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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물] [장편연재] 즐거운 토모 2. 말없는 바이오로이드 3화

플스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9.10.15 03: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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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이오로이드. 마츠시타는 이름만은 많이 들어보았다. 현대과학의 정수라 불리는 그것. 오리진더스트로 강화된 생체로봇. 부자들은 고용인 대신에 바이오로이드를 쓴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있었다. 아니면 몇 달 전 해상자위대에서 배치한 전투용 바이오로이드. 마츠시타는 보지 않았지만 바이오로이드만 나오는 영화도 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마츠시타에게 바이오로이드는 그런 것이었다. 누군가의 이야기. 남의 이야기. 그정도였다. 그런데 그녀의 앞에 자신을 바이오로이드라 말한 소녀가 있었다. 사람이라고 하기에는 위화감이 들 정도로 아름다운 소녀.

 마츠시타는 멍하니 그 소녀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얼굴에, 그녀의 눈에 빠져들 것 같았다. 난 여자야. 그렇게 생각하며 말해도 반할 것 같은 모습이었다.

 아냐, 정신을 차려. 마음을 가다듬은 마츠시타는 입을 열었다.

 “왜 나를 쫓아온 거죠?”

 소녀는 알고있다. 마츠시타가 낸 불이 요정을 불태웠다는 것을. 바이오로이드는 기계였다. 자신을 잡으러 온 것일지도 몰랐다. 이런 이야기도 들었다. 바이오로이드는 인간에 비해 월등히 강하다고. 작은 소녀처럼 보여도 운동선수쯤은 간단히 제압할 힘을 가지고 있다고. 마츠시타의 앞에 있는 소녀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었다. 연약한 소녀처럼 보일지라도 마츠시타정도는 아무 힘도 들이지 않고 제압할 수 있었다.

 “당신이… 불태워서… 갈 곳이 없어…”

 불태웠다는 것은 하나노묘엔을 말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곳이 불타도 그곳에 있던 사람들은 갈 곳이 있을 것이었다. 갈 곳이 없다는 것은 하나노묘엔을 말하는 것이 아닌 것 같았다.

 “도망쳤다는 거야?”

 소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마츠시타는 고민했다. 함부로 자신의 집에 남을 머무르게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원래라면 경찰에 신고해야 했다. 하지만 뭐라고? 요정에서 성접대를 하던 바이오로이드가 도망쳐왔으니 데려가 달라고? 어디로? 아니면 바이오로이드 인권센터? 그런 게 있을 리가 없었다.

 “그럼 일단 내 집으로 들어와.”

 마츠시타가 해줄 수 있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그것밖에 없었다. 이렇게 된 이상 집에서 차근차근 그곳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 지를 물을 수밖에 없었다.

 “허름하지만 들어와서 쉬어.”

 문을 열자 오래묵은 냄새가 났다. 마츠시타는 집을 자주 정리하는 편이 아니었다. 오히려 아주 가끔 정리를 하는 편이었다. 누구에게 보여준다고. 그런 이유가 가장 컸다. 그녀가 이 집에 이사온 이후로 이 집에 들어온 사람은 오직 마츠시타 그녀뿐이었다.

 덕분에 이사올 때에는 깔끔한 집은 반쯤 창고가 되어있었다. 효율의 미학. 그녀는 자신에게 그렇게 말했다. 거실을 가로지르는 빨랫줄에는 그녀의 빨래들이 걸려있었고 그 아래에는 정리되다 만 문서들이 즐비해 있었다. 빨래줄의 뒤에는 TV와 소파가 있었다. 소파 앞 테이블에는 그녀가 전날 먹다 남긴 컵라면이 아직도 있었다. 하긴, 쥐라도 나오지 않는 이상 누가 건들 일도 없었다.

 소파 뒤의 창가에는 그녀가 항상 절여놓고 있는 담배통이 있었다. 그옆에 말려둔 담배를 즉석에서 만 마츠시타는 입에 담배를 물고 불을 붙였다. 일할때는 담배피는 모습을 보일 수 없었던 마츠시타는 담배는 평상복에 놔두고 일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옷은 요정과 함께 불탔고 덕분에 마츠시타는 집에 올 때까지 담배를 피고 싶은 마음을 꾹꾹 눌러담아야 했었다. 그리고 이제 한모금을 들이마시며 그 마음을 내려놓았다.

 입에 담배를 문채로 마츠시타는 입고 있던 기모노의 오비를 풀었다. 오비를 풀자 기모노는 쉽게 벗어졌다. 눈앞에 소녀가 있었지만 어차피 여자고 마츠시타는 별 신경을 쓰지 않았다. 물고있던 담배를 테이블 위의 재떨이에 올려놓은 마츠시타는 걸려있던 캐미솔을 집어 한번에 입었다.

