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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위기의 아렌델 #10

아렌델 파수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4.05.28 22:3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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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괜찮아요?"
풀이 죽은 필립에게 안나가 조심스레 말을 붙여 본다. 뭐, 언니의 반응이야 예상했던대로지만, 이 왕자는 생각보다 큰 기대를 하고 있던 모양이다. 기대가 큰 만큼 실망도 큰 법이니... 필립은 안나의 말에도 한참을 반응을 하지 않고 멍하게 있다가 갑자기 화들짝 놀라는듯이 말했다.
"아, 아뇨. 아- 아니 제 말은, 괜찮아요. 제가.. 그렇죠, 뭐."
필립이 한숨을 길게 뽑더니 말을 잇는다.
"본국에서 기대가 많을텐데... 오기 싫은 여정을 떠밀려 오긴 했지만, 일이 막상 이렇게 되니 좀 그렇네요."

"아직 끝난 게 아니잖아요?"
"네?"
안나가 말한다.
"이제 겨우 한 번 실패한거에요."
"...."
"저는 13년간 계속 언니에게 거절만 당해 왔어요. 언니는 그런 사람이에요. 하지만 한 번 마음을 열면 정말 따뜻해지죠. 지금 저와 언니는 서로에게 누구보다 의지하고 있거든요."
허심탄회하게 속을 털어놓는 안나. 필립은 그간 풀이 죽어있던 자신이 민망해진다.

"그건 그렇고, 아까 다시 봤는데 여왕님 정말 미인이시네요."
"어? 그런건 또 언제 눈여겨 보셨담? 뭐, 우리 언니가 좀 그렇긴 하죠."
"위즐턴 왕궁에서 일하는 궁녀들도 정말 예쁘긴 하지만, 여왕님같은 분은 처음 뵙네요... 위...즐턴?"
갑자기 얼굴이 굳는 필립.
"위즐턴! 그러고 보니 내가 타고 온 배는 어디 있는거지??"
"배라니요?"
"까맣게 잊고 있었어요, 다들 나를 찾을텐데!"





 
 
 
 
 

*
거지꼴이 되어 아렌델 왕궁 문 앞에 선 위즐턴 선장과 항해사. 참담한 몰골로 수도 외성을 통과해 자신들에게 부담스러운 시선을 집중하는 주민들이 사는 마을들을 지나서, 필립을 찾아서 실낱같은 희망을 쫓아 궁성 앞까지 당도한 그들이었으나, 막상 궁 앞에 도착하자 문을 두드릴 용기가 나지 않았다.
"선장님, 이런 일은 높은 사람이 솔선수범하는 거라고 들었습니다만."
"크흠, 내가 이렇게 자질구레한 일까지 일일히 알아서 해야겠나?"
육중한 성문 앞에 선 두 사람의 머릿속에는 정말 온갖 상념들이 넘쳐 흐르고 있었다. 폭풍우를 돌파하느라 깨끗한 복식은 소금물에 절어 흉해졌고, 정신 없이 필립 왕자를 찾느라 번쩍이던 의관은 누더기가 되었다. 누가 자신들을 왕자를 모시던 범선의 선장과 항해사라고 생각하겠는가? 그러고 보니 급하게 오느라 신분을 증명할 만한 그 어떤 것도 배에서 챙겨 오질 못했다.

"거 누구요? 잡상인은 출입 금지요!"
성곽 위에서 두 남자를 발견한 말단 병사의 외침.
"우, 우리는 그런 사람이 아닙니다. 혹시 필립 왕자님이 이곳에 계십니까?"
"필립? 왕자? 아쉽지만 아렌델에는 왕자가 없는데요? 무지 아름다운 여왕님과 동생 되시는 공주님만 계시는데."
젠장 이걸 어떡하면 좋지. 선장은 생각했다. 행여나 왕자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겼으면... 아니 왕자는 아마 높은 확률로 물에 빠져서 익사했을 것이다... 이게 대체 무슨 재수 없는 생각이람. 여기서 물러서면 뒤는 없다. 선장은 목청을 높여 외쳤다.
"들여보내주시오! 자세한 이야기는 안에서 전하겠소!"

