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를 처음 본 것은 KBS 2TV 개그프로그램 '개그콘서트'의 대표코너 '봉숭아 학당'이었다. 뼈밖에 없는 남성 한 명이 북한 사투리를 쓰더니 동료 목덜미를 강하게 때리며 "약해지지 말라우~"라는 대사를 던졌다. "이야… 저거 좀 위험한데?"라고 생각했고, 그 우려는 정확히 들어맞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의 때리는 수위는 낮아졌고, 결국에는 봉숭아 학당에서 사라져 버렸다. "신인 한 명이 또 이렇게 저무는구나…" 그저 그렇게 생각했다.
그리고 몇 년 후, 그 '삐쩍 말랐던' 북한 청년은 여전히 마른 채 다시 '봉숭아 학당'에 돌아왔다. 북한 사투리는 전라도 사투리로 바뀌었고, 북한 학생 교복은 화려한 양복으로 바뀌었다. 따귀를 때리던 손에는 명함이 쥐어져 있었고, "약해지지 말라우~"란 대사 대신 "스타가 되고 싶으면 연락해~"라는 호쾌한 말을 쏟아부었다. 게다가 심하게 좌우로 흔드는 머리. '저러다가 멀미 하는 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생겼지만 '이번엔 길게 가겠네'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는 내 예상을 뛰어넘어 금세 봉숭아 학당의 대표 캐릭터로 발돋움했다. 그가 바로 '노브레이크 엔터테인먼트' 대표 개그맨 한민관이다.
그는 '개그콘서트'에서 얻은 인기를 발판으로 최근 다양한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해 알려지지 않았던 많은 끼를 선보였다. 지난해 말 열린 '2008 KBS 연예대상'에서 가수 '비'의 '레이니즘'을 멋들어지게 추면서 '민과니즘' '뼈다귀즘'이라는 신조어도 만들어냈고, 최근에는 KBS 인기 리얼버라이어티쇼 '해피투게더 - 1박2일'에 출연해 좀 더 폭넓은 시청자들에게 얼굴을 알렸다.

본 명 : 한민관
생년월일 : 1981년 2월 2일
데 뷔 : 2006년 KBS '개그사냥', KBS 공채 21기
-출연작
KBS 개그콘서트 - '봉숭아 학당' '매직 퍼포먼스' '사랑이 팍팍' '내이름은 안상순' '로열패밀리' '대포동 예술극단' '꽃보다 남자' 등
KBS '개그사냥'
KBS '폭소클럽'
& 기타 등등
- 안녕하세요. 디시인사이드입니다. 저희 사이트는 잘 아시나요?(디시이용자 '김배추' 'Splinter')
한민관: 디시인사이드… 연예인이 디시인사이드를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요? 하하하. 저도 잘 알고 있고 저도 몇 번 검색해봤었고, 디시인사이드를 통해서 기분이 좋을 때도 있었고, 가끔 가슴앓이 할 때도 있었죠.
- 가슴앓이라면?
한민관: 간혹 악플이나 "민관이 쟤 뭐야?" 이런 거 있잖아요. "뭔데 깝죽거려" 그런 거 볼 때요. 그런데 그게 다 관심이 있기 때문에 쓰는 글인 것 같아요. 한 5분 정도 가슴앓이 하다가 다 잊어버려요. 저는 이런 생각을 해요. 솔직히 제 방명록에는 좋아해 주시는 분들만 와서 글을 남기기 때문에 좋은 글밖에 없어요. 채찍질을 해주는 분이 없죠. 그런데 디시인사이드
갤러리를 가끔가다 보면 안 좋은 말도 해주시는데 그럼 욕심이 생겨요. 이런 분들도 제 팬으로 만들고 싶은 그런 욕심이요. 제가 개그맨을 열심히 하게 된 동기도 한번 저한테 큰 상처를 주신 PD님이 계셨기 때문이에요. 그분 때문에 독기를 품어 정말 열심히 하게 됐고…. 그분은 저한테 "넌 생긴 게 비호감이라 안 돼"라고 하셨어요. 타 방송사 선생님인데 그분 때문에 정말 충격받고 상처받아서 화장실에서 울다가 마음을 가다듬었죠. '잘 돼서 꼭 그분이 하시는 프로그램에 나가고 싶다'라고.
- 나가셨어요?
한민관: 아직은 못 나갔어요.
- 어떤 프로그램인가요?
한민관: 성함만 알고 무슨 프로그램을 하시는지는 몰라요.
- 개그콘서트(이하 개콘)에서도 활약이 크지만, 최근 눈에 띄게 예능 프로그램에 많이 출연하세요.
한민관: 기회가 되면 저도 이수근 선배님처럼 개콘과 예능을 같이하고 싶어요. 개콘은 제 고향이죠. 저를 만들어주고 저를 우리나라에 알려지게끔 해주었고. 그래서 제가 버라이어티를 갈 수 있었지, 개콘서 아무것도 안 하고 있다가 갑자기 버라이어티 간 건 아니거든요. 병행하고 싶어요.
- 힘들지 않을까요.
한민관: 어려움이 많죠.
- 이수근 씨 같은 경우도 예능으로 빠지면서 개콘에서 역할이 축소된 것처럼 보여요.
한민관: 네. 그것도 없지 않아 있어요. 신봉선 선배 같은 경우도 예능을 많이 하다 보니까 개콘에 시간을 좀…. 개콘은 거의 일주일에 5일을 모여야 해요. 그런데 시간이 너무 촉박하다 보니까 신봉선 선배도 개콘을 나갔던 거고, 이수근 선배도 선생님으로 있는 거고요. 솔직히 지금도 제가 없어도 개콘은 잘 돌아가지만 제가 코너를 두 개 하고 있고, 아직은 제가 개콘을 빠지고 예능이나 버라이어티에 가고
싶다고 생각하는 건 없어요. 제가 할 수 있을 때까지 최대한 병행하고 싶어요. 제 스스로 '아 이건 도저히 안 되겠다', 개콘 감독님께서도 "너는 병행하기 좀 어려우니까 개콘을 쉬고, 너를 위해서라도 버라이어티에 집중해라" 하시면 그때는 모르겠어요.
- 집중할 수도 있다?
한민관: 아아아~ 그건 아니고요. 하하하.
- 개콘 시청자들은 '공개코미디 중에서 가장 코미디 형식을 잘 띤 프로그램'이라고 평가를 하는 등 개콘에 대한 애정이 상당히 각별해요. 그런데 많은 개그맨이 개콘에서 기반을 다지고서는 다들 예능으로 빠지니까 서운해 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공개코미디에 대한 애정이 적은 건 아니냐" 이런 말이 보이기도 해요.
한민관: 그건 아니에요. 그런데 이런 건 있어요. 제 선배도 그렇고, 나중에 후배가 봤을 때 저도 그렇고, 선배들이 버라이어티나 예능이나 다른 프로그램에 자리를 잡고 있어야 후배들도 나중에 올라오거든요. 저는 이수근 선배나 신봉선 선배와 친하고 좋아하지만, 존경하는 이유는 선배들이 끌어주거든요. 얼마 전 출연한 '1박2일'도 이수근 선배가 있기 때문에 나간 거예요.
선배들이 프로그램하면 심리적으로도 편해요.
- 한민관 씨가 KBS 공채 출신이시죠?
한민관: 네. 21기예요.
- 겉에서 보면 KBS 공채 개그맨들이 선후배관계가 유난히 끈적끈적한 것 같아요.
한민관: 솔직히 타 방송사 개그프로그램은 기획사 체제로 많이 돌아가는 것 같아요. 하지만, 우리는 감독님부터 "공채 쪽으로 하자. 다른 사람들 들이지 말고." 이런 마인드가 있어요. 예전에 한번 이런 기사가 났더라고요. 한국야구와 개콘의 공통점을 비교했는데, 해도 될 말인지 모르겠지만, 공통점이 "스타가 없다"였어요. "A급 스타가 없고, 스타플레이어가 없지만, 똘똘뭉쳐서
남들이 없는 힘으로 밀고 나간다"라는 내용을 기사로 썼더라고요. 맞는 말이에요. 선후배 관계가 끈끈한 게, 후배가 코너 없이 쉬고 있으면 선배가 후배를 당기고, 후배의 캐릭터를 살려서 "너는 이런 거를 해야 해" 전부 선배님들이 해주시거든요.

