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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디상,엽으로 알오에 투란도트 끼얹어서 연시발한테 장가온 부마간디5

ㅇㅇ(14.40) 2014.12.16 02:23:13
조회 5790 추천 239 댓글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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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https://job.dcinside.com/board/view/?id=etc_entertainment1&no=3354693

2. https://job.dcinside.com/board/view/?id=etc_entertainment1&no=3360964

3. https://gall.dcinside.com/etc_entertainment1/3367349

4. https://gall.dcinside.com/etc_entertainment2/16304



클리셰 범벅 ㅈㅇ 날림 ㅈㅇ   ㅇㅌㅈㅇ


+) 시간에 쫓겨서 날림으로 써서 문장 몇 개 수정, 그래도 병신 같은 게 함정




 

여덟살 이전 데이빗의 기억은 구멍난 헝겊처럼 여기저기 헐거워졌지만, 열다섯해 전 수도가 공격당한 날부터는 촘촘했다. 특히 피난민과 적병들로 가득했던 왕성에서 유모가 저를 어떻게 살려서 홀로 이곳의 국경마을까지 데리고 왔는지는 지금도 세세히 기술할 수 있을 만큼 생생했다. 어려도 벌써 전투를 알았던 데이빗이 보호받는 느낌을 받을 만큼 강했던 유모는, 오메가였지만 그런 것을 인식하지 못할 정도로 끈질겼다. 탄은 전사들뿐만 아니라 여인이든 오메가이든 모두 제 목숨은 지킬 수 있을 만큼 강인했는데, 그것은 오메가에 대한 차별이 없어서가 아니라 오직 살아남기 위한 이유에서 비롯된 결과였다. 상엽에게 했던 경고는 허세에 불과하진 않아서, 탄의 전사들은 당연한 듯 오메가를 전리품으로 챙기곤 했었고 그런 것을 보고 들으며 자란 조숙했던 데이빗에겐 오메가는 강한 동시에 약한 모순적인 존재로 각인되어 있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제가 알던 강한 오메가는 절대로 상엽같지는 않았다는 것이었다. 그들은 오메가로서 스스로를 비하하지도 않았고 억지로 가시를 키워 자신을 방어하지도 않았으니, 유모는 겉으로는 항상 온화하고 부드러웠으며 그녀가 묘사하는 데이빗의 어머니 또한 그러했다.




 
 

 -


손으로 해결해주고 난 뒤 상엽의 방문 앞을 서성이다 들은 흐느낌은 그것보다 서러울 수가 없었다. 단지 마음이 없는 상대를 거부한다는 호소나 부끄러움의 표출로 보기엔 지나친 데가 있었다. 그래도 홀로 며칠을 더 앓게 두는 것보단 도와주는 것이 나았다고 결론지었지만, 엄내관에게서 듣게 된 저간의 사정 앞에 그런 자기 변호는 무용지물이 되었다. 황제의 적장자임에도 아비의 뜻으로 오메가가 되어 그것에 비관했다는 말이나, 오메가가 되었을 때 권력을 노리는 알파들이 들개처럼 달려들었다는 말에 데이빗에게 상엽은 어떠한 통점으로 다가왔다. 더 아프게 다가올 만한 얄궂은 사연이 있었다. 알고 보면 세상에서 가장 연약했던 오메가에게 반드시 들려줘야 할 이야기가 있었다.




 

 



-


알파에게는 지배욕도 있지만 오메가를 자애해주고 싶은 욕구도 있었다. 헌데, 며칠째 계속되고 있는 귀비와의 신경전이 끝날 기미가 보이질 않아 그럴 기회조차 갖지 못했다. 신경전이라기보단 일방적으로 상엽이 몰아붙여지는 형국인지라, 상엽이 다른 사람들의 앞에서 약해지지 않기를 바라는 데이빗의 피를 끓게 하였다. 귀비. 몸 어딘가에 남은 황제의 각인을 무기 삼아 상엽과 황후를 농락한 여인. 그토록 간절했던 억제제를 거절할 정도면 원한이 얼마인지 짐작이 가지만, 제 주인의 위세를 믿고 날뛰는 상궁의 뺨을 때린 일로 책잡혀 좋을 것이 없어 상엽의 손을 막았고, 귀비의 불안에 확신을 얹어 주기 위해 그 앞에서 보란듯이 상엽을 데리고 나왔다.

