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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여기는 비봉탐정사무소 영야초편 3화

LaserBeam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8.02.09 19:3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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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비봉탐정사무소(こちら秘封探偵事務所) 영야초편 3화


글 : 아사기하라 시노부(浅木原忍)


일러스트  : EO


번역 : Laserbeam


원문 : http://longnovel.com/touhou/touhou001/touhou001-04/









 구혼자 중에서, 구애를 계속한 것은 미녀를 좋아한다 알려진 다섯 명의 귀공자였다. 그들은 밤낮 포기하지 않고 저택으로 왔다. 그 다섯 명은 이시즈쿠리 황자(石作の皇子), 쿠라모치 황자(庫持の皇子), 우대신 아베노 미우시(右大臣阿部御主人), 대납언 오오토모노 미유키(大納言大伴御行), 중납언 이소노카미노 마로(中納言石上麻呂足)였다.




 -7-


 이 환상향이라는 세계는, 인식이라는 것이 무엇보다도 강한 힘을 가진 세계로 추정된다.

 외부 세계에서 존재를 부정당한 요괴와, 신앙을 잃은 신들이 떠돌다 이 세계에서 인정받음으로써 그 존재를 성립한다. 그렇기 때문에 요괴들은 인간들에게 두려움의 대상이 되지 않으면 존재를 유지할 수 없다. 신도 신앙이 없으면 존재할 수 없는 것이다.

 그것을 전제로, 내 친구가 이끌어낸 가설이 있었다. 즉, ‘이 세계에서는 소설이나 통속적 이미지야말로 진실이 된다──’는 것이었다.

 단적으로 말하자면, 여우는 유부를 좋아하고 아직 만난 적은 없지만 쥐는 치즈를 좋아할 것이다. 다이라노 마사카도는 후지와라노 스미토모와 공모하고 있었고, 사이교우 법사는 인조인간을 만들었을 것이다. 외부 세계에서 사실과 반대되는 속설이나 통속적인 이미지. 인식이 물리적인 힘을 갖는 이 세계에서는 그것들이야말로 반대로 현실, 사실이 되는 셈이다.

 그렇다면, 옛 이야기의 등장인물이 현실에 존재하고 있어도 이상한 것은 없다. 환상향에서 타케토리모노가타리는 사실인 것이다. 하지만──.

 “……카구야 공주는 달에 돌아가지 않았던가요?”

 “뭐, 여러 가지 일이 있어서. 달에 돌아가지 않고 여기서 살고 있어. 그럭저럭 천 년 정도 됐나.”

 내 물음에 대답한 카구야 씨는 모코우 씨를 보았다. 모코우 씨는 놀란 얼굴로 잠자코 있었다. 카구야의 얼굴에 박정한 미소가 떠오른다. 그 섬뜩한 아름다움에 나는 전율했다. 그녀가 카구야 공주 본인이라면, 이 미모도 납득할만하지만──.

 “설마, 내가 두고 간 선물을 마셔버린 인간이 있을 줄이야.”

 “닥쳐.”

 “오해로 인한 원한 같은 건 적당히 품었으면 좋겠는데.”

 “닥치라고 했지!”

 포효하는 모코우 씨의 팔이 화염에 휩싸인다. 뜨겁다. 아니, 그것보다 목조 건물에서 불을 일으키지 않았으면 좋겠다. 불이 나고 만다. 나는 당황해서, 물이 담긴 통을 손에 들었다. 모코우 씨에게 물을 부어야 하는지 주저하는 사이에, 모코우 씨는 정신을 차린 듯 불길을 꺼뜨렸다. 하지만 그 표정은, 본 적 없을 정도로 원통한 듯 일그러져 있었다.

 “오옷, 무서워라, 무서워. 거기, 당신. 모코땅을 조심하는 게 좋아. 죽음을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 인간이니까.”

 “……누구 탓이라고 생각하는 거야.”

 “그걸 마신 건 모코우 탓이겠지?”