저 같은 경우도 지금 마른 캐릭터인데, 김병만 선배가 배영만 캐릭터라는 걸 지어줬어요. "야! 너 배영만 선배님 닮았다. 배영만 해봐라" 해서 일단 작가실에서 "야~ 민관아" 이러면 배영만 선배님 말투로 "민관이라고요~" 이러며 흉내 내고. 그러면 빵빵
터지는 거예요. 선배들은 "얘는 이런 캐릭터를 잘할 것 같다"를 아는 거죠. 선배님이 코너를 하나 짜면 누군가 데려다 쓰면서 "네가 여기서 이렇게 웃기면 사람들이 웃을 거야"라고 말씀하시는, 이런 게 있어요.
- 그럼 배영만 캐릭터를 방송 중 처음으로 시도했던 때는 언제인가요?
한민관: 예전 개콘에 '뒤풀이 개그'라는 게 있었어요. 앞에서 선배님이 했던 거 치우러 나갔다가 선배님들이 장난으로 "한민관! 한민관!" 해버린 거예요. 사람들도 같이 따라서 한민관 하고. 그때 처음 배영만 선배님 흉내를 냈는데 빵 터지는 거예요.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배영만 개그'를 했죠.
- 처음 고정으로 등장한 코너는 뭔가요?
한민관: 당시 '매직 퍼포먼스'를 하고 있었고, 그 코너 다음이 '내 이름은 안상순'이었어요. 저는 누군가가 옆에서 멘트를 해주면 웃기거든요. 안상순 같은 경우도 저는 가만히 있고 안상순이 계속 저한테 멘트를 치잖아요. "이런 치와와 같은 게" "썩은 시체가" "과학실 해골이" 그런 게 웃겼던 거예요. 저한텐 이런 게 웃기더라고요. 본격적으로 마른 캐릭터나
약한 캐릭터를 했던 게 '내 이름은 안상순'에서였던 것 같아요.

- 그러다 본격적으로 뻥 터진 게 '노브레이크 엔터테인먼트'(이하 노브레이크)죠.
한민관: 네. 안상순 끝나고 '사랑이 팍팍'이라는 코너에서 주로 몸 개그를 했고, 이후 노브레이크를 했죠.
- 이 코너로 대중적 인지도가 많이 올라갔죠?
한민관: 네. 전 이 캐릭터가 이렇게까지 갈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어요. '사랑이 팍팍'이 끝나고 6주 정도 개콘을 쉬었는데 당시 김재욱 선배도 코너가 없었어요. 제가 "봉숭아 학당 캐릭터를 짜봤는데 어때요?" 하고 개그를 보여줬는데 김재욱 선배와 쿵짝이 맞으니까 "이렇게 해보자" 했죠. "일단 노브레이크를 봉숭아 학당에 걸쳐 놓고, 자릴 잡아서 재밌는
코너를 짜자"라고 생각했는데, 이게 주가 돼버리니까 솔직히 황당했어요. "스타가 되고 싶으면 연라게~"라는 말도 솔직히 유행어라는 게 될지도 몰랐고요.
- 머리 흔드는 건 어디서 따오신 건가요? (디시이용자 '차차aa')
한민관: 제가 광주에 살 때 폭력배 형님 중 한 분이 걸어 다닐 때 고개를 흔드시는 거예요. 저처럼 과장되지는 않았지만. 흔드시는데 그 모습이 저는 정말 웃긴 거예요. 그래서 대학로에서 영화 '친구'를 패러디한 '친구'라는 공연을 했었어요. 제가 항상 유오성 역할이었는데 웃긴 게 없어요. 그래서 '나도 웃기고 싶은데…' 해서 등장할 때 커튼을
딱 걷고 머리를 흔들었어요. 그런데 관객들이 "이게 뭐야" "풍 맞은 사람 같아" 라면서 웃는 거예요. 고개만 흔들어도 웃는 거예요. 그다음 무대에서도 했는데 웃어요. 그래서 '어차피 개그맨이 되기로 마음먹었으니까 나중에 개그맨 돼서 개그콘서트에 나가 해야겠다' 생각만 하고 있었죠. 그래서 노브레이크 엔터테인먼트 사장을 할 때, 사실 매니저 분 중 그런 분들이 계세요. 그래서 흔들었는데 좋아해 주시더라고요.
- 그나저나 명함에 뭐라고 적혀 있나요?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계세요. (디시이용자 '우왕' '수제자' ''ㅇㅅㅇ'`' '런뉴' 'The Lune' '이야호' '엠제이' '정착불가능')
한민관: 지금 옷을 갈아입어서 명함은 없고 사진은 있어요.

- 연락처는 없네요.
한민관: 연락처까지 적으면 장난전화가 무지 올 것 같아요. 지금도 장난전화가 많이 오거든요.
- 어떻게 번호를 알까요?
한민관: 저도 그게 궁금해요. 어떻게 내 번호를 알고 전화를 하지?
- 혹시 전화해서 "스타가 되고 싶어요" 하는 사람은 있어요?
한민관: 아우~ 많아요. 그냥 무작정 전화 와서 "스타가 되고 싶은데요" 이래요. "누구세요?" 이러면 또 "스타가 되고 싶은데요" 이러고. 그래서 (목소리 톤을 바꾸고) "누구세요?"
이러니까 사투리 쓰며 "대군데요~" 이러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이제 습관이 돼서 모르는 번호가 오면 안 받을 수는 없으니 목소리를 깔아요. 또 애들이 장난할 때가 있어요. 자기 딴에는 '민지 휴대전화 아니에요?" 이러는데 "잘못 거셨습니다" 하죠. 한번은 조카가 학교에서 제 번호를 뿌려 버려서 한 달 정도 장난전화에 시달렸어요. 내려가서 조카 혼냈죠. 삼촌 전화번호 왜 돌리느냐고. 하하하.
- 일출이 캐릭터는 어떻게 탄생했나요? (디시이용자 '주암주의')
한민관: 처음 캐릭터를 짤 때 김재욱 선배네 놀러 가서 "이런 캐릭터가 있는데 봐달라" 했어요. 제가 생각해도 캐릭터가 심심했어요. 약간 조미료를 덜 친 느낌? 그래서 김재욱 선배가 신인 한 명을 키우자 했죠. 여기서 우리가 고민했던 게 있어요. 연기자를 키우느냐, 가수를 키우느냐. 그런데 김재욱 선배가 노래 개그를 되게 좋아해요. 또 잘하고요. 그래서 신인가수를 키우자고 결정했죠. 가수를
키우는데 어떻게 웃길 것인가 고민하다가 저희가 회의를 해서 노래를 편집하는 걸로 결정이 나 노래를 하다가 연기를 하다가 이런 식으로 몇 개 해봤어요. 그런데 재미가 없어요. "그럼 가사를 바꿔보자. 가사를 그냥 노멀하게 바꾸면 재미가 없으니까 개그 식으로 바꿔보자" 해서 처음 했던 게 '베이비 원모어 타임'이에요. "돈 빌려줘 친구친구~ 전화를 생까~ 번호를 바꿔~" 이렇게 대중적 공감대를 건드렸어요. 다행히 사람들에게 먹혔고요. 그때부터 노래했죠. 물 빠지면 연기로 넘어가자고 했는데 아직까진 괜찮으니까….

