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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물] [장편연재] 즐거운 토모 3. 지하투기장 1화

플스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9.10.17 03:4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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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츠시타, 이 옷은 어때?”

 탈의실에서 나온 토모는 한바퀴 빙 돌며 말했다. 하늘하늘한 하늘색 원피스를 입은 토모는 그 모습이 잘 어울렸다.

 “괜찮네.”

 마츠시타의 대답에는 두가지 의미가 있었다. 우선 정말로 괜찮았다. 괜찮다는 말이 부족할 정도였다. 모르는 사람이 본다면 모델이 사진촬영을 위해 입은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할 지도 몰랐다.

 다른 의미는 마츠시타의 눈에는 뭐가 나은지 구별이 가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마츠시타는 패션에 관심이 없었다. 그녀에게 옷은 편하고, 눈에 안띄면 그만이면 충분했다. 그녀는 사회부 기자였지 아나운서가 아니었다. 이쁘고 멋있는 옷은 오히려 그녀의 일에 방해되는 것이었다.

 “그렇지?”

 토모는 자신의 옷을 둘러보며 말했다. 왠지 그 옷이 마음에 든다는 눈치였다.

 “머리도 한번 묶어볼까? 이러면 학생같아 보여?”
 
 토모는 자신의 오른쪽 머리를 사이드 포니테일로 올렸다. 그러지 않아도 충분히 학생처럼 보이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마츠시타는 조카를 데리고 온 이모처럼 보이겠지.

 “그런 거 안해도 충분히 학생처럼 보여. 이거 한번 입어봐.”

 마츠시타는 미리 골라놨던 옷을 건네주었다. 검은 후드티와 갈색 체크무늬의 치마였다. 조금 전 옷에 비하면 칙칙하고 눈에 덜 띄는, 마츠시타 취향의 옷이었다. 옷을 받아든 토모는 다시 탈의실로 들어갔다.


 오늘 옷가게에 온 것은 토모의 옷을 사주기 위함도 있었지만 다른 이유도 있었다. 3일전, 사치스케에게 연락이 왔다. 토모에 대한 정보를 의뢰한지 3일만의 일이었다.

 -토모에 대해 찾아봤지만 소득은 없었슴다. 아는 업계인이나 관련 업자들한테 물어봤는데 아무도 토모라는 바이오로이드는 모른다고 하더군요. 그 외에 넷이나 다른 곳을 뒤져도 정보를 찾을 수 없었어요. 대신 어떤 사람이 제게 접근해오더군요.

 “야쿠자? 는 아니겠지.”

 -네. 아니었어요. 일종의 정보상이었어요. 본인은 아니고 대리인이었지만 토모에 대한 정보를 준다면서 기자님이 토모와 함께 있냐고 묻더군요.

 “그래서?”

 민감한 질문이었다. 만일 야쿠자와 선이 닿은 정보상이라면 야쿠자들에게 자신이 토모를 데리고 있다는 것이 전해질 수도 있었다.

 -말해줄 수 없다고 했죠. 그랬더니 알겠다고 하더라고요. 그정도는 예상한 일이라고요.

 “그래서 정보는?”

 제일 중요한 것이었다. 사치스케가 정보를 받았는가 하는 것이었다.

 -아뇨. 정보는 주지 않았어요. 대신 장소와 시간을 보내왔어요. 그곳에 토모를 데리고 오라 하더군요. 그곳에서 정보를 주겠다고요.

 마츠시타는 당장 정보가 없다는 말에 실망하면서도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토모를 데려오라고?”

 -아무래도 저쪽에서는 상황을 다 알고 있는 것 같슴다. 어떻게 하시겠슴까?

 “별 수 있겠어. 가서 직접 만날 수밖에. 어디에서 만나야 하는 거야?”

 -장소가 이게 좀 복잡해서 따로 메일로 보내드리겠습니다. 간단히 말하면 사흘 뒤 신주쿠의 한 백화점의 지하입니다.


 그리고 사흘 뒤 마츠시타는 토모를 데리고 그 백화점에 와 옷을 사고 있던 것이었다. 토모에게는 별 말을 하지 않았다. 토모에게는 옷을 사고 다른 곳에 들릴 것이라는 말만 했다.

 “이건 좀 별로 아냐?”

 탈의실에서 나온 토모는 후드를 썼다. 후드티는 몸에 딱 맞는 사이즈였고 토모의 몸매가 잘 드러나고 있었다.

 “아냐. 잘 어울려.”

 마츠시타가 후드티를 준 이유는 토모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토모는 바이오로이드였고 또 쫓는 사람이 있을지도 몰랐다. 너무 눈에 띄는 옷을 입힐 수는 없었다.

 “정말?”

 토모는 거울을 보며 못마땅하다는 얼굴을 지었다. 아무래도 원피스가 마음에 들었던 모양이었다. 후드티의 등부분에는 눈물모양 얼굴 그림이 있어 토모의 심정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그래.

 “그럼 이 옷으로 할게.”

 토모는 그렇게 말하며 카운터로 걸어갔다. 마츠시타는 토모가 벗어놓은 원래 입고 왔던 옷을 주워들었다. 하늘색 원피스는 아쉽지만 그 자리에 두고갔다.