 
 

 
 

 -
 

과거를 보러 오던 길에 우연히 지나친 복숭아밭은 황궁에서 멀었지만, 꽃이 게으름을 피우지만 않았다면, 며칠 전 내린 비가 심술궂지만 않았다면 기대하는 광경 그대로일 것이었다. 멀다는 핑계를 대기에는 지나칠 만큼 속도를 내고 있었다. 그저 알파의 정복욕을 극한으로 끌어올리는 오만함과 도도함을 가진 매력적인 오메가라고만 느꼈고  아버지의 한을 풀어드릴 도구라고 여겼는데 어느 순간 진지하게 마음을 녹이기 위해 애쓰고 있었다. 일개 상궁에게 수모를 당하던 장면이 잊히질 않아,  타고 있는 애꿎은 말을 수도 없이 발로 차며 속도를 올렸다. 날도 포근한데 등에 매달린 작은 몸은 몹시 시렸다.

 



 


 -

 
예쁘긴 예쁘지만 말을 하지 않아야한다, 상엽은 쉽게 무릎 꿇지 않는 데이빗의 그런 면에서 오히려 진실된 사람됨을 찾을 만큼 이제는 그의 언행에서 어떠한 저의도 찾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고 애쓰고 있었다. 별 것 아닌 것 같아도, 저를 둘러싼 음모와 계략에 이력이 난 상엽에게는 엄청난 변화였다.


 "그래봤자 잠시야. 시들면 추한걸."


 "꽃이 져야 열매가 맺는데 어째서 추하지? 아이를 낳는 걸 추하다고 하진 않잖아."

 
아이를 낳는다라.. 그게 대단한가? 상엽은 데이빗의 말이 천진하다고 생각하며 쓰게 웃었다. 도공들은 도자기가 무결하게 구워질 때까지 깨뜨리고 새로 빚고를 반복한다지. 아들을 도자기처럼 목적에 맞게 원하는 모양으로 빚어내려는 아비와 그저 깨지지만 않고 예쁘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어미를 떠올리며 상엽은 아이를 낳는 행위가 그다지 숭고한 것인지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우리 어머니도 귀족 집안의 아들이었어."

 
상엽에게 등을 내어주고 말고삐를 잡고 있으면서도 데이빗은 생각을 읽기라도 한 듯 말을 이었다.

 
 "그것도 외동아들.. 예쁨받지는 않았겠지, 아마도.  대신 신부감으로 인기가 좋았다고 해. 남자에 혈통도 좋아서 강한 후계자를 낳을 수 있는 데다가 어머니 집안의 지위까지 취할 수 있다는 뭐 그런 계산적인 이유지. 그렇게 혼인했으니 아버지가 어머니를 사랑하셨는지는 나도 잘 몰라. 내가 태어났을 때 어머니는 이미 세상에 안 계셨으니까. "


데이빗의 옆구리를 잡고 있던 상엽의 손가락이 조금 놀란듯 움찔거렸다.

 
 ".. 아버지가 전사하셨다는 소식이 잘못 전해져서 난산이 됐나봐.그래.. 나는 그렇게 태어났어. 그게 그리 애틋하지도 않은게, 어머니 대신 나한텐 아주 멋진 유모가 있거든. 가끔 유모가 들려주는 얘기 속에 어머니는 그냥 동화속 공주님 같기도해서, 솔직히 나는 어머니 생각은 잘 안 하고 살았어. 그래도... 단 한 가지 현실 같은 건, 어머니가 스스로를 자랑스러워하셨다는 거야. 알파들이 전쟁에서 수백 수천을 학살할 때 자신은 생명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그래서 웃으면서 눈을 감으셨다고 해."


 "...... 엄내관이 다 얘기했나 보지. 그럴 줄 알았어. 황제는 용의주도해서 사람을 생각없이 붙이진 않지. 아마 다 알면서 어디서 들은 얘기인 척 불었을 거야. 어디까지 들었어?"

