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 라인에 선다. 머신들이 웅웅거린다. RPM을 올려 엔진을 가열한 뒤 제로백을 줄일 심산이다. 3, 2, 1. '스타트'라는 메시지 대신 'BURN'이라는 문구가 출발 신호를 알린다. 패드가 진동하면 L1을 눌러 기어를 올린다. 딸깍, 우우웅, 딸깍, 우우웅. 패드가 엔진 소리를 내는 듯 진동한다. 순식간에 200km가 넘는 속도를 낸다.
최고 속도는 시속 270에서 300km 부근이다. 이 속도를 유지하면서 가파른 코너를 드리프트로 회전하며 넘어선다. 속도 유지와 드리프트가 승부의 관건이다. 기어를 조작하며 순간 가속과 부스트 게이지를 쌓는다. 드리프트가 끝난 순간 '지금'이라는 직감이 온다. 부스터를 쏜다. 굉음과 함께 녹색 이펙트가 차량을 휘감는다. 시속 400km가 넘는 쾌속 질주다. 만화 속 주인공이라도 된 듯 미친 듯이 드리프트를 하며 라인을 타고 넘어간다.
동시에 코너를 돈 경쟁자들도 함께 부스터를 쏜다. 살짝 뒤처졌다. 오히려 좋다. R1을 꾹 눌러 기술을 발동한다. 붉은색 이펙트가 터지고 상대 차들을 들이받는다. 펑펑 터지는 경쟁 차량을 구경하며 유유히 액셀을 밟는다. 말 그대로 상대를 '불태운다'.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새로운 캐릭터를 해금한다. 각 캐릭터 마다 기본 패시브가 다르다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다음 부스터를 빨리 채워 추격자들을 따돌려야 한다. 방심하는 순간 뒤에서 부스터를 쓰고 쫓아오는 적이 들이받을 기세다. 좌우로 회피하며 운전해 봐도 끈질기게 따라붙는다. 별수 없다. 공격으로 쌓아둔 실드로 막아낸다. 남은 것은 코스 싸움이다. 게이지가 찰 때까지는 순수 레이싱 기술로 상대해야 한다. 코너를 선점하고 차체로 부딪히며 상대의 전진을 최대한 막는다. 뚫리는 순간 뒤따르는 무리를 상대해야 하기에 속도를 줄여 실드를 써야 하는 상황이 잦다.
손에 땀을 쥐는 코너 배틀에서 마법과 같은 각도로 기가 막히고 부드럽게 머신이 코너를 돈다. 스스로도 믿지 못할 만큼 놀라운 장면에 감탄하다가 다음 브레이크 구간을 놓쳐 벽에 머신을 박아버린다. 괜찮다. 레이싱은 끝나지 않았다.
▲ 오버 드라이브 온, 이 상태로 보이는 모든 것을 박으면 다 터트린다
아직 한 발 더 남았다. 꾸준히 게이지를 채워 두면 '오버드라이브'를 발동할 수 있다. 오버드라이브 상태에서는 부스트를 쓴 상태에서 자동으로 상대를 공격하며 지나간다. 과거 오락실에서는 이 같은 기술을 '불새'라 불렀다. 보이는 모든 것을 불태우고 터뜨리며 초고속으로 맵을 전진한다. 마지막 한 명을 터뜨리고 그대로 결승선을 통과한다.
▲한 팀당 3명, 총 5개 팀이 대전에 참가한다 이외에 게임에서 확인할 수 있는 세력 또한 만나볼 수 있다
'스크리머스'는 지난 1995년 발매된 동명의 레이싱 게임을 원작으로 한다. 2026년판 개발진 마일스톤은 'RIDE' 시리즈와 '모터GP' 시리즈 등 속도감 넘치는 레이싱 게임으로 호평을 받은 개발사다. 이번에는 90년대 애니메이션 스타일과 레이싱 게임을 결합해 만화적 연출을 더한 모습으로 유저들을 찾아왔다.
▲애니메이션 스타일과 게임 스타일의 만남. 아이돌 팀 부터 일본 폭주족 스타일의 팀 또한 참전한다
이번 작품은 철저히 '아케이드 레이싱'과 '리얼 레이싱'의 기가막히게 결합한 작품이다. 기존 레이싱 머신들과 같이 물리를 기반으로 진행하는 레이싱 메카닉은 그대로다. 시속 400km를 질주하는 레이싱 머신을 유저 컨트롤로 지배해야 한다. 동시에 별도 특수 시스템인 'ECHO'를 삽입했는데 주행중 획득하는 에너지를 이용해 부스트, 실드, 공격을 삽입해 차별화 요소를 뒀다. 시속 400km짜리 레이싱 머신으로 '카트라이더 스피드전'을 즐긴다고 상상하면 유사한 면이 있다.
