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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물] [장편연재] 즐거운 토모 10. 노름 3화

플스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9.12.10 02: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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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 정리글 : https://gall.dcinside.com/m/lastorigin/1596905



 마츠시타와 토모는 대기실로 들어왔다. 마츠시타는 대기실로 들어오자마자 담배를 입에 물고 불을 붙였다.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었잖아.”

 마츠시타는 조금 전의 싸움을 떠올리며 말했다. 마츠시타는 죽어가는 그 바이오로이드를 잊을 수 없을 것 같았다.

 “마츠시타. 무얼 기대했던 거야.”

 피투성이가 된 토모가 말했다. 바이오로이드의 피는 사람과 똑같이 붉었다. 사람과 똑같이 짙은 붉은색의 피였다. 어쩌면 토모의 피가 아니라 다행일지도 몰라. 잠시라도 그렇게 생각한 마츠시타는 자신이 증오스럽게 느껴졌다.

 “모르겠어. 어쩌면 평화로운 해결법이라도 바랬을 수도 있지. 생각보다 무른 곳이라는 기대를 했던 것일지도. 난 모르겠어…”

 마츠시타는 쓴 담배연기를 들이삼켰다. 어쩌면 토모의 말이 맞을지도 몰랐다. 링 위에 선 이상 토모에게는 아무 선택지도 없었다. 죽거나 죽이거나. 그 선택지뿐이었다. 그리고 자신은 토모를 그곳에 서도록 만들었다. 그 사실이 죽도록 싫었다.

 마츠시타는 토모가 보이지 않는 벽을 보고 앉았다. 토모를 볼 수 없었다. 피투성이가 된 토모를 제대로 볼 수 없었다. 마츠시타는 얼굴을 찡그리며 담배를 빨아들였다.

 “그럼 나는 다음 시합을 준비할게.”

 토모는 그렇게 말했다. 마츠시타가 외면하고 싶은 또다른 현실이었다. 아직 토모에게는 두번의 싸움이 남아있었다. 아직 목숨을 걸 일이 두번이나 남았다. 조금 전과 같은 일을 두번이나 겪어야 한다.

 “토모쨩! 조금 전 싸움은 대단했어!”

 문을 열고 누군가가 들어왔다. 들어올 사람은 한명 뿐이었다. 야마다 켄지. 둘을 이곳에 보낸 야쿠자였다. 마츠시타는 뒤를 돌아보았다. 역시나 그였다. 밝은색의 양복을 입은 그는 둘을 보더니 손을 들어 인사했다.

 “심장이 조마조마했어. 몇번이나 위기에 처했지만 그걸 극복하고 이겨내는 모습! 그게 싸움이지!”

 혼자 즐거운 사람이었다. 그는 토모에게 다가가 그녀를 껴안으려다 그녀의 몸에 묻은 피를 보고는 뒤로 물러났다.

 “옷이 피투성이구만. 그 모습으로 다음 경기에 나가긴 좀 그런데.”

 그렇게 말하며 그는 가방을 벤치 위에 올렸다. 가방의 지퍼를 열고 그는 옷을 하나 꺼냈다. 옷걸이에 걸려있는 푸른 색의 원피스 수영복이었다.

 “학생이라면 역시 이거지. 학생 수영복이다. 통칭 스쿨미즈.”

 군청색의 원피스 수영복의 가슴부분에는 흰색 이름표가 있었다. 마츠시타도 알고 있는 그 모습이었다. 다만 그녀는 입어본 적이 없었다. 수십년전에 이미 학교에서 쓰지 않게 된 수영복이었으니 말이다. 어째 몇몇 계층에게는 여전히 페티쉬중 하나로 쓰이고 있다는 소문은 들리고 있었다.

 “다음 싸움은 이 옷을 입고 나가줬음해. 이 옷이면 피가 튀겨도 아무 이상 없을 거야.”

 마츠시타는 인상을 쓰며 담배를 입에 물었다. 저들이 토모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알 수 있었다. 그저 유흥거리에 지나지 않았다. 돈벌이에 불과했다. 그들에게 토모라는 인격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저 토모의 모습을 한 무언가만 남아있을 뿐이었다.

 이렇게 되면 요정에 있을 때와 다를 것이 무엇인가. 마츠시타는 한숨을 쉬며 담배연기를 내뱉었다.

 “마츠시타씨. 너무 그럴 필요 없어. 토모쨩이 이기는 건 당신에게도 좋은 일이니까. 윈윈이란 거야. 셋이 이기는 거니 윈윈윈인가? 하하.”

 재미없는 유머를 던지는 것을 보니 더더욱 한숨이 나오려 했다.

 “마츠시타씨. 내가 당신이었다면 말야, 이곳에서 안나갈 거야. 토모쨩이라면 이곳의 어떤 니세도 이길 수 있을 거야. 떼돈을 벌 거란 말이야. 저기 있는 관중들 이곳에서는 단순한 관중이지만 세상으로 나가면 모두 하나하나 유력자들이고 떼부자들이야. 이곳에서 돈이 얼마나 오가는 지 알아? 기본이 억단위야. 그럼에도 그런 돈을 유희에 쓸 수 있는 사람들이라고. 당신이 기자로 평생 벌지도 못할 돈이 당신의 니세가 싸움 한번으로 벌어줄 수 있어.”