 “네 녀석들이 그런 걸 남겨놓지 않았다면──.”

 “그러니까, 그게 오해로 인한 원한이라는 거야. 모코땅도 참, 이해력이 좋지 않다니까.”

 “────큭, 나를 놀리러 온 거라면 돌아가! 여기엔 병자가 있어. 그것도 너희들 때문에. 그게 아니면 렌코를 이렇게 만든 책임이라도 지러 온 건가?”

 “에이린에게 들었는데, 그건 불행한 사고였어. 그런 사람이 있을 줄이야, 에이린조차 예상하지 못했는걸.”

 “……저 달이 너희가 한 짓이라는 걸 인정하는 거지?”

 모코우 씨의 말에, 카구야 씨는 눈을 가늘게 뜨고 “그래. 맞아.”하고 시원스레 고개를 끄덕였다.

 “딱히 너에게 비밀로 할 것도 없지. 저 달을 만들어낸 건 에이린이야.”

 “뭘 꾸미고 있는 거지?”

 “사람을 악의 비밀결사처럼 취급하지 말아줄래? 우리에게도 사정이 있어.”

 “상당히 거창한 사정인 것 같군.”

 “그거야 뭐, 일대사(一大事)지. 우리에겐 말이야. 듣고 싶어?”

 과장되게 손을 벌리고 말하는 카구야 씨에게, 모코우 씨는 혀를 찬다.

 “너희 사정에는 관심이 없어.”

 “그럼 듣지 마.”

 “어차피 또 지상의 인간들을 농락하고 즐기려는 거겠지. 오만한 달의 주민 놈들.”

 “어머나, 모코땅에게만은 듣고 싶지 않은 소리야. 그걸 마시고서 아직 자신이 인간이라고 우기다니 상당히 오만한걸?”

 “────죽인다.”

 “죽일 거면 죽여. 하지만 네가 그보다 죽이고 싶은 건 너 자신 아니야? 모코땅.”

 너무나도 살벌한 분위기에, 나는 렌코를 감싸듯 하며 몸을 움츠릴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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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싸움이라면, 적어도 렌코와 내가 없는 곳에서 해주었으면 한다.

 “카구야, 거기까지 해 둬.”

 “어머, 에이린.”

 거기에, 또 에이린 씨가 모습을 드러냈다. 에이린 씨는 눈살을 찌푸리며 카구야 씨의 손을 당겼다.

 “너는 이런 곳에 오래 있지 마.”

 “에에─. 좋잖아, 잠깐 정도는.”

 “무엇 때문에 내가 이 집에 결계를 치고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돌아가.”

 “……네─에. 에이린은 보호과잉이라니까. 어차피 난 죽지도 않는데.”

 부루퉁한 얼굴로, 카구야 씨는 발길을 돌린다. 에이린 씨는 뭔가 심하게 복잡한 듯한 얼굴로 그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우리 쪽을 보았다.

 “우리 공주님이 실례했군.”

 “──좀 더, 그 녀석의 버릇을 고쳐주는 게 어때.”

 “그건 당신이 참견할 게 아니야. ──그리고, 거기 당신.”

 에이린 씨는 갑자기 내 쪽을 향해 말했다. 나는 무심코 눈을 깜빡였다.

 “저, 저요?”

 “맞아. 좀 묻고 싶은 게 있으니까, 이쪽으로.”

 “앗……그래도.”

 나는 조용히 숨을 내쉬고 있는 렌코를 바라보았다. 확실히 말하자면, 내가 여기 있어도 렌코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은 거의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내버려 둘 수도──.

 “거기 병자는 저 쪽에게 맡겨두면 되잖아?”

 “……메리를 어쩔 셈이야?”

 “걱정하지 않아도, 잡아먹어버리거나 하진 않아. 정중하게 대할 테니 안심해.”

 에이린 씨는 노려보는 모코우 씨를 신경도 쓰지 않고 말하고는 “자.”하고 나를 재촉한다.