이 캐릭터를 작년 6월에 시작했어요. 당시 저희 목표가 '12월까지만 버티자'였어요. 그런데 12월 됐는데 좀 더해도 될 것 같아요. 그래서 '1월까지만 버티자' 했지만 또 해도 될 것 같아요.(웃음) 그런데 저희가 쉽게 빠지지 못하는 이유가 봉숭아 학당이 코너가 길잖아요. 앞에서 뒤로 가면 사람들이 처져요. 분위기 전환점이 필요해요. 저나 김재욱 선배보다 신나게 하는 사람이 있으면 저희가 아마 내려가겠죠. 아직은 그런 캐릭터가 없고, 저희가 중간 중간 분위기 전환, 업 시켜주는 캐릭터로
자리를 잡고 있기 때문에 감독님께서도 아직 못 빼시는 게 아닌가 해요.
- 그런데 슬슬 질린다는 지적도 있어요. (디시이용자 '잘사' 'ㅇ' ' 보아™' 'ㅁㄴㅇ' 'ㅁㄹㅇㄴ' '내남자야그는')
한민관: 아… 지겹죠. 캐릭터 변화를 줘야죠. 저희도 몇 번 변화를 줬죠. 그런데 지금 하고 있는 것보다 약했어요. 이게 한 번에 확 바뀌면 사람들이 당황해요. 조금씩 조금씩 바꿔서 하나로 만들어야 해요. 아마 조만간에 일출이 후계자들 나오는 것도 할 거예요. 이렇게 조금씩 바꿔야지 갑자기 확 바뀌면 새 캐릭터밖에 더 되나요?
- 예전에 유오성 씨가 등장했을 때 한 손으로 명함을 받는 걸 보고 두 손으로 받으라고 하신 적 있잖아요. 솔직히 안 무서웠나요? (디시이용자 '파니동정론')
한민관: 유오성 씨 실제로 봤는데 카리스마와 눈빛이 장난이 아니에요. 무섭다기보다는 에너지 있다고 해야 하나? 오로라가 비친다고 해야 하나? 두 손으로 받으라고 한 게 애드리브였어요. 유오성 씨에게 명함 주는데 한 손으로 받더라고요. 그래서 "두 손으로 받아~" 했죠. 제가 봤을 때는 그런 것 같아요. 대중들이 정말 약해 보이고 없어 보이고 빈약해 보이지만 강한
척하는 모습에서 웃음을 찾으시는 것 같더라고요.
솔직히 저도 버라이어티나 예능프로그램 나가면 주눅이 안 들 수가 없어요. 정말로. 버라이어티 나가면 탤런트들이나 가수분들 잘나가시는 분들이 계시잖아요. 그 사이에 껴 있어봐요. 저는 개그맨이란 말이에요. 그렇게 친하지가 않아요. 저 외에 다른 분들은 서로 친하고, 나 혼자 있는 거예요. 그러니 기가 죽을 수밖에요. 이수근 선배나 김경아 선배나 주변에서는 기죽지 말고 하라고 말씀하시지만, 기가 죽게 돼 있어요. 말을 안 받아주는 분위기가 약간 있어요. 하지만, 일부러 더 에너지 있게
하려고, 더 힘있게 하려고 강한 척을 하는 거예요.
- 그래서 예전에 상상플러스 나오셔서 '힘 좀 쓴다' 얘기하신 건가요? (디시이용자 'ㅇ' 'ㅇㅇ' '사천성대마왕' '매니')
한민관: 꼭 그래서는 아니지만… 전 정말로 강한 사람한테는 강해요.
- 솔직히 말씀드리면 그 말을 듣고 실망했다는 여론이 있어요.
한민관: 그런데 솔직히 말해서 제가 주먹 쓴다는 거 믿을 사람이 얼마나 있어요. 하하하. 제가 솔직히 싸움 잘할 것 같아요? 저는 싸움을 잘하는 게 아니라 깡이 좋아요. 어렸을 때부터 엄청 맞았어요. 까불다가. 하하하. 대한민국 사람들 데려다 놓고 저를 가리키며 "이분이 싸움을 좀 하십니다" 하면 누가 믿어요?(웃음)
- 그것도 개그 코드인가요?
한민관: 그렇죠. 개그 코드일 뿐이에요.
- 그런데 개콘 군기반장이란 이야기도 하셨다면서요. 그것과 접목해서 사람들이 "이 사람 힘쓰는 거 자랑하는 건가" 하시는 것 같아요. (디시이용자 '잘사' 'ㅇㅇ' '러')
한민관: 아유~ 요즘 제 웃음코드가 그거잖아요. 약하지만 강해 보이려 하는, 자신감 있어 보이는 것. 그게 웃기는 거예요. 제가 나가서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를 내며) "싸움 못해요" 이러면 우울하잖아요. 하하하. 저 싸움 못하고요, 학교 다닐 때 맞고 살았어요. 그냥 강한 척하는 거죠. "저 좀 싸움 잘해요"
이런 식으로.

- 그럼 군기반장은 전혀 아닌 건가요?
한민관: 군기반장은 힘쓰는 군기반장이 아니고요, 저도 "송준근을 갈구더라"라는 내용이 담긴 글을 언뜻 봤어요. 그런데 괴롭히는 게 아니라 저희가 장난을 쳐요. 솔직히 개그 코너라는 게 저희가 장난치다가 나오는 게 대부분이에요. 군대놀이가 있는데, 뜬금없이 송준근 불러요. 송준근이 또 그런 건 잘 받아줘요. 또 자기만의 캐릭터가 있고요. 제가 "너 뭐 먹었냐?" "아닙니다"
"밥먹었냐" "아닙니다" "너 입안에 뭐 씹고 있잖아" "조금 섭취했습니다" 이렇게 저희끼리 장난하는 게 있어요. 송준근하고 저랑 동갑이에요. 또 '개그사냥' 때부터 같이 코너도 하고 장난치고 했는데 그런 사람을 때리고 하겠어요? 저희가 장난치는 걸 보고 그러신 것 같아요.
- 이거 오해라고 꼭 얘기해 드릴게요.
이때 옆에서 듣던 매니저 曰 "저도 처음에는 진짜 싸우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 나중에 생각해보니 그게 개그의 연장선인 것 같아요."
한민관: 김병만 선배와 이런 장난을 해요. 김병만 선배가 갑자기 제 따귀를 때려요. 그런데 거기서 제가 움찔하면 구타가 되는 거예요. 그럼 저는 김병만 선배를 똑같이 때려요. 그런 식이에요.
- 실생활이 개그인 거네요.
한민관: 김병만 선배는 실생활이 개그예요. 와서 그냥 "뭐?" 하고 탁 때려요. 그럼 제가 똑같이 하며 "저리 가" 그러면 맞고 움찔하고 가요. 김병만 선배와 저는 네 기수 차인데 네 기수 차이면 장난 아니에요. 그냥 이런 식으로 장난을 치는 거예요. 사실 선후배 간에 벽이 있으면 좋은 코너를 짠다거나 아이디어를 낸다거나 하기가 어려워요. 일반인보다는 장난이
심하지만 놀면서 코너를 짜는 스타일이기에 저희가 장난치는 걸 가지고 대중들이 그렇게 생각하신 거 같아요. 이런 내용을 글로 쓰고 싶은데 쓸 수가 없잖아요.
- 따귀 얘기가 나와서 그런데 데뷔 초 봉숭아 학당에서 "약해지지 말라우"라고 말하는 개그를 했을 때 처음에는 이 말과 함께 상대방 따귀를 때린 걸로 알고 있었어요. 그런데 반응이 좋지 않았죠? (디시이용자 '킹구라' 'GunLife')
한민관: 첫회는 좋았어요. 와! 신인 탄생 한민관! 장난 아니었어요. 그런데 두 번째부터 이게 가학적이라는 반응으로 바뀐 거죠. "우리 아들이 유치원에서 친구 뺨을 때리며 '약해지지 말라우' 했다" 이런 이야기가 나왔어요. 제 기억으로는 4주인가 5주인가 하고 내렸을 거예요.
- 캐릭터가 특이했던 걸로 기억하는데 많이 아쉬웠겠어요.
한민관: 남희석 선배님이 신인 때 저를 되게 좋아하셨어요. 일본에도 저처럼 따귀를 때리는 개그맨이 있대요. 그런데 그분은 "몇 월 며칠날 시청 앞에서 뺨을 때립니다" 하면 사람들이 줄을 선대요. 그게 정서의 차이 같아요. 처음엔 좋게 봐주셔서 다행이다 했는데 반응이 가학적이라고 반전되니까 감독님도 "신인이 처음부터 이렇게 안 좋은 이미지 되면 안 된다. 내리자"
해서 바로 내려왔죠.
- 그럼 다음 캐릭터는 뭔가요?
한민관: 그냥 이것저것 코너에 딸려서 조금씩 출연하다가 봉숭아 학당에서 에이스… 유도부 주장, 씨름부 주장 했어요. "씨름 왜 그만뒀어?" "발 시려서" 이런 거 했는데, 하다가 봉숭아 학당이 폐지됐죠. 그래서 안상순을 하게 됐어요. 저는 정말 운이 좋았어요. 원래 안상순을 못할 뻔했어요. 검사 날 예비군 훈련이 있어서…(웃음) 처음에 제가 했던 역할은 작은
역할이었어요. 안상순 데리고 오는 웨이터. 다른 개그맨 데리고 와도 되는데 "아니다. 내가 하겠다. 예비군 훈련 끝나자마자 올 테니 잠깐만 기다려 달라"고 해서 훈련 끝나고 나서 부리나케 와 검사를 받았죠. 첫주 때는 그냥 웨이터 역할 하고 두 번째 회부터 저를 까는 개그가 시작됐어요. 저를 까는 걸 좋아해 주시는 거예요.