 “총 합쳐서 2만 5천엔입니다.”

 옷에 돈을 쓰는 것을 싫어하는 마츠시타에게는 비싼 액수였지만 그정도 돈을 내지 못하는 것은 아니었다. 게다가 자신이 골라준 옷이기에 더더욱. 마츠시타는 카드를 내밀었다.

 “옷은 입고 가시는 거죠? 입고 오신 옷은 어떻게 해드릴까요?”

 직원의 질문에 마츠시타는 옷을 내밀었다.

 “버려주세요.”

 아까운 옷이었지만 거추장스럽게 옷가방을 들고 다닐 여유는 없었다.

 “네 알겠습니다. 오늘도 매장에 방문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점원의 말을 뒤로 한채 마츠시타는 가게를 나섰다. 토모는 가게 입구에서 마츠시타를 기다리고 있었다. 마츠시타는 토모가 신고 있는 슬리퍼를 보았다. 운동화나 구두를 주고 싶었지만 사이즈가 맞지 않아 그나마 신을 수 있는 게 슬리퍼뿐이었다.

 “다음은 신발을 사러 가자.”


 “왜? 불편해?”

 토모는 새 신발이 발에 잘 맞지 않는지 발끝으로 바닥을 쳤다.

 “부츠가 좀 딱딱해서.”

 신발만은 토모가 사고 싶은 것을 사주었다. 신발 정도면 크게 눈에 띄는 것은 없을 테니까. 토모가 골라온 것은 종아리까지 올라오는 부츠였다. ‘이거면 옷이랑 잘 어울릴 거 같아.’ 그렇게 말하며 가져온 토모였다. 인조가죽으로 된 부츠였지만 아무래도 발에 익으려면 시간이 필요한 모양이었다.

 “좀만 신고 다니다보면 괜찮아질 거야.”

 두 사람은 엘리베이터 입구 앞에 서있었다. 백화점의 가장 구석에 있는 엘리베이터는 쓰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사치스케가 보내준 메일에 의하면 이 엘리베이터가 약속장소로 가는 길이었다. 마츠시타는 휴대전화를 꺼내 시간을 확인했다. 오후 5시 30분. 약속시간인 6시보다는 이른 시간이었다. 원래는 한시간 정도 일찍 도착할 생각이었지만 옷을 고르는데 시간이 지체되었던 것이다.

 엘리베이터가 도착하고 문이 열렸다. 엘리베이터 안에는 당연하지만 아무도 없었고 두 사람은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마츠시타는 사치스케가 보내온 메일을 보았다. 엘리베이터에 타서 지하1층과 그 옆에 있는 5층을 같이 누를 것.

 마츠시타가 글에 써있는 대로 두 버튼을 동시에 눌렀다. 문이 닫히자 엘리베이터는 아래로 내려갔다.

 엘리베이터는 외부가 보이지 않는 방식이었고 엘리베이터 움직이는 소리 외에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고 보이는 것도 동색의 엘리베이터 내부 뿐이었다.

 “마츠시타, 지금 어디로 가는 거야?”

 토모가 입을 열었다.

 “어느 정보상과의 약속장소. 너에 대한 정보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야.”

 마츠시타는 그렇게 말하며 토모를 향해 돌아보았다. 이렇게 보니 토모는 키가 작았다. 그녀의 시야에는 토모의 정수리가 들어왔다. 이렇게 보니 소녀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래?...”

 그렇게 말한 토모는 고개를 숙였고 대충 썼던 토모의 후드는 뒤로 벗겨졌다.

 조금 뒤 엘리베이터는 멈추었다. 마츠시타는 층수를 보았지만 층수가 표시되지 않았다. 마츠시타가 뭔가 이상함을 느낄 때, 문이 열렸다.
 
 그곳은 지하도였다. 어두운 지하도의 끝에는 밝은 빛과 왠지 모를 환호성이 들려오고 있었다.

 “여기는 어디야?”

 “나도 몰라. 일단 가보자.”

 마츠시타는 발걸음을 내딛으며 메일을 확인했다. 지하도의 끝으로 나온 뒤 38-B로 가 앉을 것. 사치스케가 보낸 메일에 그렇게 쓰여있었다

 “마츠시타. 이곳 왠지 마음에 안들어.”

 토모는 겁이 난 듯, 마츠시타쪽으로 달라붙었다. 지하도는 텅 비어있지 않았고 몇몇 사람들이 앉아있었다. 경비원인 것일까 그냥 앉아있는 사람들일까 알 수 없었다. 마츠시타는 벗겨진 토모의 후드를 다시 씌워주었다. 토모의 얼굴을 그들에게 보여주었다간 무슨 일이 생길지 몰랐다. 그들 중에 토모를 알아보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지하도를 빠져나온 마츠시타는 그곳이 어디인지 알 수 있었다. 탁 트인 지하의 중심에는 철조망으로 둘러쌓인 경기장이 있었고 그 주변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좌석에 앉아있었다. 지하에 있는 비밀 격투장.

 그곳은 바이오로이드들의 지하투기장이었다.

 -이번 경기는 또다시 쿠노이치의 승리입니다!

 사회자의 외침에 관중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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