 아무래도 내가 거절할 것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 것 같다. 나는 한숨을 쉬며 일어섰다. 신세를 지고 있는 입장인 데다, 의사로서 친구에 대한 문진을 내게 위임하려는 것일 수도 있다. 뭐, 잡아먹힐 일은 없을 것이다. 아마도.

 “조심해, 렌코는 내게 맡기고.”

 나를 올려다보며 걱정스럽게 말하는 모코우 씨.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에이린 씨를 뒤따라 나갔다.




 -8-


 에이린 씨가 나를 안내한 곳은, 현관이 아닌 마당 툇마루였다.

 “이런 곳이라 미안해. 저택 내에 외부 사람을 들일 여유가 없어서.”

 “하아…….”

 툇마루에 앉아, 에이린 씨는 그 옆을 두드린다. 내가 그곳에 앉자, 에이린 씨느 살짝 얼굴을 가까이 하고 내 눈을 들여다보았다. 눈꺼풀을 손가락으로 넓혀져, 나는 작게 신음을 흘렸다.

 “당신, 마법이나 선술, 혹은 무녀의 소양은?”

 “……딱히 없어요. 평범한 인간이에요.”

 “특별한 소양도 없이 결계를 육안으로 본다라. 그런 인간을 지상에서는 평범하다고 부르는 건가?”

 “────”

 “그렇다면, 순수한 경계시(境界視) 능력이네. 당신, 내 피험체가 되지 않겠어?”

 “네? 아, 아니. 피험체라니──”

 “안구와 뇌만 적출하게 해 주면 베스트인데.”

 “거, 거거거, 거절이죠!”

 “농담이야.”

 심장에 안 좋다. 진지한 얼굴로 이런 소리는 하지 않았으면.

 “쓰러진 당신의 친구는, 달과 별로 위치와 시간을 연산할 수 있다고 했었지.”

 “──아, 네. 달을 보면 현재 있는 장소를, 별을 보면 현재 시각을 알 수 있다고 렌코가 그랬어요.”

 보통은 반대가 아닐까 싶은데, 친구는 그렇게 우겼었다. 음. 즉, 천측항법(天測航法) 암산이라는 것이다. 그것 자체로도, 보통 사람과 동떨어진 능력이라는 건 확실하지만──.

 “이름은?”

 “마, 마에리베리 한이에요.”

 “친구는?”

 “……우사미 렌코요.”

 “우사미? 어떤 한자를 쓰지?”

 “우사신궁(宇佐神宮)(*1)을 보다(見), 의 우사미(宇佐見)……. 아니, 우주(宇宙)의 우(宇)에, 사람 인(人)을 왼 좌(左) 옆에 둔 사(佐)자를 써서 우사미(宇佐見)예요.”

 혹시 환상향에서는 우사신궁이라는 개념이 통하지 않을까 싶어 다시 말했는데, 과연 그랬던 것인가. 에이린 씨는 뭔가 어렵다는 얼굴로 신음했다.

 “설마……그런가.”

 “네?”

 “아무것도 아니야. 친구는 앞으로도 달을 보지 않는 게 좋을 거라 전해둬. 그녀의 눈은 달의 광기에 무방비하거든. 물론 당신도.”

 “하아…….”

 마음대로 자기 스스로 대화를 끝내거나, 설명을 하지 않고 이야기를 진행하지 말아줬으면 좋겠다. 렌코가 쓰러진 뒤로, 나는 완전히 상황 전개로부터 이탈해 있다. 뭐가 뭔지──.

 설명해주지 않는다면 여기서 물어볼 수밖에 없다. 나는 마음을 정하고 입을 열었다.

 “그……당신들은 누구죠? 왜 모코우 씨와 적대를……?”

 “어머, 아무것도 못 들은 거야?”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 그녀는 카구야 공주……?”라고 덧붙였다. 에이린 씨는 고개를 끄덕였다.

 “공주는 바깥에서 그렇게 전해지고 있다고 해.”

 그렇다면, 역시 카구야 씨는 카구야 공주 본인인 건가.

