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의 기적 가운데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역시 병을 고쳐준 일이다. 그런데 르낭의 연구에 따르면 예수가 치료해준 병은 대개가 ‘귀신들린’ 병이었고, 이것은 요즘 말로 정신신체증(精神身體症)에 속하는 것이라고 한다. 정신신체증이란 정신적 스트레스가 원인이 되어 육체적 질병으로까지 확대된 병을 일컫는 말이다. 예수는 당시 유태사람들의 정신적 스트레스는 거의가 다 ‘과도한 원죄의식’에서 온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래서 예수는 환자들을 치료해줄 때마다 “네 죄가 사해졌다”고 말하며 사죄(赦罪)의 선언을 한다.
예수의 이런 생각은 기독교가 발달한 지금까지도 제대로 통용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말하자면 요즘도 기독교 신자들은 대개가 다 쓸데없는 죄의식에 시달리고 있다는 말이다. 우리나라 가톨릭 교단이 ‘내 탓이오 운동’을 벌이고 있는 것이 바로 좋은 예다. 이것을 만약 예수가 본다면 화를 내며 어이없어할 것이 틀림없다.
물론 사소한 말다툼 같은 것이 일어났을 경우에는 ‘내 탓이오’ 식의 겸양과 양보가 큰 효력을 발휘한다. 하지만 ‘내 탓이오’를 모든 세상사에 적용시켜 지나치게 강조하다 보면, 사람들은 점점 더 죄의식 상태에 빠져들어 원래 없었던 고통이라도 새로 만들어내고 싶은 무의식적 충동을 느끼게 되기 쉽다.
우리는 이 세상에 태어나고 싶어 태어난 것이 아니다. 우리의 부모, 또는 하느님(예수의 말대로라면)이 우리를 일방적으로 이 세상에 내보냈다. 그러니까 모든 게 ‘내 탓이오’라고 보기보다는 ‘안되면 조상 탓, 잘되면 내 탓’이 더 맞고, 궁극적으로 보면 모든 게 ‘하느님 탓’인 것이다. 특히 우리의 운명 모두를 하느님이 주관한다고 보는 기독교적 예정설에 비추어보면 ‘내 탓이오’는 더욱더 말도 안되는 마조히즘이 된다. 그러니까 ‘내 탓이오’ 운동은 예수의 가르침에 위배가 되는 행위가 될 수밖에 없다.
예수는 인간들 마음속에 자리잡고 있는 쓸데없는 죄의식을 없애주려고 그토록 노심초사 노력했건만, 유태교적 세계관에 사로잡혀 있던 그의 제자들과 지금의 일부 기독교인들은 예수의 참뜻을 제대로 파악 못하고 계속 “내 탓이오”만 외쳐대고 있다. 인간은 죄인이 아니라 누구나 다 하느님의 아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공연히 시시콜콜한 일에까지 무조건 회개해가며 자책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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