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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플) 왕과 사내

명워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9.09.04 20:5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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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밤이었다. 검은 하늘에는 활시위처럼 길게 늘여진 달이 떠있고 하늘 아래에는 꼿꼿한 황실 처마가 고개를 처들고 있었다. 그러나 하늘 아래 가장 커다란 대들보 아래에서 왕은 쉬이 잠들지 못하고 난간을 서성이고 있었다. 왕은 잠마저 내쫓는 기시감이 잔뜩 낀 불편함에 야장의 차림으로 싸늘한 바람을 맞았다. 여느때라면 시간이 흐르는 것이 아까워서 소년기엔 꿈도 꿔보지 못했을 고가의 책들을 읽어보려 하였겠으나, 오늘은 그마저도 모래처럼 깔깔하게 만드는 불편함이 있었다. 왕은 마침내 농익은 시간에 어울리지 않는 객을 불렀다.



"내성에 죽방 대사가 남아 있으면 데려오라."



왕은 창가에 마련된 둥그런 탁자에 당나라에서 들여온 값비싼 장기판을 올려놓았다. 옥으로 깎은 반질한 장기알을 손수 하나 하나 제 자리에 놓았다. 오늘 같은 날은 귀가 아플 정도로 입을 놀리는 죽방이라도 없으면 안될 것 같았다. 왕은 객을 부르는 김에 주안을 마련했다. 잠이 안오는 밤이면 이따금씩 술을 찾는 웃전의 성정을 잘 아는지라, 내관은 명령이 떨어지자마자 가까운 곳에 마련해뒀던 술병을 올렸다. 객이 오는 것을 참지 못하고 먼저 술을 머금었다. 그때, 어울리지 않게 이른 문소리가 들렸다. 내성까지 다녀오기엔 지나치게 이르다.



'설마...'



왕은 자신도 모르게 눈쌀을 찌푸렸다. 왜 불길한 예감은 빗나가는 법이 없는지 모르겠다. 왕은 눈 앞에 나타난 검은 사내를 발견했다. 왕의 가슴 한쪽에 웅크리고 있던 불편함이 잔뜩 가시를 내세웠다.



"너를 부르지 않았다."

"죽방은 이미 한참 전에 퇴궐하였습니다."



사내는 공손히 고개를 숙였다. 사내의 상투에 꽂힌 검은 동곳을 내려다보며 왕은 어린아이같은 호승심이 일었다.



'너가 아무리 잘나고 권력을 가졌어도 이 나라의 왕은 나란 말이다.'



왕은 고개를 살짝 들었다.



"그 정도 대답을 하기 위해 사량부령이 입시하였다니, 우스운 일이다."

"폐하께서 장기 맞수를 찾아 내관을 보내셨다 들었습니다."

"해서, 그대가 맞수를 자처할 생각인가."

"신에게 그런 광영을 내리신다면 기꺼이요."



사내는 고개를 더 깊이 숙였다. 왕은 짧게 고민했다. 눈 앞의 사내는 왕을 하루종일 불편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사내가 먼저 맞상대를 요구하는데 그것을 거절한다면 왠지모를 열패감에 흔들릴 것 같았다. 왕은 짜증이 났다.



'오늘 같은 날은 네가 알아서 날 좀 피해가란 말이다.'



그러나 왕이 그렇듯이, 사내도 지고 사는 성미는 아니었다. 오히려 때리면 맞을 수록 대거리할 기질이 있는 자였다. 왕은 하는 수 없이 맞은 편에 술잔을 놓고 술을 따랐다. 허락의 의미였다. 사내는 공손히 걸어와 고개를 숙이고 의자에 앉았다. 초(楚)를 잡은 사내가 먼저 말을 움직였다.



성정이 급한 왕과 사내의 대결은 휘몰아치듯 급박하게 흘러갔다. 지붕 아래 소복이 내려앉은 공기도 대결의 양상처럼 팽팽하게 당겨졌다. 조금이라도 날카로운 칼이 스치면면 활시위가 끊어지듯 튕겨나갈 것 같았다. 왕과 사내는 말이 없었다. 대신 서로의 말을 먹고 먹히며 그들 사이에 있었던 불편한 감정을 토로했다.