 “그리고 나는 공주──호라이산 카구야를 섬기는 종자, 야고코로 에이린이야. 진짜 이름은 지상의 인간이 발음할 수 없으니, 에이린이라 부르면 돼.”

 “……그럼 당신도, 카구야 공주와 마찬가지로 달에서……?”

 “그래. 달에서 카구야 공주를 데리러 온 사자 중 한 명. 전설에서는 그대로 카구야 공주가 달로 돌아갔다고 되어 있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대로 돌아가지 않고 여기에 숨어 살게 될만한 사정이 있었어.”

 그 사정이 뭔지에 대해서는 건드리지 말아달라는 말투였다. 카구야 공주를 달에서 데리러 왔을 터인 달의 사자가 카구야 공주와 함께 환상향에서 숨어 살고 있다……. 그 사정은 대체 무엇일까. 카구야 공주는 확실히 달에서 죄를 짓고 지상으로 떨어진 거였지…….

 상상하는 대신, 또 한 가지 묻고 싶은 것이 있었다. 모코우 씨에 대해서였다.

 “모코우 씨는……?”

 “아아──그녀는 공주의 놀이 상대야. 심심풀이로.”

 아니, 저렇게 험악한 놀이 상대는 본 적이 없는데.

 “카구야 씨에게 청혼한 귀족의 딸도, 카구야 씨가…….”

 확실히 카구야 씨는 그렇게 말했지만, 이상한 얘기다. 카구야 공주가 실존한 인물이라면, 그 시대는 지금으로부터 천 년도 더 된──1300년 전의 이야기일 것이다. 모코우 씨가 인간이라면 그렇게 오래 살아있을 리가 없다. 케이네 씨는 확실히 모코우 씨를 인간이라 말했는데──.

 “그렇지.”

 하지만, 에이린 씨는 시원스럽게 내 말을 긍정했다.

 “뭐가 그렇게 이상하다는 표정을 하고 있는 거야? ──당신, 혹시 그녀가 봉래인이라는 것도 몰랐어?”

 “봉래인?”

 “카구야 공주 전설에 전해 내려오겠지. 카구야 공주가 떠날 때 남긴 불사의 약.”

 나는 눈을 크게 떴다. ──물론, 타케토리모노가타리의 마지막에, 달에 가기 직전 카구야 공주는 덴노에게 불사의 약을 주었다. 덴노는 카구야 공주가 없는 이 세상에 불사가 되어 무엇 하냐며 그것을 산에서 불태우게 되고, 그 연기가 지금도 타오르고 있어 《후지(ふじ)의 산》── 후지산(富士山)이라 부르게 되었다는 것이 타케토리모노가타리의 결말이었을 것이다.

 ──그렇다는 건,

 “그건 내가 만든 약인데, 그녀는 그걸 마신 것 같아.”

 “……즉, 모코우 씨는……. 불로불사?”

 “그래. 인간의 어휘로 하면 그렇게 되겠지. 물론 나와 카구야도.”

 난 그저 멍하니 입을 벌리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9-


 겉멋으로 영원히 사는 게 아니야──라고, 모코우 씨는 무심코 그렇게 말했었지.

 그것은 즉, 이걸 말하는 것이었다. 카구야 공주가 남긴 불사의 약을 먹고 불로불사의 몸이 되었다──. 그렇게 생각하면, 모코우 씨가 마을이 아닌 죽림의 오두막에 살고 있는 이유도 이해할 수 있다. 불로불사라는 것은, 영원히 그 형태가 변하지 않는 채로 있다는 것. 오래 살아도 백 년 정도밖에 살지 못하는 인간 사회에서 불로불사의 존재는 인간으로서 살아갈 수 없는 것이다. 이 환상향에서 인간이 아니라는 것은 요괴인 것이다. 그래서 모코우 씨는 사람들의 눈길을 피해 죽림에서 살고, 요괴의 피가 섞인 케이네 시는 그런 모코우 씨를 돌보고 있다──.

