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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애 최악의 은인

운영자 2019.02.18 10:07:05
조회 200 추천 2 댓글 0
내 생애에서 최악의 사람이 있었다. 그녀는 아내의 고교동창이었다. 남편과의 불화로 나의 작은 법률사무소를 찾아왔다. 그녀는 증오 그 자체였다. 남편과 시집의 파멸을 요구했다. 어느 순간 증오의 불이 내게 옮겨 붙었다. 그녀는 내가 돈을 받고 적과 한 패가 되었다고 의심했다. 그녀의 의심은 바로 확신으로 변했다. 스스로 거짓말을 해놓고는 자신의 허위마저도 믿어버리는 사람이었다. 그녀는 나를 지옥의 낭떠러지로 밀기 시작했다. 수사기관에 끌려갔다. 그녀가 워낙 확신을 가지고 말하니까 형사나 검사는 마치 징그러운 벌레라도 보는듯한 눈길을 내게 보냈다. 학력이 높은 그녀는 거짓말도 논리적이었다. 판사들은 변호사인 내가 은밀히 잘못을 숨기고 있겠지 하는 의심했다. 마지막에는 아내조차도 내가 소홀한 점이 있지 않나 걱정하는 눈길이었다. 불행은 세 박자로 오기 마련이다. 진실을 답변서로 열심히 써 냈다. 그 길마저 막혔다. 담당 대법관의 명단을 보면서 운이 나쁘면 이럴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이 일반 판사로 근무할 때 그들의 오만을 지적하며 심하게 싸운 사람들이었다. 심지어 나는 ‘나쁜 판사’라는 제목으로 일간지에 컬럼을 기고도 했었다. 그들 중에는 법논리로 는 누구한테도 지지 않는다는 자만심을 가진 대법관도 있었다.

내가 쓴 진실을 그는 인정받는 허위로 만들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 법조생활을 오랫동안 해 보면 사실 뒤끝 있는 사람들이 바로 판사였다. 그들은 나를 파멸시키라는 명령을 하급법원에 내렸다. 지상명령이었다. 어찌 할 수 없어 마지막에는 평소에 존경했던 법조선배를 변호사로 선임했다. 인품이 훌륭하다고 생각한 분이었다. 그 만은 나의 고통에 공감을 하면서 “이 사람은 절대 그렇지 않아요”라는 한마디를 해 줄 것 같았다. 절벽을 앞에 둔 현실에서 더 이상 바라지 않았다. 그러나 그의 인품이 이미 상품으로 변한 것을 알아차리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았다. 늪에 빠져 더 이상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심지어 개도 다가가는 사람이 좋은 사람인지 나쁜 사람인지 본능적으로 구별을 한다. 반성을 해 보았다. 그녀에게 악의를 품은 적이 없었다. 아내의 친구였다. 조금이라도 더 도움을 주고 싶은 마음이었다. 그런데 내가 왜 이십년이라는 오랜 기간을 이렇게 당해야 하나 원망스러웠다. 나의 사무실에 빨간 딱지가 붙기도 했다. 나는 마침내 무릎을 꿇었다. 두 팔 벌리고 정면으로 환난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죽으면 죽으리라’하고 기도했다. 가난해 지기로 했다. 원래 가난한 부모한테서 태어났다. 그게 나의 본전이라는 생각이었다. 바둥거리지 않고 불행의 늪속으로 머리를 쳐 박았다. 어느 순간 누군가의 손길이 내 몸을 늪 위로 떠올려 주는 것 같았다. 파멸시키라는 취지가 담긴 대법원의 명령을 받은 하급심 법관이 나를 동정한 것 같았다. 충분히 감내할 만한 가벼운 매질 같은 선고를 했다. 환란이 지나갔다. 지금 생각하면 내 생애에서 만난 최악의 그녀와 판검사들 그리고 형사들이 나를 가장 높이 하나님에게로 끌어올려준 은인들이었다. 또 내가 흘린 가장 뜨거운 억울한 눈물이 하늘의 빛을 모아서 내 영혼에 비치게 하는 렌즈의 역할을 해 주었다. 그녀가 나를 증오하지 않았다면 이 세상이 나의 낙원이 되어버려 무덤 저 쪽에 있는 나라를 바라보지 못했을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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