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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물] [장편연재] 즐거운 토모 4. 젊은 피의 중의원 3화

플스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9.10.29 03: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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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츠시타? 돌아왔어?”

 문을 열고 집으로 들어가자 누군가가 자신을 반겼다. 혼자 살았던 마츠시타는 누군가가 자신의 집에 있다는 것을 느낀지가 너무 오래 되었다.

 “다녀왔어.”

 그 말을 한지가 벌써 몇 년전이었을까. 집에 들어온 마츠시타를 토모가 반기고 있었다. 토모는 소파에 앉아 TV를 보고 있었다. 그 모습에 마츠시타는 조금 위화감을 느꼈다.

 “뭐 달라진 거 느꼈어? 마츠시타가 나간 동안에 집 청소를 했어.”

 청소. 마츠시타가 느낀 위화감의 정체는 그것이었다. 마츠시타의 집의 한가운데에는 빨랫줄이 가로지르고 있었고 그 빨랫줄에는 수많은 옷들이 걸려있었다. 그러나 지금 그녀의 집에는 그 빨래줄이 사라져 있었다.

 “옷은 다 정리해서 옷장에 넣어놨어. 계속 신세지는 거 같아서 이정도는 해야겠다 싶었어.”

 토모는 TV를 보면서 말했다. 마츠시타는 존재를 잊고 있었던 옷장을 열었다. 옷장 안에는 그녀의 옷들이 가지런하게 놓여있었다.

 “청소를 잘할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어.”

 “경호용 바이오로이드라? 나는 학교 잠입을 위해 학교생활에 필요한 모든 일을 평균 이하로 할 수 있게 만들어졌어. 청소는 일도 아니야.”

 그래? 라고 생각하던 마츠시타의 마음에 평균 이하라는 말이 걸렸다. 보통은 좋지 않은 의미였다. 그 말에 마츠시타는 불안함을 느꼈다.

 “그건 의외네.”

 마츠시타는 거실을 둘러보았다. 평소 그녀의 집 거실은 수많은 서류와 정리가 덜 된 쓰레기들이 널려있었지만 토모가 청소한 거실은 그것 하나 보이지 않고 깔끔했다.

 “거실에 있던 것들은 다 어디로 정리했어?”

 “아, 다 버렸어. 쓰레기들이잖아.”

 쓰레기들이잖아. 쓰레기들이잖아. 쓰레기들이잖아. 마츠시타의 귀에는 그 말이 세번 들렸다. 그녀가 오랜 기자세월동안 모아온 서류들이었다. 절대로 쓰레기라 불릴 만한 것이 아니었다.

 “마츠시타, 무슨 일 있어? 얼굴이 하얘. 방에서 화장하고 나왔어?”

 순진한 얼굴로 마츠시타를 바라보는 토모였다. 마츠시타는 그 얼굴에 화를 낼 수 없었다. 그녀는 선의로 한 것이었다. 그녀를 탓할 수는 없었다. 라는 것은 그저 이성의 외침일 뿐이었다.

 “으아아악!”

 마츠시타는 아마도 그녀가 토모를 만난 이래로, 어쩌면 그녀가 기억하는 한 가장 큰 소리를 질렀다. 그녀의 감정은 토모에게 화를 내라고 외치고 있었다.

 “토모!”

 마츠시타는 감정을 최대한 억누르며 말했다.

 “대체 어디에 버렸어!”

 “밖에… 쓰레기장이 있어서… 내가 뭐 잘못했어?”

 마츠시타는 대답을 하지 않고 뛰쳐나갔다. 사실 중요한 것은 별로 없었다. 대부분의 문서는 이미 데이터로 저장되어있는 것을 그저 프린팅 한 것이었다. 다른 문서들도 다시 볼 일이 없었다. 그럼에도 그녀가 소중히 여기는 이유는 종이문서였기 때문이었다.

 혹자들은 말한다. 컴퓨터나 태블릿을 볼 수 있는데 왜 굳이 종이로 귀찮게 보냐고. 하지만 마츠시타는 반대로 말했다. 종이가 있는데 왜 굳이 화면을 봐야 하냐고. 그녀는 그런 사람이었다. 시대에 뒤쳐지는 사람이었지만 동시에 과거를 쫓는 사람이었다.