주변에는 어느 새 이 황당한 해프닝을 구경하러 밀집한 아렌델 주민이 이 거지 둘을 둘러싼 채 낄낄거리고 있었다. 항해사는 온몸이 부들부들 떨렸지만 참아야 했다. 군중 속에서는 더러 동전 몇 푼이 날아들어 바닥을 데구루루 구르고 있었다.

성곽 안쪽에서 실랑이 소리가 들린다. 선장은 귀를 바짝 붙이고 엿듣는다. '성문을 열고 말고는 여왕님께서 정하십니다. 오늘은 성이 열리는 날이 아닙니다.', '제발 한 번만 어떻게 안 되나요? 공주님께 허락을 받은 건데도요?', '고, 공주님이요? 공주님 명이라면야....'

"이, 이 목소리는....!"
성문에 머리를 쳐박고 있던 선장은 만세를 부르며 영문도 모르고 멀뚱멀뚱 서 있는 항해사를 부여잡고 소리를 지른다.
"으하하! 왕자님이 살아 계신다! 우린 이제 살았어!"
"뭐라고요? 그 거짓말 진짜요? 정말이죠?"
난리 부르스를 떨던 상거지 둘이서 성문 앞에서 조울증 연기를 하는 모습이 꽤나 볼만했던지, 아렌델 시민들은 배를 잡고 웃는다. 하지만 시민들을 더욱 즐겁게 할 일은 그 뒤에 벌어졌다.

"공주님이셔!"
성문이 열리고 드러난 안나. 시민들은 모처럼 모습을 드러낸 공주의 모습에 환호성을 지른다.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아렌델 공식 얼음 배달 판매 책임자 크리스토프는 대낮에 아렌델 거리를 활보할 때 조심해야만 했다. 공주와 사귄다는 사실이 만천하에 공개되자 그는 삽시간에 뭇 아렌델 남성들의 역적이 되어 버리고 말았으니. 여튼 여왕 못지않은 인기를 구가하던 안나의 등장에 성문 앞의 시민들은 달아올랐다.

하지만 아렌델 시민들 못지않게 행복에 겨운 사내들이 있었으니...
"그대들!"
"왕자님!"
안나와 함께 모습을 드러낸 필립의 모습을 두 눈으로 확인한 선장과 항해사는 그야말로 지옥 문턱에서 구세주를 만난 심정이었다. 하룻밤만의 재회였지만 마치 서로 몇 년은 떨어져 살았던 것처럼 세 남자는 포옹했다.

눈물겨운 만남을 흐뭇하게 바라보던 안나의 뒤로, 정오의 해는 떠오르고 있었다.




 

 








*
"5번째 왕자라고... 멍청하게 5번방에 가두었나본데...."
성인 남성의 몸통 하나만 간신히 통과하게 생긴 좁디좁은 땅굴, 서던 제도의 5번째 왕자 프레드릭은 어디로 통하는지도 알 수 없는 이 땅굴을 타고 천천히 바깥으로 기어가고 있었다.

이전에 5번방을 탈옥한 죄수가 탈옥에 성공한 시기는 9월경이라고 했다. 프레드릭이 탈출구를 찾아 감방 안을 이 잡듯 쑤셨지만 아무것도 찾아내지 못해 절망하고 있을 때였다. 해가 서던제도 서쪽에 있는 산등성이로 질때쯤, 창살로 가로막힌 창으로 통과한 빛줄기가 천정에 거의 닿는 벽면을 비추고 있었다. 벽면에 진 그림자와 굴곡이 뭔가 어색해 혹시나 해서 확인해보니, 아니나다를까 벽의 재질이 달랐다.

"한스 이놈, 마지막에 웃는 자가 누구인지 한번 보자고..."
교묘한 트릭을 통해 자신이 빠져나간 구멍조차 감춘 탈옥수의 계교는 감탄스러웠지만 프레드릭의 안중에 그런 건 없었다. 단지 탈출한 이후 한스놈한테 수모를 갚아줄 생각뿐.
"후, 그나저나 그때 수사관 놈들, 빠져도 한참 빠졌었군.... 며칠 동안씩이나 독방을 쑤셨는데도 이런 거 하나 못 찾아내고 말야."

