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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 별이 떨어진 날 (에필로그)

마리엔느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7.02.12 00:07:41
조회 1812 추천 48 댓글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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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yourname&no=307592

1편 :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yourname&no=311444

2편 :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yourname&no=321812

3편 :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yourname&no=345482

4편 :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yourname&no=356052

5편 :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yourname&no=373303


----------------------


신발을 구겨 신고 연립 주택의 계단을 한 번에 두 칸, 어쩌면 세 칸일지도 모른다. 어쨌든 뛰어 내려갔다. 눈물이 계속해서 차올랐다.


휘청거리며 로비에 도착한 뒤 유리문을 온 몸으로 열어젖히고 바깥 공기와 닿았다. 길거리에 사람이 없는 게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동시에 나를 위로해줄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것에 상처받았다. 나는 어디로 가는지도 알지 못한 채 도로를 달렸다. 최대한 집에서 멀어지고 싶었다. 아빠와 거리를 두고 싶었다.


"언니!"


요츠하가 뒤에서 내 이름을 부르며 쫓아왔다. 눈물 때문에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나에게로 달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미안해, 요츠하. 나는 지금 혼자 있고 싶었다.


"따라오지 마!"


거의 비명에 가까운 목소리로 울부짖었다. 요츠하는 그 말을 듣고 충격받은 것처럼 그 자리에 멈춰섰다. 나중에 사과해야겠다고 마음먹은 뒤에 나는 계속 달렸다. 그래야만 할 것 같았다.


* * * * * * * * * * *


나는 아빠를 용서하지 않은 것이 아니었다.


그 때는 스스로 갈등에 빠졌었다. 눈물을 흘리며 자신을 용서해달라고 진심으로 말하는 아빠의 모습과 자기가 사랑한 것은 후타바이지 신사가 아니라고 큰 소리로 선언하며 집을 나가는 아빠의 모습이 겹쳐 보였다. 나는 그런 아빠를 어떻게 생각해야 할지 몰랐었다. 별이 떨어진 날, 아빠가 우리를 찾아왔을 때, 나는 울지 않았다. 그 때는 아빠를 용서할 수 없었다.


혼란의 연속이었다. 친구들과 함께 저지른 일에 대해서는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는 것으로 결론이 났었지만 그것과는 상관없는 더 큰 벌을 받은 기분이었다. 나는 어째서 아빠를 용서할 수 없었을까. 엄마를 너무나 생각해서, 엄마만을 생각해서, 결국엔 우리를 버린 아빠이기 때문이야. 그런 식으로 자기 자신을 정당화했다.


"나를 제발 용서해 주었으면 한다."


8년이 지난 지금까지 똑똑하게 기억하는 아빠의 한 마디. 그 한 마디에 나의 모든 것이 바뀌고 말았다. 내 마음은 그 말을 듣자마자 완전히 재구성되었고 '우리를 버린 아빠이기에 용서할 수 없다'는 미약한 정당화는 무력화되었다. 내가 거실에 더 이상 앉아있지 못했던 이유는 그런 아빠에게 화가 났기 때문이 아니라는 것을 어른이 된 지금이 되어서야 깨달았다.


나는 아빠를 용서하고 싶었다. 하지만 동시에 그러고 싶지 않았다. 그러고 싶지 않았던 나에게 화가 났던 것이다.


그런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이 필요했다. 하지만 그 때의 나에게는 그런 사람이 없었다. 요츠하나 할머니에게 말할 수는 없었고 사야와 텟시는 이사 때문에 서로 만나기 어려운 상태였다. 세상에는 나 혼자만이 있었고 나는 그런 나만의 세상에서 혼자 이야기할 수밖에 없었다.


아빠를 끝까지 용서하지 못한 내가 싫었다. 그래서 나는, 뛰쳐나갔다.


아직도 나는 거실에서 아빠와 함께 앉아 있다가 뛰쳐나가는, 그런 슬픈 꿈을 꾸곤 한다.


* * * * * * * * * * *


얼마나 달렸을까, 집은 시야에서 멀어졌고 주변에는 처음 보는 풍경만이 있었다. 지쳐서 길가에 보이는 벤치에 털썩 주저앉았다. 옆에서는 갈색 스트레이트 헤어에 뿔테 안경을 낀 20대 여자가 소설책을 읽고 있었다.


"나는 미야미즈 미츠하."


혼자서 말을 시작했다. 옆에 앉은 여자의 시선이 느껴졌다.


"아빠를 어떻게 생각해야 할지 알 수가 없네. 어떡해야 할까."


말이 술술 흘러나왔다. 내 시선은 가로수의 꼭대기와 하늘 사이의 어딘가에 놓였고 동공은 부드럽게 풀려 눈물이 그대로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나 스스로도 어떻게 보일지 모를 기묘한 표정을 지었다. 옆의 여자는 아마 나를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고 있겠지.


"차라리 별이 떨어지지 않았다면 좋았을 텐데. 그렇다면 아빠와는 계속 사이가 나쁜 채로 평소처럼 살 수 있을 텐데."


진심으로 한 말은 아니었다. 그냥 내가 겪고 있는 갈등을 피하기 위한 무언가가 필요했다. 가장 먼저 떠오른 말을 내뱉은 것일 뿐이다. 벤치에 앉아 혼자 알아듣기도 힘든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라니, 여자의 눈에는 내가 미친 사람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나에게는 지금 당장 내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이 아무도 없다. 이토모리에서라면 학교에서 점심을 먹으며 사야와 텟시에게 털어놓을 수 있었을 텐데.


지금의 나는 혼자였다. 그런 내 처지가 우습게 느껴져서 살짝 미소를 지었다. 구름은 천천히 흘러가 내 시야를 벗어났고 가을치고는 꽤 따뜻한 햇살이 내 눈을 가볍게 자극했다.


"이토모리, 이젠 꿈이야."


여자가 소설책을 접더니 자리를 떠났다.


-End


----------------------


- 후기


첫 번째 장편을 드디어 완결냈다. 엔딩이 호불호가 갈릴 것 같은데 처음부터 생각한 내용은 아니고 최대한 쓸쓸하게 끝내고 싶었음.


해설을 적자면 엔딩 시점에서 미츠하는 내적 갈등을 겪는 상태. 한 마디로 토시키를 완전히 용서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계속해서 용서하지 않은 상태로 지내고 싶은 것도 아닌 그런 상태로 보면 된다. 그렇게 방황하는 게 혼란스러워서 이토모리의 평화로운 생활을 그리워하는, 그런 이미지가 떠올랐으면 좋겠다.


한번 표현을 했지만 중간에 * * * * 사이에 넣은 성인 미츠하 시점에서의 독백. 물론 나머지는 고등학생 미츠하 시점이다. 엔딩을 이렇게 의도하고 쓴 건 아니지만 시점은 미츠하로 하기로 진작에 마음먹었었음. 프롤로그를 타키 시점으로 한 거랑 대칭시키고 싶었다고 해야 되나..


아무튼 지금까지 읽어줘서 고맙다. 재밌었으면 좋겠다.


- 단편 묶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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