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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리 미쇼 [3]

우울과몽상(115.22) 2011.06.01 08:46:56
조회 655 추천 0 댓글 0

바다와 사막을 지나, 앙리 미쇼


효력 있다 숫처녀와 씹하듯

효력 있다

효력 있다 사막에 물이 없듯

효력 있다 내 행동은

효력 있다

효력 있다 죽일 준비가 되어 있는 부하들에게 둘러싸여 따로 서 있는 배반자처럼

효력 있다 물건을 감추는 밤처럼

효력 있다 새끼를 낳는 염소처럼

조그맣고 조그맣고 벌써 비탄에 잠긴 새끼들

효력 있다 독사처럼

효력 있다 상처를 낸 단도처럼

그걸 보존하기 위한 녹과 오줌처럼

강하게 하기 위한 충격, 추락, 동요처럼

효력 있다 내 행동은

효력 있다 결코 마르지 않는 증오의 대양을 가슴에 심어주기 위한 모멸의 웃음처럼

효력 있다 몸을 말리고 넋을 굳히는 사막처럼

효력 있다 내팽개쳐 논 시체를 뜯어 먹는 하이에나의 턱처럼

효력 있다

효력 있다 내 행동은

*시집, 바다와 사막을 지나, 열음사



인간으로 길, 앙리 미쇼



하루는 賢人이 와서 우리 무지한 자들을 가르쳐 주었다.

그는 우리에게 말하는 것을 가르쳤다. 그 전에는 우리는 노래할 줄밖에 몰랐다.

그것은 유혹이었다. 어쩌면 그걸 받아들이지 말았어야 했다. 이제 우리는 몇 년 동안의 유년기와 말더듬이 기간을 지나고 나면 모두 다 말을 할 줄 안다. 그러나 이제 사람들은 더 이상 전 같지 않게 되었다. 그것은 이제 더 이상 환희가 아니다.

그것은 사물이 되어간다. 전에는 미래를 위한 시도와 단결과 노동과 준비가 있었다. 사람들은 수목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거의 모두를 보살펴 주었다. 전에는 그가 우리를 다스렸다. 우리는 바랠 것도, 결정해야 할 것도 없었다. 우리는 여전히 놀 수 있었다. 사람들이 깨닫지도 못하는 새 그는 사라져 버렸다. 이제 모든 책임은 우리에게로 돌아온다. 그는 되는 대로 내버려 둔다. 그는 더 이상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그는 마치 전혀 모르고 있었던 것처럼 행세한다.

그가 떨어져 나간 것은 처음이 아니다. 분명 그가 보기에 우리는 만족할 만하지도 않고 또 썩 흥미롭지도 않다. 우리 선조들은 어떻게 그의 관심을 끄는지 알고 있었다. 그들은 홀로 머무르지 않고 그가 돌아오도록 하는 법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우리, 우리는 알지 못한다. 우리는 그 방법을 찾아내지 못했다.

예전에는 음악이 우리를 연결해 주었다. 우리에게는 그에게로, 이 대지 위의 우리를 다스릴 수 있는 그토록 소중한 존재에게로 돌아갈 수 있도록, 그렇게 하기 위한 음악이 주어져 있었다. 어떤 음악. 그것은 그를 우리에게로 인도해 주었다. 끈이 되기 위해 우리에게 물려내려온 그 음악. 그러나 그것은 이제 상실되었다.

우리들 가운데 어떤 사람들은 야생동물들과 살기 위해 부족을 떠났다. 우리는 그들이 떠나도록 내버려 두었다. 야생동물들은 원망하지 않는다. 야생동물들은 법석스런 성향이나 단순한 의도에 속아넘어가지 않는다. 이 편의 수렁은 크고 넓다. 그 수렁은 지금으로서는 메꿔질 수 없는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는 짐승이 아니니까. 어떤 식으로건 아직 우리가 완전한 사람은 아니라 하더라도 우리는 완전한 사람이 되리라. 절망해서는 안된다. 우리는 완전한 사람이었다. 옛날에 우리는 그랬었다. 또한 지금 숲과 사바나에 있는 자들은 완전히 짐승이 되었지만 우리는 그들을 존경한다. 우리는 그들의 생활을 감시하거나 그들에 관한 일들을 알려고 애쓰기를 삼간다. 그렇게 하는 것은 어떤 식으로든 필경 그들을 모욕하는 것이리라.