 
데이빗의 담담한 고백이 무색하게 상엽은 냉소적이었다.


 "아니, 난 아무것도 들은 것 없어. 그냥 네가 아이를 낳는 일에 시큰둥한 거 같아서."


 "거짓말 할 필요 없어. 내가 황제를 모르는 것도 아니고. 그래도 한 가지는 명심해. 그 일로 날 동정하거나 바꾸려고 든다면 용서하지 않아."


상엽은 데이빗의 예상과 달리 제 사연을 들킨 것에 큰 의미를 두지 않고 있었다. 다만, 데이빗이 황제가 준다는 대가 때문에 제 곁에 온 것으로도 모자라 거기에 어떠한 연민이 더해진다면 그건 참을 수 없을 것 같았다. 네가 원하는 것이 무언인지 다 안다는 듯 철벽을 치는 태도에 데이빗은 그저 할말을 잃었고 둘은 그렇게 한참을 아무 말도 없이 해의 죽음을 바라봤다. 
 




그러다가 이마만 남겨둔 해를 보고 무엇인가 생각난 데이빗을 고삐를 당겼다. 어둠이 덮으면 보여주고 싶었던 또 하나의 절경을 놓치게 된다. 말을 낮은 밭 쪽, 흐르는 시냇물 앞에 세우고 데이빗이 상엽이 내리도록 손을 내밀었다. 손이 민망해질 것이라 생각했던 데이빗이었지만, 웬일인지 상엽은 새침한 표정으로 그 손을 받아준데다가 안아서 내리는 호의도 마다하지 않았다. 복숭아 나무 사이를 굽이 가르는 시냇물은 비가 온 지 얼마 안 된지라 졸졸졸 소리가 수다스럽게 들려왔고, 바람에 떨어진 복사꽃 꽃잎이 수면을 가득 덮어 마치 직녀가 수놓은 비단 옷자락이 넘실거리는 듯 하였다. 상엽은 시냇물에 귀를 기울이며 양손을 담구었다. 졸졸졸이라는 말을 누가 만들었는지 기똥차다 여기며. 모두 세 장의 복사꽃 꽃잎이 투명한 물과 함께 양손 가득 떠오른다. 황궁 안에만 갇혀 있었으면 평생 볼 수 없었을 소담한 풍경에 눈물마저 나오려 했다.


 "도화수(桃花水)야."


복숭아꽃이 필 무렵 얼음이 녹아 흐른다는 이 봄의 시냇물처럼, 상엽의 마음도 녹일 수만 있다면. 크게 티를 내지는 않아도 좋아하고 있는 상엽에 데이빗은 안도했다. 아름다움을 즐길 줄 안다는 것에 감사해야 하는 것이 조금 서글프긴 해도.

 


봄 강기슭 도화수는 불어나고,

구름 같은 돛을 달고 단풍나무 숲 사이로 가네



황궁 바깥에 나오니 시집에서 본 광경이 가히 거짓은 아닌 듯 하다 여기며, 본 적은 없어도 고시(古詩)를 읽어 알고 있는 터라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는 상엽이었다.


 "복숭아 나무가 사람이랑 가장 친한 나무인 거 알아? 꽃이 예쁘고 열매도 맛있어서 사람 사는 마을엔 어디든 있는 법이야."


 "데이빗."


그런 말은 이제 그만. 달큰한 복사꽃 향보다 데이빗의 시도 때도 가리지 않고 찔러오는 습격이 더 현기증이 난다. 명확히 할 것이 있었다. 우리의 만남은 평범하지 않으니까, 내 감정은 몰라도 데이빗의 감정은 순수할 수 없으니까.

 
 "황제는 널 이용하고 있어. 유민에게 절대로 후계자리를 주지 않아. 그냥.. 날 위하는 척 과시하는 거야. 약을 안 주는 것도 아마 그런 이유일 거야. 보여주기.."


 "상관 없어."