▲혼자가 외롭다면 3인 스쿼드도 가능하다 한 명이 뒤쳐저서 나머지 놈들을 잡고, 다른 한명은 2위로 달리면서 뒤따라 오는 차들을 몸으로 막으며 한 명은 무조건 질주하면서 1위하는 승리 공식을 실제로도 해볼 수 있다
게임은 아케이드스러우면서도 리얼 레이싱의 면모를 갖춘 아이러니한 매력을 풍긴다. 기본 주행 형태는 리얼 레이싱의 공식을 고스란히 따른다. 원심력이 철저히 구현되어 있어 포인트를 잘못 짚으면 그대로 미끄러져 벽에 부딪히기 일쑤다. 반대로 트랙에서 길을 막는 상대를 불태우거나 감속 상태에서 부스터를 써서 속도를 따라잡는 아케이드성이 결합됐다. 두 가지 특징을 동시에 소화하다 보니 기본 난이도는 높은 편이다. 대신 유저가 여러 요소로 이를 조율할 수 있도록 안배했다.
▲토너먼트 모드는 에피소드 구조다 1장만 24 에피소드 +2개 보너스 에피소드로 구성 된다 분량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
콘텐츠는 크게 토너먼트 모드와 아케이드 모드로 나뉜다. 토너먼트 모드에서는 시나리오를 따라가며 주요 5개 팀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1000억 상금을 걸고 레이싱 무대에 선 사람들과 각 팀의 비화, 머신의 비밀, 팀원들의 과거 등 온갖 이야기가 얽히고설켜 터져 나온다. 각 팀별로 치고 빠지는 관계가 다소 혼란스러우나 어느 순간 마법처럼 연결되며 세계관의 재미를 배가한다. 몰입이 되면 특정 팀에게는 절대로 지고 싶지 않다는 경쟁심이 생기는데 이것이 게임의 재미를 끌어올린다. 절대 선도 악도 없는 괴짜들만 가득한 세계선에서 매력적인 캐릭터들을 구경하며 게임을 즐기면 된다.
단점도 분명히 있다. 토너먼트 모드에서는 게임의 본질인 터뜨리는 재미를 알기까지 적잖은 시간이 걸린다. 레이싱에 익숙해지면 아케이드 모드로 스트레스를 풀고 다시 토너먼트에 도전하는 방식을 추천한다.
또, 토너먼트에서는 여러명의 애피소드가 옴니버스 구조로 섞여 나온다. 게임 속 스크리머(레이서)뿐만 아니라, 레이서들의 멘토, 숨겨진 세력 이야기, 세계관 구성, 비열한 속임수와 숨겨진 복선들 등 수십개 에피소드들이 쏟아지면서 레이싱과 연결 된다. 게임을 배워나가는 과정은 분명히 매력적이나, 때로는 과해 보이기까지 한다. 과유불급이라는 표현이 적절할 듯 하다. 이와 함께 전 세계에서 참전하는 스크리머라는 콘셉트로 각지역 성우들을 채용했다. 비교적 낮선 언어들이 이질감을 주면서도 또 묘한 매력이 있어 이 점은 호불호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워크샵에서 차량 커스터마이징, 멀티 플레이에서 10인 멀티플레이가 가능하다
아케이드 모드는 모든 기능이 해방된 상태에서 출발하는 레이싱 모드다. 총 10명이 한 트랙에 서는데 이들 모두가 먹잇감이다. 부스터와 공격 기능을 활용해 상대를 터뜨리고 다니면 스트레스가 해소된다. 멀티플레이도 지원하므로 친구들을 터뜨리며 입담을 주고받는 재미도 쏠쏠하다. 이 외에 랭킹 모드와 챌린지 모드, 오버드라이브 모드가 등장한다. 오버드라이브 모드에서는 차량에 상시 효과가 걸려 미친듯한 속도로 질주한다. 벽에 박으면 그대로 종료되기에 초고속 머신을 제어하는 연습을 하기에 제격이다.
게임이 너무 어렵다면 옵션 타협을 권한다. 자동 가속 모드나 코너 보정 모드 등이 존재한다. 특히 코너 보정 모드를 켜면 질주하다 자동으로 감속해 코너를 돌 수 있도록 타이밍을 맞춰 주는데 이를 활용하면 난이도가 크게 하락한다. 단점은 코너에 붙으면 무조건 감속하기에 최고점 플레이를 노리기는 어렵다는 점이다. 가벼운 마음으로 스트레스를 날릴 게임을 찾는다면 체크 두 개만으로 문턱을 크게 낮출 수 있다.
▲개성넘치는 캐릭터들을 만나 보자
'스크리머스'는 레이싱 게임 애호가와 입문자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으려 한다. 숙련된 유저라면 라인 앞에서 알짱거리는 상대를 밀고 터뜨리며 지나가는 쾌감을 느낄 수 있고 초보 유저는 옵션의 도움을 받아 마법 같은 드리프트를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다. 올해 게임 업계는 깊이 있는 조작감과 두뇌 플레이를 요구하는 하드코어 게임들이 주를 이룬다. 이런 흐름 속에서 기분 좋게 스트레스를 날릴 수 있는 선택지는 매력적이다.
▲가볍게 트랙테 적응하다 보면 게임은 신세계를 열어 준다. 레이싱 게임을 잘 못하는 유저라 할지라도 관계 없다. 그저 상대방을 때려 부수고 부스트를 쓰면서 밟는 것 만으로도 재밌다. 좌충우돌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실력이 쌓인다
날씨가 따뜻해지는 시즌에 친구와 함께 드라이브하듯 레이싱을 즐겨 보기를 권한다. 서로 치고받고 터뜨리며 깊어지는 우정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스크리머스'는 오는 3월 26일 스팀과 콘솔을 통해 정식 출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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