 한걸음에 달려온 쓰레기장은 말 그대로 쓰레기장이었다. 그녀가 사는 맨션의 쓰레기장은 주 1회 쓰레기를 수거했지만 정말 그랬던 적은 적었다. 보통은 2-3주에 한번 수거해갔고 쓰레기더미는 점점 늘어날 뿐이었다. 어쩌면 그렇게 서두를 필요는 없었을 지도 몰랐다.

 쓰레기장에 들어간 마츠시타는 코를 막았다. 제대로 분리수거 되지 않은 쓰레기장은 악취로 가득했다. 그러나 그녀는 그런 악취를 이겨내고 문서더미를 찾아야 했다. 마츠시타는 미친 사람처럼 쓰레기봉투를 찢으며 다녔다. 며칠 후 이상한 사람이 쓰레기장에서 난동을 피웠다는 소문이 났지만 지금의 마츠시타에게 그런 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그렇게 얼마나 많은 쓰레기봉투를 찢었을까, 그녀는 자신의 서류가 가득 담긴 쓰레기 봉투를 찾았다. 그녀는 그 봉투를 집어들려 했지만 이윽고 그만두었다. 그 봉투 위에서 주황색 액체가 떨어지고 있던 것이었다. 마츠시타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것을 본 마츠시타는 뒤로 물러났다. 대체 누가 이런 거야. 소리가 절로 나올 것 같았다. 음식물 쓰레기가 담긴 그 봉투에서는 물이 줄줄 흘러나오고 있었다. 투명한 봉투였을 그 봉투는 주황색 액체로 가득했다. 왠지 그 안에 마츠시타가 어제 먹은 컵라면 컵이 보이는 것 같았지만 그녀는 분명 착각일 것이라 결론지었다.

 무엇인지 알것같으면서도 알고 싶지 않은 그 액체는 마츠시타의 서류를 전부 젖게 만들었다. 젖은 것보다는 그 액체가 묻었다는 것이 중요했다. 도저히 그것을 다시 집으로 가져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마츠시타는 터덜터덜 집으로 돌아갔다. 어차피 버려야 할 것, 토모가 대신 버려준 것이라 생각해야 할 것 같았다.

 “마츠시타… 미안…”

 집으로 들어가자 토모는 미안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니 너무 과민반응을 보인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냐, 괜찮아. 별거 없었어. 난 샤워하고 나올게.”

 몸에 쓰레기장의 냄새가 밴 것 같았다. 샤워로 그 냄새라도 씻어버리고 싶었다. 옷을 벗은 마츠시타는 욕실로 들어갔다. 샤워기를 틀고 따듯한 물로 몸을 적셨다. 온몸이 따듯해졌다. 이 순간을 위해 하루를 사는 것일지도 몰랐다.
적당히 몸에 물을 묻힌 마츠시타는 머리를 감기 위해 샴푸를 찾았다. 그러나 원래 그녀가 샴푸를 두던 곳에 샴푸는 없었다. 설마 샴푸도?”

 “토모! 샴푸 못봤어?”

 마츠시타는 밖에 있는 토모를 불렀다.

 “너무 오래되어서 다 버렸어.”

 마츠시타는 자신이 쓰던 샴푸를 기억하고 있었다. 오렌지 향의 주황색 샴푸. 순간 마츠시타는 그 봉투에 있던 주황색 액체가 무엇인지 알 것도 같았다.


 마츠시타는 푸석푸석한 머리를 매만지며 욕실에서 나왔다. 어쩔 수 없이 비누로 머리를 감고 몸도 닦아야 했다. 머리만이 아니라 몸마저 푸석푸석했다. 기분 좋아야 할 샤워후가 전혀 기분이 좋지 않았다.

 토모는 거실이 아닌 부엌에 있었다. 무엇을 하는 것인가. 마츠시타는 반쯤 걱정을 하며 부엌으로 걸어갔다.

 “토모, 뭐하는 거야?”

 마츠시타는 토모의 뒤에서 토모가 하는 것을 보았다. 프라이팬에 볶음밥이 있었다.