 “전 그런 돈에 관심 없어요.”

 아무리 돈이 많다 하더라도 토모를 목숨을 걸고 싸우게 하고 싶지 않았다. 이곳에서 벗어난다면 다시는 돌아오고 싶지 않았다.

 “그 말은 지겹게 들었어. 그리고 모두 가방에 가득 담긴 지폐를 보면 마음이 바뀌더군. 돈이 사람을 바꿀 수 없다고 하지만 그보다 더 큰 돈이 사람들을 바뀌게 하는 법이지. 일례로 당신이 토모쨩을 이곳에서 싸우게 하는 것도 자신의 에고를 위함이 아닌가?”

 마츠시타는 부정할 수 없었다. 토모를 이곳에서 싸우게 한 것은 자신 탓이었다. 자신이 그렇게 만든 것이었다. 그 생각이 자꾸 담배를 피우게 만들었다. 담뱃불이 손가락에 다가오자 마츠시타는 꽁초를 던지고 새 담배를 꺼냈다.

 “자기만 깨끗한 척할 필요는 없어. 어차피 세상 그 누구도 깨끗하지 않은 법이거든.”

 시가의 끝을 자른 야먀다는 입에 시가를 물고 성냥불을 붙였다.

 “마츠시타씨, 당신이 피우는 담배나 이 시가나 같은 연초야. 그 가격이나 담뱃잎의 양이 다를 뿐이지. 다 같은 연초야. 더 이상 생산이 금지된 연초 말야.”

 마츠시타는 자신의 담배를 바라보았다. 정도의 차이일지도 몰랐다. 하지만 최소한 자신은 벗어나려 발버둥치고 있었다. 어둠에 잠겨 그것을 즐기는 야마다와는 다른 사람이었다.

 “전 당신과 달라요. 전 기자에요. 진실을 추구해요.”

 “그건 나도 마찬가지야. 누군가가 거짓을 말할 때 언제나 진실을 말하게 하지.”

 야마다는 웃으며 양복 윗주머니에서 매직펜을 꺼내 뚜껑을 열었다.

 “다치코. 가명같지도 않은 이름이야. 토모나 다치코나 다 같은 친구라는 의미잖아. 그게 진실을 추구하는 사람이 할 소리인가?”

 가명을 쓴 것은 토모를 위해서였다. 어쩌면 토모를 데리고 있는 자신을 위해서기도 했다. 수많은 사람들, 그것도 유력자들 앞에서 토모를 드러내는 모험을 할 수는 없었으니까. 아니면 이 역시도 자신의 모순적인 에고일 뿐이었을까.

 마츠시타는 아무 말을 하지 않았다. 야마다는 입에 시가를 문채 수영복에 매직펜을 가져갔다.

 “다치코… 코는 장음이야, 단음이야?”

 다치코. 친구라는 의미로는 장음이었다. 하지만 단음으로 하는 편이 이름처럼 보일 것 같았다.

 “단음이요.”

 “끝까지 진실을 외면하는군. 다… 치… 코…”

 그렇게 말하며 야마다는 천천히 가타카나로 이름표에 다치코라 적었다. 이름을 다 적은 그는 수영복을 들고 토모에 몸에 가져가 크기를 대보았다.

 “사이즈는 대략 맞는 것 같군. 교복과 같은 사이즈로 사왔으니 아마도 맞을 거야.”

 토모는 그 수영복을 받아들었다. 그걸 바라보는 토모는 감정을 알 수 없는 표정을 지었다.

 “구하는데 꽤 수고했다고? 감사히 생각해.”

 감사하지 않았다. 의미없는 수고였다. 그래봐야 자기만족에 불과한 것이었다.

 “감사합니다.”

 토모는 무뚝뚝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고마움이 느껴지지 않는 목소리였다. 옷을 내려놓은 토모는 이제는 붉게 된, 원래는 노란색이었던 블레이저를 벗기 시작했다.

 “어이쿠, 이거 미안하군. 섬세함이 부족했네. 그럼 나는 이만 실례하겠네.”

 그렇게 말하고 가방을 든 그는 문으로 걸어갔다.

 “그럼 토모쨩, 다음 경기도 파이팅이야. 파이팅!”

 주먹을 쥐며 응원한 그는 문을 닫고 나갔다. 닫히는 문을 보며 마츠시타는 길게 담배연기를 내뱉었다. 그리고는 다시 벽쪽을 바라보았다. 뒤에서 옷을 벗는 소리가 들려왔다. 원래라면 천과 살이 비벼지는 소리가 나야 했지만 조금은 질척이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샤워기 소리가 들려왔다. 피와 땀을 씻어내려는 모양이었다.

 “마츠시타, 마츠시타는 이런 수영복을 입어봤어?”

 “아니, 나보다 훨씬 전 세대나 입던 거야.”

