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관계에서 빚어진 갖가지 콤플렉스가 인간의 운명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역시 결혼문제에 있어서다. 불행한 결혼 생활의 첫째가는 원인으로 다음과 같은 심리적 콤플렉스를 들 수 있다.
그것은 곧 ‘무의식적 적대감(敵對感)’인데, 남자가 어머니에게 또는 여자가 아버지에게 무의식적 적대감을 갖고 있을 경우 그 결혼은 실패하기 쉽다. 이를테면 어머니에게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자란 남자는 결혼의 숨겨진 동기가 ‘여자에 대한 복수심’일 경우가 많다. 사랑과 미움은 동전의 앞뒷면과 같아서, 겉으로는 상대방 여자를 사랑한다고 확신하여 결혼을 결심하지만 사실상 진짜 동기는 미움이기 쉬운 것이다. 그래서 일단 결혼한 다음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아내에 대한 한판 복수극을 벌이게 된다.
지나치게 권위적인 부친에게서 강압적인 교육을 받고 자라난 여자의 경우도 같다. 그런 여자일수록 아버지와 비슷한 남자를 남편감으로 고르게 되며, 표면적으로는 자기가 그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다고 확신한다. 그러나 그 여자의 잠재의식에는 사랑이 아닌 복수심이 활활 불타고 있다.
나는 신세대 여성인 ‘사라’가 갖고 있는 부권(父權)에 대한 도전의식에 초점을 맞춰, ‘부권에 대한 저항을 통한 성적 억압으로부터의 해방’을 주제로 소설 ‘즐거운 사라’를 써보았다. 그러나 ‘유교적 부권’을 지배이데올로기의 근간으로 삼는 이 시대의 시대착오적 봉건윤리는 사라를 감옥에 처넣고 말았다.
이른바 ‘외설적 표현’이란 사실 핑계고(성희 묘사로만 보면 더 진한 소설이 얼마든지 있다), 사라가 ‘성적 자유의 추구’를 통해 드러내는 아버지나 교수(교수의 권위주의도 수구적 부권의 상징이다), 또는 한국사회 전반의 위선적 이중성에 대한 반발의식이 사라를 죄인으로 몰아간 것이다.
사라의 눈에는 자신의 부친이 이중적이고 위선적인 권위의식으로 스스로를 포장하는 남성으로 비쳤다. 그런데도 사라는 계속 아버지 같은 연상의 남성에게 이끌리고, 실망하기를 되풀이 한다. 말하자면 아버지에 대한 사라의 사랑과 미움의 양가감정(兩價感情)을 추적해본 셈이다.
어쨌거나, 불행한 결혼문제 정도라면 그래도 ‘이혼’이라는 처방이 있다. 하지만 둘 사이에 아이가 있을 경우 자식에게 평생을 지배하는 심리적 충격을 안겨주게 되므로, 될 수 있는 한 신중한 결혼을 하도록 해야 한다. 결혼을 할 때 가장 명심해야 할 사항은 남자는 상대방 여자가 가진 자기 어머니의 이미지에 끌려서는 안된다는 것이고, 여자는 상대방 남자가 가진 자기 아버지의 이미지에 끌려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가장 무서운 것은 결혼문제뿐만 아니라 우리의 인생사(人生事) 전체가 성장시 가족관계의 영향에 따라 좌우될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자기의 생 전체를 ‘부모에 대한 복수극으로서의 자기 파괴’로 점철해가는 사람들은 이른바 지성인들 중에도 상당히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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