- 어떻게 보면 괴롭힘 당하는 캐릭터도 잘 어울리겠네요.
한민관: 네. 괴롭힘 당하는 캐릭터인데 뻔뻔한 거 있잖아요. 안상순은 계속 그렇게 저를 구박했지만 전 아무렇지도 않게 "상순 씨~" 하니 웃어주시고.
- 저희 이용자들이 기억했던 코너 중 하나가 '로열패밀리'예요. 꽤 괜찮았는데 갑자기 사라졌다고 하시더라고요. (디시이용자 '예능덕후' '소다미')
한민관: 비하인드스토리가 있어요. 원래 '로열패밀리'라는 코너가 나오기 전에 저 빼고 장도연 씨 김경아 씨 그리고 송병철 씨 코너가 짜여 있었어요. '로열패밀리'가 아닌 가족 이야기였는데 경아씨가 저한테 그냥 뒤에서 누워만 있어 달래요. 그러더니 "이런 산송장을 어떻게 깨워요?" 이런 개그를 하시더라고요. 그때 감독님이 지시를 해주셨죠. 제가 개그사냥에서 했던
코너 중에 '거지주식회사'가 있는데, 당시 제 역할이 회장이고 신입사원을 받는 개그였어요. "자네는 꿈이 뭔가?" "하루 세끼를 먹는 겁니다" "당돌한 친구군" 그런 개그였죠. 그런데 개그사냥할때 심사위원님이 지금 개콘 PD이신 김석현 감독님이세요. 그때 생각을 하셔서 "민관이를 넣고 이런 식으로 짜봐라. 좀 럭셔리하게" 주문하셔서 나왔던 게 로열패밀리였어요. 그런데 소재 터치하기가 너무 어려워요. 개그 짜는 폭도 좁고 소재도 작고. 조금만 잘못 건드리면 노숙자 비하다…. 웃기려고
'로열패밀리'를 하는 거지만 캐릭터가 그렇다보니까 솔직히 좀 노숙자분들 흉내도 내고 싶고….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이게 안되거든요. 소재에 한계가 있다 보니 어려웠어요. "이런 거 해도 돼요?" 물으면 "아마 안될걸?" 이러니까.
- 개그 하기 가장 힘든 게 사회적인 시선이겠네요.
한민관: 네. 그게 가장 무서워요. 해도 상관없는데 주변에서 안 좋게 받아들이시니까…. 우리나라는 참 안타까운 게 개그에 벽이 있어요. 벗어나서는 안 되는 선. 그것만 좀 뚫리면 정말 재밌는 개그 많이 나와요. 개그맨들 사이에서도 "이건 비방송이다" 하는 코너가 너무 많아요. 선을 좀 끊어 주면 정말 재밌는 개그가 나오는데, 좀 안타까워요.
- 그리고 지금 하고 있는 게 '꽃보다 남자'인데 그건 어떻게 하게 되신 건가요?
한민관: 순수하게 캐릭터 하나만으로 들어갔어요. 처음에 저희가 짜려고 한 건 아니에요. 개콘에서는 이미 '꽃보다 아름다워'라는 코너가 있었잖아요. 그래서 짤 엄두를 못 냈죠. 기존에 했던 것과 똑같으면 욕먹거든요. 그런데 감독님이 "진지하게 생긴 애 둘, 휘순 선배와 나 같은 사람 둘, 금잔디는 박지선으로 해서 짜봐라" 하셨죠. 워낙 꽃보다 남자가 대세니까 "한 주를
하던 두 주를 하던 한번 짜봐라, 한번 보자. 어떻게 짜오나." 말씀하셨어요. 이틀 밤 샜어요. 금요일 지시를 하시고 월요일에 보자 하신 거예요. 주말에 스케쥴도 있는데.

- 하하하. 스케쥴 하지 말라는 거네요.
한민관: 일단 짜야 해요. 감독님이 짜라고 했을 때 못 짜면 개그맨 능력이 없는 거예요. 무조건 짜야 해요. 밤새서 짜서 처음에 검사 맡았을 때 "너희가 급하게 짰기 때문에 만족은 못하지만 괜찮게 짰구나"란 이야길 들었어요. 여기서 감독님이나 메인 작가님들이 지시해요. "이런 식으로 가보자" 해서 나온 게 지금 '꽃보다 남자'죠.
- 개인적으로 링거를 맞으며 들어오는 장면에서 상당히 놀랐어요. 어떻게 이런 걸 생각해냈을까 하고요.
한민관: 그게 제가 하기 때문에 어울린 거예요. 정말 제가 하기 때문에. 제가 요즘 전동휠체어를 끌고 나오잖아요. 솔직히 말해서 이걸 다른 사람이 했다면 분명히 말이 나와요. 장애인 비하라고. 저도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했어요. 그래서 감독님한테 "전동휠체어를 타고 나올 생각을 하는데 괜찮을까요?"라고 하는데 감독님도 반신반의하는 거예요. 아! 이거 뭐라 하지 않을까? 전동휠체어 그냥 타는
건데…. 보는 시선들이 있으니까요. 다행히도 웃는 거예요. 대신 아픈 척 안 하고 포즈를 취하고 나왔죠. 사람들이 등장하자마자 빵 터지는 거예요. 아! 다행이다 했죠.
- 재밌는 건 MBC '개그야'에서도 'A4'란 유사코너를 해요. 게다가 거긴 원조 '꽃보다 아름다워' 멤버가 있어요. (디시이용자 '예능덕후')
한민관: 거기도 거기 나름대로 재미가 있고, 우리 '꽃보다 남자'도 우리만의 재미가 있는 거예요. 그쪽에서는 오정태 씨가 윤지후 역할인데 아픈 거 안 하고 약한 거 안 하잖아요. 하지만, 제 윤지후는 약한 거 해요. 다르니까요. 요즘 인터뷰를 하면 전부 그걸 물으세요.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재밌게 보고 있어요. 방금도 개그야 보고 있었잖아요. (그를
만나러 그의 사무실에 방문했을때 한민관은 'A4'를 모니터하고 있었다) 개그맨들 방송 삼사 개그프로그램이나 예능 버라이어티 다 봐요. 분명 재밌는 부분이 있고 "아! 저거는 우리가 했으면 재밌겠다"라는 것도 있고. 우리 내용 중에 MBC에서 했으면 재밌었을 거고, 이 내용은 우리가 해서 재밌는 게 있고요.

- 삼사마다 개그 컬러가 다른가요? 이 코너는 MBC 하면 잘할 것 같다, KBS에서 하면 재밌을 것 같다 이렇게요.
한민관: 제가 말씀드린 건 지금 하고 계시는 분들의 캐릭터에 따라서예요. 오지헌 선배는 박휘순 선배보다 외모나 이런 게 좀 더 독하거든요. 약한 거는 제가 하면 더 웃긴 거고. 그런데 가만히 지켜보시면 '개그야'나 '웃찾사'나 '개콘'이나 개그가 약간 달라요. 제 개인적인 관점으로 봤을 때 '웃찾사'같은 경우는 약간 젊은 층을 타겟으로 한 중독성
강한 게 있고, 그리고 엠비씨 분들은 연기를 잘해요. 콩트 같은 게 많아요. 연기력으로 승부하는 거. 저희 같은 경우 브릿지 코너가 없고. 다 재밌었으면 좋겠어요.
- 예전에 비해서 '웃찾사'나 '개그야'가 개콘과의 격차가 많이 나요. 개콘만의 강점이 뭔가요?
한민관: 아까 말씀드리지 않았나? 제가 봤을 때 선후배 차이, 그 차이 같아요. 그게 좀 세요. 이런 게 있어요. 모 방송국 개그프로그램 같은 경우는 코너를 하나 하고 사라지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요. 하지만, 개콘은 선배들이 끌어주거나 아니면 감독님이 당겨요. "하나로 죽지 말고 더 해라" "이런 걸 좀 더 해봐라" 이렇게요. 저희 '봉숭아 학당' 회의 따로 안 해요. '봉숭아 학당' 멤버 전체가
다 모여서 회의를 해요. 자기 것만 짜는게 아니라 한번은 얘 거, 한번은 쟤 거 남의 것도 짜요. 이런 내용 어때요? 얘기하다가 재미없으면 다시 다 짜줘요. 요즘 들어 이런 게 많아요. 각자 캐릭터만 하고 들어가는 게 아니라 얽히는 것. 구준표와 허경환이 얽히고, 박지선과 제가 얽히고 이런 거요. 그런 게 좀 다른 것 같아요.
- 요즘에 특히 박지선 씨와 많이 얽히시는 것 같아요. (디시이용자 '차차aa')
한민관: 얽힌다기보다는 '꽃보다 남자'는 금잔디와 윤지후이기 때문에 그런 게 있고, '봉숭아 학당'에서는 원래 박성광 씨가 있었다면 할 대역을 그분이 없다보니까 제가 박지선 씨 옆에서 하죠. 그러다가 박지선 씨가 뽀뽀도 하고…. 집에 가서 수세미로 밀어요. 하하하.
- 안 그래도 뽀뽀해서 기분 어떠냐고 묻는 분도 계셨어요. (디시이용자 '인터뷰')
한민관: 박지선 씨 귀여워요. 정말 여자로 보기 보다는 후배로 좋아해요. 오나미 씨도 귀엽고. 하지만 지워요. 하하하.
- 한 프로그램 안에서 같이 한다고 해도 누구는 뜨고, 누구는 안 뜨고 이럴 땐 어떤가요? 지금은 안영미 씨가 '분장실의 강선생님'(이하 분장실)으로 대세가 됐는데, 안에서 시샘하고 이런 건 없나요?
한민관: 물론 그런 분들도 있을 거예요. 하지만 "걔 잘나가 질투나" 하면서 계속 싫어하는 사람은 없어요. 질투가 나더라도 잠깐이에요. 중요한 건 지금 안영미 선배가 빵 터지잖아요? 그럼 사람들이 분명히 개콘을 더 많이 본다는 거죠. 시청률이 올라가는 거예요. 지금 개콘 시청률이 평균 23~24% 예요. 분장실이 쳐 주면, 다른 사람들도 얼굴을 많이 알리게 된다는 거죠. 그러다 분장실이 시들해질 때면
다른 사람이 빵 터지고. 전체적으로 봤을 때는 '분장실' 같은 코너가 빵 터졌을 때 기분 좋아요. 개인적으로 안영미 선배 저랑 되게 친해요. 강유미 선배도 그렇고 경아도 그렇고 정경미 선배도 그렇고. 친하게 지내서 지금 좋아요.