저 멀리서 희미한 빛이 보인다.

 

 

 

 

 

 

 

 

 

 

 

*

뜬금없이 나타난 위즐턴 선원과 사절단 일동에게, 의외로 엘사는 우호적이었다. 우려와는 달리 그들에게 귀빈 대접도 해 주었으며 한참동안 묵을 곳도 마련해 주는 등 여러모로 신경을 써 줬다. 하지만 끝내 양국의 외교에 관해서는 어떤 입장도 표명하지 않았다.

 

안나는 언니를 이해할 수 있었다. 엘사가 2년 전 대관식날 사람들 앞에서 마법이 드러났을 때 도망친 것은 단순히 자신의 마법이 드러나서만은 아니었다. 위즐턴의 공작이 그녀에게 했던 말, '괴물'. 저 말이 엘사를 북쪽 산으로 도망쳐 얼음 궁전을 짓게 한 것이었다... 라고 엘사는 회고한다. 어린 날의 트라우마를 거의 떨쳐내고 이제는 이따금 궁의 성문도 열어 시민들 앞에서 아이스 쇼도 펼치곤 하는 엘사였지만 뼛속까지 차갑게 서린 증오는 가시지 않았다. 트라우마가 어떤 것인지 안나도 모르지 않았다. 엘사의 얼음성을 찾았을 때, 노크조차 하지 못해 한참을 머뭇거렸던 자신이었기에. 엘사가 요즘 특히 저 당시의 악몽을 자주 꾼다고 했기 때문에 안나는 자연히 엘사의 옆에 더 있어주게 되었고 그러면서 크리스토프와 보내는 시간이 줄어들었고 그래서 얼마 전의 오해로 빚어진 촌극이 있었던 것이다.

 

 "안나, 저 왕자라는 사람 말이에요. 여왕님 앞에서 꼼짝도 못하는 거 티나지 않나요?"

귀빈방으로 얼음을 등짐 지고 나르는 크리스토프가 안나에게 말했다.

 "뭐, 그야 언니가 좀 무섭긴 하니깐요. 한번은 언니한테 죽을 뻔도 했고."

크리스토프가 손을 저으며 말한다.

 "아뇨아뇨, 그런 게 아니라- 뭐라고 해야 할까... 되게 수줍어한다고 해야 할까요?"

안나는 깜짝 놀란다. 하긴, 얼마 전에 필립이 거의 넋이 나간 표정으로 엘사만큼 아름다운 여성은 일찍이 본 적이 없다는 얘기를 한 적이 있었지. 곧이어 안나는 피식 하고 웃는다. 언니는 혼인 적령기가 와서 국내에 결혼을 생각해야 한다는 여론이 꽤 있음에도 불구하고 남자에게는 눈길도 안 주고 국정에만 몰두하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크, 큰일났소... 여왕님은, 여왕님은 어디 계시죠?"

갑자기 복도 끝자락에서 완전히 탈진한 아렌델 병사 하나가 숨을 헐떡이며 달려왔다. 엘사의 집무실로 달려가는 듯했던 그는 안나를 보더니 무릎을 꿇고 말했다.

 "무슨 일이에요? 세상에, 상처가... 크리스토프? 의원을 불러 주시겠어요?"

 "고, 공주님 정말 죽을 죄를... 해안포 기지가 무너졌습니다. 저 혼자만 살아남았습니다. 놈들이 곧 이쪽으로 올 겁니다."

 "잠깐, 천천히. 천천히 설명해봐요. 해안포 기지가 무너지다뇨? 놈들은 누구라는거죠?"

 

 "무슨 일이니, 안나? 왜 이렇게 소란스럽지?"

반대편 복도에서 나타난 엘사. 병사는 거의 울상이 되어 말한다.

 "저는 피오르 끝자락에 있는 최전방 해안포 진지에서 근무하는 초병입니다. 그런데 갑자기.. 해상에서 기지쪽으로 별안간 엄청난 포격이 시작되었습니다."

