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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전쟁 -12-

김유식 2003.04.02 14:35:59
조회 2441 추천 0 댓글 0
   10년 전 어느 봄날 세 명의 고등학생이, 해운대파가 운영하는 대양 프로덕션 사무실로 찾아와서 무턱대고 최명규에게 다가가 동생으로 삼아 달라고 했다.   그 당시 폭력계에 한창 이름을 드날리고 있던 최명규에게는 코웃음칠 일이었다. 새파랗게 어린것들이 선배의 소개도 없이 찾아오다니 건방지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 명을 향해 싸움은 잘 하느냐고 물었더니 다들 한 가닥씩은 한다고 대답했다. 최명규는 무릎을 꿇고 앉아있는 세 명에게 소파에 앉으라고 하고는 서랍을 뒤져 날이 퍼렇게 서있는 부엌칼 하나를 꺼내 왔다.   "담력 시험에서 통과하면 동생으로 삼아주지."   최명규가 고등학생들 앞의 소파에 앉아 노려보며 말을 했다. "이 칼을 던져서 날이 오른쪽으로 향하면 칼등으로, 왼쪽으로 향하면 칼날로 네 녀석들 머리를 찍을 건데 계속 해보겠나? 이것만 하겠다고 하면 내일부터 여기로 나와도 된다."    세 명은 꿀 먹은 벙어리처럼 대답을 하지 못했다. "이런 씨팔 겁쟁이 새끼들! 못하겠으면 기어서 밖으로 꺼져!"   최명규의 말이 끝나자 한 명의 고등학생이 가방을 들어 옆구리에 끼우더니 슬쩍 일어났다. 인사도 없이 사무실을 나가려는데 해운대파에 들어온지 얼마 되지 않는 박정상이 달려들어 바닥에 쓰러트렸다. "문디 자슥아. 헤임께서 기어서 나가라카는 말씀 몬들었나?"   비슷한 나이지만 짧게 친 머리에 양복바지를 입고 있어서 서너 살은 더 많아 보이는 박정상의 일갈에 나가려던 고등학생은 급히 기어서 사무실 밖으로 나갔고, 이를 본 나머지 고등학생 한 명도 아예 소파에서부터 기어서 나갔다. 최명규가 한 명 남은 고등학생에게 눈길을 돌리자 그가 애써 태연한 척 하며 말했다. "지...지는 하겠심더." "그래? 좋다!"   오히려 최명규가 적잖이 놀라며 손에서 칼을 놀렸다. 유형남과 박정상을 비롯한 조직원들은 최명규의 손을 쳐다보며 최명규의 장난 어린 협박에 실실 웃음 짓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최명규의 칼 솜씨야 의심의 여지가 없는 것이고, 아무리 그가 냉혹하다 하지만 조직에서 일하겠다고 찾아온 고등학생을 칼로 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 휙   검지손가락으로 부엌칼의 등을 퉁겨 약 1미터쯤 공중으로 띄웠다. 부엌칼이 팽그르르 돌면서 아래로 떨어지자 이를 최명규가 낚아채듯 잡았다. 태연한 모습은 온데 간데 없어진 고등학생이 사시나무 떨 듯 몸을 떨며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자신의 손을 바라다보며 최명규는 이럴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몇 번을 다시 보아도 오른손에 잡힌 부엌칼의 칼날은 왼쪽을 향하고 있었다.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질 때가 있는 법이라고는 하지만 이건 낭패가 아닐 수 없었다. 이미 말을 꺼냈으니 지키지 않을 수도 없는 일이었다.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눈동자들의 수도 무시할 수 없었다.   