- 공채 동기는 누구 신가요?
한민관: 안일권 씨, 쌍둥이(이상민, 이상호)…
- 그 가운데 제일 많이 뜨신 것 같아요.
한민관: 제가 공채시험 봤을 때 꼴찌로 들어갔어요. 1등은 권재관 씨라고 생소하시죠? 그분이 1등 하셨어요.
- 황현희 씨 같은 경우는 SBS 붙었다가 KBS로 다시 들어왔다는데, 혹시 다른 방송사 공채 보셨나요? (디시이용자 '김배추')
한민관: 개그 시작하고 3개월 만에 MBC 시험 봤었죠. 아무것도 모를 때. 그런데 본선까지 갔었어요. 700명 중 50명 뽑았는데 본선 가서 떨어지고 SBS 안 보고. KBS 19기 때 시험 한 번 보고 떨어지고 20기 시험 안 보고 21기 때 봐서 붙었죠.
- 제가 알기에는 19기에 붙었던 김대범 씨와 같이 연기하신 걸로 아는데요.
한민관: 네. 안상태 선배랑 김대범 선배, 황현희 선배, 안일권… 다 같은 공연장에서 공연하다가 세 명은 공채시험 19기 붙어서 나가고, 박성광, 박영진, 김준현 다 들어왔었어요. 그때는 너무 힘들었어요. 평일에 하루 5회, 주말에 6회 한 시간 반씩 타이트하게 공연했어요. 토나와요. 그런데 연기력이 늘어요. 무대 공포증이 없어지고. 그때 아침 일찍 일어나 공연장 청소하고
공연하던 그 시절이 없었다면 전 지금도 무대 위에서 덜덜 떨어 개그맨이 안 될 수도 있었을 거예요.
- 원래 개그맨이 꿈이셨나요?
한민관: 아뇨. 영화 조연이요.
- 왜 조연이에요? 주연도 있잖아요.
한민관: 솔직히 저 봤을 때 주연 할만 한가요? 그래서 전 조연이에요. 저는 저 자신을 알아요. 하하하. 저는 제일 존경하는 선배가 임창정 선배, 유해진 씨, 이문식 씨. 감초 연기. 영화를 보다 보면 그런 연기가 빠지면 뭔가 심심하단 느낌 들잖아요. 그런 연기가 하고 싶어요. 어렸을 때부터 연극 공연하면 그런 역할만 했어요. 정말 진지한 연극인데 도 항상 저는 그런 역할이었어요.

- 앞으로 연기하실 수도 있겠네요.
한민관: 불러만 주신다면 출연료 없이… 하하하.
- 소속사에서 싫어하실 텐데요.
한민관: 제가 혼자 다니죠, 뭐. 차 있고, 운전하고. 하하하.
- 어떤 역할 한번 맡아보고 싶으세요?
한민관: 건달 연기요.
- 지금까지 나왔던 영화 속 캐릭터 중에서 꼽아본다면?
한민관: 유해진 씨가 '공공의 적'에서 했던 연기나, 조인성 씨가 '비열한 거리'에서 했던 진지한 건달 연기. 그런 게 해보고 싶어요. 그런 사람 중에도 저같이 마른 사람이 있어요. 저는 어렸을 때부터 그런 연기가 재밌는 거예요.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 지금까지 이야기했듯 한민관 씨 하면 '마른 체격'이 연상되기에 이와 관련된 질문이 좀 많아요. 혹시 선천적으로 마르신 건가요? (디시이용자 'Splinter' 'ㅇ' '자라다' '스갤?코갤?')
한민관: 선천적으로 마른 사람이 어딨겠어요. 제가 만드는 체질이라고 해야 하나? 어릴 때 저는 키 작고 통통하고 볼 살이 있었어요. 그런데 갑자기 키가 크면서 마르기 시작하더라고요. 군생활 할 때는 규칙적인 생활 때문에 통통했었어요. 지금은 그런 생활을 못해요. 군대 제대하면서 규칙적인 생활을 해본 적이 없어요. 밥을 먹으면 많이 먹어야 하는데, 저는 배가 부르면 숟가락을 그냥 놔버려요. 더먹고 싶다가
아니라 "잘 먹었다~" 하고 딱 놓죠. 그리고 제가 되게 예민해요. 뭔가 하나 일이 안 풀리는게 있으면 자꾸 신경이 쓰여요. 예민하다 보면 자기 스트레스 때문에 빠지더라고요.
- 방금 키가 갑자기 크셨다고 하셨잖아요. 안 그래도 그게 사실인지 궁금해 하는 분이 있어요. (디시이용자 '☆황원식★' '김김')
한민관: 혹시 주변에 저 아는 분이 있어서 물어보시면 아실 거예요. 제가 고2 때까지도 제 친구 키 어깨에 왔어요. 그런데 지금은 제가 걔보다 더 커요. 굉장히 많이 컸어요. 항상 전교에서 1,2번이었어요.
- 가족들 체격은 어떠세요? (디시이용자 '파니동정론' '김배추')
한민관: (양팔을 넓게 벌리며) 저희 어머니 아버지 덩치 이만하십니다.
- 캐릭터 때문에 일부러 안 찌우시는건 아닌지요? (디시이용자 '퀴즈의 달인' '조빌리' '쪼꼬릿' 'ㅇㅇ111' 'ㄹㄹㄷ쟈' '4차원만두')
한민관: 아니에요. 먹을 거 다 먹고…. 일부러 빼는 건 말이 안 되는 거지요. 솔직히 저는 '캐릭터 때문에 일부러 빼야 해' 생각할 수 없는 게 막 먹어도 지금은 안 쪄요. 살쪄야 되겠다고 먹어도 안 찌는데, 여기서 더 빼면 완전 비호감 될 것 같아요.

