가 됐다 [1] 운영자 24.04.01 169 3
3308 밥벌이를 졸업하려고 한다 [1] 운영자 24.04.01 174 2
3307 허망한 부자 [1] 운영자 24.04.01 189 2
3306 죽은 소설가가 말을 걸었다. [1] 운영자 24.04.01 175 2
3305 개인의 신비체험 [2] 운영자 24.04.01 177 2
3304 나는 책장을 정리하고 있다. [1] 운영자 24.04.01 165 2
3303 노인의 집짓기 [1] 운영자 24.04.01 164 1
3302 똑똑한 노인 [1] 운영자 24.03.25 201 2
3301 곱게 늙어간다는 것 [1] 운영자 24.03.25 206 4
3300 두 명의 교주 [1] 운영자 24.03.25 202 1
3299 영혼이 살아있는 착한 노숙자 [1] 운영자 24.03.25 185 1
3298 팥 빵 [1] 운영자 24.03.25 178 0
3297 얼굴 [1] 운영자 24.03.19 209 1
3296 이별의 기술 운영자 24.03.19 149 1
3295 노년에 맞이하는 친구들 운영자 24.03.19 145 1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