 문득, 내 뇌리에 렌코의 말이 떠올랐다.

 ‘──달에는 잊혀진 세계가 숨겨져 있을 거야. 고도의 문명을 가진 고귀한 사람들이 사는 달의 도시. 토끼가 불로장생의 약을 찧고, 태양에 사는 삼족오를 바라보며 달 여행에 들뜬 사람들을 걱정하는 거야…….’

 언제인가 아직 과학 세기 교토에 있던 시절, 친구와 그런 이야기를 했던 기억이 난다. 민간 달 여행을 가고 싶지만 돈이 없다는 얘기였을 것이다.

 물론, 그 때 친구는 불로 불사의 약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 그럼, 렌코는 불로불사의 약을 손에 넣으면 먹을 거야?

 - 불로불사의 약? 물론, 먹고말고.


 친구가 그렇게 대답한 것을 기억하고는 있지만──어디까지나 그것은, 논의를 위한 논의에 불과했던 것이다. 친구는 불로불사의 약이 존재한다고 했지만, 과연 그것이 어디까지 진심이었는가는 확실하지 않다.

 만약 친구가 모코우 씨에 대한 이 이야기를 들으면──불로불사의 약을 먹을 거라 말했던 렌코는 모코우 씨에게 뭐라고 할까?

 내가 그런 생각에 빠져있자, 에이린 씨는 신기한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렇게 놀랄 만한 일인가? 지상의 인간이 보면 불로불사에 가까운 요괴는 얼마든지 있는데. 뭐, 그 정도 산 녀석들도 내 삶의 역사에 비하면 제로에 근사하는 값이지만.”

 “제로에 근사하는 값이라니…….”

 무심코, 다시 의식이 에이린 씨에게로 되돌아간다. 그녀는 대체 몇 살이라는 걸까.

 “그건 차치해두고, 네 친구 건은 이제 끝났어.”

 “괘, 괜찮은가요?”

 “약은 내일 아침에 줄 거야. 일주일 분이야. 그걸 먹이고 안정시키는 것. 내가 할 수 있는 건 거기까지야. 그것보다──지금은 당신에게 더 관심이 가.”

 스윽, 하고 에이린 씨는 내 얼굴을 들여다본다. 아니, 내 눈을──이다.

 경계를, 결계를, 세계의 균열을 찾아낼 수 있는, 나의 이 눈을.

 “당신은 결계를 보기만 하는 거야? 아니면 결계에 간섭할 수 있는 건가?”

 “어, 으음…….”

 내 스스로는 보는 것만 하려고 했지만, 간섭해버린 듯한 기억도 없지는 않다. 홍마관에서 플랑드르 양이 갇힌 방을 열어버렸던 것이라든가, 애초에 이 세계에 들어온 것도, 넓게 보자면 결계에 간섭할 수 있다고 할 수도 있겠지.

 “……가, 간섭할 수 있다면 어떻게 되는 거죠?”

 “그녀의 치료비를 대신해서, 당신에게 협력을 부탁할 거야.”

 나는 그저 멍하니 그녀를 바라볼 뿐이었다.


 “왜 우리가 그 가짜 달을 만들어냈는지, 거기부터 설명하면 되겠지.”

 에이린 씨에게 반쯤 납치된 것 같은 느낌으로 나는 저택의 문으로부터 외부로 나와 있었다. 내 눈에는 집 주위에 둘러진 결계가 보인다. 평소에 신사의 불각 등으로 보는 것보다 훨씬 더 강한 결계다. 물리적으로 인식을 왜곡하니, 상당할 것이다.

 “나와 카구야는 어떤 사정이 있어서 달에 돌아가지 않고 이 저택에 숨어 있어. 천 년 넘게. 이 결계는 달에서 보낸 추격자들로부터 숨기 위한 거야. 천 년 동안, 이 영원정에 들어온 것을 기껏해야 죽림에 사는 토끼들 정도였지.”

 “흐음.”