- 비실이 콘셉트로 돈 많이 벌기 VS 근육질 됐지만, 그냥 이미지만 바뀐다, 어떤 걸 선택하시겠어요? (디시이용자 'xnekfl')
한민관: 하하하. 너무 극단적이네요. 말 잘못하면 큰일 날 텐데. 하하하. 비실이 콘셉트로 돈을 많이 번다기보다는… 제가 지금 비실이 콘셉트이지만 충분히 캐릭터 탈바꿈할 수 있다고 봐요.
- 어떻게요?
한민관: 럭셔리하게요.
- 음… 기대가 되네요.
한민관: 앞으로 어떤 개그를 하고 싶으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어요. 저는 지금 비실개그를 하고, 솔직히 지금 개그 판에서 약한 사람 하면 저인데, 약한 거로만 개그 하기에는 한계가 있어요. 자기 계발하지 않으면 여기서 끝나는 거예요. 비실개그로 제가 계속 밀고 나간다고 해서 저를 계속 쓴다거나, 제가 돈을 벌 수는 없을 것 같아요.
- 안 그래도 비실개그 소재가 고갈될 것 같다. 얼마 안 남은 것 같다고 예측하시는 분들이 있어요.(디시이용자 '♥파니동정론' 'ㅇㅇ' '내서' '5' '적' '농노빠' '기러기' '조르쥬')
한민관: 비실개그를 하려면 앞으로 더 할 수 있어요.
- 식상하다는 거죠. (디시이용자 '썬더드래곤♨' 'DY')
한민관: 그렇죠. 식상하기 때문에 제가 개발을 해야 해요. 저는 럭셔리한 걸 짜고 있고, 몇 개는 짜 놨어요.
- 언제쯤 나오나요? (디시이용자 '황카' '적' '소다미' '좀누비')
한민관: 올여름쯤에 보실 수 있을 것 같아요. 약간 '헬스보이' 비슷한? 그런 콘셉트도 있고요. 솔직히 개콘만 계속 할 수 없어요. 나이 사십 오십 먹고도 개콘 할 수 없는 거잖아요. 분명히 자기계발이 필요한 거고, 버라이어티에서는 진지하게 개그를 하다가 제 몸개그가 필요한 타이밍이다 싶으면 그때 하고. 몸개그로 밀고 나가겠다, 약한 거로 밀고 나가겠다, 이런 생각은
전혀 없어요. 솔직히 말해서 저 운동은 잘하거든요. 어떤 운동이든. 못하진 않고 "좀 하는데?" 소리는 들어요. 배드민턴이든 탁구, 야구, 배구… 조금만 배우면 잘하거든요. 그런 걸로 전 이미지를 탈바꿈하고 싶어요. "아~ 쟤가 약하지만은 않구나" 이렇게. 제가 카레이싱도 하고, 스노보드·이종격투기 되게 좋아하고. 좋아하는 이유가 약한 이미지 때문에 더 하고 싶은… 그런 게 있어요. 솔직히 제가 집에서 뜨개질, 꽃꽂이하고 있어봐요. "그래, 한민관 저런 사람이야" 하지만 제가 레이싱하는 거를
보고, "아! 그런 것도 하세요?" 라고 하잖아요. 그럼 "네. 저 해요" 그런 게 좀 있어요. 글 쓰신 분들이나 리플 다신 분들 말이 맞아요. 약하고, 비실이 개그, 한계가 있어요. 그래서 저는 분명히 다른 캐릭터를 찾아서 개발할 거예요.
- 만약 지금 몸무게에서 2~30kg 늘면 어떤 느낌일 것 같아요?
한민관: 전 싫어요. 남들처럼 힘을 못 쓰지만 몸이 되게 가벼우니까 편해요. 그런데 2~30킬로 쪄버린다면 불편할 것 같고, 힘들 것 같아요. 만약 제가 몸짱이 된다면, 2~30킬로 그냥 찌진 않겠죠. 운동을 하겠죠. 그렇게 몸짱이 된다면 몸짱에 맞는 개그가 분명히 있단 말이에요. '헬스보이'같은 코너라던가 몸짱이 필요한 개그라던가. 제가 몸짱이 된다면 바로 캐릭터 변화잖아요. 만약 '노브레이크'가 지금까지
안 오고 비실 캐릭터로 자리를 못 잡았으면 전 지금쯤 몸짱 됐을 수도 있어요. 헬스장 다니려고 끊었었거든요. 관장님이 저 같은 몸은 2개월만 바짝 운동하면 금방 몸짱 된대요. 그런데 별로 당기지는 않아요.
- 근육이 늘어나면 좋아하는 스포츠 하기는 더 편하지 않을까요?
한민관: 그렇지만, 제 생각으로 불편한 것 같아요.
- 아까 카레이싱하신다고 하셨는데 류시원 씨나 이세창 씨처럼 레이싱쪽으로 선수등록을 해서 활동을 할 건가요? (디시이용자 '김배추')
한민관: 그건 아니에요. 어제 저희 레이싱팀 감독님하고도 이야기했는데, 저는 나중에 부업으로 자동차 튜닝에 관련된 일을 하고 싶어요. 이세창 씨 같은 경우는 아예 방송을 접다시피 하고 감독을 하시잖아요. 저는 레이싱은 부업으로 방송을 더 열심히 해야 해요. 그래도 제 목표가 뭐냐면 '올해는 한달에 한 경기는 꼭 나가자'예요. 감독님하고도 이야기했어요. 우리팀을 위해서. 제가 방송을 더 열심히 해야 우리 레이싱 팀도 같이 사는 거예요.

- 레이싱팀에 다른 연예인 계세요?
한민관: 제니퍼요. 일출이.
- 그분과 굉장히 친하신가 봐요.
한민관: 김재욱 선배 같은 경우는 올해 처음이에요. 저는 작년 한 시즌 뛰었어요.
- 예능 이야기를 좀 할게요.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이수근 씨가 끌어주셔서 한민관 씨가 예능을 시작했다는 이야기가 있어요.
한민관: 끌어줬다기보다는 도와주신 거죠. 만약 2008년도에 제가 상을 받았다면 이 이야기를 했을 거예요. "저는 정말 개그를 잘하는 놈도 아니고 웃긴 놈도 아니다. 그런데 인복이 좋다." 그 얘기를 정말 하고 싶었어요. 노브레이크 한민관도 저 혼자 했었으면 이 자리까지 못 올라왔어요. 김재욱 선배가 옆에서 많이 도와줬고, 봉숭아 학당 팀들이 도와줬고, 감독님도 도와주셨고 했기 때문에
노브레이크 캐릭터가 이 자리에 있었던 거죠. 또, 제가 연예대상에서 '레이니즘'을 추면서 이름을 좀 많이 알렸는데 그게 원래 김병만 선배가 하기로 된 거였어요. 그런데 그때 일이 있으셔서 김병만 선배가 못 추게 됐죠. 그때 병만 선배가 제가 춤을 좀 추니까 "그럼 민관이 한번 추게 하자. 춤을 좀 추니까"했죠. 병만 선배가 도와주신 거예요. 그래서 더 열심히 춰서 이름을 알렸죠.

이수근 선배 같은 경우도 후배 개그맨을 섭외하려고 하는데 분명히 누굴 부를까 생각하셨겠죠. 아까 말씀드렸지만 저희가 분위기를 업시키는 그런 걸 하고 있잖아요. '시청자와 함께하는 1박2일'이 약간 분위기 업을 시켜야 하니까 저희를 선택해서 "공연을 할 수 있겠느냐" 하시는데 저는 처음에 장난인 줄 알았어요. "아우~ 다리에 철심을 박고서도 해야죠" 했어요. 장난인 줄 알았으니까. 그런데 진짜로 불러주셨죠.
- 당시 기분이 어땠나요?
한민관: 처음에 아마 제 어리벙벙한 표정이 나왔을 거예요. MC몽 선배가 "우와~ 한민관 왔어 한민관" 하는데 "뭐지?" 강호동 선배가 "이야~ 한민관 왔나~" 하는데 제가 멍하니 있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히더라고요. 더군다나 옆에 이수근 선배가 있으니까.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개그맨들이 버라이어티에서 거의 실패했던 이유가, 갔다가 떨어져 나온 이유가 기에 눌려서거든요.
주눅이 들어서. 정말 시청자분들이 시간을 두고 얘를 지켜본다면 굉장히 나중에 적응하면 잘해요. 지금 개콘에서도 웃긴 사람 많아요. 사석에서 웃긴 사람들, 말 잘하는 사람들 되게 많아요. 저는 박영진 말 잘해서 되게 좋아해요. "나중에 넌 MC해야 돼. 나중에 나 꼭 써라" 이렇게 얘기해요. 그런데 시청자분들은 기다려주지 않으니까. 안 기다리거든요. 한번 나와서 재미없으면 "어우~ 쟤 별로다" 이런 소리 나오죠.

