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진!!"
유진은 눈을 반짝이며 달려오는 라푼젤의 모습을 보고 알 수 없는 불안감을 느꼈다.
'이번엔 또 뭘..' 가볍게 한숨을 내쉬며 유진은 애써 미소를 지으며 라푼젤을 반겼다.
"우리 망아지 공주님. 또 무슨 일이야?"
"유진! 사우나라고 들어봤어?"
"사우나?"
"그래, 사우나! 안나 공주한테 들었는데 아렌델에는 사우나라고 음..일종의 그러니까 찜통같은 방에 들어가서 땀을 빼는 문화가 있데!"
"어..찜통..?"
"응! 거기들어가서 땀을 쫙 빼면 몸안에 노폐물도 빠져나가고 몸도 개운해지고 완전 좋다는데? 우리 거기 가자!"
"라푼젤.. 어제도 스케이팅타느라 하루종일 뒹굴었잖아. 하루쯤은 쉬는게 어떨까?"
신혼여행의 절반 이상을 눈보라로 망쳐버린 라푼젤 부부는 아렌델이 정상으로 돌아오자 엘사 여왕의 초청으로 궁전에서 머물고 있던 참이었다.
눈보라가 몰아쳤을때는 썰매를 탄답시고 유진을 끌고 다니고 그 다음날에는 스키, 겨우 눈보라가 걷히자
엘사 여왕이 만들어준 스케이팅 장에서 스케이팅.
운동신경이 둔한 편이 아닌 유진이었지만 삼 일에 걸친 강행군은 유진의 심신을 너덜너덜하게 만들었다.
라푼젤 요 깜찍한 계집애는 18년을 탑에 갖혀 살았는데 왜 이리 체력이 좋은지..
"그러니까 피곤할 때일수록 사우나에 가서 피로를 풀어야지!! 응? 가자? 가자? 가자????"
"아..어쩔 수 없구만.. 언제 출발할거야?"
라푼젤은 함박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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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인가?"
"그렇습니다. 왕자님."
단스와 그의 부하들이 도착한 곳은 아렌델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위치한 작은 오두막이었다. 오두막 옆에는 커다란 백마 한마리가 사과를 먹고 있었다.
단스는 입은 아렌델 정규군 복이 어색한지 이리저리 둘러보더니 곧 부하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목숨만 붙여놓으면 된다. 진입해"
잡입해 있던 그의 부하가 아렌델의 정규군 복을 구한 것은 행운이었다.
이로써 코로나 왕국을 단순히 묶어놓는게 아닌 라푼젤 공주의 납치를 에렌델의 짓으로 만들 수 있게 된 것이다.
'평화에 찌든 돼지들..'
단스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아렌델의 정규군 복장을 이리도 쉽게 빼돌릴 수 있다니, 서던 아일랜드에선 있을 수도 없는 일이었다.
아렌델이 군사력이 아닌 무역으로 강력한 국가라지만 이리도 기강이 헤이하다는 것은 인생의 절반을 전장에서 보낸
단스에겐 분노마저 치밀 정도로 한심한 일이었다.
천천히 부하들에 뒤를 따라 들어간 단스는 거대한 몸집을 한 상점 주인이 그의 부하들에게 선크림을 추천하는 모습을 목격했다.

"유후! 빅 섬머 블로아웃! 저기 저 덩치 크신 분도 충분히 온몸에 다 바를 수 있는 충분한 용량의 선크림입니다."
갓 들어온 단스를 가리키며 주인장은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혹시 아렌델 정규군과의 납품 계약인가요??"
"그들은 어디있나?"
주인장의 말을 무시하며 단스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가게 안은 온갖 상품이 다 진열되어 있었다. 여름용 상품과 겨울용 상품이 반반씩 섞여있다는게 좀 이상하긴 했지만.
"야?"
"아까 이곳으로 들어온 젊은 남녀 말이다"
"그분들은 사우나를 즐기고 계시답니다. 여러분들도 즐기고 싶으시다면 1시간 정도를 기다리셔야 한답니다."