우성 알파라 귀한 핏줄인 것은 확인된 것이라며 뒷조사도 하지 않은 것도 정상이 아니었던 데다가, 아들조차 이용할 정도로 권력에 집착하고 냉혹한 황제가 이민족에게 그 귀한 황좌를 줄 리가 없음을 어렴풋이 깨닫는 데이빗이었다. 힘만 있으면 누구라도 왕이 될 수 있었던 탄과는 달랐다.


 "....그럼 여기 왜 있는 건데?"


데이빗은 대답을 하는 대신 어느새 해와 자리를 맞바꾼 달을 올려다 보았다. 수묵의 저편처럼 번지는 하얀 달을 보고 생각나는 것은 은은한 달밤이라고 은유했던 상엽의 첫인상이었다. 그때는 그저 표독스런 입과 따로 노는 것이 몹시 자극적이라고만 느꼈는데, 지금 보니 입술에서 독기를 빼도 단정하고 청초하였다. 정도를 지나친 장난과 냉혹함이 정복욕을 자극하여 매혹적이라고 여겼는데 이제는 그저 한 떨기 꽃잎으로 수줍게 돌아가도 여전히 갖고 싶고 지켜주고 싶을 것 같았다. 처음 부마 자리에 도전할 때 묵사발을 내주겠다 다짐했던 그런 상대가 아니었으니 당연히 생각도 바뀔 수밖에. 지금 데이빗이 원하고 있는 정복은 육체적인 것이 아니었다.


 "글쎄.. 목동보다는 놀고 먹는 부마가 나으니까?"

 
달과 한참을 씨름한 끝에 내놓은 대답이 겨우 이것, 상엽은 왠지 모를 허망함이 얼굴에 나타나지 않게끔 자제하며 돌아서 말을 향해 걸었다.


 



 



 -


아무리 황궁과 외가 외에는 가본 일이 없다지만, 상엽도 지금 가는 길이 단단히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말이 빨리 걷지도 못할 만큼 취객으로 가득한 유흥가에 상엽이 위축되어 몸을 조금 더 붙이고 들어왔다.


 "괜찮아, 거의 다 베타거나 오메가니까."


 "왜 이런 길로 와.. 그래도 싫어."


 "오늘은 못 돌아가. 말이 지쳤거든."


사내로 득시글거리는 어느 객잔 앞에 말을 세우며 먼저 뛰어 내려 손을 내밀었다. 그렇게 보게 된 상엽의 표정이 찔릴 정도로 갈려 있는 것이 데이빗은 오히려 반가울 정도였다. 저녁 내내 답지않게 온순해 어디 아픈 건 아닌가 했었기에.


 "걱정 마. 방은 당연히 두 개 잡으니까.여기가 제일 나아, 이 근방에서."


시덥지도 않은 소리 하지 말라며 먼저 돌아가겠다고 말을 움직이더니 얼마 못 가 취객 중 알파의 무리가 있는 것을 느낀 상엽은 결국 돌아왔다. 혼자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것이 분해, 잡아주는 손도 뿌리치고 스스로 말에서 뛰어내려 객잔으로 들어간 다음에는 데이빗을 못 믿겠다며 직접 방 두개를 잡으려다가 어디서 방을 잡아야 하는지도 몰라 또 한번 뻘쭘하게 두리번거렸고, 객잔 주인을 찾은 뒤에는 은자를 챙겨오지 못한 걸 깨닫고 한번더 수모를 당하였다. 일련의 과정을 쫓아다니면서 수습하던 데이빗은 의외의 귀여움에 올라가는 입꼬리를 끄집어 내리지를 못했다. 식사를 주문하고 앉아서도 내내 뾰로퉁해서 음식을 다 씹지도 않고 볼에 담은 채로 계속 집어넣는데 그것이 어릴 적 습관인 줄도 모르고 그저 고개를 푹 처박고 웃음만 참는 데이빗이었다.


 "귀한 황자님께서 이런 걸 어떻게 그렇게 잘 드셔?"


 "...."

 
 "지금쯤 귀비는 초조해 죽겠지. 내일이면 아마 숨이 넘어가 있을지도 모르고."


 "...."