"끝내 네 뜻대로 되었구나."



결국 입을 먼저 뗀 것은 왕이었다. 뜻대로 된 것은 사내였고, 그에게 화난 것은 왕이기 때문일 것이다.



"제 뜻이라니요."



능청스레 묻는 사내를 보며 왕은 코웃음을 치며 비웃었다.



"국혼을 언급한 도곡공을 우산국의 태수로 보낸 것 말이다."

"부정을 저지른 자입니다. 죄인이 변방에 좌천 된 것이 당연한 것이 아니겠습니까?"



열흘 전, 도곡이 왕의 국혼을 주청드렸다. 그가 주청드린 것이 단지 그뿐이라면, 사내는 움직이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도곡은 눈치가 없는 것인지, 용감한 것인지, 신국의 영웅이라 떠받들어지는 상장군과의 국혼을 주청드렸다. 그 날 이후, 집무실에는 도곡의 부정을 밝히는 상소가 끊이지 않았다. 언급된 도곡의 부정이 하필 지금에서야 훤히 드러난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왕은 상소를 무시할 수 없었다. 왕은 누가 뭐래도 성군이 되고 싶었고 언론을 무시하는 짓은 성군의 몫이 아니었다. 결국 오늘 왕은 도곡을 우산국의 태수로 좌천시키는 것에서 일을 마무리했다. 주머니 속에 송곳같이 뛰어난 자는 아니었으나, 적당히 충성스럽고, 적당히 유능하여 곁에 두었던 신하였다.



"그 많은 상소의 뒤에 누가 있는지, 내 모를 줄 아느냐."

"신이 어찌 그런 불충을 저지르겠사옵니까."



사내의 능청스런 대답에 왕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 마침, 사내의 포(包)가 왕의 상(象)을 잡았다.



"장군이옵니다."



사내가 뻔뻔하게 말하자 왕은 아랫입술을 깨물고 술을 머금어 삼켰다. 왕은 졸(卒)로 사내의 길을 막았다.



"그는 건드리지 마라."



길이 막힌 사내는 다른 말을 움직여 왕을 압박했다.



"변방에 태수따위를 어찌 건드리겠습니까?"



왕은 사내의 공격에 맞받아쳐 사내의 진영을 압박했다.



"유신과의 국혼을 언급한 자들이 어찌 죽었는지 언급해주랴?"

"글쎄요."



사내는 흔들리지 않는 눈빛으로 왕의 말을 또 하나 잡았다. 장군이었다. 왕은 결국 화를 참지 못했다. 벌써 여러번이었다. 상장군과의 국혼을 거론했다 지방으로 좌천되고, 또 그곳에서 영문 모를 죽음을 맞이한 신하가 생겨난 것이 말이다. 그 일의 배후에 사내가 있다는 확실한 증좌가 없었기에, 그동안은 우회적인 주의를 주는 것에서 끝났으나 사내의 방자함은 도저히 끝날줄 몰랐다. 사내가 왕에게 남다른 존재만 아니었다면, 어떤 수를 써서라도 사내를 멀리했을 것이다.



사내가 왕이 등극하는데 두터운 공을 쌓지만 않았더라면, 사내가 사량부령으로서 뛰어난 능력을 보이지 않았더라면, 사내가 귀족세력을 효과적으로 휘어잡지만 않았더라면,



아니, 왕이 그가 없는 세상을 상상할 수만 있었더라면,



왕은 어떤 수를 써서라도 그리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지 못한 왕은 끝내 그를 내치지 못했다. 대신 치밀어 오른 화를 이기지 못하고 벌떡 일어나 자신도 모르게 옆에 놓인 술잔을 아무렇게나 집어 던졌다.



"너는 대체 언제까지 그 유치한 감정놀이로 내 신하들을 잡아 죽일 생각이냐!"



감정의 기복을 이기지 못한 몸뚱아리는 흔들려 장기판을 건드렸다. 장기판에 말들이 우수수 땅바닥에 떨어졌다. 방안에서 큰 소리가 나자 바깥에서 시립한 내관들이 놀라 들어왔다. 그러나 놀란 사람은 그들 뿐이 아니었다. 왕은 술잔을 내던지면서 그것의 방향을 신경쓰지 못했다.