 다시 담배를 집어 입에 문 마츠시타는 소녀에게 말했다.

 “너도 옷 아무거나 집어서 입어. 기모노 입고 있긴 힘들잖아.”

 그 말을 들은 소녀는 그 자리에서 바로 기모노를 벗었다. 소녀는 한참을 빨래줄 앞에서 고민을 했다. 마츠시타는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기모노를 입었을 때는 몰랐지만 이렇게 보니 몸매조차 모델같았다. 아니면 그 이상일지도. 마츠시타의 집안은 어두웠고 밖에서 들어오는 빛이 더 강했다. 그 때문인지 몸은 더 대비가 강하게 느껴졌고 그 모습은 매혹적이었다.

 아차, 이래서는 안되지. 마츠시타는 아무 옷이나 집어서 소녀에게 주었다. 대학생 시절 놀이공원에서 샀던 기념품 티셔츠였다. 이제는 갈 리가 없는 곳이었다.

 “너… 그러고보니 이름이 뭐야?”

 소녀를 부르려던 마츠시타는 뒤늦은 질문을 했다. 이름부터 물어야 했던 건데 실례를 했다. 소녀는 고개를 저었다. 무슨 의미지. 예상치 못한 대답에 마츠시타는 당황했다.

 “이름… 몰라? 난 마츠시타 쥰.”

 마츠시타는 손가락으로 자기를 가리키며 말했다. 언젠가 본 다큐멘터리에서 말이 안통하는 사람에게 그렇게 이름을 물었던 기억이 났던 것이었다.

 “난 이름이 없어…”

 마츠시타는 순간 이해를 하지 못했다. 이름이 없다니, 그게 무슨 말인 것인가.
 
 “이름이 없으면 요정에서는 뭐라 불렀어?”

 “너, 거기, 금발 옆에, 야, 어이,….”

 “잠깐, 잠깐. 아무도 이름으로 안불러줬다고?”

 마츠시타는 소녀의 말을 끊었다. 더 이상 듣고 싶지 않았다. 아무리 바이오로이드라 해도 너무한 처사였다. 이름조차 지어주지 않는다니.

 “그럼 내가 뭐라 불러줘야 하지… 계속해서 너라고 부를 수도 없고.”

 “토모…”

 소녀가 조용히 말했다.

 “토모?”

 친구. 일본어로 토모는 그런 의미였다. 처음 만난 사람에게 친구라 불러달라니. 그것만큼 어색한 것도 없었다.

 “토모. 그게 내 상품명이야.”

 상품명. 그 말에 위화감을 느꼈다. 바이오로이드는 상품이었다. 공장에서 만들어낸 생체로봇이었다. 그것을 지식으로 아는 것과 눈앞의 소녀에게 듣는 것은 너무 다르게 느껴졌다.

 “그럼 토모. 일단 여기 앉아.”

 마츠시타는 소파를 가리켰다. 토모는 그 소파에 앉았다.

 “일단 자세한 이야기는 뭐 좀 먹고 하자고. 계란프라이 좋아해?”

 마츠시타는 부엌으로 가서 냉장고를 열며 토모를 향해 돌아보았다. 토모는 잘 모른다는 눈치였다.

 “그럼 배는 고프지?”

 토모는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마츠시타는 냉장고에서 냉동 계란프라이를 꺼냈다. 전기레인지에 프라이팬을 올린 마츠시타는 식용유를 팬위에 둘렀다.

 “기다리면서 TV라도 봐.”

 마츠시타는 리모컨으로 TV를 켰다. 토모가 무엇을 좋아하는지는 몰라도 일단 켜놓는 편이 더 나을 것 같았다. TV에서는 마침 영화가 하고 있었다. D 엔터테인먼트에서 만든 바이오로이드 영화 대전란이었다.

 “이건 좀 재미없을 거 같지? 다른 거 틀어줄게.”

 마츠시타가 채널을 옮긴 이유는 간단했다. 그녀가 그 영화를 기억하는 것은 감명깊게 보아서가 아니었다. 그녀는 그 영화를 보지도 않았다. 영화 제작중에 수많은 바이오로이드들이 촬영중 사망했다는 의혹 때문이었다. 그런 영화를 바이오로이드인 토모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았던 것이었다.

 대신 마츠시타가 틀어준 채널은 마법소녀가 나오는 드라마였다. 이거라면 보여줘도 되겠지. 하는 마음에 다시 마츠시타는 부엌으로 돌아갔다. 팬에는 어느정도 열기가 올라왔고 마츠시타는 냉동 계란프라이를 팬 위에 올렸다.