 “마츠시타에게 미안해서 밥을 하려고. 사람은 맛있는 것을 먹으면 기분이 좋아진대.”

 어디서 그런 장한 말을 들은 걸까. 마츠시타는 웃으며 소파로 걸어갔다. 아무래도 조금 있다가 제대로 사과를 해야 할 것 같았다.

 “요리도 할 줄은 몰랐어.”

 “말했잖아. 나는 학교에서 필요한 일을 모두 평균 이하로 한다고. 요리도 가정수업의 일환이야.”

 “그랬지.”

 평균이하. 그 말이 마츠시타는 두려웠다. 그 두려움을 잊으려 마츠시타는 TV를 켰다.

 -오늘도 오사카에서는 바이오로이드 도입 반대 데모가 있었습니다. 국내 규모 8위의 대기업인 소나가 생산라인을 전부 바이오로이드로 대체하겠다는 발표가 있은지 이틀만의 일입니다. 소나 생산직 직원을 포함 3천여명이 모인 이번 데모에서는…

 “데모가 뭐야?”

 마츠시타는 볶음밥이 담긴 그릇을 가져오며 물었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표현하기 위한 방법이야. 우리는 이렇게 생각하고 있다. 하는 거지.”

 “그냥 말하면 되는 거 아냐?”

 그릇을 테이블에 놓은 토모는 마츠시타의 옆에 앉았다.

 “세상은 하고 싶은 말을 한다고 말이 전해지는 게 아니거든. 가끔은 과격하게 말할 때도 있는 거지.”

 TV에서는 바이오로이드 반대를 외치는 데모대의 팻말이 클로즈업되고 있었다. ‘니세들을 전부 폐기해라.’, ‘인간이 우선이다.’

 “마츠시타. 나는 있어서는 안되는 존재야?”

 “그게 무슨 소리야.”

 마츠시타는 볶음밥 그릇을 집어들었다. 냄새는 좋았다. 의외로 맛있는 볶음밥일 것 같았다.

 “나 같은 바이오로이드 때문에 생기는 문제야. 바이오로이드가 없다면 저 사람들이 저렇게 말할 이유도 없어.”

 “하지만 토모, 너는 지금 내 옆에 있잖아. 내게 이렇게 맛있는 볶음밥도 만들어주고 말야.”

 마츠시타는 볶음밥을 한입 먹었다. 한국어로 맛있다라는 말은 맛과 있다라는 말의 합성어였다. 하지만 맛이 있다는 맛있다와 동의어는 아니었다. 토모의 볶음밥은 맛은 있었지만 맛있지는 않았다. 무슨 맛인지 형용하기 어려웠다. 이것은 볶음밥보다는 어째서인지 규동의 맛이 나고 있었다.

 동시에 그렇다고 맛없는 것은 아니었다. 그럭저럭 먹을 만한 기묘한 맛이었다. 마츠시타는 꾸역꾸역 이상한 볶음밥을 먹었다. 토모는 마츠시타가 먹는 것을 보자 자신도 따라 볶음밥을 먹었다.

 “마츠시타 맛있어?”

 토모의 질문에 마츠시타는 잠시 고민하다 말했다.

 “응. 맛은 있어.”

 거짓말은 하지 않았다. 그녀 앞에서 맛없다고 할 수는 없었다.

 “다행이다. 마츠시타 냉장고에 냉동이랑 레토르트밖에 없어서 이런 것을 해주고 싶었어.”

 맛있는 것은 어쩌면 토모의 마음일지도 몰랐다. 맛있다고 할 수는 없는 볶음밥이었지만 토모가 해주었기 때문에 토모의 정성이 양념으로 들어가 있었다. 마츠시타는 TV를 껐다. 세상 사람들의 생각은 그저 남들의 생각일 뿐이었다.

 “고마워.”

 하고 싶은 말은 수십줄이었지만 단 세글자면 충분했다. 마츠시타는 그렇게 말하곤 토모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하지만 청소와 요리는 내게 맞겨줘. 자주 할 테니까.”

 어쩌면 세문장일지도.




 다음화 : 토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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