 “그런데 얼마 전, 달에서 한 마리의 토끼가 도망 와서 어떤 인과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집으로 들어왔지. 이런, 추격자인가. 하고 생각했지만 이야기를 들어보니 그녀는 탈영병이고, 인간들이 달에 쳐들어왔다는 거야. 탈영병이라면 같은 쫓기는 신세이니, 우리는 그 아이를 여기에 숨기기로 했지.”

 “……혹시, 아까 그 아이인가요?”

 “그래, 우동게 이야기야. 레이센 · 우동게인 · 이나바라는 이름을 붙이고, 애완동물 겸 조수로 삼기로 했지.”

 “상당히 긴 이름이네요.”

 “어머, 이상해? 지상에서 쓰이는 일반적인 이름을 붙인다고 붙인 건데.”

 아니, 전혀 보통이 아니라고 생각하는데요. 애초에 우동게(*2)는, 삼천 년에 한 번 핀다는 전설의 꽃의 이름이었지 않나? 달에서 온 사람이니 지상과 어긋난 감각을 가진 게 당연하지만.

 하지만 인간이 달에 쳐들어왔다, 라니. 지난 세기의 SF도 아니고──아니.

 “그, 그 토끼 씨가 여기에 오게 된 건, 몇 년 정도 전이죠?”

 “외부 달력으로 3, 40년 전이야. 외부 인간들도 어느새 달을 치러 들어갈 정도의 힘과 지혜, 그리고 교만을 축적하고 있었다니 놀랐지.”

 3, 40년 전에? 그렇다면──지금은 외부 세계의 달력으로 2004년경이니까……. 혹시 1969년 아폴로의 달 착륙을 말하는 건가? 그 때 달에서 문명이 발견되지는 않았을 텐데──아니, 환상향의 역사와 과학 세기의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를 혼동하지 말아야지. 아무튼간에, 여기는 카구야 공주가 실재하는 세계인 것이다.

 내가 그런 생각을 하는 동안에도, 에이린 씨의 이야기는 계속됐다.

 “그런데 얼마 전, 달에서 우동게에게 연락이 온 거야.”

 “연락?”

 “달에서, 사자가 우동게를 데리러 온다고. 나와 카구야는 달에 돌아갈 수 없고, 우동게를 데리고 있으면 우리가 있는 곳이 달에 알려져 버려. 그래서 우동게를 달에 돌려보내지 않고, 달의 사자들도 여기에 오지 못하도록 하기로 했어.”

 “……그 가짜 달은 그것을 위해?”

 “그래. 저 달이 진짜 달과 지상 사이를 가로막고 있는 한, 달과 지상 사이에 통로가 열리지 않아. 이걸로 사태가 끝난다면 그보다 좋은 일은 없겠지만, 주의에 주의를 해서 또 한 번 결계를 쳐 둔 거야.”

 이야기는 이해하겠지만, 그래서 내가 무엇을 할수 있단 말인가. 결계를 볼 수 있기는 하지만, 난 스스로 결계를 칠 수는 없다.

 의심스러워하는 나를 상관하지 않고, 에이린 씨는 집 주위에 둘러진 결계를 만졌다.

 “이 결계, 당신의 눈으로는 볼 수 있는 거지?”

 “아, 네…….”

 “역시, 당신의 눈동자는 우동게의 것에 가까운 것 같아. 파장과 위상의 변화를 감지하는 눙이라고 할까. 과연──실험을 좀 도와줬으면 해.”

 에이린 씨는 미소지으며 결계에서 손을 뗀다.

 “우동게, 들리지? 이리로.”

 “네, 넷!”

 담 너머로 대답이 들려오고, 아까 그 토끼 귀 소녀가 담을 뛰어넘어 왔다. 긴 이름이었지, 레이센 씨였던가? 그녀는 겁에 질린 모습으로 에이린 씨를 올려다보았다.

 “스승님, 그, 또 실험인가요……?”

 “괜찮아. 약을 먹이는 건 아니야.”