곧 수증기로 가득찬 작은 방을 발견한 단스는 망설임 없이 걸어가 문고리를 잡았다.
그 때, 차가운 목소리와 함께 문을 열려던 그의 손을 잡는 커다랗고 두툼한 손이 있었다.
"내 장사를 방해하지마."
어느새 단스의 뒤로 다가온 주인, 오큰은 단스의 손을 문고리에서 거칠게 잡아 떼며 문을 등지고 섰다.
그런 그의 모습에 잠깐 어이없다는 표정을 짓던 단스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주먹을 꽉 쥐었다.
--
"이게 정말 피로를 푸는데 도움이 된단 말이야?"
수증기가 자욱해 눈앞이 거의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유진은 헐떡대며 말했다.
뜨거운 수증기는 그가 숨쉴때마다 그의 폐를 유린하며 그를 고통스럽게 하고 있었다.
라푼젤은 뜨겁지도 않은지 발갛게 달아오른 얼굴로 유진에게 슬금슬금 다가왔다.
그녀의 바람에 휘날리는 것 같던 삐죽삐죽한 갈색 머리카락은 사우나의 습기에 축 늘어져 그녀의 얼굴에 착 달라붙어 있었다.
평소의 유진이라면 보기 드문 그녀의 섹시한 모습에 휘파람이라도 불었겠지만 지금은.. 그런 생각이 전혀 들지 않을 정도로 너무 괴로웠다.
"완전 좋지 않아? 엄청 개운한 느낌이야!"
"아니 전혀..개운하지 않아. 아 빨리 시간이 되어서 문이 열렸.."
유진이 그렇게 말함과 동시에 와장창 소리를 내며 거대한 덩치가 문짝 채로 사우나실로 굴러들어왔다.
"..으면"
"어? 아저씨!"
갑자기 일어난 일에 유진이 벙쪄있는 사이 라푼젤은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 오큰에게로 다가갔다.
불의의 일격을 당한 오큰은 얻어맞은 턱을 만지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죄송합니다 손님, 사우나 1시간 더 추가로 해드릴께요."
단스는 그런 오큰을 쳐다보며 부하들에게 명령했다.
"이 덩치는 내가 맡을테니 너희들은 목표를 잡아라"
"으아아아!"
커다랗게 기합을 지르며 돌진한 오큰을 단스는 몸으로 받아냈지만 그의 엄청난 힘에 밖으로 함께 튕겨나갔다.
그 사이 들어온 아렌델 정규군 복장을 입은 단스의 부하들이 검을 뽑아들자 라푼젤은 의아한 얼굴로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무언가 일이 잘못됨을 느낀 유진은 라푼젤의 앞을 가로막음과 동시에 큰 소리로 도움을 요청했다.
"도와줘!!! 막시무스!!!!"
--
"난장판이군.."
단스는 온몸에서 느껴지는 고통을 참으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오큰의 가게는 지독한 싸움의 흔적으로 가득 차 있었다. 온갖 기물들과 가구는 부서진 채 바닥을 나뒹굴고 있었다.
그의 부하들 몇몇과 오큰, 그리고 막시무스라는 거대한 말도 그 풍경에 동화되어 있었지만 다행히 부하들 중 정신을 잃은 자들은 없는지
이내 주섬주섬 일어나 무기를 챙기고 있었다. 서던 아일랜드의 최정예중에서도 엄선한 그의 부하들이 고작 민간인 둘과 말 한마리 상대하는데
이리도 고생을 하다니.. 단스는 후라이팬에 정통으로 얻어맞은 관자놀이를 문지르며 혀를 찼다.
"저 말과 주인장은 어떻게 할까요?"
"이 일이 아렌델의 짓이라고 증언할 만한 증인이 필요하다. 내버려 둬."
단단히 포박된 채 정신을 잃은 라푼젤 부부를 양 어깨에 들쳐메며 단스는 상점 밖으로 나섰다.
초록색 잔디에 핏방울이 점점이 수를 놓았다. 이마에 흐르는 피를 닦아내며 단스는 말했다.
"한스에게 전서구를 날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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