귀비에게 복수가 될지언정 황궁 사람들 모두에게 그들 사이가 오해받을 거라는 걸 모르는지, 상엽은 어처구니가 없어서 쏘아주고 싶었으나 입에 너무 많은 음식이 들어 한 마디도 하지 못했다. 그러면서도 제가 그렇게 흉하게 음식을 먹고 있는 중이라는 건 인식하지 못하는 듯했다. 아, 망했구나. 속으로 탄식하였다. 이제 태후까지 나서 만리장성을 쌓았는지 물어올 것이고 난공불락 황자의 명성은 하루 아침에 땅에 떨어질 일만 남았다. 밀폐된 처소에서 있었던 일도 아니고 본 사람도 많으니 빼도박도 못 할 것이다. 우울해져서 입으로 계속 음식이 들어갔다.

 






 -

 

상엽의 고통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안전하게 방 두개는 확보했지만 문제는 어두운 것을 못 참는 데 있었다. 본래 깜깜한 곳에서는 잠을 잘 자지 못해 어릴 때는 황제와 함께 자는 날도 많았었다. 촛불을 켜놓고 자자니 전각에 불이 났던 기억이 남아 그럴 수가 없었다. 황궁에서처럼 누군가 촛불을 살펴주지 않는 이상은 잘 수가 없으니 난감한 일이었다. 게다가 밖에서는 취객들이 난동을 부리는지 사내들의 고함소리가 끊이질 않고 있었다. 최악이었다.




 


데이빗은 데이빗 나름대로 사정이 있었으니,  정말 얼음이라도 녹은 듯 경계하지 않던 모습에 싱숭생숭해지기도 하면서 조금 전에 보여준 색다른 모습에 푹 빠져 정신을 못 차리는 중이었다. 어쩌다 데이빗과 식사라도 할 때면, 그릇 소리도 내지 않는 것은 물론이요 새모이 쪼는 것처럼 깨작거리고 물 한 방울 안 흘리던 상엽이었는데, 오늘은 무슨 다섯살 어린아이가 밥먹는 형국이 따로 없었다. 볼수록 돌봐줘야 하는 성질 사나운 동물 같았다. 자연스럽게 키우던 양이 생각나는 밤, 산골에 있을 땐 늘 저녁무렵 하던 일인 양의 숫자 세기를 하며 잠을 이뤄 보려는 때였다. 이불로 몸을 감은 상엽이 방문을 열고 들어와 데이빗이 누운 침상 끝에 걸터 앉는 것이었다.


 
 "??"


 "술 취한 놈들이 방을 자꾸 잘못 찾아오니 잘 수가 없다."


일단 문 열리는 소리도 안 들린데다가 그런 일이 있었다면 이런 평화로운 방법으로 해결할 상엽이 아니었기에 오히려 경계하는 것은 데이빗이었다. 아무리 암시를 줬다지만 찻잔에 독을 타 데이빗을 시험한 일도 있었다. 이러다 죽을지도..


 "그래서?"


 "거기서 자는 걸 지켜라."


아랫사람한테 명령하듯이 하더니 쪼르르 침상 끝으로 들어가 벽을 보고 누웠다가  다시 뒤를 돌아 넋이 나간 데이빗에게 하는 말이 촛불을 절대로 끄지 말라는 것이었다.


 "밖에 놈들보다 내가 더 위험하단 생각은 안 들어? 저 자들은 적어도 베타잖아."


 ".....저번에 보니 잘 참던데, 뭘."


어이가 없어 농담처럼 던지는 말에 그저 조그맣게 대꾸한 다음 이불을 고쳐 덥고 벽쪽으로 슬금슬금 붙는 것이 가관이었다. 한참 그 등을 노려보던 데이빗이 촛불을 꺼버리는 순간, 이불을 뒤집어 쓰며 끄지 말라니까! 급박하게 외치는 상엽을 보곤 데이빗은 이 침입의 의미를 완전히 깨달아버렸다.  침상 옆에 누워 이불을 끌어내리고 슬쩍 얼굴을 훔쳐보니 옆에서도 눈을 질끈 감은 것이 보였다. 데이빗은 산속에서 가축을 돌보며 산 덕에 밤눈에 밝았고 우성알파인 탓에 원래 감각이 예민해 그런 것들이 의미하는 것을 쉽게 눈치챌 수 있었다.