 노골적으로 안심의 한숨을 내쉬는 레이센 씨. 평소에 인체(토체?)실험이라도 하고 있는 건가.

 “우동게, 잠깐 위상을 바꾸고 숨어볼래?”

 “네? 지금 여기서, 말이에요?”

 “그래, 빨리.”

 “ㄴ, 네.”

 석연치 않은 얼굴을 하면서도 고개를 끄덕인 레이센 씨는, 갑자기 붉은 눈동자를 빛냈다. ──다음 순간, 내 눈앞의 광경이 어긋났다. 나는 무심코 눈을 눌렀다. 세계가 어긋나, 그 틈으로 레이센 씨의 몸이 숨어들어간다. 보이지 않는 결계의 뒷면에 몸을 감춘 듯이──.

 “자, 당신. 지금 우동게가 어디 있는지 알 수 있어?”

 에이린 씨에게 불린 나는 눈을 가늘게 떴다. ──아, 그런가. 이 세계의 차이를, 보통은 감지할 수 없을 것이다. 내 눈은 그것을 깨달을 수 있다. 세계의 일부분이 어긋나있다는 것을.

 “──거기죠?”

 나는 눈앞의, 광경이 어긋난 부분을 가리킨다. 그 차이가 무엇인지는 말로 표현하기 매우 힘들지만, 아무튼 다르다. 그 공간만이 그 뒤의 배경과 같은 영상을 내보내서 무언가를 가리려고 하는 듯한──그냥 보면 동화되어 보일, 물체로서의 비전이 만드는 존재하지 않아야 할 그림자. 그것이 만드는 비전과 배경의 경계를, 내 눈은 찾아낼 수 있다.

 ──그리고 그 그림자로부터 레이센 씨가 의아하다는 표정으로 모습을 드러낸다.

 “거짓말, 어떻게? 단순한 인간이 볼 수 있는 게──.”

 “이 아이가 단순한 인간이 아니라는 거지. 마에리베리 한이었지? 합격이야.”

 “……하아.”

 무엇에도 응시한 기억은 없다만. 나를 상관하지 않고, 에이린 씨는 레이센 씨를 돌아본다.

 “우동게, 결계의 범위를 확대할 거야. 도와줘.”

 “네? 저택이 보이지 않게 될 텐데요.”

 “달의 무리에게 보이지 않는 게 우선이야. 더러움에 대한 방어도 얇아졌고, 어쩔 수 없어.”

 “……알겠습니다.”

 끄덕이는 레이센 씨. 에이린 씨는 내 쪽을 돌아보고 “당신은 이제 돌아가도 좋아.”하고 말했다.

 “하지만 그 환자가 깨어나도 돌아가도 좋다, 라는 말은 전언 철회야.”

 “네?”

 “그녀는 입원. 당신은 그 보호자로서 영원정에 남아줬으면 해.”

 “────”

 “무서워하지 않아도 돼. 인체실험은 하지 않을 테니.”

 강요하는듯한 말에, 나는 “……네.”하고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1) 우사신궁(宇佐神宮). 오이타 현 우사 시에 있는 일본 국보로 지정된 하치만궁의 총 본궁인 신사로, 일본 전역에 있는 44,000여 곳의 하치만구 신사의 총본부이다.

 (*2) 우동게는 우담발화(優曇鉢華), 혹은 우담화(優曇華)라 불리는 우담바라에서 따왔다.







 후지산 부분에 역주를 달지 않은 것은 후지산이라는 이름이 붙은 것에 두 가지 설이 있는 데다 혹시나 이 부분이 나중에 렌코에 의해 해석될 여지가 있을까 싶어서입니다. 기본적으로는 병사(士)가 많다(富)고 해서 후지(富士)산이 되었다는 설, 불사의 약을 태워서 산이 그 힘을 다하지 않게 되었다(不盡).라는 두 가지 설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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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뭐지? 정말 번역하는 기계인것인가?


 진짜 일하러감 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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