사내의 이마에 검붉은 피가 흘러내렸다. 숯처럼 검은 눈썹을 산을 타고 내려오는 핏줄기 옆으로 사내의 눈동자는 미동도 없었다. 사내는 손을 들어 내관들을 내쫓았다. 술을 마신 왕의 실수를 보이는 것은 왕의 위엄에 조금도 도움되지 않았다. 그를 내려다보는 왕은 심장이 요동쳤다. 왕의 마음은 불편함따위 한가로운 감정에서 벗어나 미안함과 분노 그 사이 어드메에 걸쳐져있었다. 사내는 자리에서 일어나 천천히 걸어왔다. 그가 한걸음 발을 내딛을 때마다, 왕은 자신도 모르게 잔걸음으로 뒷걸음질쳤다. 덕분에 왕은 뒤에 놓인 의자에 털썩 앉았다.



사내는 왕의 앞에 꿇어앉았다. 그리고 잠깐 시선을 돌려 수건을 찾다가 마땅한 것을 찾지 못하자, 고개를 꺾어 왕의 팔뚝에 타고 흐르는 술을 머금었다. 검붉은 피가 흐르는 검은 얼굴의 사내가, 명주처럼 하이얀 왕의 팔뚝에 흐르는 투명한 술 방울을 머금어 올라갔다. 사내의 무엄하고 도발적인 행동에 왕의 머리 속에는 어떤 글자도 섞이지 못했다. 얼추 술을 핥은 사내가 왕의 팔뚝에서 입술을 뗐다.



"신에게는 다른 원이 없사옵니다."



달빛이 없어 유난하게 밝힌 초들이 사내의 눈동자 안에서 여럿이 빛났다.



"신이 바라는 것은 오로지 폐하의 마음뿐입니다."



왕의 불편함이 가라앉았다. 분노와 미안함도 가라앉았다. 대신 떠오른 것은 애잔함이었다.



"...허면 묻겠다."



그 애잔함의 대상이 눈 앞에 있는 어린 아이같은 사내인지, 왕 자신인지는 알 수 없었다.



"너는 역사에 이름 한자 남기지 않을 수 있겠느냐."



순간, 사내의 눈동자가 처음으로 흔들렸다. 왕은 쓰게 웃었다.



"권력에 기대지 않고, 부와 명예따위에 기대지 않고, 오롯이 내 마음만을 믿어 왕의 국서란 이름도, 정부란 이름도 없이 한낱 궁인처럼 내 마음만 받아먹으며 살 수 있겠냔 말이다."



왕은 사내가 잡은 손을 털어냈다.



"그럴 수 없겠지."



왕은 차갑게 말했다.



"내가 왕으로서 권력과 위엄을 포기할 수 없듯, 너 또한 네가 받은 유산을 지키려 할 테다. 그 목적이 상대등의 자리인지, 내 마음따위인지는 관심 없어. 결국엔 너 또한 수많은 권신 중 하나로 기록될 테니까."



'나는 포기하였어. 내가 역사 속에 왕으로 남게 된 그 순간부터, 나는 권력이 없는 사랑을 가질 수도, 줄 수도 없는거야.'



왕은 일어섰다. 술기운에 몸이 비틀거렸다. 그 순간을 사내는 놓치지 않고 그를 부축하려 다가왔지만, 왕은 손짓으로 물리쳤다.



"너를 책망하는 것이 아니다. 너희 어머니가 늘 그리 말했거든. 사람이란 다 그런 것이라고."



왕은 비틀거리며 돌아섰다. 왕을 잠못들게하던 불편함도 깨지고, 술로 인한 몽롱한 슬픔만이 남았다. 왕은 이 상태로 침대에 쓰러지면, 현실로부터 도망치고 싶은 욕망이 그의 예민을 이길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왕이 떠난 자리에 사내는 홀로남아 멍하니 서있었다. 사내의 이마에서 시작된 핏줄기가 눈가를 지나 턱밑에 흘렀다.



눈물처럼 뺨을 가로지른 핏방울이 바닥에 뚝뚝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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