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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RED향 진하게 담았다” 니콘 시네마 카메라, ZR

IT동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6.02.23 11:4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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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동아 강형석 기자] 일본 카메라 영상기기 공업회(CIPA)가 공개한 2025년 연간 출하 통계에 따르면 렌즈 교환식 카메라 출하량은 약 700만 대, 그중 미러리스가 약 631만대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하지만 미러리스 카메라 시장의 성장 속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바로 유튜버·영화감독·콘텐츠 크리에이터를 위한 시네마 카메라의 세력 확장이다.

시장 변화의 배경에는 스마트폰 영상의 대중화, 온라인 스트리밍 플랫폼의 성장, 상업 영화 수준의 화질을 저렴하게 경험하려는 크리에이터들의 욕구가 자리한다. 이에 소니는 일찍이 FX3ㆍFX6 등으로 시장을 선점했고, 캐논도 EOS 시네마(Cinema) 라인업을 꾸준히 확장해왔다.

반면, 니콘은 시네마 카메라 시장에 민첩하게 대응하지 못했다. Z 시리즈 미러리스 카메라에 동영상 기능을 강화하며 사진ㆍ영상 하이브리드 전략을 고수했다. 하지만 2024년, 니콘은 시네마 카메라 브랜드인 레드(RED)를 8500만 달러(약 1231억 원)에 인수하며 영상 촬영 시장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니콘의 시네마 카메라 ZR / 출처=IT동아



ZR은 레드를 인수하며 시네마 카메라 시장에 대응하려는 니콘의 첫 번째 대답이다. Z 시네마 제품군으로 출시된 이 카메라는 철저히 영상에 집중한 설계를 강조한다. 과연 ZR은 영상 전문가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시네마 카메라가 될 수 있을까?

니콘 특유의 디자인과 다른 덜어냄의 미학 강조


니콘 미러리스 카메라 대부분은 2018년 출시된 Z6의 디자인 언어를 따른다. 과거 니콘 일안반사식(DSLR) 카메라와 유사한 형태로, 본체 상단에 전자식 뷰파인더를 위한 헤드와 두툼한 우측 그립이 특징이다. 투박해 보여도 사진 촬영 시 카메라를 안정적으로 파지하도록 최적화된 설계다.


좌측이 Z6III, 우측이 ZR이다. ZR의 카메라 디자인이 더 직관적인 형태다 / 출처=니콘이미징코리아



ZR은 완전한 사각형, 전자식 뷰파인더와 그립 돌출부가 없는 디자인을 채택했다. 이는 니콘 카메라보다 레드의 정체성을 유지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레드의 시네마 카메라인 코모도, 랩터 시리즈는 여러 외부 장비를 연결하도록 간결한 기기 디자인을 채택했기 때문이다.


ZR의 디스플레이는 4인치로 타 카메라와 비교해 큰 면적을 제공한다 / 출처=IT동아



ZR에서 눈에 띄는 차별화 요소는 후면 디스플레이다. 대부분 시네마 미러리스 카메라들이 3.2인치 수준의 디스플레이를 채택한 데 비해, ZR은 4인치 면적을 제공한다. 사양은 307만 화소와 최대 밝기 1000 니트, 화면 비율 16:10, DCI-P3 색 공간 등을 지원한다. 강한 햇빛 아래서도 화면 확인이 수월하고, 카메라를 피사체 쪽으로 돌리면 셀프 촬영도 된다. 영상 작업자들이 가장 많이 쓰는 짐벌ㆍ로우앵글ㆍ오버헤드 등 다양한 구도에서 이 화면의 유연성은 강점이다.

조작 구성은 간소화됐다. 미러리스 카메라에서 볼 법한 모드 전환 다이얼, 십자형 버튼 등은 모두 사라졌다. 그 자리를 스틱형 컨트롤러와 버튼 몇 개로 채웠다. 상단에는 사진과 영상 촬영 전환을 위한 스위치, 기능 다이얼 3개가 제공된다. 버튼 1번은 노출, 2번은 자동/수동 모드 전환, 3번은 화면 구성 전환 역할을 한다.

후면은 스틱형 컨트롤러와 빠른 설정 버튼, 재생 버튼이 전부다. 버튼 수는 적지만, 오히려 조작에 익숙해지기까지 시간이 걸린다. 우선 카메라 설정에 진입하려면 빠른 설정 버튼을 누른 후, 메뉴 모드를 선택해야 된다. 다른 기능을 선택하고 싶어도 메뉴 진입과 비슷한 형태로 조작해야 한다. 버튼을 누르는 횟수가 잦고, 스틱형 컨트롤러는 가끔 오작동까지 일으키니 스트레스로 이어진다. 차기 제품에서는 조작 방식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


외부 장치를 연결하기 위한 단자들이 측면에 제공된다 / 출처=IT동아



외부 단자 구성은 충실하다. USB-C(3.2 Gen 1 / 5Gbps), 3.5mm 헤드폰ㆍ마이크 단자가 기본 탑재됐고, 마이크로 HDMI가 제공된다. 카드 슬롯은 CF익스프레스(express) B형, 마이크로 SD(UHS-I) 두 개를 쓴다. 다만 위치가 특이하다. 배터리 공간 내부에 함께 배치된 것이다. 콤팩트한 카메라 설계를 우선한 결과지만, 현장에서 카드를 자주 교체하는 작업자라면 동선이 불편할 수 있다.