저 같은 경우도 요즘 되게 부담스러워요. 인터넷 보면 '한민관 예능 가능성 99.9%' '준비된 예능인' 이상하게 좋은 말만 써주시는데 저한테는 너무 부담이에요. 저는 옆에서 도와주셔서 1박2일을 재밌게 준비해서 간 것도 있고, 즉석에서 애드립 한 것도 있는데 "얘는 준비된 애다" 하시니까…. 한가지 말씀드리고 싶은 건 저는 지금도 버라이어티 나가면 주눅이 들 때 있어요. 어쩌다 한 번씩 멘트를 치지 제가 주도해서 하는 건 없거든요. 처음에 개콘 할 때도 한 반년 정도는 적응을
못 해서 아이디어도 못 짜고 어리바리 했었어요. 점점 적응을 해가니까 개콘 감독님이 "요즘 한민관이 개콘에 완전 적응하게 되면서 준비됐던 것들이 뿜어져 나온다"라고 인터뷰에서 말씀하시더라고요.
적응을 하면 저도 되게 잘할 자신 있어요. 전 아직 버라이어티에 적응을 못 했고, 못 했다고 생각해요. 그런 얘기 하다 보면 디시 분들 사이에서 "아니 쟤 왜 나오는 거야" 이런 글이 나와요. 저 '식객민우' 단어 알고 있어요. 하하하. 저를 지켜봐 주시는 분들이 예전보다 너무 많아요. 팬도 예전보다 훨씬 더 많아졌고. 그분에게 말씀드리고 싶은 게 너무 조급하게 생각하지 마시고 차근차근 지나다 보면 잘할 거라는 거. 솔직히 누가 처음부터 강호동 선배나 유재석 선배처럼 합니까? 솔직히
제가 상상플러스에서 붐 씨한테 "예능 그게 아니야" 이랬는데, 저는 붐 씨 되게 존경해요. 같이 예능 버라이어티 몇 번 했는데 재미가 없어도 끝까지 치고 나가는 그런 게 있어요. 치고 나가서 재미없으면 "아유~ 죄송합니다" 그렇게 들어오면 되는 거고. 저도 배우는 중이에요. 배울 시간을 줘야지 배울 시간을 안 주면서 재미없다 판단하는 자체가 좀…. 처음에 태어날 때부터 인수분해하고 영어 할 줄 아는 사람 누가 있어요. 배우면서 잘하는 사람이 있는 거고, 배워도 못하는 건 자기가 능력이 없는 거고.
저도 지금 배우는 단계기 때문에 지켜봐 주셨으면 좋겠어요. 솔직히 예능은 개그맨들도 꿈꾸는 자리기도 해요. 저한테는 지금이 기회인 것 같아요. 기회가 그렇게 많이 찾아오는 것은 아닌데, 저는 지금이 기회고…. 물론 지금 유재석 선배나 강호동 선배처럼 잘하면 좋겠지만, 솔직히 저도 제 능력을 알잖아요. 먼저 배워야 해요. 개그맨 하다가 예능에 가서 갑자기 잘하는 것도 몇 안 돼요.
- 롤모델로 삼고 계신 분이 있나요? (디시이용자 '적')
한민관: 박명수 선배님이요. 그리고 딱 누구 하나 집는다기 보다는 저는 메인이 싫어요. 메인은 부담감이 장난 아닐 것 같아요. 저는 유재석 선배와 강호동 선배 대단하다고 생각하는 게 지금 1등 자리에, 양대산맥이잖아요.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저는 그게 싫어요. 친구에서 그런 멘트 나오잖아요. "2등이 돼서 1등 정신 차리게 하고!" 1등이면 더는 올라갈 데가
없잖아요.
- 솔직히 개그맨 출신들이 예능에 가서 큰 활약을 보인 건 아니잖아요. 대중이 이들이 적응하는 시간을 기다려주지 못했기 때문에 안 됐을 가능성도 있다는 거네요. (디시이용자 'ㅇㅇ')
한민관: 그것도 있고, 예능 개그와 우리가 하는 공개코미디 개그가 달라요. 호흡 같은 것도 다르고 예능은 타이밍 싸움이에요. 순간적으로 탁탁 나오는. 저 같은 경우도 되게 멍했어요. 대신에 미리 '이런 질문을 할 것이다'라는 걸 전날 생각하죠. 자기가 적응을 못 하면 끝이에요.
- 약속된 개그에 익숙해졌다가 그렇지 않은 환경에 가서 그런 건가요?
한민관: 네. 그리고 그런 것도 있어요. 개그맨들이 나쁜 사람도 있지만 착한 사람이 대부분이에요. 예능 나가서 하다 보면 순간 애드립이 머리에 생각나요. 이거 치면 터지는 거예요. 그런데 이런 마인드가 있어요. '지금 내가 끼어들어 가면 흐름이 끊기지 않나?' 그러다 기회를 놓치면 지나가고요.
- 그런 면에서 신봉선 씨가 잘하는 거네요.
한민관: 신봉선 선배도 처음엔 그렇게 못 했어요. 하지만, 하다보니까 자신감이 생기고 지금 정말 잘하잖아요. 저는 되게 뿌듯해요. 저랑 같이 개그를 하던 선배가 버라이어티 나가서 자리를 잡고…. 이번 해피투게더를 나갔는데 신봉선 선배가 왔냐고 티 내주고. 사람마다 적응하는 기간이 다르겠지만, 적응을 빨리해야 해요. 적응 못 하면 아웃되는 거죠.

- 예능이 어떻게 보면 개그의 일부라고 볼 수 있는데 개그맨이 아닌 다른 사람이 와서 웃기는 상황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시나요? (디시이용자 '김배추')
한민관: 맞는 말이에요. 만약 개그맨이 빵가루를 입에 묻히고 웃으면 "뭐야 식상해" 그러는데 진지한 사람이 하면 웃긴 게 있어요. 그리고 개그맨들은 어디 나가면 기대치가 있어요. "얘는 웃기다"라는. 제가 예능이나 토크쇼에서 아리송하게 생각했던 게 가수나 탤런트나 진지한 이야기가 있잖아요. "저는 어떻게 살았고 집안이 어렵고 보니까 이렇게 살았어요"
하면 자동으로 음악을 깔아줘요. 그리고 손뼉 치며 "이렇게 아픈 게 있었다" 이래요. 그런데 "한민관 씨 어떻게 생각하세요?"해서 "저도 진짜 컨테이너에서 화장실 없었고…" 이렇게 진지하게 하면 "뭐야?" 이러죠.
- "왜 안 웃기냐?" 이거네요.
한민관: 그렇죠.
- 웃음을 달라고 강요하는 거네요.
한민관: 네. 그런 게 없을 수가 없어요. 개그맨들에게는 고정관념이 있어요. 인터뷰를 하더라도 편하게 하면 되는데 '여기서 웃음포인트를 꼭 줘야 해'라는 것. 지금도 이야기하면서 '이야기가 지루한가?' 이런 생각도 하게 돼요. 항상 이야기하면서 웃음포인트를 한가지 생각해요. 이수근 선배나 김병만 선배 다 저와 친한데 가끔씩 술 한 잔 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도 해요. 예능 나가서 주눅 들지 말라고요. 이수근
선배도 처음에 너무 힘들었데요. 정말 힘들어하셨어요. 방송 모니터를 하면 눈치를 자주 봤어요. '내가 지금 잘하고 있나? 내가 뭘 해야 하나?' 이런 눈치요.
그리고 이런 게 있어요. 7명이면 7명, 8명이면 8명 모여서 버라이어티를 해요. 제가 재밌는 이야기를 하는데 7명이 "아, 뭐야?" 이러면 전 재미없는 사람이 돼요. 그렇게 몰아가는 거예요. 그런데 이 사람은 제가 봤을 때 재미가 하나도 없는데 다른 사람들과 친해요. 그럼 웃어주고, 이 사람은 재밌는 사람이 되는 거예요. 그래서 인맥, 사람 알고 하는 거, 그렇게 될 수밖에 없더라고요. 저도 한번은 느꼈어요. '아! 이건 분명히 내가 생각했을 때 재밌는 이야긴데 옆에서 반응을 이렇게
하니까 내가 바보 캐릭터가 돼가는구나. 이렇게 캐릭터가 잡히는구나' 생각을 한 적이 있어요.
- 개그맨들이 예능에서 성공하려면 개그맨 출신 예능인들이 많이 포진해야 할 수밖에 없네요.
한민관: 그렇죠. 이수근 선배나 신봉선 선배나 선배들 많이 나오고 버라이어티 포진해 있는 게 저희에게 절대 나쁜 게 없어요. '선배 부럽다' 이걸로만 생각할 게 아니라 우리도 잘해서 버라이어티에 한 자리 차고 들어갈 생각을 해야지. 자기가 연기가 하고 싶으면 연기를 차고 들어가면 되고.
- 이수근 라인이라는 이야기도 나왔어요. (디시이용자 '황카')
한민관: 라인이라고 하는 것도 좀 그래요. 전 "강라인 들어갔느냐?" 이런 얘기 있는 것도 알아요. 그럼 1박2일 나가면 강라인이고 무한도전 나가면 유라인 아니에요? 저 강호동 선배님 전화번호도 몰라요. 이수근 선배는 정말 형처럼 지내는 사이고. 이수근 선배가 1박2일 때 저에게 도움을 청했고, 저는 불러줬는데 못하면 안 되잖아요. 그래서 편집됐지만 마술같은 거 준비하고, 인간 줄넘기
하고 그랬던 거죠. 또 주변에서 이런 걸 물어보세요. 강호동 씨가 물어보는데 말을 톡톡 친다고. 물어보는데 대답 안 하고 가만있나요? 그건 아니잖아요. 물어보니까 거기에 맞는 대답을 했는데 사람들이 거기에 대해 놀라시더라고요.
- 아무래도 강호동 씨가 힘있는 캐릭터니까 저렇게 깐죽대다가 맞는 게 아닐까 걱정하신 게 아닐까요?
한민관: 물어보니까 대답을 했을 뿐이에요.(웃음) 저는 1박2일 나가서 이렇게 크게 될 줄도 몰랐고…. 물어보기에 대답하고, 제가 생각해낸 개그치고. 그런데 그걸 아주 좋게 봐주시니까 부담이 돼요. 1박2일 하기 전에 '샴페인'이나 '해피투게더' 나왔을 때 '아, 이 정도면 오늘 녹화 잘했다' 생각하는데 지금은 불안해요. 기대치가 높아져 버려서. 저는 제 미니홈피 다이어리에 일기 쓰고, 하고 싶은 말 하고…
주저리주저리 글을 남기거나 인터뷰를 하다 보면 "너무 부담된다" 그런 얘기도 많이 해요. '왜 내가 뭐만 하면 기사가 많이 나올까?' 이런 생각도 했고.
그래서 춤 배우는 건 레이니즘에서 끝내려고 했는데 사람이 기대치가 높아지자 거기에 맞춰서 해 드려야 해요. 계속 레이니즘만 할 수 없어서 당시 안무 배웠던 분들에게 다른 춤을 배우고 있어요. 계속 제가 뭘 해줘야지 대중들이 만족하고, 글이 안 올라오지. 제 생각에 제가 방송 나와서 레이니즘 한번만 더하면 글 올라올 겁니다. 식상 하다고.
요즘 버라이어티 나가면 춤을 꼭 춰달라고, 레이니즘 춰달라고 해요. 그럼 "작가님, 제가 레이니즘을 추기에는… 다른 거… 춤 안추면 안돼요?" 라고 물어봐요. 저도 시청자들을 생각하거든요. 똑같은 거 보여주기에는 그렇죠. 그런데 그분들이 요청을 하세요. 신인주제에, 개그 판에서 예능 이제 조금 나왔던 주제에, 거절할 수 없는 거죠. 그런 게 있어요. 또, "'연라게' 웃기냐?" 이런 글을 봤어요. 그런데 이것도 작가님들이 준비해 달라고 하세요.