 
 "걱정하지마. 네 약을 대신 먹은 덕에 기를 써도 오늘은 안 될 테니."

 
오메가를 위한 약이라 할지라도 아무래도 알파도 그 영향을 안 받는다고 할 수는 없었다. 눈을 뜨고 지키는 것은 해줄 생각이 없어 데이빗은 상엽의 옆자리를 차지하고 누웠다. 그것을 느끼면서도 상엽은 어둠보다는 데이빗이 차라리 낫다고 여기는 자신이 이상했지만 도저히 뿌리쳐지지가 않았다. 불쌍한 어머니가 황제에게 휘둘리는 것이 이런 이유인가.. 각인이 된 상대도 아닌데 이렇게 끌리는 것이 비참하면서도 눈을 감아도 느껴지는 끈을 포기할 수가 없어 고통스러운 상엽이었다. 데이빗에게 그저 수단에 불과하다면 나도 어머니와 똑같은 삶을 살게 될텐데...


데이빗은 그런 상엽을 제쪽으로 보게하여 조그마한 머리는 그의 가슴께쯤 놓이게 되었다. 데이빗이 숨을 쉴 때마다 머리를 타고 내려오는, 호수의 파도처럼 잔잔하지만 분명히 느껴지는 솔내음이 이젠 두렵지 않고 듬직했다.

 
 "이건 내가 가져갈게. 자다가 너한테 죽을까봐 무섭거든."


데이빗은 상엽이 손에 꼭 쥐고 있는 비녀를 빼앗고 대신 뭉툭하게 갈린 좀 짧은 것을 쥐어주며 제 몸에 딱 붙은 귓가에 능글맞게 소곤거렸다. 간지러운 듯 부르르 떠는 것이 앙증맞았다. 이 비녀도 역시 상엽의 것, 얼마 전 비에 젖은 날 데이빗의 방에서 뽑아들었다가 빼앗겼던 것을 데이빗이 날카로운 부분을 잘라 간직하던 것이었다. 상엽은 등을 두드려주는 따뜻한 손을 느끼며 어린 날 이후 처음으로 불을 끄고 잠에 들었다. 말을 오래 타서 피곤하겠거니 구실을 만들었지만 그것이 이유가 아님을 알고 있었다.








 -


 
객잔에서는 혼자서라도 돌아가고 싶더니 이제는 황궁에 가까워지는 것이 아쉬웠다. 그건 데이빗도 마찬가지인지 일부러 장안을 돌며 상엽이 구경하기 힘든 것들을 잔뜩 보여주고 있었다. 상엽은 빨리 가자 재촉하지 않으며 구경을 하면서 아주 가끔은 데이빗에게는 들키지 않는 미소도 지었다. 
 

 "이 세상 사람들이 다 베타였으면 좋겠어."


 "왜?"


 "사람인데 본능에 헐떡이는 건 꼴사납잖아."


형질과 성별에 관계없이 얽혀서 신명나게 노는 것이 부러워 하는 말이었다. 알파와 오메가는 그놈의 페로몬 때문에 사람이 많이 모인 장소에서는 언제나 긴장해야 하는 것이 숙명이었다.

 
 "베타도 똑같아. 오히려 알파와 오메가는 한번 상대를 정하면 정절을 지키니 그게 더 사람답다고 느껴지지 않아?" 
  
 "궤변. 몸으로 정한 상대 따위."


딱딱하게 받아친 상엽이 정신없이 보고 있는 것은 구름떼같은 사람들 머리 위로 그네를 뛰는 여인이었다. 그네뛰기 대회라도 있는 듯 응원소리와 음악소리도 시끄러웠다.

 
 "남자는 안 끼워줄거야. 오메가라고 소문내기도 그렇잖아."


 "응.."