피오르(북유럽의 빙하 협곡) 골짜기 안쪽에 있는 아렌델의 전방 해안 방어는 양 옆으로 튀어나온 곶의 해안포가 담당한다. 병사는 말을 이었다.

 "저희도 즉시 대응 사격을 펼쳤지만, 놈들의 위치는 우리 포로는 따라갈 수 없는 곳이었습니다. 속수무책으로 일방적으로 맞기만 하다가.. 모두 죽고 저만 살아남았습니다..."

 

엘사의 표정이 굳는다. 엘사가 서 있는 곳을 중심으로, 복도에 얇게 서리가 뒤덮이기 시작한다.

 "도대체 누가 아렌델에 그런 짓을 했단 말이냐."

 "제 두 눈으로 똑똑히 봤습니다. 그건 웨스터가드 왕가의 문장이었습니다. 놈들은 서던 제도에서 왔습니다."

 "서던 제도? 그들이 절대로 그럴 리가 없다. 잘못 본게 아니냐?"

 "저도 영문을 모르겠습니다...다만 서던 제도행 사절단이 아직도 아렌델로 도착하고 있지 못하고 있는 것을 보면.. 분명히 뭔가가 있는 것 같습니다."

 

 

 

 

 

 

 

 

 

 

 

 

 

 

*

보고를 받은 자매는 둘 다 그 자리에 얼어붙는다. 정적을 깨는 것은 엘사의 지시.

 "안나? 너는 시민들에게 피난을 준비시켜."

 "아, 알겠어.. 그런데 언니는?"

엘사가 비장하게 말했다.

 "난 여기를 지켜야지."

 "뭐? 말도 안 돼! 언니 혼자서 여기를 어쩌겠다는 건데?"

 

 "검은 숲으로 사람들을 대피시켜. 이제부터 나는 다시 겨울을 불러 올거야."

 "언니!"

 "검은 숲에는 화산도 있고, 트롤들의 마법도 있어 그리 춥지 않을거야. 안나, 내 말 들어."

 "하지만.."

크리스토프가 달려와 다친 병사를 의원이 있는 곳까지 부축해 간다. 갑자기 불어 온 한기에 놀란 위즐턴 사절단 일행이 무슨 일인가 싶어 복도로 문을 열고 나오자, 복도는 온통 얼음으로 뒤덮여 있었다.

 "이, 이게 무슨..."

 

 "빨리 와야 돼?"

 "걱정 마 안나."

안나는 몇 차례 망설이듯 뒤를 돌아보더니 마을 쪽으로 힘껏 뛰어간다. 정확한 영문은 모르지만, 달려가는 안나를 따라 크리스토프도 뛰어간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을 알겠군."

위즐턴 선장이 항해사 및 선원 일동과 왕자를 보고 얘기했다. 왕자를 제외한 전원이 알아들었다는 듯 비장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한 차례 끄덕인다. 선원들도 장비를 챙겨 왕궁 밖으로 뛰쳐나가 안나와 크리스토프를 도와 시민들을 인솔하러 가는 발걸음을 옮겼다.

 

발이 느려 뒤처지는 필립, 숨이 차올라서 잠시 멈춰 숨을 고르며 뒤를 돌아보니 홀로 궁성 발코니로 올라가는 엘사의 뒷모습이 보인다.

 

 

 

 

 

 

 

 

 

 

 

 

 

 

*

엘사는 한 차례 심호흡을 한다. 그녀의 목표는 아렌델 앞 바다를 완벽히 얼려 해상 진입을 봉쇄하는 것. 놈들의 침입을 완전히 막을 순 없겠지만 시민들이 도망갈 시간은 벌어줄 것이다. 두 차례 보낸 사절단이 실종되거나 죽은 것만으로도 전체 인구수에 큰 타격을 입을 정도의 소규모 국가인 아렌델에 병사들은 그저 치안을 유지할 정도로만 있었기 때문에 정면 대결도 무의미할 터이다.

