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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수와 원준 -1화-앱에서 작성

콱갤러(106.101) 2025.11.25 23:57:37
조회 782 추천 36 댓글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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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1월 25일, 수원 케이티위즈파크 경수대로 사무동은 휴식기 특유의 고요한 기운으로 차 있었다.
평소엔 선수단 이동과 직원들 발걸음으로 시끄러울 공간이었지만, 이날은 두 사람을 맞이하기 위해 일부러 정리된 듯 조용했다.

그 정적을 깨며 가장 먼저 문을 밀고 들어온 이는 39살 베테랑 현수였다.
여전히 반듯한 자세, 묵직한 어깨, 그리고 한국시리즈 MVP를 거머쥔 왼손.
이번시즌, LG의 정규리그 우승을 이끌고 한국시리즈 MVP까지 거머쥔 사나이였지만, 팀을 떠나 새로운 도전을 선택한 초겨울의 얼굴엔 피곤보다 긴장과 결심이 먼저 묻어 있었다.

보도자료에 이미 실린 대로였다.
3년 50억.
나이를 고려하면 파격에 가까운 계약, 동시에 부담이 따르는 계약.
그리고 8년간 머문 팀을 떠난다는 부담감까지… 
현수의 결정은 모험 그 자체였다.

현수가 리셉션 앞 소파에 앉아 단정하게 양손을 모으고 있던 그때

문이 다시 열렸다.

오늘의 두 번째 FA 계약자가 사무실에 들어섰다.
20대 후반, 기아와 NC에서 올시즌 커다란 부진을 겪었지만 ‘재능만큼은 확실하다’는 평가를 달고 다니던 원준.

피지컬은 좋지만 걸음은 어딘가 주춤거리고, 잘생겼지만 표정이 자주 얼어 있는 선수.
카메라 앞에서는 가끔 장난도 치던 그였지만, 새로운 팀 사무실에 첫 발을 들이는 순간은 그를 한층 더 긴장하게 만들고 있었다.

정면에서 현수와 눈이 마주쳤다.

“…아, 선배님. 여기서 뵙네요.”

원준이 어색하게 허리를 숙이자, 현수도 천천히 일어섰다.

“오랜만이다. 같은 팀이네, 이제. 잘해보자”

악수는 짧았지만, 두 사람의 성격이 묻어났다.
현수는 묵직하고 담담했고, 원준은 신경을 많이 쓰는 사람다운 미세한 떨림이 있었다.
그 떨림을 느낀 현수는 고개를 살짝 끄덕여 편하게 하라는 듯 미세한 웃음을 지었다.

둘 사이에 어색한 정적이 내려앉았을 무렵

사무실 안쪽 문이 열리며 누군가 모습을 드러냈다.

KT wiz 단장 도현.

짙은 코트를 걸친 도현은 두 선수를 보자마자 팔을 크게 벌리며 다가왔다.

“같은 날 와줘서 더 반갑습니다.
현수 선수, 그리고 원준 선수. 우리 팀 핵심이 될 선수들이죠.”

도현은 먼저 현수의 손을 잡았다.

“LG와 두산 제안을 다 뿌리치고 와줘서 정말 고맙습니다.
우승하고 MVP까지 받은 선수라 부담도 컸을 텐데…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거예요. 특히 39살이라는 나이는 KT위즈의 팀컬러에 딱 어울리는 최고의 조건이였습니다. 다만 몇몇 팬들이 비판을 할 수도 있을테니 마음 고생은 너무 하지 말아주세요”

현수는 말없이 고개를 숙이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대표팀에서 오래 뛴 선배들이 위로를 해줬습니다.
근데… 아닌 분들이 너무 쉽게 이야기하더라고요.
같은 야구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좀 아쉬웠습니다.
팀을 옮기는게 쉬운 일이라고 생각하나봐요.”

그 말은 방 안 분위기를 잠시 조용하게 만들었다.
나이를 먹어 담아둔 말이 아니라, 정말 오래 고민했기에 나온 깊은 토로였다.

원준은 그 옆에서 조용히 그 말을 듣고 있었다.
이 나이에, 이 커리어에서조차 흔들리는 시선과 싸운다는 사실이 묘하게 울렸다.

도현은 고개를 크게 끄덕이며 분위기를 돌렸다.

“두 분이 같은 날 계약한 것도 인연이니까… 앞으로 서로 많이 챙겨주시고요.
혹시 구단 생활하면서 바라는 점 있으면 편하게 얘기해주세요.”

현수는 기다렸다는 듯 말했다.

“냉장고에 게토레이는 항상 종류별로 넉넉하게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단순해 보이지만, 현수가 늘 ‘작은 루틴의 충실함’을 중요시한다는 걸 아는 사람은 고개를 끄덕일 만한 요구였다.

이어 도현의 눈이 원준 쪽으로 향한다.

“원준 선수는요?”

잠시 입술을 깨물던 원준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저는 좀 예민해서요. 이상하게 에어조던 운동화만 보면 멘탈이 흔들립니다.
그래서… 가능하다면 선수들과 구단 직원들은 조던 운동화 착용을 꼭 금지해주셨으면 합니다.”

순간 도현은 멈칫했지만, 두 사람의 요구를 메모하며 애써 표정 관리를 했다.
하지만 현수는 순간 ‘이게 무슨 말이야’ 싶은 표정으로 원준을 힐끗 보았다.


그 시선에 원준은 더 빨개져 고개를 숙였다.
현수의 말투와 태도가 계속 마음에 남아 있었다.
묵직한데 이상하게 따뜻하고, 선배 같지 않은 편안함이 있었다.

그때 도현이 메모를 덮으며 말을 덧붙였다.

“원준 선수는 멘탈이 민감한 편이니까… 현수씨가 좀 많이 도와주세요.
워크에식도 좋고, 후배들 잘 챙기는 걸로 유명하잖아요.”

자연스럽게 시선이 현수에게로 향했고,
현수는 그 말에 특별한 표정 변화 없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곧바로 원준을 향해 몸을 약간 틀었다.

“올해는 2군 내려가지 말자. 원준아.”
“1군에서 버티자고. 2군은… 실패한 사람들이 가는 곳이야.”

말투는 담담했지만, 정작 원준의 마음에는 깊게 꽂혔다.
꾸짖는 말도 아닌데 이상하게 위로받는 느낌이었고,
자존심을 건드리는 것 같으면서도 ‘너라면 될 거다’라는 믿음이 묻혀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

원준의 가슴이 ‘쿵’ 하고 뛰었다.

현수가 보여준 태도, 말투, 조용한 확신 같은 것들이
그 몇 초 사이에 하나로 이어져
원준 안쪽에서 크게 흔들린 것이었다.


그리고 그때, 공기가 잠시 식으며
현수가 콧등을 손등으로 슥 훔쳤다.

바깥에서 들어오느라 차가운 공기에 닿았는지
콧물이 살짝 흐르고 있었고,
그 모습은 투박하고, 순하고, 어디선가 본 것 같은 캐릭터같았다.

맹구 같은 느낌…?
둥글고 순한 인상, 무심한 표정, 쓸데없이 따뜻해 보이는 모습.

그걸 보고 원준의 심장이 다시 한번 ‘쿵’ 하고 크게 뛰었다.

그 순한 얼굴이 이상하게 마음 깊은 곳을 건드렸기 때문이다

원준은 그 감정을 숨기려 고개를 살짝 돌렸지만,
얼굴은 이미 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그렇게
둘의 첫 만남은 예상치 못한 감정의 흔들림 속에서 조용히 마무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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