뒤늦게 최명규의 손을 본 고등학생은 체념했는지, 덤덤한 표정으로 변했다가 눈을 질끈 감았다.   다른 사람들 같으면 너털 웃으며 없었던 일로 할 수도 있겠지만 최명규는 그런 인물이 아니었다. 시간을 끌면 끌수록 자신 앞에 앉아있는 고등학생을 더 힘들게 할뿐이라고 생각한 그는 칼 쥔 손을 위로 들어 고등학생의 왼쪽 귀 위를 향해 휘둘렀다.   무시무시한 광경에 유형남을 비롯해서 사무실 내의 동생들이 모두 고개를 돌렸지만 정작 당사자인 고등학생은 그러지 않았다. 아니 눈을 감고 있어서 못했다고 해야 옳았다. 그러나 최명규에게 두 번의 실수는 없었다. 그의 칼 휘두르는 동작은 크게 보였지만 살과 접촉하는 순간의 힘은 정확하게 빠진 상태였다. 상대가 온 몸을 흔들며 미친 듯이 달려드는 순간에도 정확히 급소를 피해 칼질을 하는 그가 아닌가.   뼈에는 손상이 가지 않도록 휘둘렀지만 뺨을 타고 피가 줄줄 흐르는 것까지 막을 수는 없었다. 소파에서 일어나면서 최명규가 말했다. "넌 오늘부터 내 동생이다. 네 이름이 뭐냐?" "김재수라 캅니더."   김재수 역시 당황했던지 흐르는 피를 막거나 닦으려는 모습을 조금도 보이지 않은 채 말했다. "어이. 형남아. 얘 병원에 데려다주고 와라."   이 일 이후로 최명규는 미안한 마음이 들어 자주 김재수를 불러서 칼 쓰는 법을 가르쳤다. 김재수는 열심히 따랐지만 얼마 안 있어 구속되었고 조직폭력에 관한 법률 - 범죄단체 구성 - 위반으로 결국 초범임에도 불구하고 4년형을 받았다. 출소 한 뒤로는 정육점에서 일했다고 들었다.     최명규는 곧 김해 국제공항에 착륙하겠다는 기내 안내 방송에 눈을 떴다. 김재수의 상처를 곁눈질로 쳐다보면서 '이왕 가르치기로 한 것 제대로 가르치자.'고 다짐했다.   비행기가 착륙하고 게이트를 찾아 공항을 도는 동안 스튜어디스가 양복 상의를 가져왔다. 총 여덟 명의 해운대파 조직원들과 히라타 구미에서 파견한 야쿠자 네 명이 같이 내렸다. 최명규가 입국심사를 마치고 문형탐지기(X-RAY 탐지기)의 컨베이어 벨트 위에 가방을 올려놓았다. 가방이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고 자신은 그 옆의 금속탐지기를 통과했다. 문형탐지기를 지나 온 가방을 집어들자  "삑삑" 하는 소리가 울렸다. 뒤를 돌아보니 자신의 뒤를 따라온 김재수가 금속탐지기를 지나면서 낸 소리였다. "잠깐만요."   금속 탐지기 옆의 공항 세관원이 따라붙었다. "뭐 가져오신 거 있습니까?"   김재수는 아무 것도 없다는 듯이 손바닥을 보이며 두 손을 들었다. "열쇠나 쇠붙이 같은 거 갖고 계시면 여기에 담으시고 다시 통과해 보세요."   세관원이 소쿠리를 내밀었으나 김재수는 꺼내는 것 없이 금속 탐지기 옆을 돌아 나갔다. 일순 김재수의 눈빛이 최명규를 향해 번득였다. 그리고 다시 통과해 들어왔다. 이번에는 경고음이 울리지 않았다. "됐습니다. 실례했습니다."   세관원의 말을 듣고 김재수는 최명규 옆으로 다가갔다. "죄송합니데이 헤임요. 미키 상한테서 선물이라꼬 받았심더."   자신의 가방 옆 손잡이까지 깊숙이 꽂혀있는 칼을 보고 최명규는 김재수의 칼 솜씨가 결코 자신보다 아래가 아니라고 느꼈다. 자기에게 뭔가 신호를 보내기는 했지만 칼을 꺼내 던질 줄은 몰랐다. 보이지도 않는 빠른 솜씨에 놀랍기도 했지만 더 이상 가르칠 필요는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 시원섭섭하기도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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