왜냐하면 우리가 특히 외견상, 따라서 그들보다 먼저 반쪽 인간으로밖에는 남아 있지 않다 하더라도 우리가 그들에 뒤이어 다시 완전하고 진정한 인간이 되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를 걱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알 수 없는 일이다. 확신할 수 없다. 떠벌리는 것은 좋지 않다. 지금으로서는 네 다리로건 혹은 다른 식으로건 그들은 숲 속에서, 굴 속에서 인간으로서의 먼 훗날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훌륭한 위엄, 모범적인 위엄을 지니고.



삐걱거리는 소리, 앙리 미쇼

유년기가 끝났을 때, 나는 어느 늪 속에 빠졌다. 이곳 저곳에서 짖는 소리가 파열하고 있었다. <네 자신에게 짖을 용의가 없다면, 저 짖는 소리도 충분히 이해할 순 없으리라, 그러니까 짖어라>라고 말해 주었느나 나로서는 짖을 수가 없었다.



몇 년이 지난 뒤 나는 그 전보다 단단한 지면에 도달하였다. 거기에서는 무엇인가 서로 삐걱거리는 소리가 잇달아 들려오고 있었다. 온갖 곳에서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곳에서 나도 그런 소리를 내고 싶었으나, 그것은 살을 부딪쳐서 낼 수 있는 소리는 아니었다.

나는 그런 때조차도 흐느끼며 울지를 못하였다. 나는 생각했다, 나는 벌써 어른이 된 것이라고.

이 삐걱거리는 소리는 20년이나 계속하고 있다. 모든 물건에서 이 소리가 나고 있었다. 짖는 소리도 차츰 심하게 들리게 되어갔다. 그래서 나는 웃기 시작했다. 이젠 희망을 잃고서, 그랬더니 나의 웃음 속에는 온갖 짖는 소리가 있었고, 많은 삐걱거리는 소리마저 있었다. 이렇게 해서 나는 절망하면서, 또한 만족하고 있었다.

그러나 짖는 소리는 멎지 않고, 삐걱소리도 또한 멎지 않았다. 그러나 나의 웃음도 중단할 수 없었다. 웃음은 이따금 고통을 동반하기는 했지만, 마음으로 만족하기에는 많은 소리들을 웃음 속에 두지 않으면 안되었기 때문에.

이 나쁜 세기를, 이렇게 세월이 옮겨흘렀다. 세월은 지금도 흘러 지나가고......



빙산, 앙리 미쇼



난간도 울타리도 없는 빙산에, 지친 늙은 까마귀들과 요사이 죽은 수부들의 망령들이 북극의 마와 같은 밤에와서 팔꿈치를 괸다.

빙산, 빙산, 영원한 겨울의 무종교의 대성당, 유성 지구의 머리 위에 씌운 빙모 추위에서 태어난 너의 기슭은 얼마나 고귀하고 또 순결한다.

빙산, 빙산, 북대서양의 등, 아무도 바라보지 않는 바다 위에 얼어붙은 장엄한 불상, 출구 없는 죽음의 번쩍거리는 등대, 침묵의 절규는 수세기 동안 계속된다.

빙산, 빙산, 필요 없는 고독인, 갇히고 멀고 벌레 없는 나라, 섬들의 가족, 샘물의 가족인 그대들은 보면 볼수록 얼마나 나에게는 친숙한 것이냐......




내일은 아직, 앙리 미쇼



굴러라, 굴러라 두개의 운명아,

굴러라, 거친 파도여,

에나멜 칠한 종족들 위성을 벗어나.

남은 자들의 태양,

칠흑 같은 잠,

내 황금 열매의 가슴이여.

온몸을 열고

우리는 폭풍우를 포옹한다.

우리는 대지를 포옹한다.

우리는 물결을, 하늘을, 사람들을 포옹한다.

오늘 우리는 모두를 끌어안는다.

교수대 위에서 사랑을 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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