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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주각주로 각주 마음이 형상화 된 거 보고싶다 11

ㅇㅇ(61.96) 2016.07.29 19:11:52
조회 1149 추천 56 댓글 10

														



보고싶다 / 어나더 / 어어나더 / 어어어나더 / 다섯번째 / 여섯번째 / 일곱번째 / 여덟번째 아홉번째 / 열번째



파렴치한에 그치지 않고 정과 의를 끌어들여 가려진 목에 핏줄까지 세운 듯한 매장소의 분기탱천한 태도가 좀체 누그러지지 않는다. 맞은편에 앉은 소경염의 표정에서 점점 억울함이 느껴졌다. 열전영이 이게 대체 무슨 일인고, 하고 눈동자를 굴리며 눈치만 살피는 동안 린신은 잘 먹어 볼록하게 올라온 배를 여태 내놓고 있는 아신에게 다가갔다.


“아주 내 집 안방이구나.”


저를 향한 가벼운 타박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한 듯 아신이 순진한 눈망울을 반짝거렸다. 용케 머리에서 떨어지지 않은 작은 매화송이가 저도 매화라고 은은한 매향을 뿜어댔다. 린신이 뒤집어진 장포를 바로 잡아주자 간지러운 듯 작은 몸부림과 함께 맑은 소리로 웃어댄다.

그 웃음소리에 바락바락 이어지던 매장소의 고함이 멈췄다. 창백한 얼굴에 살며시 발그레 생기가 도는 듯하다.


“아신.”


방금 전까지 무서운 기세로 독설을 퍼부어 대던 이라고는 생각지 못할 정도로 순식간에 돌변한 매장소가 아신을 불렀다. 저를 부르는 것이 아님에도 린신은 그 다정한 목소리에 잠시 넋이 나간 얼굴로 매장소를 보았다. 에구에구. 그 사이 치렁치렁한 옷자락을 정성껏 펴가며 일어난 아신이 조금 늦게 매장소를 돌아보았다.


- 예뻐!


매장소가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몸을 배배 꼬던 아신이 이어 발랄하게 말했다.


- 미인이 둘이야!


새삼 매장소에게 넋이 나가 있던 린신이 그제야 매장소에게서 눈을 떼고 아신을 내려다보았다. 요 아둔한 녀석을 어찌할꼬.


“곧이곧대로 그리 말하면 어쩌누.”


별 차이도 없으련만 힘겹게 까치발까지 세워가며 매장소와 소경염을 헤벌쭉 바라보던 아신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사람이 가지는 감정 중에는 투기란 것도 있단다. 미인은 특히 그것이 심하…. 장소, 그리 보지 말게. 내 말을 인정하는 것밖에 더 되는 흠, 내 허튼 소리를 하였네. 이보게, 열 장군. 내 목이 말라 그러니….”

“예가 랑야각인 줄 아는가. 목이 마르거든 직접 우물가서 퍼먹게.”


매장소의 뾰족한 말에 린신의 어깨가 조금 쳐졌다. 그러자 아신의 어깨도 축 늘어졌다.


- 어떡하지! 장소가 화났어!


붉은 색 비단 아래 숨겨진 발을 동동 구르는 아신에게 매장소가 화난 게 아니라고 말하려던 찰나였다.


- 화내도 예뻐!


축 늘어진 어깨를 따라 숙인 고개 속 숨겨진 얼굴에 홍조가 가득하다. 고개를 들지 않은 채로 슬금슬금 걸어 린신에게 더욱 가까워진 아신이 린신의 장포를 붙들었다. 여인의 혼례복을 덥석 주워 입은 것치고는 보는 눈이 있구나, 하고 아신을 칭찬한 린신이 아신의 의도대로 그를 제 어깨에 올려주었다.


- 여기서 봐도 예뻐!

“맞는 말이다. 어디서 봐도 어여쁘지, 내 장소는.”


린신의 말에 동의하듯 아신이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매장소가 린신을 흘겨보자 아신이 에구구, 하고 엎드려 린신의 어깨에 얼굴을 파묻었다. 떨어질라. 걱정하는 매장소에게 배시시 웃는 모습을 보이던 아신이 소경염을 보았다. 억울함이 가실 새가 없었던 지라 낯빛이 어둡다. 아신이 린신의 머리카락을 당겼다. 저리로 가자고? 굳이 말을 주고받지 않아도 아신의 의도가 빤했다.



- 아이, 예뻐.


린신이 매장소의 곁으로 오자 어깨에서 내려온 아신은 마주앉은 소경염에게 다다다 달려갔다. 소경염의 손을 찾아 머리 위에 꽂은 매화송이를 떼어 주고는 살살 쓰다듬는다. 어둡던 소경염의 얼굴이 대번에 밝아졌다.

저 어린 것을. 그 광경을 보고 부들부들 떠는 매장소를 제 품으로 끌어당긴 린신이 이러다 쓰러져, 이 사람아. 하고 달래었다. 여린 숨소리가 금세 거칠어졌다.


“그놈의 성질머리 좀, 숨 좀 고르게. 옳지.”


린신의 품에서 씩씩거리면서도 소경염을 시리게 쏘아보는 눈초리는 변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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