CF익스프레스 카드와 마이크로 SD 카드는 카메라 하단에 꽂는 방식이다. 다만 마이크로 SD 카드 슬롯 위치가 낮아 장착이 번거롭다 / 출처=IT동아



새롭게 도입된 '디지털 액세서리 슈'도 주목할 만하다. 카메라와 액세서리 간 양방향 디지털 통신이 가능해, 별도 배터리나 케이블 없이 카메라에서 전원을 공급받으며 탈리 램프 제어, 마이크 LED 연동 등 고급 기능을 활용할 수 있다. 니콘과 레드의 협업에서 나온 실용적인 기능이다.

Z6III와 플랫폼은 비슷, 영상에 더 무게 실어


ZR은 Z6III와 사양이 비슷하다. 먼저 풀프레임 규격(35mm 필름 면적)의 2450만 화소 부분 적층형(Partially-Stacked) CMOS 센서와 엑스피드(EXPEED) 7 영상처리장치를 탑재했다. 정지화상 기준으로는 초당 20매 연속 촬영을 제공한다. 다만 영상 부문 사양에서 미세한 차이가 존재한다.

ZR은 Z6III처럼 최대 6K(6048 x 3402 해상도) 촬영이 가능하다. 60pㆍ30pㆍ24p 촬영을 지원하는 부분도 동일하다. 4K는 120p까지 가능해 슬로 모션 활용도도 높다. 하지만 영상 포맷을 편집 환경에 맞췄다. 니콘은 레드와 협업한 R3D NE 방식 영상 포맷을 지원한다. 레드 디지털 시네마(RED Digital Cinema) 기반으로 레드 와이드 가무트(REDWideGamut) RGB 색 공간과 로그3G10(Log3G10) 감마 커브를 지원해 RED 시네마 카메라에 가까운 결과물을 낸다. 이는 포스트 프로덕션(후반 편집 작업)에서 감도와 화이트 밸런스(흰색 표현력)를 품질 저하 없이 조정하도록 도와준다.


ZR은 Z6III와 사양은 유사하지만 영상 특화된 기능을 폭넓게 적용했다 / 출처=IT동아



Z6III도 니콘이 개발한 영상 포맷인 N-RAW와 애플의 영상 포맷인 프로레스(ProRes) RAW를 지원하지만 R3D NE는 없다. 따라서 ZR을 사용하면 레드의 시네마 카메라 수준의 편집성을 기대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이 외에 ZR은 H.265/HEVC(8비트/10비트), H.264/AVC(8bit) 등 다양한 영상 포맷을 지원한다.

ZR은 ISO 800과 ISO 6400, 두 가지 기본 감도를 병행해 쓰는 듀얼 베이스 ISO 기능을 제공한다. 이 기능은 어두운 환경에서 감도를 높일 때 노이즈 증가를 최대한 억제해준다. 저조도 촬영이 잦은 영상 작업자에게 실용적인 부분이다.

ZR의 또 다른 차별화 요소는 전 채널 32비트 플로트(32bit Float) 오디오 녹음 기능이다. 저장용량 확대 및 편집 환경이 복잡해지는 단점이 있으나, 이벤트 녹음을 세밀히 설정 가능하다는 게 장점이다. 그런데 이 기능을 쓰려면 비용을 들여 별도 어댑터를 써야 했다. 반면, ZR은 내장 마이크까지 32비트 플로트 오디오 녹음을 지원한다. 현장 음향 세팅에 따로 시간을 쏟기 어려운 1인 제작 환경에서 빛을 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손떨림 보정 기능에도 힘을 쏟았다. 최대 7.5스톱 수준의 보정 효과를 제공하며 인공지능(AI) 기반 피사체 인식 위상차 AF 시스템을 적용했다. 인물·동물·차량 등 다양한 피사체를 자동 추적하고, 영상 촬영 중 초점 이동 수차(초점 이동 과정에서 발생하는 뭉개짐)를 억제하는 기능도 갖췄다.

이 외에도 ZR에는 영상 전용 기능을 다수 제공한다. 셔터 각도(Shutter Angle) 표시ㆍ조정 기능을 포함해 타임코드(영상ㆍ음성 동기화) , 웨이브폼 디스플레이(색역을 파형으로 표시), 탈리 라이트(촬영 상태 표시등), 프록시 파일 동시 기록(풀HD MP4 포맷 대응)도 제공한다. 클라우드 연동도 지원해 촬영 직후 클라우드 자동 전송까지 가능하다. 3차원 형태로 색상을 적용하는 3D 룩업 테이블(LUT) 파일 적용도 지원한다. 실시간 색 확인이 필요한 전문 영상 현장에서 유효한 기능이다.