가서 뛰겠다는 뜻은 아니었다. 단지.. 생각나는 것이 있을 뿐. 그런 것이 존재했었나 하는 기억이었다. 그런 상엽의 아득한 시선을 두 눈을 꾹 눌러 담아놓는 데이빗이었다.
 








 -

 
아니나다를까 황자 내외가 외박을 했다는 소문은 삽시간에 퍼져 나갔다. 데이빗은 황제로부터 봉호를 내려주겠다는 말까지 듣고 아직 이르다고 아무 일도 없었다고 설명하느라 진땀을 뺐고, 상엽도 태후궁과 황후궁에 불려갔다 왔다. 그것 때문에 한층 더 차가워진 상엽은 다시금 선을 긋고 데이빗에게 무뚝뚝하게 굴었지만 적어도 불편하지 않은 식사를 같이 할 수 있었고, 이름을 찾겠다 날뛰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아주 성과가 없지는 않았다. 데이빗은 상엽과 함께 잔 것이 단지 공포에서 비롯된 일이라 생각하여 큰 의미는 두지 않고 있었다. 그저 그런 약한 모습을 자신 외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않는다면 그것으로도 많이 진척된 것이라며, 마음을 여는 일을 성급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리고 귀비궁은 데이빗이 따끔하게 일침해서인지 그 뒤로 상엽을 괴롭히지 않았다.



 




 -

 
아무리 뒤져도 편지가 없었다. 유모에게 보내려 적어놓고 아직 부치치 않은 것인데 상엽과 나가기 전까지 본 것을 돌아오니 찾을 수가 없었다. 이름을 찾겠다고 상엽이 가져갔나 싶어도 읽었으면 기분이 상하여 변덕을 부릴 법한 내용이 있는지라 아무래도 그건 아닌 거 같았다. 그렇다고 주소나 유모에 대한 정보를 자세히 알 수 있는 걸 적어놓지도 않았으니 거기에 집착할 수도 없어 데이빗은 신경이 쓰이면서도 포기를 하고 다른 것에 집중하고 있었다. 상엽이 가지 않는 궁궐 외곽에 천막까지 치고 열심히 무엇을 만들고 있는 중이었다. 요즘들어 해가 있는 시간의 반은 사라져서 나타나질 않는 데이빗이 이상하면서도 관심갖는 걸 내보이기 싫어 꾹 참고 있는 상엽은 실은 뒤를 쫓고 싶어 몸이 근질근질하였다.

 
 






 

-
 
 애련지(愛蓮池)에서 기다리겠습니다.


 
엄내관이 가져다 준 필체는 데이빗의 것이었다. 무슨 일이냐고 물어도 그저 웃기만 하는 기분 나쁜 부름에 이전 같으면 매질을 할 것을 조용히 따라 나선 상엽은 애련지에서 마주한 광경에 할 말을 잃었다. 그네. 초록색으로 채색까지 예쁘게 된 엄청난 크기의 그넷줄을 잡고 데이빗이 웃고 있었다.

 
 "타보시겠습니까."


찍어누르는 것 같았던 낮은 목소리엔 이젠 따뜻함만이 넘쳐 흘렀다.


 "황궁 안에 꽃이 참 많은데 다 보지 못하시는 것이 아까워 만들었습니다. 이걸 타고 뛰어 오르면 예서 보지 못하는 꽃도 다 보일 것입니다."


상엽은 데이빗의 부축을 받고 그네 위로 올라탔고 이 세상에서 유일무이한 알파가 밀어주는 힘으로 하늘 높이 날았다. 정말이었다. 상엽이 아직 한번도 가지 못한 미지의 장소엔 형형색색 꽃이 만발하고 있었다. 꽃가루에 고통받지 않아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상엽이 만난 또 하나의 꽃은 유년의 기억이었다. 아버지에게 열 살 생일에 받았던 그네는 이렇게 높이는 못 가도 어린아이에게는 벅찰 만큼 커다란 선물이었다. 그 날 황제에게 그는 열 번이나 고맙다는 말을 하였는데, 너무 많이 하는 것도 예의 아니라는 말까지 듣게 했던 그 작은 그네는, 전각과 함께 상엽이 제손으로 불태워 이제는 실체 없는 추억이 되어 버렸다. 발구름과 함께 눈물이 공중에 흩뿌려지며 응어리가 연기처럼 공중으로 풀어 헤쳐졌다. 내가 너를 만나려고 오메가가 되었구나..줄을 잡고 멈춰주는 데이빗을 보며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데이빗에게 그저 야망을 이뤄줄 수단이 된다 하더라도, 먹고 버리는 전리품에 불과하더라도 별 수 없었다.