 “하나 물어도 될까?”

 치이익 하는 소리가 나며 계란프라이가 녹아내렸다.

 “응.”

 “조금 전에 상품명이라 했지. 미안하지만 무슨 상품인지 물어봐도 될까?”

 성접대를 위한 바이오로이드 따윈 들어본 적이 없었다. 마츠시타가 몰랐을 뿐일 수도 있었지만 현실에 그런 것이 존재한다는 것은 믿고 싶지 않았다.

 “기밀.”

 마츠시타는 귀를 의심했다. 토모는 기밀이라 했다.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 못한 마츠시타는 다시 물었다.

 “기밀이라고? 그게 무슨 말이야?”

 “그것에 대해 난 말할 수 없게 만들어졌어.”

 그게 무슨 소린가 말인가. 대체 무엇을 위해 만들어졌기에 기밀이라는 것인가. 그러는 한편 성접대용 바이오로이드는 아닐 것이라는 작은 희망이 생긴 마츠시타는 다행이라 생각했다.

 다 피운 담배를 싱크대에 던진 마츠시타는 창가로 가 다른 담배에 불을 붙였다.

 “그럼 토모에 대한 것중에 내게 가르쳐 줄 수 있는 건 뭐야?”

 “쓰리 사이즈?”

 분명 자신보다 크고 작고 다시 큰 숫자일 게 분명했다. 씁쓸한 한모금을 마신 마츠시타는 다시 부엌으로 돌아갔다.

 “소스, 간장? 아차.”

 나름 예의를 갖추려 한 말이었지만 토모에겐 할 필요가 없는 말이었다. 계란프라이를 처음 먹는데 무엇을 함께 먹는지는 말할 필요가 없었다.

 “간장. 난 간장이 좋아.”

 예상외의 답변에 마츠시타는 놀라며 물었다.

 “계란프라이를 모른다고 한 거 아냐?”

 “그런데 나는 계란프라이에 간장을 뿌려 먹는게 좋아.”

 알 수 없는 말이었다. 바이오로이드 초기설정이라도 되는 걸까. 의아함을 품은 마츠시타는 간장과 소스를 둘 다 꺼냈다. 마츠시타는 소스파였다.

 토모가 이상한 것일까, 마츠시타가 이상한 것인가. 바이오로이드가 처음인 마츠시타는 도저히 지금 대화가 적응이 되지 않았다.

 마츠시타는 휴대전화를 집어들었다. 그녀의 정보원중에 바이오로이드에 밝은 사람이 한명 있었다. 사치스케. 대략 그런 이름이었다. 그에게 도움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그녀는 전화를 걸었지만 전화는 연결이 되지 않았다.

 시간되면 전화하라는 문자를 남긴 마츠시타는 핸드폰을 내려놓고 싱크대에 기대 담배를 빨아들였다. 토모는 제법 TV를 재밌게 보는 것 같았다. 그녀가 바이오로이드라는 사실에 신경쓰느라 그녀가 고등학생처럼 보이는 것을 잊고 있었다.

 “토모. 나이는 얼마야?”

 “신체나이, 생산년도 어느것?”

 바이오로이드는 그것도 신경써야 하는 건가. 마츠시타는 다시 물었다.

 “신체나이. 설마 청소년은 아니겠지?”

 “17살. 파릇파릇한 고등학생.”

 성접대에 나가는 17살이라. 역겨운 현실의 뒤에서 마츠시타는 조용히 담배를 빨아들였다. 다시 싱크대에 다 피운 담배를 던진 마츠시타는 전기레인지 앞으로 돌아갔다.

 “아차!”

 마츠시타는 계란프라이를 뒤집는 것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 재빨리 주걱으로 계란프라이를 뒤집었지만 한쪽이 이미 검게 탄 다음이었다.

 그 모습을 본 마츠시타는 왠지 웃음이 나왔다. 그런 세상에서 마츠시타는 언제나 실수를 하며 제대로 하는 것 하나 없었다. 자신에게 남는건 언제나 이런 반쯤 탄 계란프라이였다. 하지만 누구를 탓해야 할까. 탓할 누군가가 존재하기라도 하는 걸까. 접시 두개를 꺼낸 마츠시타는 각 접시에 한쪽이 탄 계란프라이를 올렸다.

 마츠시타는 반쯤 탄 계란프라이를 들고 소파에 앉았다. 그 순간 TV에서는 마법소녀들이 적 간부를 잔인하게 살해하고 있었다. 최악이었다. 마츠시타는 다시 담배를 가지러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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