사진은 기본, 뛰어난 영상 기록 능력까지


니콘 ZR의 핵심은 영상기록 능력이다. Z6III와 동일한 6K 영상 기록을 지원하지만, ZR은 시네마 카메라 브랜드 레드의 유전자를 흡수했기 때문에 더 전문적인 기능을 제공한다. 그렇다면 ZR의 성능은 어떨까? 사진 및 동영상을 촬영하며 성능을 파악해봤다. 렌즈는 니코르 Z 24-70mm f/2.8 S를 사용했다. 초점거리 24mm부터 70mm까지 제공하는 표준 줌렌즈로, 최대개방 f/2.8 조리개값을 제공하는 고성능 제품이다. 카메라 설정은 감도, 셔터속도, 영상 포맷 등을 제외하면 모두 기기 초기 설정에 맞췄다.



[니콘 ZR의 저조도 영상 촬영 샘플 / 출처=IT동아]

동영상은 밝은 환경보다 어두운 저조도 환경 기록에 집중했다. 촬영한 영상 샘플은 부산역을 중심으로 부산항대교의 야경을 함께 기록한 것이다. 아래로는 고속열차가 움직이고, 위로는 차량과 교량의 불빛이 복잡하게 작용하는 환경이다. 카메라는 셔터 속도 1/60초, 감도는 ISO 12800에 설정됐다. 렌즈는 초점거리 50mm, 조리개 값은 f/4다. 기록은 R3D NE 포맷 6K 촬영 후, 별도 후보정 없이 풀HD 해상도로 변환했다.

영상 품질과 표현력 자체만 놓고 보면 흠잡을 데 없는 수준이다. 고감도이기 때문에 어두운 부분의 노이즈는 어쩔 수 없지만, 피사체가 움직이거나 조명의 형태가 최대한 유지되는 모습이다. 건물을 감싼 덩굴의 표현도 세밀하다.

하지만 고해상도 및 무압축 수준의 파일을 다루기에는 일반인 관점에서 봤을 때 부담스럽다. R3D NE 포맷의 6K 촬영을 3분 정도 진행하니 파일 용량이 100GB에 달한다. 10분 가량의 영상을 기록한다고 가정하면 저장 공간이 350GB~400GB에 달한다. 이를 저장할 공간과 영상을 편집할 고성능 시스템을 확보하는 게 우선이다. 인텔 코어 i9-14900K 프로세서와 64GB 메모리, 지포스 RTX 4080 슈퍼 기반 PC 시스템으로 3분짜리 6K 영상을 변환하는 데 20분 가량 소요됐을 정도다.


ZR의 사진 기록 능력은 Z6III와 큰 차이가 없다 / 출처=IT동아



사진 촬영 능력은 Z6III와 큰 차이를 느끼지 못했다. 렌즈에 따라 편차는 있겠지만, 니코르 Z 24-70mm f/2.8 S를 사용했을 때는 초점 검출 능력부터 선명도까지 뛰어나다. 니콘 Zf가 클래식 카메라 특유의 미학이 존재한다면, ZR은 마치 소니 A7C 처럼 휴대성을 강조한 미러리스 카메라로 활용하기에 좋은 형태다.

니콘의 첫 시네마 카메라, 기본기 이상은 하지만...


ZR은 니콘 시네마 카메라의 방향성을 보여줬다고 해도 무방한 제품이다. 강점은 가격 대비 기능이다. ZR은 298만 원에(니콘 온라인 쇼핑몰 기준) 최대 6K 영상 기록, 32비트 플로트 오디오, R3D NE 포맷, 4인치 디스플레이 등을 제공한다. 레드의 기본형 카메라 코모도가 온라인 쇼핑몰 기준 2995 달러(약 434만 원)라는 점을 감안하면 차별 요소가 뚜렷하다.


니콘 ZR / 출처=IT동아



다만 한계도 분명하다. 전자식 뷰파인더의 부재는 사진가에게, 기계식 셔터 부재는 고속 스포츠 사진가에게 아쉬운 부분이다. 현재 IT 기기에 잘 쓰지 않는 마이크로 HDMI를 쓰는 점도 영상 전문가에게 아쉬운 요소다. 차기 제품에는 영상 전송을 지원하는 USB C형 단자 또는 일반 HDMI 단자를 제공해 준다면 제품 완성도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한다.

그럼에도 ZR은 영상에 집중하는 전문 크리에이터, 저예산으로 시네마급 무압축(RAW) 편집 환경을 접하려는 영화감독 등에게 알맞은 제품이다. 휴대하며 원하는 사진과 영상을 찍고 싶은 사진작가에게도 최적의 결과물을 제공한다. 검증된 기술 조합으로 시네마 카메라의 잠재력을 보여준 ZR, 니콘과 레드의 만남은 어떤 효과로 이어질까? 향후 출시될 Z 시네마 카메라가 기대되는 이유다.

IT동아 강형석 기자 (redbk@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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