 

발코니로 오르는 엘사. 시커먼 바다는 불길한 징조의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었다. 엘사는 호흡을 가다듬는다. 이번에는 조금 힘을 써야겠군. 그러더니 하늘로 팔을 뻗은 후 손끝에 바람을 모은다. 주변의 온도가 내려가기 시작하며 일대가 얼어붙는다.

 

 "흡!"

짧은 기합을 내지르며, 엘사는 손끝에 모은 에너지를 방출한다. 그러자 마치 2년 전에 그러했듯, 순식간에 눈앞에 펼쳐진 거대한 피오르 협곡이 얼어붙었다. 바다가 얼어붙자 뒤편에서 웅웅 하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더니 이내 세찬 강풍이 몰아쳤다. 엘사가 한 차례 다시 마법을 펼치자 허공에 눈발이 날리기 시작했다. 아니나다를까, 수평선 너머에서 거대한 선단의 뱃머리의 모습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뱃머리는 수평선 끝에 걸리더니 더 움직이지 않는다. 아마 바다를 뒤덮은 얼음 때문에 배가 더 이상 움직일 수 없었던 것이리라. 엘사의 마법의 힘이 그 곳까지는 닿은 모양이었다. 이윽고, 피오르 협곡 양쪽에 메아리치는 우렁찬 포성이 울리더니, 엄청난 갯수의 철포들이 하늘에서 날아든다.

 

 "!!"

급하게 공중에 얼음 장막을 펴는 엘사. 자신의 주변으로 날아온 포탄들은 그럭저럭 막아냈지만, 얼음벽의 보호 아래 있지 않았던 궁성과 성곽은 처참하게 박살나고 있었다. 해안포 수비대 병사가 했던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아렌델, 아니 전 세계에 이 정도 성능과 사거리를 자랑하는 대포는 존재하지조차 않았기 때문이다. 엘사는 침을 꿀꺽 삼킨다.

 

한 차례 다시 포성이 울린다. 아까보다 더 많은 포탄이 하늘을 뒤덮더니 또다시 왕궁과 해안 거주지를 강타한다. 속수무책이었다. 제아무리 엘사의 마법이 강력하다고 한들, 지금은 자신을 향해 날아드는 포탄조차 방어하기 버거운 상황이었다. 부숴진 얼음벽이 미처 복구되기도 전에, 세 번째 발포를 통해 발사된 포탄들이 엘사가 있는 쪽으로 날아들었다.

 

그 중에 한 발은 아주 정확히, 엘사가 서 있는 곳을 향하고 있었다.

 

2년 전 얼음성에서 자신의 정수리쪽으로 샹들리에가 떨어지던 순간이 데자뷰처럼 스쳐 지나갔다. 이젠 끝인가보다. 하는 생각이 드는 순간, 엘사는 누군가 옆에서 자신의 목과 허리를 휘감는 것을 느꼈다.

 "위험해요!"

 "꺄악!"

갑작스레 엘사에게 달려와 그녀를 안은 채 높이 뛴 필립. 몇 미터를 허공에 날아오른 그들은 곧 거친 발코니 바닥에 슬라이딩되었고, 엘사 쪽으로 날아든 포탄은 불과 1초 전까지만 해도 엘사가 디디고 있던 땅바닥을 1m 가까이 파묻고 들어가 있었다.

 "필립? 대체 언제부터...으윽"

 

 "죄, 죄송합니다 여왕님. 워낙 급박해서 그만.."

필립이 최대한 자신의 왼쪽 어깨로 바닥에 쓸릴 때 들어오는 충격을 흡수하려고 애썼지만, 같이 슬라이딩한 엘사 역시 한쪽 팔을 감싼 옷감이 거의 찢어지고 피가 배어 나오고 있었다. 필립 역시 쓰린 상처를 얻었지만 지금은 그런 거에 신경을 쓸 겨를이 없었다.

 

 "포격이 멈췄습니다... 놈들이 다른 짓을 하기 전에 이 곳을 벗어나야 합니다."

 

 

 

https://gall.dcinside.com/frozen/1589409 1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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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89176 코성탈출 ㅅㅂ 좆도 내용도 없는 프롤로그 ㅈㄴ 오래보여줌 ㅋㅋ Frozen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2 44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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