 마츠시타는 잠시 그 수영복을 입은 고등학교 시절의 자신을 떠올려보았다. 그 모습이 한심해서 웃음이 나올 것 같았다.

 “그럼 나는 이 수영복을 입은 적이 없는 거겠네.”

 토모는 알 수 없는 소리를 했다. 아니, 어쩌면 토모가 토모였던 시절의 이야기였을까. 토모는 학교에 학생으로 잠입하는 경호원이었다. 수영수업을 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토모, 그 시절에 대해 기억나는 게 있어?”

 한번도 해본 적 없는 질문이었다. 요정에 있기 전의 토모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 어쩌면 지금의 토모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일지도 몰랐다.

 “아니, 요정에 있기 전의 기억은 없어. 내가 기억을 잊을 리가 없는데 말야.”

 어쩌면 그것 역시 야마다에게 답을 구해야할 질문일지도 몰랐다. 지금의 마츠시타에게는 의문투성이라 무엇이 의문인지도 의문일 지경이었다.

 “하지만 아마도 나는 학생이었을 거야. 그렇게 만들어졌으니까 말야.”

 그리고 수업을 같이 듣고 학생들과 즐거운 시절을 보냈을 것이었다. 최소한 마츠시타는 그렇게 믿고 싶었다. 지금의 토모와는 다를 것이었다.

 “토모, 너는 학생으로 만들어졌어. 넌 자신이 행복할 권리가 있어.”

 “난 동시에 누군가를 지키기위해, 누군가를 위해 싸우기 위해 만들어졌어. 내가 마츠시타에게 해줄 수 있는 건 이것뿐이야.”

 샤워기의 소리가 멈추었다. 천을 걷고 토모가 걸어나왔다. 냄새나는 수건으로 몸의 물기를 닦은 토모는 수영복을 집어들었다.

 “마츠시타, 수영복은 속옷을 입고 입는 거야, 벗고 입는 거야?”

 “당연히 벗고 입는 거지.”

 수영복을 입는 법도 모르는 아이에게 싸움을 하게 하는 자신이 미워지기 시작했다. 바이오로이드가 아닌 평범한 아이였다면 수영복을 보고 수영을 할 생각에 심장이 두근거렸을 것이었다. 그러나 토모는 수영복을 입고 싸움에 나서야 했다.

 “마츠시타, 어때?”

 토모는 마츠시타 앞에 섰다. 마츠시타는 수영복을 입은 토모를 바라보았다. 수영시간에 다른 남학생들에게 여러 생각을 안겨주었을법한 모습이었다. 상상속 자신의 모습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에 마츠시타는 복잡한 마음을 가졌다.

 “수영복이 조금 흐트러졌어.”

 마츠시타는 담배를 문 채로 일어섰다. 토모의 수영복 옆구리에 주름이 져있었다. 마츠시타는 토모의 옷매무새를 다듬어주었다. 조금전보다 나은 모습이었다. 오직 수영복만을 입은 이 모습으로 싸우러 가야 한다니, 마츠시타는 안쓰러울 뿐이었다.

 “마츠시타, 고마워.”

 토모는 그렇게 말하고 문으로 걸어갔다. 마츠시타는 토모를 말리지 않았다. 말려봐야 달라질 것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저 벽만 보고 담배를 피울 뿐이었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다.

 “토모, 꼭 이기고 돌아와.”

 마츠시타는 도저히 토모의 싸움을 볼 용기가 나지 않았다. 토모가 고통받는 것을 보고 싶지 않았다. 토모는 자신의 말을 들었는지 못들었는지 대답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마츠시타는 조용히 자리에 앉아있었다. 멀리서 관객들의 환소성이 들렸다. 해설자의 외침이 들렸다. 그러나 그 소리는 전부 웅얼거리는 소리로밖에 들리지 않았다. 마츠시타는 다리를 떨었다. 바닥의 담뱃재와 담배꽁초만 늘어갔다.

 그렇게 몇분이 흘렀을까, 마츠시타는 담배갑에 담배가 한 개피 남아있는 것을 보았다. 그 담배를 집어들려던 마츠시타는 한숨을 쉬며 담배갑을 주머니에 넣었다. 눈을 감고 양손에 얼굴을 파묻었다.

 갑자기 환호성이 거세졌다. 무슨 일인 것인가. 마츠시타는 궁금했지만 볼 용기가 없었다. 그저 머리를 쥐어뜯으며 한숨을 쉴 뿐이었다. 그리고 환호성이 잦아지기 시작했다. 그때 문이 열렸다.

 “토모?”

 마츠시타는 놀라며 뒤를 돌아보았다. 그곳에는 반가운 한 여자가 서있었다. 다 찢어진 수영복을 입은 토모는 거친 숨을 내뱉고 있었다.

 “돌아왔어…”

 마츠시타는 비틀거리는 토모를 보자 그녀에게 달려갔다. 힘을 잃고 쓰러지는 토모를 잡은 마츠시타는 그녀를 부축해주었다.

 “다시 이겼어…”

 힘없는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토모를 마츠시타는 조용히 안아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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