 





 
이제 그네는 두 사람이 마주 보고 함께 타고 있었다. 홀로 탈 때와는 달리 호를 작게 그리며 조용조용 오가는 것이 멈춘 풍경 속에 정중동(靜中動)의 멋이 따로 없었다. 몸보다 요란하게 공중을 오가는 것은 설레는 마음과 눈빛이었다. 천의무봉(天衣無縫)이란 말을 사람에게 쓴다면 오로지 이 자에게만 허락되리라.. 데이빗의 숨막히는 얼굴을 코앞에 두고 상엽은 생각했다. 무섭다고 여겼던 파란 눈은 등 뒤 파란 하늘이 전경이 되어 다가오는 것만 같았다. 하늘과 가깝게 만들어주는 사람..
 
데이빗도 웬일로 표정이 다 보이는 상엽의 얼굴을 요리조리 뜯어보고 있었다. 몇 가지 발견한 것은 이젠 그 흉물스런 비녀를 꽂지 않는다는 사실과 먹보다 검은 머리에 흰머리가 하나 나서 뽑고 싶게 만든 것, 피부가 분칠이라도 한듯 말도 안 되게 곱다는 사실이었다. 검은 눈망울 안에 마름모꼴로 있던 얼음이 녹고 있었다. 정복이 다가왔음을 알린 눈동자를 응시하던 데이빗은 자신이 상엽의 웃는 얼굴을 한번도 못 보았다는 것을 떠올렸다. 어느새 관성이 떨어져 짧은 거리만 살랑살랑 오가게 되자 데이빗이 먼저 입을 열었다.

 
 "겨루기는 못 했어도 그네뛰기 상으로 주고 싶은 게 있어."


 "...?"


 "따귀를 때리지 않겠다고 약속하면 줄게. 손 맵더라."


미간을 찌푸리며 엄살을 부리자 상엽이 기어코 작은 웃음을 터뜨렸다.


 아.. 복숭아꽃도 아깝다, 이건.


 "약속하는거다."


너무 얼굴을 맞대고 있어 입을 열기 부담스러웠던 상엽은 고개만 가볍게 끄덕이는 것으로 대신했고, 허락이 떨어지자마자

 
 "내가 하는대로 따라오면 돼."


데이빗의 입술이 상엽의 입술을 덮어왔다. 상엽은 뜻밖의 선물에 놀랐지만 이내 눈을 감았다. 거부할 수가 없는 솔내음이 눈꺼풀을 내렸다.


진달래꽃의 꽃물을 빨아먹던 기억을 떠올리며 데이빗은 살짝 입술을 머금었다 놓았다 하다가  어느 정도 상엽이 익숙해진 것이 느껴짐을 기다렸다 벌리고 들어왔다. 혀로 작은 내벽 안을 굴리며 간지럽히다가 누구의 것인지 분간이 안 가게 섞여가는 느낌에 상엽은 다리에 힘이 풀렸지만 흔들리는 그네 위에서 몸을 부지하려면  앉을 수도 그네줄을 놓을 수도 없었다. 그 그네줄을 쥔 손조차 힘이 제대로 들어가지 않아 당장이라도 떨어질 것 같았다. 제대로 이겨내기엔 너무나 자극적이었던, 마음대로 멈출 수 없는 관성 위에서 행해진 첫 입맞춤은 석양이 살구빛이 되도록 관성처럼 계속되었다. 상엽의 삶을 휘젓던 알파와 오메가의 개념은 희미해져가고 있었다. 그 날의 호수 속 그네 위엔 그저 연,상엽과 데이빗이란 사람만이 있었다.





간디 먼치킨행 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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