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신앙의 측면에서 보면 중국이나 한국에 있어 민중들에게 가장 크게 어필한 종교는 도교였다. 중국문학 가운데 낭만적 전기문학(傳奇文學)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서유기(西遊記)’나 ‘요재지이(聊齋志異)’는 도교적 발상을 모티프로 삼고 있다. 또한 한국의 대표적 고전소설인 ‘구운몽(九雲夢)’ 역시 도교적 상상력을 모티프로 하여 이루어진 소설이다.
‘서유기’에는 석가모니 부처도 나오고 삼장법사도 나오지만 주된 활동무대는 역시 옥황상제가 다스리는 천상세계이고, 손오공이 초능력을 가지게 된 것은 도술(道術)을 닦았기 때문이며, 그의 무한한 수명 역시 천도(天桃) 복숭아를 훔쳐먹었기 때문이다. 서유기적 발상으로 본다면 불타(佛陀)나 공자 역시 천상세계의 도력(道力) 높은 신선 중의 하나에 불과하고, 그들이 신선의 반열에 낄 수 있었던 것은 ‘인간으로 태어났지만 도력(道力)을 연마했기 때문’인 것이다.
‘요재지이’ 역시 인간이 신선으로 되는 과정을 주된 소재로 삼고 있는 이야기 모음집인데, 이 책에는 여우가 도력을 쌓아 신선 즉 호선(狐仙)이 되는 얘기나 꽃나무나 곤충들이 신선이 되는 얘기도 자주 소개되고 있다. 즉 인간뿐만 아니라 모든 중생들이 다 초월적 존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구운몽’의 주인공 성진(性眞)이 지상세계로 유배된 것은 천상세계의 선녀들을 희롱했기 때문인데, 이는 도교적 상상력으로나 가능한 발상이다. 그러므로 성진의 스승으로 나오는 이는 도교의 도사(道士)지 불교의 승려는 아닌 것이다.
도교적 상상력으로나 가능했던 일들이 요즘은 차차 실제화되어가고 있다. 구름을 타고 날아다니는 대신 우리는 비행기를 타고 하늘을 날아다니고 있으며, 용왕(龍王)의 초대를 받아 바닷속 용궁에 가보는 대신 잠수함을 타고 바닷속 신비경을 감상하고 있다. 또한 요염무쌍한 선녀들과 몽상적인 성희를 즐기는 대신 야한 내용의 영화나 비디오 화면을 통해 대리충족을 맛보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는 시뮬레이션 기술이 더 발달하여, 단지 성감의 시각적 대리충족이 아니라 전신적(全身的) 대리충족이 가능하게 될 것이라고 예견하는 과학자들이 많다. 그렇게 되면 일부일처식 결혼제도 같은 것이 차츰 사라질 것이라고 하는데, 이 역시 도교적 전기소설(傳奇小說)에 나오는 이야기와 흡사한 상황이라 하겠다.
‘요재지이’에는 건실하게 부부생활을 하던 남자가 신선이 된 친구를 만나 꿈을 통해 천상세계의 열락을 잠깐 맛보고 난 뒤, 미련없이 가정을 버리고 신선 친구를 따라나선다는 얘기가 자주 나온다. 그가 천상세계에 가서 맛본 즐거움이란 기독교에서 말하는 경건하고 삼엄하기 짝이 없는 천국의 즐거움과는 달리, 수많은 미녀들과의 자유로운 성희가 보장되는 관능적 쾌감의 극치였던 것이다.
도교가 특히 성적 쾌락에 당당하고 적극적일 것을 강조하고 있는 것은, 열자(列子)나 양주(楊朱) 같은 쾌락주의적 도가(道家)철학자들이 유교의 도덕적 절제론(節制論)에 반감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유교가 효(孝) 사상과 가족윤리에 치중하여 사회기강을 확립해나가려 하는 데 대한 반발로, 그들은 모친이나 부인이 사망했을 때 웃고 떠들며 술을 마셨던 것이다. 가족이기주의적 윤리가 자칫하면 인간의 위선과 이중성을 조장할 수도 있다는 것을 그들은 일찍부터 깨달았던 셈이다.
예(禮)를 중심으로 하는 유가의 덕치주의(德治主義)는 결국 정신적 귀족주의, 도덕적 엘리트주의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쾌락주의를 주장한 도가(道家)들은 자유분방한 개성과 관능의 쾌락을 주장하여 인성(人性)의 말살을 막으려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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