- 어쩔 수 없이 하게 되네요.
한민관: 저도 나가서 토크를 하고 싶어요. 사실 토크는 정말 말 잘하시는 분들이 많아서 제가 좀 어려워하고, 전 리얼버라이어티를 좋아해요. 토크쇼에 나가면 재치있게 이야기하고 중간 중간 재밌는 이야기 하고 끝내고 싶은데 제 캐릭터가 있다보니까 작가분들이 요구하세요. "이번에 MC 분들, 노브레이크 사장 버전으로 하나 해주세요" 이러시면 "싫은데요?" 할 수도 없잖아요. 그래도 좀
저를 귀엽게 봐주셨으면 좋겠다는 점이 내용을 작가님이 써서 주는 게 아니라 다 제가 짜요. "이 MC 특성이 이러니까 이걸로 하자" 이렇게요. 그리고 "상상플러스 또 하네. 연라게 웃기냐?" 이렇게 말씀해 주시는 분들이 계신데, 그분은 이런 걸 싫어할지 모르지만 재밌어하시는 분들도 계시잖아요. 싫어하시는 분들 때문에 안 하면, 재밌어하시는 분들 웃음을 덜 드리는 그런 기분도 들어요. 그래서 해요. 악플도 사실 많은 편이 아니지만, 저도 사람이다 보니까…. 그래도 오래는 안 가요. 금방 잊어버려요.
- 폐부를 찌르는 악플들이 있나 봐요.
한민관: 저는 "니 얼굴 비호감이야 안 돼" 그 말 이후로는 그렇게 상처를 받진 않아요. 그냥 잠깐 한 5분 정도 '"아…" 하다가 (목소리 톤이 밝아지며) "더 열심히 해야지~" 이래요. 5분 정도는 약간 가슴앓이를 해요. 도대체 어떻게 해야 이런 분들까지 재밌게 해 드릴 수 있을까…. 전 국민을
만족하게 할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을까… 저는 열심히 하고 싶어요.
- 대중들은 본인 의지로 그런 캐릭터를 예능에서 계속 한다고 생각한 것 같아요. 그런데 본인 의지가 아니니….
한민관: 버라이어티 나갈 때 한 거는 작가님들이 해달라고 해서 준비를 한 거고요. 그런데 가끔 한 번은 제가 하고 싶어서 하기도 해요. 누가 말 버벅거리면 "말 잘하고 싶으면 연락해" 이렇게 할 때가 있는데 가끔 한 번씩 하는 건 재밌는 것 같아요.
- 그럼 이제 인터뷰를 정리할게요. 앞으로 10년 뒤, 본인은 어떤 개그맨이 돼 있을 것 같아요? (디시이용자 '김배추' 'Splinter')
한민관: 말 그대로 마흔이잖아요. 40세까지 개콘에서 버티기는 어려워요. 후배들이 올라오면 후배들도 설 자리를 마련해 줘야 하는 것도 선배들의 몫이에요. 선배들이 후배들을 웬만큼 끌어주고, 올라가는 건 후배들 몫이에요. 선배들은 비켜줘야 해요. 비켜줘야지 후배들이 더 치고 올라가는 거죠. 그러면 그 후배들은 후배들 받아서 또… 저는 만약 마흔 살이다 그러면 아마도 개콘은 안 하고 있을 거예요.
연기가 됐든, 예능이 됐든, 분명히 뭔가 하나는 하고 있을 것 같아요.
- 지금 가장 최우선으로 하고 있는 목표는 뭔가요? (디시이용자 'Splinter')
한민관: 올해 안에 예능 자리 하나 차고 들어가는 거요. 물론 메인 MC가 아니라 보조 MC. 솔직히 메인 MC는 상상도 못해요. 올해 안에 고정 하나 차는 거.

- 앞으로 대중들이 한민관 씨를 어떤 사람이라고 기억해 줬으면 하나요?
한민관: 연예인 같지 않은 사람이요. 저는 지금도 그래요. 전 되게 프리하게 사는 사람이에요. 레이싱 팀이나 바깥에서도 그래요. 연예인이면 조금씩 뻐기는 것도 있어요. '난 연예인이다' 이러는 사람이 있어요. 전 그런 거 너무 싫어요. 주변 사람들은 제가 TV에 나오는 게 더 이상하대요. 전 길거리에서 막 호떡 먹고 다녀요. 먹고 싶은데, 제가 하고 싶은데 해야죠. 놀이동산 가고 싶다
그럼 소리지르면서 사진 찍고, 일부러 표정도 웃기게 짓고. 연예인답지 않고 굉장히 따뜻한… 측은한 사람 있잖아요?
- 동정심 유발하는?
한민관: 동정심 유발해서라도 이 사람과 친하다는 느낌, 친근감 있는 개그맨. 솔직히 말해서 장동건 씨 친근하세요? 아니죠? 장동건 씨하고 저하고 비교했을 때 지금 당장 이 자리에서는 저하고 친근할 거예요.
- 으음… 장동건하고 친근해지고 싶어요.
한민관: 싶은 거지 어렵잖아요. 저는 친근해지기 쉽잖아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요.
- 하하하. 네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저희 이용자 분들께 인사말 남겨주세요.

이제 '한민관'은 '개콘의 스타'에서 벗어나 대중 스타로의 진입로에 발을 뻗은 것 같다. 인터뷰 도중 옆 테이블에 앉아계신 아주머니 몇 분이 그의 사인을 받겠다고 1시간을 넘긴 인터뷰 내내 기다릴 정도였으니까. "1박2일 나오고 나서 어르신 분들이 많이 알아봐 주세요"라며 쑥스러운 듯 웃는 그를 보니 이러한 유명세가 아직은 낯선가 보다.
그는 대중들이 지적하는 것들을 다 알고 있었다. 자신의 개그에 시청자들이 점점 식상해 하는 것도, 그리고 캐릭터를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도. 그리고 예능에서 자리 잡지 못하고 있는 모습을 보이는 것 같다는 지적도 '맞다'고 했다. 그랬기에 인터뷰 결과에 대한 걱정도 많았다. 그는 "디시에서 인터뷰하자고 했을 때 사실 조금 두려웠답니다. 코갤에서 저와 관련된 글을 많이 봤어요"라고
순순히 고백했다. 코미디 프로그램 갤러리 이용자들이 궁금해한 "코갤에 들어오나요?"란 질문은 이걸로 답변이 됐을 듯하다.
그는 대중을 무서워할 줄 아는 개그맨이었다. 갑작스런 인기도 부담스러워했다. 그래도 대중과 친해지고 싶어 했다. 그가 말한 대로 조금만 기다려 주면 대중이 만족할 만한 웃음을 주는 개그맨, 예능인이 되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잘할 자신 있다" "열심히 하고 싶다"라고 힘주어 말하는 그의 말을 믿어 보는 건 어떨까.
인터뷰가 끝나고, 그는 자신을 오랫동안 기다려준 어머님 팬들에게 가 허리를 굽히며 인사한 뒤, 사진을 찍고 사인을 해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그가 원하는 '친근한 개그맨'의 모습이 바로 저런 건가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